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노 17회.
오랫만에 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봤던 것 같아요. 역시나 살아있었던 그들도 있었고 말이죠~* 17회 끝에 달린 18회 예고의 다른 버젼을 보고나서 홀로 '왕 두근두근'을 하고있답니다. 전날은 황금어장이랑 축구 후반전을 봤는데, 황금어장은 생각보다 닝닝했고~ 축구는 굉장히 오랫만에 라이브로 보게되었는데~ 재밌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겨서 더 재밌었나보다, 라고 생각하지만요.
명예롭게 죽으려는 자와 죽을 수가 없기에 살아남으려는 자의 이야기들이 섞여서 그려졌던, 추노 17회였어요.
1. 어찌해서건 살아남으려는 자, 명예롭게 죽으려는 자.
네 놈이 만약에 세상을 바꾸게되면, 살기 힘들어서 도망가는 놈 없고, 그런 놈 잡으러 다니는 ... 나 같은 놈 없는 그런 세상. 이 빌어먹을 사랑하나 마음대로 못해보고, 세상 참 지랄같잖아.
누구보다 세상이 바뀌길 바라지만, 세상은 바뀌지않는다고 하는 대길...
아마, 계집하나 지키지 못하는 놈이 세상을 논할 자격이 있나, 라는 태하를 향한 대길의 말을 생각해보면... 10년 전 언년이를 지켜주지 못하고 그저 방에 틀어박혀 질질짜기만 하던 자신에 대한 자책, 뭐,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이 날, 태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대길의 말에는 그의 진심이 참 많이 담겨있는 듯 했어요.
그래서 그런가? 이 날의 대길이는 '비춰지는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눈에 비춰지는 사람. 그리고 그 누군가의 눈에 어떻게 비취질까, 라고 내내 생각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는 듯 하더라구요.
재수없는 소리 작작해.
죽고싶어도 말이야, 죽을 수 없는 이유 하나 쯤은 ... 누구나 있기 마련이거든.
대길이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있기에, 죽지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었어요. 죽음의 순간까지 말이죠. 어쩐지.. 길들여지지않은 야생동물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가 살아남기위해서 발버둥치는 것은, 뭔가 커다랗고 깊은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식구들을 건든 놈에 대한 복수가 남아있기에, 그 것이 죽고싶어도 죽을 수 없는 현재의 이유, 라고 그는 말할 수도 있지만 ... 그 것은 아마, 죽고싶지만 살고싶은 자신에 대한 변명, 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죽을 수 없는 이유가 백만가지라고 해도, 그 것은 너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이유일 꺼라고 생각하니까요. 뭐, 너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가 있으니 '너'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닐런지... (횡설수설)
그렇게 그는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가는 녀석이었어요. 참 필사적으로. 그래서, 좋아요.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기보다는 필사적으로 살아가려는 녀석이.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개똥밭에 굴러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거든요. 오래 전에 본 드라마와 근래에 읽은 책에서 주던 메시지가 약간 겹쳐지기도 했어요.
치열하게 살다 명예롭게 죽으면 그 뿐이다.
치열하게 살다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려고, 다만, 죽을 때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라는 이 사람은, 대길과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대화에서 뭔가를 느끼게되고 보게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비의 삶을 살면서도 마음으로는 결코 노비가 아니라며 살아가던 그는, 최하위층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들의 고단함을 마음으로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섞이지 못했기에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꾸겠노라며 달려갔던 것 같거든요.
처음, 그가 노비의 모습으로 등장해서 온갖 굴욕을 당할 때.. 항상 자신이 부리던 노비의 삶을 살아가며 이 사람은 그 계층의 고단함을 느끼게 되지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직후 '나는 너희와 다르다' 라는 말에서 '그게 아니었군' 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거든요.
그에게 노비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렇기에 '언년=혜원'이란 공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부정할 뿐인 듯 싶기도 하고 말이에요. 언젠가, 어쩌면 조만간, 그가 아내와 재회하는 날 '언년=혜원'이란 공식을 받아들이게 되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태하는 아무래도 대길과 언년(혜원)을 통해서 스스로의 모순, 그 틀을 깨부수는 캐릭터인 듯 싶네요. 그리고, 영웅이되 영웅이 아닌 녀석인 듯도 하고 말이죠. 점점 인간이 되어가는 듯 해서 초반보다 태하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고 있어요.
누구나 죽으니 죽는 것이 억울할 것은 없다.
다만, 죽을 때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지.
그렇게, 태하의 눈에 비친 대길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과거의 영광을 가슴에 품고 먼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에 섞이지 못하고 살아갔기에, 세상을 바꾼다는 큰 꿈 속에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의 고단함을 여전히 몰랐던 그는, 과거의 영광을 버리고 치열한 현재에 섞여서 살아가며 소소한 미래를 꿈꾸는 그에게서 ... 자신이 외면했던 그 무언가를 보게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보지만, 모르겠어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다가 얻어맞는 대길을 감싸던 태하...
태하의 꿈틀거림이 아니었나, 라고 생각하는 중이지만... 태하가 대길을 감싸는 모습이 뭔가 아무튼, 16회에서 둘이 티격태격 쌈질하는 것에서 받았던 느낌과 비슷한 걸 느꼈던 것 같아요.
2. 어떤 이유에서건 살아남으려는 이들.
철웅이 손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최장군과 왕손이... 역시나 살아있었습니다. 사실은, 좀 떠도는 뭔가를 봐버린 덕에 살아있을 거란 확신을 80% 정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정말로 살아있었네요..; 게다가 포졸 두어명은 거뜬하게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어버렸음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도 모르겠군요.
숨죽이고 그리 죽은 듯 몸을 추스리던 그들은, 이제 그 몸을 일으켜서 자신들의 길을 걸어나가기 시작했어요. 아, 걸을 힘이 없어서 소타고 가려는 듯도 하더라구요. 왠지 '우리 사실은 살아있어요' 라고 말한 후에 잠시 가볍게 웃음짓게 만들어주고 사라지셨답니다, 최장군이랑 왕손이.
그렇게, 대길과의 어쩔 수 없는 이별 및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은... 1회부터 등장했으나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월악산의 짝귀언니의 등장 및 기타등등의 연결점을 만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드디어 월악산 짝귀언니가 등장한다고 하니 말이죠. 그리고 그 분이 누군지는 벌써 인터넷 기사로 떠돌고 다니고 말입니다. 공홈의 예고를 보니 월악산 짝귀언니... 만만찮은 분들이라서 왠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예고에서 홀로 철웅이를 상대하러 간 천지호 덕분에,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주를 내내 가슴졸였어요. 그리고 그 것은 역시나 낚시였습니다.... 두둥!!! 예고에 나온 1 대 1 장면 뒤에 나온,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달아나는 걸 보면서 잠시 낄낄거리며 웃고 말았답니다..;
아무튼, 천지호가 그리 허무한 개죽음을 당할 캐릭터가 아니었던거죠.
그는, 숨통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대길이를 본인 말로는 업어키웠다는 천지호였으니까요. 대길이에게 그렇게 살아남아야만 한다고 가르친 것이 천지호였을테니, 천지호또한 그렇지 않겠어요? 어딘가 두 사람, 비슷한 부분이 없잖아 있으니 말이에요.
호랑이 코털 살짝 건들여서 간지럽힌 천지호는, 이제 자신이 거둬들인 패거리들 중에서 하나남음 대길이를 구하기로 해요. 아마, 원수를 갚기위해 손을 잡게되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아무튼... 두 사람이 눈빛을 마주하는 걸로 뭔가를 암시했는데, 그 즈음에 둘이 작전을 세우지않았을까... 라고 혼자 생각은 해보지만, 오늘 보면 알겠죠?
대길이한테 와서 '너 구해줄거다' 라는 말을 할 때까진 좋았는데, '너 돈 없냐' 라며 이리저리 찔러보며 낄낄거리다가 ... 갑자기 안면 싸악~ 변하는 천지호를 보면서, 따라 웃다가 따라 정색하는 저였습니다..;
원손을 품에안고 어디론가 향하는 혜원이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임기응변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듯 했어요. 아마, 내가 아니면 아무도 이 아이를 보호할 수 없다, 라는 것을 알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자기 한 몸 지키기도 힘들었던 그녀가 원손을 보호하며 험한 길을 잡는 것은, 세상을 바꾼다는 것에 대한 희망이 어린 원손에게서 시작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 보다도 태하의 마지막 말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원손을 부탁한다는...!!!
늘 보호만 받던 그녀는 원손을 지키기위해서 피까지보며 이래저래 상황을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점점 위험해지기 시작해버린 듯도 싶어요. 으음, 이 위기를 그녀는 어찌 해쳐나갈 것인가..두둥!!! 인가요?
3. 노비당을 이끄는 그분의 활약 & 대길이의 최후를 지켜보는 업복이.
솔직히, 대단하시다는 노비당의 그분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그분의 이러저러한 행동들을 그리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진 않았어요. 뭔가, 허풍이 들어간 듯한 모습도 그렇고...; 솔직히, 여전히 허술하다는 느낌과 더불어서 그 전에 머리에 구멍뚫고 죽인 양반네들의 목록에 대한 의문이 다 풀어지지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분명히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말이에요.
아무튼, 어느 양반집을 당당하게 대문으로 들어가서 노비문서 태우고 재산 몰수해서 유유히 사라지는 그분과 노비당과 그 집의 노비들의 문서를 태워준 그분. 이 일로 인해서 좀 시끌벅적 해지려나~ 라고 생각했지만 ... 대길이와 태하의 사형집행으로 인해서 뭍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으음, 어쩌면 ... 사형집행 후에 터질지도 모르겠지만, 사형집행 후에 좀 일이 벌어질 듯 하니 .... 양반들이 오금저리고 노비들이 희망을 품게되는 모습들이 보이게 될런지도 모르겠고. 나오겠죠... 뭐.
첫 회에 대길이에게 잡혀온 후로 얼굴에 노비낙인이 새겨진 업복이는, 노비당에 입당하면서 대길이를 암살하려던 것을 실패한 후, 참으로 오랫만에 대길이를 보게되었어요. 사형장 앞에서 죽지 않겠노라 발악하는 그를 말이죠.
문득, 이 사람은 그런 대길이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언젠가 너 그런 일 당할 줄 알았다, 라며 통쾌하고 시원했을까, 그런 통쾌함의 어느 끝에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진 않았을까... 내 손으로 너를 해치워야 했는데... 라며 분하지는 않았을까...? 사실 그와 대길이의 눈이 정말로 마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을 것 같은 모습에서 좀 ... 궁금해졌어요. 대길이와 업복이,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뭐, 대길이에게 업복이는 무수한 도망노비들 중에 하나였기에 기억하지도 못할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4. 기타등등~;
+ 철웅이 이야기도 살짝 하려다가, 그냥 넘기기로 했어요. 아무튼, 왜 그리 모든 걸 뭉개고 부셔버리고 밟고 일어서려고 하는 건지.. 그 마음 속에 들어있는 응어리는 감당못하게 커다란 것 같네요. 그래도, 마눌님과 눈 마주치고 대화를 하는 모습에서 ... 그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마눌님 뿐이라는 것 같기도 했어요.
+ 예고의 좌상대감이 딸을 향한 그 지극한 사랑, 그 것이 독이되어버린 듯 싶었어요. 좌상대감의 약점은 오만이 아닌 철웅의 마눌님이 아닐런지... 그걸 철웅이만 모르는 것인지, 아니까 마눌님과 눈을 마주하며 대화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 우리 대길이 죽는 거 아니겠죠~ㅠ.ㅠ? (당근 주인공이니 아직은 안죽겠지만..;)
+ 큰주모, 최장군 기다리다 방화백과... 두둥!!! 그래도 긴긴밤 외롭지 않을 큰주모를 보니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요. 그나저나, 큰주모랑 최장군을 밀었던 나는 뭐란 말인가...;;;
+ 이상입니다.
+ 참~ 다음에서 '도희 블로그' 혹은 '즐거운 인생'으로 검색해보세요.
아무래도 '즐거운 인생'이라고하면 영화정보 등등부터 시작되지만 조금 밑으로 내려오면 있답니다. 아무튼 여기 까먹으면 다음에서 검색해주십시요~ㅎㅎ (예전엔 은근 있었지만, 요즘은 황량해진 덕에 누가 해주겠는만은...;; <- 이라고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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