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미남이시네요 6회 - 번갯 불에 쏘인 것처럼, 찌릿-*한 아이들.

도희(dh) 2009. 10. 24. 18:58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6회.

뭐였을까, 그게 뭐였을까. 무언가가 가슴에서 덜컹 내려 앉는데-.
도무지 알 수 없어. 무엇이 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었-나.
서리하다 들킨 아이도, 못볼 걸 본 소년도 아닌데,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엇.
그게 무엇 이었나-. (중략)

-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中 '뭐였을까' -


전기가 통하는 듯한 찌릿한 느낌. 가슴에서 덜컹 내려앉는 뭔지모를 그 저릿함. 그 것이 사랑의 전조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었고, 저는 그렇게 듣고 있었습니다. 위의 가사는, 알베르트와 롯데의 결혼 소식을 들은 베르테르의 좌절을 그린 넘버입니다. 언뜻보기엔 어울리지 않지만, 저는 묘하게 서로의 마음이 엇갈리며 상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롯데와 알베의 결혼소식에 무너져내린 베르의 슬픈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미남이시네요 6회는,
그런 찌릿한 느낌, 저릿한 마음으로 각자의 상대를 바라보면서도, 그 게 무엇인지 모르는, 그리고 조금은 알아버리는 아이들의 엇갈림이 그려졌습니다.






1. 번갯 불에 쏘인 것처럼 ~ 젬마

원장수녀님, 전기가 오면 이렇게 아픈 건가요-?

아침에 눈을 뜬 젬마는 어쩐지 기운이 없고 찌릿찌릿한 느낌이 온 몸에 남아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것이 전 날의 전기충격기의 부작용, 이라고 생각한 젬마는 온종일 물을 마셔대며 그 찌릿한 감정을 지워내려고 합니다. 온종일 물을 마시며 '맛있네~'라는 멘트까지 날려주는 걸 보며 '혹시.... PPL...?' 이런 생각도 언뜻 들었지만, 귀엽게 웃으며 넘겨줄만 했어요-, 저는. 

그리고 신우와 태경과의 대화를 통해서 젬마는 여지껏 인식하지 못했던 것 하나를 인식하게 됩니다. 태경이 '남자'라는 사실을 말이죠. 젬마는 태경을 '남자'가 아닌 그냥 '황태경'씨라고 내내 생각하고 있는 듯 했거든요. 그 것은 아마, 극 중간중간 내내 '아, 내가 남자였지'라고 새삼스레 다짐하듯 중얼거리는, 어딘가 허술하고 어리버리한 젬마가 '고미남'으로서 남자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었던 이유와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요. 젬마의 세상에선 '남자와 여자'의 그 구분선이 우리의 세상의 구분선과는 다르지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홈쇼핑의 구두, 유헤이의 머리핀) 젬마는 태경을 이제 더이상 그저 '황태경씨'가 아니라 '남자 황태경'으로 인식하게 되어버린 듯 하더군요. 그렇게, 어린 아이 같은 소녀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몸에 남아있는 전기는 사라지지가 않았습니다. 때때로 괜찮은데, 또 때때로 저릿- 한 그 느낌에 '왜 이러지?' 라고 자꾸 자신에게 되물으며 물을 마셔대고 있었습니다. 태경도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였다는 사실에, 태경이 유헤이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에, 그런 헤이가 자신에 비하면 참 예쁘다는 생각에, 유헤이와 태경의 관계를 지적하는 사장형아의 말을 뒤에서 듣는 순간에, 유헤이가 태경과 함께있다는 사실에, 기다려도 오지않을 거란 사실에, 그런 순간순간, 젬마는 찌릿한 느낌에 어쩔 줄 몰라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 것은 더이상 찌릿-* 이 아닌 저릿-* 이 아닌가 싶어요. 태경을 남자로 느껴버린 순간의 그 찌릿-* 하게 감전 된 듯한 그 느낌이 아니라, 가슴이 저릿-*해지며 온 몸에 그 감각이 퍼져서 마비되어버리는 순간순간 저며오는 듯한 그런 느낌이 아닐까?

그래서 젬마는 여자가 되고싶은 듯 했습니다. 그래서, 여자 고미녀가 되어버린 젬마는 머리에 핀을 꽂고, 예쁜 치마를 입고, 굽높은 구두를 신었습니다. 그리고, 태경에게 '미녀양'이라며 '여자대접'을 받는 것이 기뻤고, 태경이 돌아와서 약속을 지켜준 것이 기뻤고, 예쁜 핀을 사줌으로서 '여자'로 인정해 준 것이 기뻤지만, '내가 아는 고미남은 남자'라는 태경의 말에, 자신이 사준 핀을 꽂은 고미녀는 볼 수 없을 거라는 태경의 말에, 내심 서운한 듯 보이더군요. 자꾸만 곱씹 듯 중얼거리며. 그 순간의 젬마는, 어쩐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여자입니다' 라고 끊임없이 외쳐대고 있는 듯 했거든요.



2. 번갯 불에 쏘인 것처럼 ~ 태경

쳇- 고미남이 갔어? 고미남. 이대로 갔다고-?
내가 너 이대로 보낼 거 같애-?


아마, 태경을 잠을 깊이자지 못하는 아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예민한 아이가 불면증까지 있다고 한다면, 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태경은, 젬마와 한 방을 쓰게된 그 날-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숙면을 취하게 됩니다. 태경 스스로는 모르지만, 젬마가 태경의 가슴에 안겨서 잠을 잤는데, 예민한 태경은 그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말이죠. 그리고 태경은, 전날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습니다.

계모 매설수가 목을 졸라 죽이려고 했던 것을, 자신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한다는 사실을 그날 밤 알아버린 어린 호동은, 그 날 이후로 매일 밤 검을 가슴에 품고 잠을 청해야만 겨우겨우 잠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명이란 아이의 존재가 곁에 있게된 이후로 그는 검이 없이도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합니다. (드라마 '왕녀 자명고' 中)

어쩐지, 좀 뜬금없긴 하지만, 젬마를 품에안고 편안하게 숙면을 취한 태경에게서, 칼대신 자명을 품에안고 잠들고 싶다던 호동이 떠올라 버리더군요. 젬마라는 한 아이의 존재가 황태경이란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곳을 차지하는가 싶기도 했고. 사실, 태경이 눈을 떠서 젬마가 자신에게 안겨있는 모습을 보고난 후의 왈가닥스런 에피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저는 '그러고보니까 어젠 정말로 푹- 잤네? 한 번도 안깼어.' 라는 태경의 이 한마디에 '오오옷~~~' 거리며 봤습니다. 뭔가, 스스로도 모르는 진도를 나간 느낌이랄까?

사장은, 젬마를 일단 싱글앨범을 내게해서 홍보를 하고, 어느정도 인지도를 쌓은 후에 정식으로 'A.N.JELL'로서 세우려고 하는 듯 하더군요. 그리고, 오빠가 오기 전에 잠깐만 자리를 메꿔주기로 했던 젬마는 당황하여 태경에게 사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태경은 '두 사람 얼렁뚱땅 끌고온 상황에 마지막 선을 내가 그어 준거야. 너, 내 노래 부를 수 있어? 할 수 있으면 남고, 그게 아니면 나가.' 라고 아주 매정하게 말하게 되더군요. 마음의 충돌처럼 보였어요. 여자인 것이 밝혀지면 곤란해질테니 어쩔 수 없이 도와준다, 라는 마음과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 라는 과제를 내고 시험하는 듯한 마음. 게다가 혼자 엉뚱하게 생각한 것을 하나 더하자면~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지 않는 젬마에 대한 괴씸죄도 적용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해봤어요. 태경이가 의외로 뒤끝이 심한 듯 해서 말이죠.

아무튼- 냉랭하게 마지막 선을 그어줬으면서도, 갑자기 젬마가 떠나려는 것에, 태경이는 어떤 저릿- 함이 느껴진 듯 하더군요.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저릿함과 분노가 앞서서 그 앞에 달려가서 '가지마'라고 말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말들을 다 쏟아부었지만 결론은 '가지마'였으니까요. 그리고, 자신이 잘못알았다는 것에 대한 어떤 안도감과 더불어서 '여자 고미녀'와의 첫만남이 꽤나 신선하고 즐거운 듯 보이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젬마가 아무리 '나는 여자입니다'라고 외쳐대도, 핀을 사주고 또 꽂아보지 않고 나중에 여자로 돌아가면 꽂겠다는 젬마에게 '그럼 나는 볼 수 없겠다' 라며 '내가 아는 고미남은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선을 정확히 그어주고 있는 듯 하더군요.

젬마에게 태경이 남자가 아닌 '황태경'씨 인 것 처럼, 태경에게 젬마는 남자흉내를 내는 여자지만 어찌되었든 '겉은 남자'였으니까 말이죠. 이 차이는, 개개인의 생각의 차이인 듯. 음- 이 부분에 대한 것이 좀 갸우뚱거려지는 것이, 하나를 생각하고 맞춰놓으면 그 다음이 어긋나고, 그 다음의 생각을 맞추면 그 옆이 어긋나서 자꾸만 정리가 안되고 있어요. 공식에서 조금만 틀어지면 엉망진창이 되던 큐브를 맞추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그냥, 어렴풋이 느끼는대로 생각하고 말란다- 싶달까?




3.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려는 젬마, 그 것을 지켜주려는 태경.

그럼 이번엔 제 목소리를 맡아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황태경씨가 선택해주신 목소리는 가짜 남자 고미남의 것이 아니라 진짜 제 것입니다.
황태경씨의 노래를 부르게 해주십시요. 해보겠습니다. 
열심히해서 꼭 세이프 하겠습니다, 형님!!!


앞으로 정말 그렇게 진행될 지는 모르겠지만, 젬마는 더이상 태경에게 '나는 여자입니다'라고 외치지 않을 것이고 태경은 젬마에게 '내가 아는 고미남은 남자다'라고 선을 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날, 6회의 이 아이들의 모습에서 단순한 '남자와 여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모습이 느껴졌거든요. 아무래도, 기본적으로는 연애물인 이 드라마에서 단순한 연애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들을 자꾸만 발견하게 되어서 그런가봐요.

젬마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남장여자 고미남으로서 앨범을 내고 무대에 서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연예인'이 되느냐- 아니면 이대로 관두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느냐. 아마, 젬마는 처음부터 결론을 내렸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원장수녀님이 계시는 명동성당으로 향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자신이 지금 한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기를, 겁내지 말고 두려워 하지말고, 잘 이루어내기를, 바라고 또 힘을 얻기 위해서 말이죠.

젬마는 [미남이시네요] 6회에서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자 고미녀의 모습과 남자 고미남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젬마는 그 두가지의 모습을 다 보여주게 되지않을까- 싶더군요. 고미남을 흉내내는, 끝없이 스스로에게 남자라고 자각시키는 고미녀가 아니라, 겉은 고미남이지만 속은 고미녀인.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사람'의 모습으로 말이죠. 젬마는 내내, 오빠대신, 엄마를 찾기위해서, 고모가 와버렸으니 잠시, 라는 어떤 핑계로 A.N.JELL에 남았고, 어떻게보면 '누군가 때문에' 라는 이유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나는 남자였지' 라며 '나'에 대해서 꽤나 흔들리는 듯 보였고 말이죠.

하지만, 남자의 겉모습과 여자의 속마음, 난생 처음 느껴보는 찌릿하고 저릿한 그 마음, 그리고 원장수녀님께 충전한 파워업- 등등등으로 인한 젬마는 더이상 '남장여자 고미남'이 아닌 '겉은 고미남이지만 고미녀의 목소리'로 '겉은 비록 가짜지만 속은 진짜 진실된 마음'으로 대중들의 앞에 당당히 서겠노라, 하더군요.

젬마는 이제, '누구때문에' 그 곳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 곳에 남아서 당당히 서겠노라, 합니다. 아마, 이런저런 마음의 변화의 한 구석에선 '황태경'이란 사람에게 '가짜 고미남'이 아닌 '진짜 고미녀'를 보여주고 싶은 어떤 마음이 함께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남자나 여자라는 어떤 틀이 박힌 것이 아닌 '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래서 '황태경씨가 선택한 목소리는 진짜 제 것'이라며 그 앞에서 그리 자신을 알린 것일 수도 있고.

그리고 태경은, 그런 젬마의 목소리를 선택하게 됩니다.
젬마에게 이 곳을 떠나, 원래의 삶을 찾을 기회를 준다, 라고 했지만- 사실은 마음 어디선간 그러지않길 간절히 바랬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리고, 태경인 정말로 젬마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기에 '사장의 제안'을 군말없이 받아들였을테고 말이죠. 위에서 말한 마음의 충돌과 더불어, 자신의 분야에서 프로인 태경은, 젬마의 목소리로 자신의 노래를 부르게 하고싶은 욕심, 으로 위험할지 모를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젬마의 선택을 기다린 것일테고 말이죠. '자신의 욕심에 의해서'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닌 '젬마 스스로의 선택'의 기회를 준 것 같았달까? 태경은, 젬마가 더이상 움츠리지 않고 '진짜 나'를 보여주겠노라는, 전과 다른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한 만족스러움도 있는 듯 했습니다. 태경의 그 미소(로 보였음)가 그 '만족'을 보여주는 듯 했거든요.

그래서, 내내 '여자인 게 밝혀지면 곤란할텐데'라며 젬마를 지켜주던 태경은, 그래도 자신이 귀찮아지고 곤란해지는 상황이 싫을 태경은, 그런 젬마를 지켜주기 위한 선택을 하게됩니다. 젬마는 모를테고, 앞으로도 모를 그 선택을 말이죠.





고미남, 다시 한번 묻지. 너 꼭 여기 남아있어야 겠어?
남자로, 고미남으로, 여기 남아있어야 되겠냐고.


태경의 선택으로 젬마는, 그 것이 자신을 지키기 위함임을 모른 채로, 이유모를 저릿한 그 마음에 한동안 내내 앓게될 것 같더군요. 하지만, 만약- 다시 저런 상황이 오더라도 젬마의 선택과 태경의 선택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
젬마의 입을 통해서 유헤이와 자신의 관계를 지적당한 태경의 모습은, 짧게 지나갔지만- 저는 왠지 렌이 떠올라서 오옷- 거렸습니다. 그 덕분에, 책장에 박혀있던 스킵비트 꺼내다가 막 혼자 읽으며 '렌...멋있어..ㅠ.ㅠ***' 이러고 있었달까?





3. 번갯 불에 쏘인 것처럼 ~ 신우

거의 다 왔는데. 한 발자국만 더 오지.

꽤 이쁜 데이트씬이 나왔습니다. 같은 공간 - 같은 장소에 서 있지만, 어떤 보이지 않는 벽으로 그 공간이 둘로 나누어져서, 같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서 있는 듯한 두 사람의 데이트에서, 저는 어쩐지 영화 [시월애]에서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남녀가 '편지'를 통해서 각자의 세계의 같은 장소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묘하게 겹쳐보였어요. 같은 장소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것을 하고있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지않는 다는 것에서 그런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더불어, 저는 영화 [시월애]를 좋아해요. 리메이크작인 [레이크 하우스]는 별로 그닥!!! 그리고, 그 데이트씬도 꽤나 좋아하고 말이죠. 꽤 잔잔한 영화라 강추는 못하지만, 저는 꽤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이 때의 전지현씨도 참 좋고.

딱- 한 발자국이 너무나 멀게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젬마의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하고 걷고싶지만, 처음에 배려라는 이름으로 살짝 뒤로 물러서며 생긴 그 '한 발자국'은 다시 되찾기엔 너무나 먼 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태경에게 뒤쳐지던 그 한 발자국. 그 한 발자국을 따라가고픈 신우는, 어쩐 일인지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어서 당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걸음을 재촉하고,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달리고 또 달려도 그 한 발자국은 도무지 따라잡히지가 않거든요. 신기루처럼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듯 하달까?

태경이 '모든 것을 알고있다'라고 밝힌 후에 젬마의 '바람막이'가 되어준 것과 달리, '모든 것을 알고있다고 밝히면 곤란해하겠지'라는 마음에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주고 있다'의 길을 선택한 이 녀석은 - 그 튼튼한 바람막이로 인해서 지켜주는 것도 못한 채, 그렇게 제자리를 빙빙 돌고있을 뿐입니다. 바람막이가 너무나 튼튼해서, 뒤에까지 모두 방어가 되고 있었거든요.

신우는 알아버린 순간 젬마에게 '나는 알고있다'라고 말을해야 했어요. 태경이 처럼 말이죠. 아는 순간 달려와서 '나는 니가 여자인 것을 알고있다'라고 했던, 태경이처럼 신우가 먼저 '나는 알고있다'라고 했다면, 신우는 결코 뒤쳐지지않고 나란히 걸을 수가 있었겠죠. 단 한순간의 배려, 그 것이 신우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고있더군요.


명동을 내가 가봤던가- 라고 잠시 생각... 아, 가봤어요. 거기서 [추격자]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 무슨, 서울에서 영화를 볼 일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한 적은 없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울 서 본 영화였어요. (웃음)

한 발자국의 거리가 자신의 생각보다 너무나 크다는 것을 깨닫고 딱딱하게 굳은 듯 서있는 신우와, 태경을 만나러 달려가는 젬마. 저 장면이 ... 되게 안타까우면서도, 신우와 젬마의 현재의 상황, 그리고 거리처럼 느껴진 듯 했습니다.

그나저나, 젬마가 푹- 잤다는 소리에 '젬마에게 태경은 남자가 아니다'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 신우는, 젬마가 태경에겐 찌릿-*하면서 자신에겐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그 것을, 눈 앞에서 보고 들었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했기에 괜히 안도하며 기뻐하더군요. 넌, 찌릿- 에서부터 이미 진거야, 싶으니 또 왠지......; 역시, 처음부터 서브남주에게 눈길안주고 오로지 젬마와 제르미만 바라본 것에 참 다행이에요. 더불어, 태경이도 슬슬 마음에 들어가고...ㅎㅎ 신우는 아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청자들이 많으니까, 굳이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아...;;;)




4. 번갯 불에 쏘인 것처럼 ~ 유헤이

얘 건들면 황태경도 다칠텐데.
나 한번 구해줬으니까, 나도 한 번만 참는다-.


여전히 유헤이가 좋은 건 아닌데, 얘가 왜 고미남을 괴롭히는지, 얘가 왜 황태경을 좋아하게 되는지는 알 것 같아서 대충 이해는 돼, 라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건 아니지만, 초반처럼 막 싫고그런 건 아니랄까?

이 아이는, 만인의 요정이고 공주입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거든요. 그런데, 자신의 발 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하찮은 어떤 아이가 자신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백댄서가 무대에서 자신을 향한 카메라를 가리는 것도, 자기보다 높은 힐을 신고서 자신보다 커 보임으로서 상대적으로 자신을 작게 만드는 것조차 용서할 수 없는, 모든 것의 중심에서 가장 크게 빛나야 한다고 여기고 살아가는 이 아이는, 그 보다 더한 것들을 자신의 앞에서 막아서는 '고미남'을 용서할 수 없고, 그래서 더더욱 싫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유헤이의 자존심이 완전히 상했거든요. 그 것이, 앞으로 유헤이가 '고미남'을 괴롭힐 이유가 될 것 같아요.

국민요정이라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칭송받고 떠받들여지는, 그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고 살아가는 유헤이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한꺼번에 당해버렸습니다. 자신과의 스캔들이 날 수도 있다는 말에도 별 반응이 없고, 몸소 작업실까지 찾아갔음에도 무시로 일관하는 황태경이란 아이에 대한 호기심과 괴씸함. 더불어서, 별볼 일 없어보이는 '고미남'이라는 아이가 남자행세 하면서 공주대접을 받고 산다는 것에 대한 불쾌함. 그 순간에 자신의 옆에는 훈이(매니저)가 있는데, '고미남'이라는 저 아이에겐 'A.N.JELL'의 꽃돌이들과 훈남 사장이 함께한 은근한 비교와 더불어서, 그 못마땅한 훈이(매니저)마저도 '고미남'이란 아이를 보자 자신을 내팽개치고 그 곳으로 달려간 것에 대한 굴욕까지. 유헤이가 고미남을 미워하는 것에는 이 정도의 이유로도 충분해 보였거든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던 클래오파트라의 콧대가 별거아닌 날파리에 부딪혀서 톡-* 부러진 듯 했달까?

젬마를 핑계로 태경을 가지고 장난치던 유헤이는,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황태경에게 되려 당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황태경'이란 사람의 '은근한 자상함'이란 것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그 것이, 그녀에겐 사랑의 전조가 되어버렸습니다. 더불어, 이 일을 핑계로 '가짜 스캔들'이 '진짜'가 되게 만들고 싶기도 했고 말이죠. 자신이, 천하의 유헤이가 '스캔들을 진짜로 만들자'라는 제의를 했음에도 콧방귀끼는 태경으로 인한 유헤이는, 마지막 카드를 이용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만, 결국... 그 마지막 카드가, 유헤이게엔 평생 잊지못할 한 순간을 만들어 준 듯 하더군요.

유이양, 의외로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져서 '오오' 이러면서 보고있습니다. 순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표독한 성격을 지닌 아이, 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달까? 연기 처음하는 것 치곤, 극에 방해되지 않게 잘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5. 번갯 불에 쏘인 것처럼 ~ 제르미

고미남, 너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우리 제르미는, 점점 분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쁘게 머리 뽂아오셔서 '에구구~^^*' 이런 마음으로 또 바라봤어요. 특히, 미남이시네요 6회에서는 본격 사각라인의 윤곽이 드러났고 더불어서 젬마의 성장이 그려진 회여서인지 제르미의 역할은 미미했으되, 또한 그 사이에서 커다란 즐거움을 주셨습니다.

사실, 커프의 한결이 같은 캐릭터가 제르미에게 감으로서 간간히 웃음을 담당하는 것으로, 제르미의 마음의 변화를 느끼고 있지만~ 그래서 딱히 제르미에 대해서 쓸 것도 더이상 없지만, 이쁘니까 그래도 조금씩 제르미를 언급하고 있어요, 저는.

젬마는 자신의 찌릿한 그 것의 정체를 몰라서 내내 멍하고, 그 순간 곁에있던 제르미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제르미는 괜히 혼란스러운 자신의 마음이 들킨 것처럼 화들짝 놀라서 괜히 젬마에게 욱해버리고 맙니다. 아... 제르미시여...ㅋㅋㅋ

젬마는, 태경이에겐 아기오리처럼 졸졸 쫒아다니고, 신우에겐 말로는 가깝다고 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거리를 두고있는 반면, 제르미에게는 자신의 고민이나 본심을 순간순간 질문의 형태로 물어보며 제르미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아요. 젬마가 제르미에게 하는 그 궁금증을 신우나 태경에게는 한 적이 없는 것 같거든요. 아닌가...?



6. 기타등등~;
*


황태경, 천하의 황태경이 천적을 만났습니다. 다름아닌 미남미녀네 고모였어요.
엄청난 결벽증을 앓고있는 태경이의 엉덩이를 떡주무르듯이 주물럭거리는 고모와 굳어버린 태경,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꽤나 재밌어서 혼자 막 웃어댔더랬습니다. 태경이 어쩌냐...;;;;

*


모화란은 미남미녀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작곡가 고재헌의 곡을 '황태경'의 손으로 리메이크 해야한다, 라고 못박아 두더군요. 태경이는 뭐, 어쩌다보니 할 듯도 하고. 모화란이 쥐고있는 열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참 안낚이고 멍하니 보고있어요. 아무래도, [마이걸]을 보던 당시에 너무 심하게 낚였다가 뒷통수 얻어맞은 게 아직도 얼얼해서 그런 것 같아요. 게다가, 이런 순정만화스런 장르의 드라마는 절대로 '해피엔딩'이라는 근거는 없지만, 대단한 확신은 하고있거든요.

*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자로서 보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언제나 '민폐덩어리'라고 핀잔주던 그 사람에게 당당하게 '폐끼치지않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렇게,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 으로 젬마의 현재를 봤어요. 그 것을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서 횡설수설 했습니다. 대~충 두리뭉실 읽으셨길 바래요. 아...;;;

그나저나, 젬마... 어쩌니.... 너를.








☞ [어게인] 이번 화를 방금 봤는데, 강태민의 마음은 죽고싶지 않다와 다시 전생의 단 하나의 가족이었던 동생과 같은 배에서 형제로 태어나고 싶다의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하는 듯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강풀작가- 너무 좋아요!!! (쌩뚱)

☞ 정리가 안되서 횡설수설거리는 부분이 많아요. 바다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즐기자고 해놓고, 산에서 헥헥거리며 등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대충 알아서 정리하고, 이해안되면 그냥 두리뭉실 넘겨가면서 읽어주셨다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오래 생각해서 더 정리가 안돼요..ㅋㅋㅋㅋㅋ

☞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