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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19화 오페라가 끝나면) 뜨거운 사랑 뒤에 미지근한 현실..

도희(dh) 2010. 12. 18. 06:22

~ 드라마 스페셜 19화 ; 김갑수의 '오페라가 끝나면' ~
<<뜨거운 사랑 뒤에 미지근한 현실..>>





0. 작품정보

- 제목 : 오페라가 끝나면
- 극본 : 박은영
- 연출 : 노상훈
- 출연 : 김갑수(한이사 역), 김보경(춘희 역), 중도(최원영 역)
- 방송일 : 2010년 10월 16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0. 나는 오페라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나는 오페라에 대해서 잘 모른다. 고등학교였던가 중학교였던가 잘 기억이 안나는 음악시간에 <라 트라비아타 : 일명 춘희>와 <카르멘>이란 오페라의 어느 부분을 비디오로 보여줘서 봤던 기억이 난다. <피가로의 결혼식>도 어느 한 장면 봤던 것 같고. 처음 접한 것이라 꽤나 인상적이었고 그저 봤다는 것에 의의를 뒀기에 내용이 어떠했는지 좋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정신없이 봤던 것만 같다.

최근엔 오페라를 쉽게 풀이해 갈라쇼로 보여 줬던 <사랑의 묘약>을 봤었다. 꽤 재미있었지만 그 것은 정식 오페라가 아니기에 굳이 오페라에 빠져든다거나 관심이 깊이 생기진 않는다. 그래서도 안되고. 난 뮤지컬 하나로도 파산해버린 사람인지라.. (웃음)

잘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 <오페라가 끝나면>에 나오는 BGM의 대부분은 오페라 음악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그런 궁금증도 들었다. 오페라를 잘 아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드라마는 어떻게 다가올까? 그저 그럴지도 모를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극의 씬과 어우러진 BGM을 연결시켜보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 궁금했던 것도 같고.



2.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이야기..

이 것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이야기다.  회사의 실세인 한 남자와 그 남자의 심복인 또 다른 남자. 회사 실세인 남자가 공들이는 여자이자 알고보니 심복인 또다른 남자의 첫사랑인 한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 뜨거움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배신에 대한 이야기이며,  미지근한 현실에 대한 좌절감과 서글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다. 

한이사가 말했다. 
"오페라라는 게 비극인데 참 아름답단 말이야. 사랑 얘기라서 그런가?"

그러자 그의 수족인 중도가 말했다.
"뜨거워서겠죠. 뜨거움이 식고나면 그 다음엔 미지근한 현실이니까요."



1) 남자 하나 .. 한이사

회사의 차기 실세 이사.  일적으로는 냉철하고 선이 분명하지만, 평생 동안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춘희에게 만큼은 한없이 약하고 작아진다. (공홈 인물설명 중) 그리고 그녀를 얻기위해 꽤나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심복인 중도에게 춘희를 소개시켜주고 회사 일로 인해서 미처 챙겨주지 못하는 그녀의 생일까지 챙겨주라고 부탁하게 되는데, 그 후로 중도와 춘희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름을 감지하고 심기가 불편해진다.

그리고 결국 '일적으로 냉철하고 선이 분명한' 한이사는 자신이 공들이는 여자 춘희와의 관계가 미심쩍은 중도가 거슬려지면서 그의 주변에 부당한 인사를 하게 된다. 권력을 휘두른 것이었다. 사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이사는 자신의 심복인 중도를 잃게 되었고, 회사직원들의 반발까지 사게되고 말았다.

사랑이 주는 뜨거움에 눈이 감겨 한이사는 부당인사를 감행했다. 중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늙은이가 주책이라는 마음이 들 수도 있었던 것 같다. 나이도 많고 그 만큼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젊은 여자 하나에 휘둘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한 남자가 난생 처음 한 여자를 사랑했다. 이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위해 공을 들였다. 여자 또한 이 남자가 싫지만은 않은 듯 싶었다. 그런데 또 다른 남자가 여자 앞에 나타났다. 또 다른 그 남자는 이 남자의 심복이자 여자의 첫사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가 흔들린다. 그런데 이 남자는 잡을 수가 없었다. 여자의 첫사랑에게 없는 모든 것을 지녔지만 단 하나가 이 남자에게 없었다. 그 것은 젊음. 젊음이 주는 자신감과 패기. 그 당당함이.

춘희의 "할 말이 있어요" 라는 말에, 내내 그 말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던 한이사는 결국 그녀의 집에서 차대접을 받게 되었다. 한이사는 이미 춘희의 '할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춘희의 그 '할 말'을 받아들이고 말 것이었기에 그리 미루고 또 미룬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발견한 자신이 중도에게 준 넥타이. (정확히는 중도와 바꿔 멘 넥타이) 그 순간 사랑의 뜨거움 뒤에 숨겨졌던 미지근한 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했다. 그리고 한이사의 숨죽인 울음.

한이사의 숨죽인 울음은 그랬다. 모든 걸 다 가졌으나 단 하나 갖지못한 젊음.  당당하게 나를 사랑해달라 할 수 없는 열정과 패기. 자신의 사랑이 아무리 뜨거워도 그 것은 미지근한 현실일 뿐이라는 좌절감. 그 서글픔과 아픔이 뒤섞여, 안타까움을 줬던 것 같다.

그리고, 단 한씬. 그 숨죽인 울음 만으로 한이사의 그 오만가지 감정들을 표현해낸 김갑수란 배우에게 다시 한번 놀라움과 감탄,  그리고 감동을 받았다.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했고.  젊음이 주는 당당함과 열정을 잃은,  그렇기에 그 이외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한 여자의 마음을 얻고자하는 한이사란 인물의, 서글픔과 좌절감이 그 씬만으로도 마음에 확 다가왔던 것 같다. 멍하니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살짝 글썽;



2) 남자 둘 .. 중도

회사 실세인 한이사의 심복. 꽤나 야망이 있는 인물. 그렇기에 속내를 감추고서 한이사에게 잘 맞춰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꽤나 저 잘난 맛에 다니는 듯 하지만 자신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구석도 없잖아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첫사랑 춘희를 만났다.

춘희와는 결혼까지 생각한 꽤나 깊은 관계였지만,  당시엔 그녀의 가치를 알기엔 너무 어려서 어쩌다보니 춘희와 헤어졌다고 한다. 왜 헤어졌는지 조차 기억을 못하지만,  친구 종철의 말에 의하면  "촌스러워서" 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춘희의 말에 의하면 그는 춘희에게 그 무엇도 해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머리핀 하나 조차도!

그랬던 것 같다. 한이사의 애정공세를 받는 춘희가 중도의 눈에는 한없이 빛나고 아름다워 보였던 것 같다. 사람이 달라보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는 춘희에게 옛 감정이 되살아난 듯, 들이대기 시작했다. 한이사가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그녀에게 애정공세를 하는 것과 달리,  그는 젊음과 열정 하나로 그녀에게 들이댔고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두드리고 결국 열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면서 불면증이 사라졌다. 우연히 들어간 그녀의 집 침대에서 잠시 누운 순간 깊은 잠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아마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이 여자를 꼭 잡아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 주변에 부당인사가 일어나고 그 이유가 바로 자신과 춘희의 관계로 인해서라는 것을 중도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한이사가 아닌 홍이사의 수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저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순간 그는 보고 말았다. 언제나 크고 단단했던 한이사의 무너지는 모습을, 그의 눈물을...



3) 그리고 여자 하나 .. 춘희

한이사와 중도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자.  한이사에겐 한없이 여리고 다소곳하고 내성적이는 여자 중의 여자지만 중도 앞에서는 전혀 절대 그러하지 않은 여자.  한이사의 말에 의하면 너무 수줍음이 많아 음식 하나도 스스로 시키지 못한다던 춘희는 중도 앞에서 당당히 국밥을 시켜 호호 불며 먹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한이사 앞에선 내숭 백단이라는 거지;

한이사의 애정공세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있으면서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고,  한이사를 통해 재회한 중도와의 만남이 거북하지만 점점 옛 감정이 살아나는지 마음이 중도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리고 굳이 어장관리 하지않고 한이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려고 했다.  첫사랑과의 재회,  그리고 첫사랑과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이 어쩐지 설레이는 듯도 했다, 춘희는.

이 여자, 춘희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었나, 싶었다. 이름이 춘희인 것도 그렇고. 한이사와 중도의 갈등의 매개체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그저 아름다운 여자였던 것도 같다. 아름답게 그려내기도 했고.



3. 꽤 강하게 마음에 박혀버린 엔딩..

한이사에게 실망한 중도는 친구들의 복직을 걸고 한이사를 배신하고 홍이사에게 충성을 바치기로 했다. 그리고 홍이사의 OK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제 한이사에 대한 중도의 복수극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두둥; (그렇게까진 아니고;) 그런데 한이사가 들이닥쳤다. 물론, 중도의 집이 아니라 춘희의 집에. 전날 술을 진탕마시고 춘희의 집을 찾은 그는 춘희가 집을 비워달라고 했음에도 좀 더 미적거리다 욕실로 숨었고,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 곳에 들어와 숨죽여 우는 한이사를 보게 되었다.

춘희를 찾아 함께 데이트를 하던 한이사는 춘희가 할 말이 있다고 하자 무엇인지 직감하고 계속 그 말을 미루게 된다.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결국 춘희의 집 앞까지 오게되고, 한이사는 춘희에게 차를 대접해달라 부탁한다. 이게 마지막이기에 그런 것인지, 그녀의 말이 무엇이든 한번 끝까지 밀어붙히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녀가 차를 타는동안 한이사는 춘희의 집을 둘러보다가 중도의 흔적을 발견하며 좌절하고 만다. 아무래도 처음엔 전자 쪽이라 여겼지만 후자 쪽일 수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욕실에서 몰래 숨죽어 울어버리고 말았다.

한이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는 춘희는,  자꾸만 미루는 한이사로 인해서,  결국 그를 자신의 집에 들이고 만다. 그리고 한이사에게 대접하기 위해서 국화차를 타고, 국화꽃이 피어나는 걸 보며 자신의 마음에 만족을 하는 듯 활짝 웃는다. 활짝 핀 국화 꽃처럼.

그리고 드라마는 끝난다.

당혹스러운 결말이었다. 충격적인 결말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렇기에 마음에 강하게 박혀버렸던 것도 같다. 너무나 활짝 열렸지만, 또한 꽉 닫힌 결말. 그러면서도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 조금. 하지만 그보다는 한이사의 숨죽인 울음이 더 깊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버렸던 것도 같다.




4. 그리고 ..

+) 처음 봤을 때는 오로지 갑수좌의 입장에서만 봐서 중도가 미웠는데, 다시 보니 중도도 이해가 되는. 젊음과 권력. 사랑과 권력. 그러고보니 공홈에 그렇게 나와있었다. 사랑은 권력을 이길 수 있을까...?

+) 셋이 처음 한 공간에 있는 씬의 BGM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넘버 중 하나인 <The Music Of The Night>이다.  누군가가 셋이 처음 한 공간에 마주한 씬에서 이 BGM이 깔린 걸 말하며 이 셋의 관계를  <오페라의 유령>에 빗대었는데 왠지 그럴싸해서 호홋, 거렸던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