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야 겨우 쓰게되네요. 이제야 겨우 쓰는 덕분에 뭐... 두리뭉실 슬렁슬렁 대충대충..;;
추노 6회는, 어쩌다보니 동행하게 된 어색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며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 및 조선최고의 추노꾼이 추노질을 하는 방식이 그려졌답니다.
1. 어색남녀의 호감진행형.
아무리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예의 차릴 것 다 차리며 다소곳하디 다소곳한 양갓집 규수이면서 '결혼 첫날밤'에 가출을 하고, 첫번째 목적지 다음으로는 딱히 치밀한 계획도 목적도 없이 '발길 닿는대로'라며 속편한 생각이나 한 듯 하고, 그러다가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않은 처음보는 남정네가 '같이 가시겠습니까?' 라고하니 그저 자신이 한번 그 남정네가 자신을 두번 구해줬다는 이유로 '넵!!!' 거리면서 그 남정네 덜컥 따라서 도망길에 오르는 간덩어리 부운 혜원과
자신을 구해줬고 자신이 구해줬으니 대충 퉁치고 인연 접어도 되었음에도 절하는 모습이 이뻐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저기 까지만 같이가자'라며 좀 급히가야만 하는 자신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드는 모래주머니같은 여인을 절대 놓지않으려는 태하.
그렇게, 여차저차 어찌저찌하여 진지+어색모드로 도망길을 함께하는 두 사람은, 처음엔 약간 삐걱거리더니,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간간히 농담도 하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어가는 듯 하더라구요.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단단한 껍데기 속에 감춰진 말랑한 속을 알게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게다가, '양반'이라는 그 신분에 사로잡혀서 자신을 꽁꽁싸메는 모습은 두 사람다 은근 닮은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아무튼, 이래저래 어색남녀가 이래저래 은근 그러지않을 장면에서 툭툭 주고받는 대화에서, 뭔가 의외성이 느껴지면서 혼자 웃어버리곤 했답니다. 뭔가,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 사랑의 전초전같은 느낌도 조금 들었고 말이죠.
2. 태하 안만났으면 너는 어찌 되었으려나....;
그나저나 혜원이는 태하 안만났으면 어쩌려고 그랬니, 라는 생각이 회를 거듭할 수록 깊어지고 있어요. 정말 하나에서 열까지 할 줄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그저, '난 양반이에요.'라는 다소곳하디 다소곳한 모습 외에는 말이죠. 그래서 때론 답답하기도 해요.
이 아이는 그저 한없이 보호만 받고 살아온 아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비시절에도 그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는 자신의 동생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오라비에 의해서 한없이 보호받으며 종살이를 했을테고, 그렇게 불지르고 달아난 후에도 오라비의 과보호 속에서 꽃처럼 귀하게 살아오지 않았을런지... 그래서, 이 아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주 당연한 그런 아이인 듯...느껴지더라구요. 그렇게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한없이 보호받고 또 보호받는 그런 운명을 지닌 듯한 모습이랄까...?
게다가, 과거에 '노비'였다는 것이 마음 속에 너무 깊이 새겨져있어서, 그 노비낙인은 그리 지워냈어도 마음 속에 새겨진 그 낙인은 지워낼 수 없었기에,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더 우아하고 도도하고 다소곳하디 다소곳한 양반아씨의 모습을 지워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상황이 절박하다고 양반아씨의 체면을 지워내버린다면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 지워내지 못했던 '노비'였던 과거를 인정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녀가, 노비였던 자신을 끝끝내 지우고 양반아씨의 모습만을 간직하려는 것은 ... 마음 속의 정인을 위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답니다. 뭔가 좀 생각을 정리하기 좀 버거운데, 그녀는 신분의 차이로 자신의 사랑이 세상에 인정받을 수 없는 그 상처가 그녀에게는 꽤나 깊이 사무쳐버렸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신분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인해서 자신의 사랑을 인정받을 수 없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고, 그래서 그를 잃게된 것이고, 그렇게 그를 정인으로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죄가 되지않게 하기위해서 스스로 양반으로서의 그 옷을 결코 벗어던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녀가 양반체면을 차리며 허리 꼿꼿히 세우는 것 자체가 대길을 향한 그리움은 아닐까... 라는 좀 말도 안되는 생각.
이상은.. 요즘 많이 욕먹는 혜원이를 감싸주고 싶은 마음에 이래저래 머리 굴리며 생각해낸 저의 생각입니다. 전 약간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누가 엄청 좋아하면 되려 '시큰둥~'해지고, 누가 좀 뭐라뭐라하면 '에구에구~' 이러는 편이거든요. 원래 ... 혜원이 그다지 깊이 생각하고 바라본 적도 없답니다. 아무튼, 뭐... 반쯤은 저런 마음으로 보고있고, 반쯤은 '그래도 좀 열심히 살아봐'라는 생각이에요. 정말, 이 아이는 태하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는지 ... ;;;
아니, 그녀가 그리 무모한 가출을 할 수는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순간, 언제 어느 순간에도 그저 한없이 보호받는 운명인 그녀에게 태하가 준비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는 듯. 하필, 그 시점에 태하가 소현세자의 편지를 받고 탈출을 했고, 대길이랑 그렇게 마주하고, 천지호가 활을 쏘아서 그를 위태롭게 만든 것도 다 준비된 것이 아닐까 ... 라는 지극히 말도 안되는 감상적인 생각 하나 더.
아무튼, 이 아이가 지금의 모습, 그렇게 누군가에게 한없이 보호만받고 이끌려가는 운명에서 벗어나서 스스로를 지키게 되는 시점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시점은 아마 그녀 마음 속에서 살아있는 정인이, 그녀가 살아숨쉬는 세상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될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3. 머리로 추적하고 몸으로 달려드는 조선최고의 추노꾼.
제가 이 드라마 [추노]에서 가장 흥미롭게 바라보는 캐릭터는 대길이에요.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냄새나는 불안불안하고 입체적인 캐릭터, 라서 그런 듯 해요. 다른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지만 이 아이는 매력을 넘어서 재밌거든요.
사람의 어깨 위에 달린 이 무거운 머리란 녀석은 장식으로 달아놓은 것이 아니기에, 사람은 생각이란 걸 하면서 살아야한다고 해요. 누가. 그리고 아마, 대길이가 조선 최고의 추노꾼이 된 것도 그 어깨 위에 달린 것을 장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이란 것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 사람을 추적할 때는 그 사람의 내력을 하나하나 파악해서 생각하고 정리하고 종합해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그 흔적을 찾아가는 듯 하달까...?
게다가, 천지호 패거리가 어떻게 도망노비들을 쫓아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지호와 그 패거리의 누군가의 '우리도 말타자'라는 내용의 대화는 대길의 방식이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 세계에서 뭔가 뭔가 색다른 방식인 듯 싶었거든요.
넝마입은 추노꾼의 겉모습 속에 숨겨진 그의 깊은 속에 어딘가에는 비단옷입은 양반도령이 어느 한 곳에서 숨쉬는 듯도 했어요. 아마 양반도령 때, 계집종 손 따뜻하게 해주느라 돌멩이 따뜻하게 만들 때 찢어넣은 서책들은 그가 이미 읽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긴 들더라구요. 그렇니까 계집종에게 정신팔렸어도 나름 대충이라도 할 건 했다, 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어느순간 흔적을 지우고 달아난 태하를 추격하려던 대길은, 태하가 노비가 되던 시기의 기록들을 가지고서 사건을 파악하고, 그 기록 속에 없는 진실까지 끄집어내어 그의 흔적을 찾아내어 뒤쫒게 되더라구요. 게다가 그보다 먼저 앞서가며 덫을 설치하기도 하고 말이죠. 허걱 잔머리 및 에잇 사기꾼, 라고 생각했답니다.
이 사람의 10년 세월이 궁금해지고 있어요.
그의 10년 세월 속에 그저 언년이만 담겨있진 않을테니 말이죠. 어떻게 양반도령이 추노꾼이 되었는지, 왜 천지호 밑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왜 그 패거리에서 나왔는지, 어떻게 최장군과 왕손이를 만났는지, 그는 콧대높은 양반에서 저잣거리의 욕이란 욕은 다 먹는 추노꾼 이대길로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버렸는지 ...
올곧은 길을 걷는듯한 태하의 삶은 어느정도 보여줬으니, 길을 벗어나버린 대길의 삶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답니다. 10년 전보다는 그 10년 세월이 궁금한 저라서 말이죠.
4. 현실을 받아들이다.
아마 [추노] 5 ~ 6회의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는, 남편을 걱정하는 철웅처의 마음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무리 그 마음을 전하고 또 전해도 상대의 마음이 완전히 닫혀있어서 철웅처의 마음은 결코 철웅에게 닿지를 못하는 듯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아내의 마음만큼, 그런 아내에게 마음을 닫고 눈을 닫고 귀를 닫아버린 철웅이 야속하게 느껴지면서도 또한 안타깝게 다가왔어요. 철웅처에게 철웅은 자신의 소중한 낭군이지만, 철웅에게 철웅처는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한 황금열쇠이자 의지가 없이 살아가야하는 덫인 듯 했거든요.
문득 생각난 건데, 그가 아내의 글이 보이지않고, 아내의 말이 들리지않는다라는 그 말은 ... 철웅의 마음의 문이 닫힌 것과 동시에, 아내가 하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알고있는 그 진실을 솔직히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 드네요.
철웅의 인생은 좌의정의 손을 잡는 순간부터 스스로의 의지가 없이 달려가게 되지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는,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달리 달려가는 순간순간에도 어떤 자존심이라는 끈을 단단히 잡고있었고, 그에게 길들여진 순간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놓아버리면서 그는 좌의정의 개? 허수아비? 그런 것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모르죠. 그렇게 길들여져서 그가 그려준 길을 따라 걷는 순간순간에도 놓아버린 자존심을 겨우 찾아내어 붙들고 그 길에서 벗어날 방법을 만들어 나갈지는.
그러나, 아무래도 그가 태하에게 보여준 모습은, 콤플렉스로 뭉치고 뭉쳐서 그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어딘지도 모를, 그래서 풀어내기 힘들게 엉키고 엉킨 듯 해서... 당분간은 그 길에서 벗어날 방법을 만들지는 않을 듯 해요. 그냥, 그렇게 달려가며 자신의 콤플렉스의 원인을 완전히 베어내려고 할 뿐.
그렇게 그는, 이제부터 시작될 신비하고도 험난한 모험의 세계라기 보다는, 어쩐지 꽤나 살벌하고 피비린내 날 듯한 모험의 세계에 마지막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어요. 그의 뒤를 정리정돈 해줄 천지호까지 끌어들여서 말이죠. 이 사람이 안타까우면서도 자신들의 세상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는 천지호 패거리를 끌어들였다는 것은 왠지 좀 싫더군요. 그래도 천지호도 드라마의 한 축을 제대로 담당하고 있으니 그렇게 그 모험의 세계에 들어서는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5. 적의 적도 적일 뿐이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비슷한 의미로 요즘 읽고있는 책에서는 '독수리와 들개는 동업자'라고 하고 말이죠. 그러나, 이들의 관계에서는 적의 적은 아군이 될 수 없었고, 독수리와 들개도 동업을 할 수가 없는 듯 해요. 그냥, 적의 적도 적일 뿐이다... 랄까....?
누가 쫓아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제 갈길 열심히 간다는 태하의 목적지에서, 그 보다 앞서서 도착해버린 철웅. 그리고 백호(호위무사)나 윤지(이상한 여자객)는 별 고생없이 단번에 찾아온 그 길을 머리 굴려서 덫까지 설치하면서 찾아온 대길. 그렇게 세 사람은 만났어요. 그리고 이미 시작된 멀고도 험한 모험의 길은 더 살벌하고 험하게 그려질 듯 하더군요.
태하의 경우에는 그 멀고도 험한 길을 겨우 도착했건만, 자신의 스승님은 이미 저 세상으로 가신 후였어요. 아마, 그의 발목에 묶여있던 모래주머니를 던져버리고 달려왔다면 오래 전에 도착해서 그 뜻을 받들었을텐데, 그는 그러질 못해서 늦어진 듯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럼에도, 이제 겨우 벗어던진 모래주머니가 SOS 치니까 바로 후다닥 달려가는 그라니...; 그 호각소리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가는 그를 보며, 그 호각소리가 어떻게 거기까지 들렸냐보다도 더 쓴 웃음이 나왔다나 뭐라나~;
대길은 태하를 죽이든 살리든 일단 잡아서 좌의정에게 대려가는 게 목표지만, 그럼에도 그가 그들의 싸움에 뛰어든 것은 그의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태하와의 싸움에서 밀렸음에도 불구하고 곧죽어도 아니라고 큰소리치고, 조선에서 자신 외엔 그와 일대 일로 겨룰 자가 없다는 둥의 큰소리 빵빵,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칼을 그의 목에 겨누고싶은 듯 하더라구요. 으음, 그래서 대길은 그가 잠잘 곳 없지 체력고갈되게 나름의 덫을 설치한 것일테고 말이죠. 아하하...;
그들의 싸움에 끼어든 대길은 ... 뭐랄까, 놀아주지않는 형아들한테 붙어서 놀아달라고 하는 듯한 느낌도 언뜻 들었답니다. 이래저래, 셋이서 정말 참, 늬들이 고생이 많다, 싶기도 했고.
6. 기타등등~;
* 혜원이에 대한 잡담.
- 혜원이 소복에는 피도 곱게 튀지요...ㅋㅋ
사실, 그때 태하가 관원들 품에서 돈꺼내서 남장할 옷이라도 하나 사입힐 줄 알았는데 ... 그림이라니...;
- 혜원이의 미친척을 기대했던 1人. 혹시, 그 상황에서 도도한 척 구는 게 미친 척이었을지도...;;;
- 혜원이는 왜, 암자에서 달아날 때, 집에서 달아날 때 입었던 남장을 하지않고 미친년 팔랑거리는 머리와 옷을 한채로 달아났을까나... 급해서? 그래도 옷보따리는 챙겨서 나올 것이지.. 일단 챙겨두면 나중에라도 갈아입을 수 있잖아? 등등등의 생각.
* 예고보니 이제 옷을 껴입고 나오더군요. 그래요, 추우니까...;;;
* 윤지라는 자객의 국적은 과연 어디...? 옷도 요상하고 ... 그녀도 미친년 팔랑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듯 하다, 라고 혼자 생각 및, 혹시 차원을 넘어서 온 현실세계의... 라는 정말 별 말도 안되는 잡생각...;;;
* 2백냥으로 시작한 흥정의 결과, 대길이는 5천냥... 천지호는 5백냥.
고생은 천지호가 더 할 듯 하지만, 그래도 대길이는 목숨이 걸려있으니까... 라고 생각.
그나저나, 대길이 제 입으로 5백냥이라고 못박았으니 걸리면 어찌할런지 기대가 큼...!!!
* 심심하면 기생끼고 헛소리하는 양반이나 태하나, 양반이란 자부심으로 부리는 허세는 거기서 거기라고 잠시 생각...; 그래서 철웅이의 콤플렉스가 그저 그 혼자만 느끼고 삽질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좀 들고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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