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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22화 달팽이 고시원) 잊고 살아온 바다를 찾아가는 달팽이들,

도희(dh) 2010. 12. 22. 19:47


~ 드라마 스페셜 22화 ; 
이규한과 서지혜의 '달팽이 고시원' ~

<<잊고 살아온 바다를 찾아가는 달팽이들,>>





0. 작품정보

- 제목 : 달팽이 고시원
- 극본 : 윤지희
- 연출 : 김진원
- 출연 : 이규한(방준성 역), 서지혜(미루 역)
- 방송일 : 2010년 11월 06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1. 바다를 잊어버린 달팽이들이 모인, 고시원..

이 이야기는 어느 고시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오늘 하루도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어느 고시원의.

고시원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에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사법고시에서 외무고시 그리고 얼마 전에 행정고시로 바꿨다는 장수 고시생 11호 아저씨.   충전의 시간을 갖겠노라며 3학기째 휴학을 하고있으면서도 "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보면 꼭 같다온 것 같아서" 고시원에서 살고있는 휴학생.   언젠가는 대배우가 되리란 꿈을 품고 창문 없는 방에서 하루하루 버겁게 버텨내는 단역남.   그런 고시원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본여행객 토모. 그리고 방송국 입사시험을 5년째 낙방하면서도 9시 뉴스는 안보는 방총.

이들은 미래를 위해 여기 고시원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현실과는 마주하지 못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불안한 미래를 잊기위해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듯 하달까?   그래서 언제부턴가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았음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11호 아저씨. 여행이 주는 꿈같은 시간에서 벗어나기 두려운 토모. 미래가 두려워 3학기째 휴학을 하면서도 '충전의 시간'을 되뇌이며 자기만족을 하는 휴학생. 언젠가는 대배우가 될 거라며 자신을 돌보지 않는 단역남.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현실를 외면하는 것처럼 상대가 현실을 외면하는 것에도 동참해주고 있었다.
마치, 그 것이 서로를 돕고살아가는 의리인 양.




2. 불청객의 등장..

현실을 외면하고 나름의 자기만족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이 고시원에 상상치도 못했던 불청객이 들이닥쳤다. 이름은 미루. 나레이터 모델, 전단지 배포, 프리허그 등등 다양한 알바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꽤나 제 멋대로의 엉뚱한 여자다. 미루는 이 남성전용 고시원에 들어오게 되고, 불편하니 나가라는 방총의 말에 "난 괜찮은데, 불편해요?"라며 결국 눌러붙어 살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등장 이후로 고시원에 존재하는 나름의 규칙들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남성전용 고시원에 눌러붙어 사는 것 자체가 규칙이 깨진 것이나 다름없지만서도.

11호 아저씨의 히스테리를 맞받아쳐 이기게 되고, 공공질서 따위는 아예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을 도와주며 그 것을 의리라고 여긴 이들에게 그 것은 의리도 뭣도 아니다, 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말이지.

하지만 이 고시원에 들어온 미루또한,   세상 재미난 것만 찾으며 험난한 미래를 외면하고 하루하루의 현재만을 바라보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아이가 아닌가, 싶었다. 매일이 크리스마스이길 바라며, 오늘 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3. 준성 그리고 미루

"어, 달팽이.. 먼저 본 사람이 임자, 퉤퉤퉤!"

"너 그러면 큰일 나. 그럼 나중에 여기에 줄무니 빤스 들어있다.
너 나중에 죽었을 때, 사람들이 니 빳데리 빼려고 딱 열어보잖아?
그럼 여기에 줄무니 빤스 딱 하나만 들어있는 거야. 네장에 만원하는 거.
멋도 없고, 재미도 없고, 너도 없는 그런 빤스."

"너 나 좋아해? 그럼 그냥 좋아한다고 얘기해. 그런 것도 몰라?"

"막이 뭐? 막이 왜? 되지도 않을 걸 시체처럼 붙잡고 사는 너보단 나아.
바다? 달팽이같은 게 바다를 왜가, 같잖게!"

- 미루 -


딱 고시원 내 자신의 방만큼이 마음의 여유를 가진 방준성. 일명 방총. 시험에 나오는 상식들 외에 세상을 사는데 재미있을 법한 것들을 전혀 모르는 고지식하고 틈이 없는 녀석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참 널널하게 재미나게 세상을 살아가는 미루의 존재는 새롭고 신선하기 전에 어딘가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완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이라며.

어디서 무엇을 하든간에 그 틈에서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는, 그런 소소한 행복에 즐거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미루는, 그 작은 고시원 방을 예쁘게 꾸며 그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는 아이였다. 그런 그녀에게 무엇하나 여유없이 앞뒤 꽉 막혀 세상의 재미난 일은 하나도 모르고, 그저 재미없는 이야기만 잔뜩 알고있는 준성의 존재는 줄무니 빤스. 미루는 아마 참 재미가 없는 사람이어서 흥미로웠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어느 날 준성의 상추를 함부러 손댄 미루가 발견한 '달팽이'를 시작으로 그들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가까워지며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나 꽉 막혀 마음의 여유가 없는 준성은 자신의 마음에 미루를 받아들이려 하지않고 미루 또한 그런 준성으로 인해서 상처를 받게되는 듯 했다. 



"달팽이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뭐, 어쩌라구요."

"같이 찾아줘요. 나 혼자선 못찾겠네요."

"왜 못찾아요? 그 좁아터진 방에서?"

"내 방 안좁아요. 보기보다 커요."

"크면 얼마나 크다고. 혼자 누우면 꽉 차는 방에."

"그게요,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는데, 나 눕고도..
(미루의 어깨에서 어깨, 딱 두뼘을 재며)딱 요만큼 남더라구요."

"그만큼이면.. 크긴, 크네요. 혼자서는 못찾겠네."

- 준성 & 미루 -

기가 외로우니 딱 두뼘만 비켜서라는 어느 아침에 만난 돌팔이 점쟁이의 말. 그리고 딱 준성의 마음의 여유만한 준성의 방에 딱 두뼘을 차지하며 나타난 미루. 그렇게 물샐 틈조차 없는 준성의 마음에 미루는 딱 두뼘 차지하게 되었다. 이제 준성은 미루처럼 세상 재미난 일들을 찾으며 행복해할 것이고, 미루는 준성의 재미없는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오늘이 아닌 내일을 꿈꾸며 그 속에서 더 즐거운 일들 재미난 일들을 찾아내지 않을까, 싶었다.  




4. 크리스마스 그리고 행복.

너 크리스마스가 별건 줄 아냐?
쉬가 너무 마려울 때 1분만 참았다가 화장실 가잖아? 그럼 그게 크리스마스야.
반짝 반짝이야. 번쩍 번쩍도 아니고. 반짝 반짝.
이거 하나면 돼. 내가 죽었을 때 나를 딱 열면, 이게 여기에 들어있을 거야.
반짝 반짝...

- 미루 -


제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건... 크리스마스.. 전구요.
꼭 트리없어도 캐롤없어도 전구 하나만 있으면 크리스마스 같으니까요.
... 그게... 행복, 인건데...
왜 화장실 참았다가면 시원하고, 야쿠르트 뒤부터 뜯어먹으면 더 맛있는 것처럼,
별게 아닌데, 번쩍 번쩍 아니라, 그냥, 반짝반짝인데..

- 준성 -


그거 알아?
크리스마스는 일년에 한번이라서 좋은거야.

- 토모 -




5. 바다로 간 달팽이..

바다를 잊고 현실을 외면하며 살아가던 고시원의 달팽이들.   어쩌면 늘 가슴 속에 바다를 품고있었지만 바다로 가는 여정이 두려워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따. 그리고 달팽이들은 애써 잊은 척 살아왔던 가슴 속의 바다를 떠올리며, 그렇게 바다를 찾아 갔다.

그동안 이름을 잊고 살았던 11호 아저씨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찾았고,   화려하고 멋진 미래를 꿈꾸며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단역남은 창문이 있는 방에서 자신을 돌보기로 했다.   여행의 꿀맛에 빠져있던 토모는 꿈에서 깨어 현실을 살아가기로 결심한 듯 떠났고, 드디어 충전이 끝난 휴학생은 더이상 휴학생이 아닌 복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마음에 틈이 없었던 준성은 미루에게 두뼘의 공간을 내어주며 여유를 갖게 되었고,
그저 즐겁게 하루하루만 살아가던 미루는 준성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법도 배우지 않을까?

그들은 그렇게 바다로 갔다.




6. 그리고...

+) 방영 후 논란이 있었던 드라마. 제작진에선 '차용'이라는 해명글을 내놓았지만, 찝찝한 건 사실이다.

+) <드라마 스페셜> 안에서 이 작가의 드라마는 총 세편. 세편 다 참 재밌었던 건 사실이다. 논란만 없었다면 완벽했을텐데, 라는 아쉬움.

+) 처음 본방으로 볼 때는 정신없는 틈에 봐서 '재밌네?' 정도였는데, 이번에 다시보니 정말 재밌다.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 그리고 연출도 이쁘고, 배우들도 좋고, 대사도 참 좋은.

+) 서지혜씨 완전 이쁨~+.+

+) 이규한씨는 볼애만의 이교수 때 그의 매력에 엄지발가락 하나 잠시 담궜던 적이 있어 그런가, 좋다;

+) 토모군, 귀엽-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