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새로운 시도에 대한 절반의 만족.

도희(dh) 2010. 3. 16. 00:18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OCN. 2009) / 총 8부작


1. 작년 말에[조선추리활극 정약용]에 대한 홍보기사를 읽으면서 조금 흥미로워 하긴 했지만, 금요일 밤 12시에 OCN에 채널고정하며 드라마를 보게되진 않았어요. 뭐랄까.. 금요일은 이상하게 TV보는 걸 잊어버리게 되더라구요. 게다가 그 시간 즈음에 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잊어버리고 안본지 어언... 기억도 안나는 시간. 그래도 최근에 이루마님 나오신다는 소식에 시간맞춰서 보긴 봤었어요. 간만에 희열님보니 또 좋았고...ㅎㅎ

그래도 [별순검] 이후에 이렇다할 추리수사 드라마가 없던 우리나라에 오랫만에 나온 추리물인지라, 그 것도 도포자락 휘날리며 추리하는 그 모습을 보고싶어서, 이번에 부랴부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로선 절반의 만족인 드라마였어요.


2. 새로운 시도에 대한 절반의 만족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런 장르를 넓게 보면 [별순검]이란 과학수사 추리물도 있기에 완전한 새로운 장르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해요. 다만, [별순검]이 '과학수사'를 중심으로 극을 전개했다면,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은 정약용이란 실존인물을 재해석하여 탐정의 역할을 주고서 '추리'로 극을 전개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 아닌가 싶네요. 별순검이 오로지 증거를 통해서 사건을 전개하고 해결해 나간다면,  정약용은 증거를 토대로 자신의 탐정으로서의 감과 빛나는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고 말할 수 있거든요.

사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별순검]을 그리 떠올리진 않았어요. 비슷한 장르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기에 떠올릴 필요성을 못느꼈거든요. 그런데 자꾸 [별순검]을 언급하는 이유는... 시즌3이 드디어 나올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서 약간 기분이 업~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랍니다. (에헤라디야~* ☜ 추리다큐 시절부터 별순검 좋아라했음!!!)


3. 정약용이란 실존인물을 우리가 알고있던 역사적 인물의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탐정으로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을 보여준 것은 굉장히 신선했다고 생각해요. 일단, 역사나 역사적 인물을 그리 잘 아는 저는 아니지만... '정약용'이란 인물을 '평소에 헐렁거리지만 사건에서는 진지해지며 빛나는 추리력을 자랑하는' 인물로 생각하진 않았었으니 말이죠.

언젠가 드라마 [이산]에서도 '정약용'이란 캐릭터를 색다른 해석을 해서 보여주며 신선함을 줬던 것으로 기억되기도 해요.  뭐, 제가 그 드라마를 안보다가 정약용 역에 당시에 어떤 이유로 인해서 잠시 호기심을 가졌던 송창의씨가 연기한다는 말에 2회 정도 매우 짧게 챙겨본 적이 있었거든요.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의 정약용은, 정조의 신임을 얻어 동부승지에 제수되던 해, 신부 주문모가 체포망을 피해 도망간 사건으로 인해 노론의 탄핵을 받고, 지방의 금정찰방으로 좌천된 정약용이 그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빛나는 추리력으로 해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에요.  원래 그러했는지 정약용이 이 마을에 오고난 후부터 그러했는지, 이 마을은 사건이 끊이질 않게 되었답니다.  빛나는 추리력의 탐정이면 꼭 필요한 '내가 가는 곳에 사건이 있고, 내가 만나는 이들은 사건의 피해자든 가해자든 연관이 되어있다'도 잊지않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말이죠.

정약용 역할에는 박재정씨가 연기를 하셨는데, 그 옛날에 그에게 있었던 그 논란을 완전히 씻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캐릭터에 자신의 색을 입혀서 박재정표 정약용을 만들어내려 노력한 듯 싶었어요. 부분부분 어색한 점도 없잖아 좀 있었지만, 여백의 미가 필요한 조선 양반의 역할은 그의 느릿한 말투와 어느정도 어울림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죠.

다만, 빛나는 추리력을 발휘하는 시간에 강력하고 사람잡는 카리스마가 좀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추리물은 탐정이 진실을 말하라 때가 가장 하아라이트라고 생각하기에~!!! 하지만, 그 부분도 드라마의 후반부에선 많이 개선되어서 일정부분 만족하며 보기도 했었답니다.

사실, 이 분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좋은 배우인지라 부족함이 느껴지더라도 좀 더 많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있는 듯 해요.  배우는 연기로 평가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분에 한해서는 왠지 모르게 응원해주고 싶다고 해야할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서 좌천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왕님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정약용은, 매 사건이 끝날 때마다 왕님에게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 및 그 사건에서 느낀 바를 편지로 보냄으로서, 왕님이 좀 더 백성들을 굽어 보살필 수 있는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있음을 말해주기도 하더라구요.

극의 마무리 부분의 정약용의 편지는,
왕님에게 하는 말임과 동시에 같이 사건을 바라본 시청자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해요. 

일이 바빠 가정을 돌보지 못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 된 [붉은 매화의 밤]
새치 혀로 인해 비극이 만들어진 [꼭두각시의 눈물]
현재의 어느 지독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방울소리]
사채의 무서움과 지독함을 그린 [쩐의 전쟁]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한 가정을 짓밟은 [비밀의 방]
학교 내 왕따사건을 생각하게 만든 [학원별곡]
자신의 감정에 치우쳐 그릇된 선택을 한 [늪]
법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게 한 [무원의 뜻, 억울한 자가 없게하라]

짧은 요약으로 정약용이 왕님에게 전한 의미를 다 말할 순 없겠지만, 그 시대의 정약용이 겪은 대충 저런 의미의 일련의 사건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시대와 어딘가 맞물려있는 듯 싶기도 했었거든요.

시즌2가 나올지, 이런 류의 추리사극이 새롭게 탄생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 언젠가 이런 류의 드라마가 또 나와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만큼, 이젠 단단하게 굳혀주었음 좋겠다, 싶기도 해요. 그땐, 본방사수 해줄테니까...;


3. 그렇다고해서 완성도 면에서 100% 만족의 드라마는 아니에요.  주요배우들 및 단역배우들의 연기도 어딘가 어설펐고, 사건이 그리 촘촘하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허술해서, 몇몇 회는 대충 '범인은 너'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기도 했거든요. 게다가, 뭔가 대단한 반전이라거나 범인을 잡은 후의 통쾌함도 별로 없었고... 단지, 그 범인들의 뒤엔 왜 그리 슬픈 사연들이 많던지... 안쓰럽기도 했어요. 그런 슬픈 사연들과 안쓰러움이 그 시대, 그리고 지금의 시대를 연결시켜주는 어떤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듯 하지만요.

범인 중에 악인이라고 사연이고 뭐고 나쁜놈이라고 생각되는 캐릭터가 몇몇 있었지만, 아주 약간이라도 동정의 가치가 전혀 느껴지지가 않던 악인은 한명이었던 것 같아요. 그 범인이 웃을 때 왠지모르게 역겨운 기분까지 들었으니 말이죠. 으음, 그 범인 역의 배우... 꽤 선한 이미지였는데 새삼 연기 정말 잘하신다고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의문점.... 왜, 저 시대의 추리수사물을 그릴 때 다모들은 긴 머리 찰랑거리며 앞머리까지 내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원래 저러진 않았을테고.. 저것도 [별순검]의 영향이 아닐까... 라고 홀로 생각 중이랍니다.

극 중에서 정약용과 파트너로 다니며 결국 미묘한 러브라인까지 만들어주던 설란이는, 곱디고운 웨이브 머리카락 훨훨 날려주며 다니셨답니다. 이쁘긴했지만 살짝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했어요.  더불어, 한양서 잠시 내려온 여수사관도 긴 머리 찰랑이며 다니셨다능......;


4. 다음에 언젠가 이런 류의 추리물을 만든다면, 이번에는 도포자락 날리는 선비님과 더불어서 쪽진머리에 고운 한복 테를 자랑하는 여인네의 명추리를 보고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참, 그리고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드라마 [영화관]의 제작진들이라고 해요.  으음...  [영화관] 죄다 보진 못했지만,  시간맞아서 어쩌다가 볼 때... 재밌게 봤었드랬죠...(웃음)


5. [별순검 시즌3] 방영할 기미가 보이는 기념으로 [별순검] 시리즈나 다시 볼까, 라고 생각하지만 .... 엄두가 안나네요. 대중적이지 못해서 공중파에선 나올 수 없을 듯한 장르의 이런 드라마가 케이블에서라도 자리를 잡아가려고 하는 것 자체가 저는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6. 참, 이미지 출처는 드라마 영상 캡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