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열혈장사꾼 3회.
동시간대에 조금 일찍하는 [그대 웃어요]를 보느라, 후반만 본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월화 저녁시간 대에는 [천사의 유혹] 외엔 보는 녀석이 없어서 부랴부랴 찾아봤습니다. 대충 내용을 알고봐서 크게 '허거덩'거리며 보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혼자 놀라고 충격받고 질질짜고 말도 아니었어요. 3회 감상 쓰고나서 보려고 4회는 아껴두는 중인데~ 3회까진 너무 재밌습니다. 이러다가 [그대 웃어요] 버려버리는 수가 생길 것 같은 두려움도 새록새록~?
열혈장사꾼 3회는, 인생의 가장 단 맛을 본 순간의 하류에게 가장 지독하게 쓴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회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렇게, 가장 달콤한 순간 가장 지독한 쓴 맛을 본 하류는 현실과 이상이라는 갈림길에 서게되고, 그렇게 선택과 그 선택의 과정을 그린 회였습니다.
1. 가장 달콤한 순간 맛본, 세상에 다시없을 지독하게 쓴 맛.
아부지~ 아부지~ 이제 우리 이사하자, 좋은데로. 집도 좋은데로 옮기고...
또 뭐할까? 아부지. 왜 말이 없어요~ 아부지, 이제 내가 다 알아서할게....
하류에게 이 날은, 너무나 기쁜 날이었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서 그렇게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트럭 100대의 계약을 성사시켰고, 그렇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서 독이 오를대로 올라버린 그 돈이란 녀석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그렇게, 큰 돈이 들어왔지만 이미 떠난 여자는 다시 잡을 수 없었고, 하류는 그동안 속썩였던 부모님, 아버지에게 그 기쁨을 전하며 행복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 또한 내 자식이 그렇게 장한 일을 하고 이토록 기뻐하는 것에 행복해하셨고 말이죠.
그리고, 가장 행복하고 기쁜 순간... 불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류를 찾아오더군요.
술에 취해, 어리광 부리 듯, 자신이 해냈다는 것을 조잘조잘, 학교에서 상을받은 기쁨에 들뜬 어린 아이처럼, 조잘조잘, 말하는 하류의 목소리가, 튕겨져 나간 아버지의 휴대폰 속에서 끊임없이 들려오고... 그런 아들의 목소리에 끌리 듯이 손을 뻗어보지만, 채 뻗지도 못하고 떨구어진 아버지의 손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고소식에 너무나 가슴아프면서, 또한 내 아버지를 저렇게 만든 사람을 찾아내어 어떤 원망이라도 풀어놓고 싶었지만, 또한 하류는 그 원망을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류는 항상 속을 썩혔던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그 동안 아버지에게 한 자신의 잘못들이 한꺼번에 마음 안으로 몰려들어오는 듯 하더군요.
때때로, 이런 극한 상황까지 몰아넣어서 주인공을 자각시키는 드라마를 보면 '굳이 저렇게 바닥에 바닥까지 추락시켜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극 속의 상황이지만, 너무 안타깝단 말이죠. 하지만, 그 속에서도 굴하지않고 다시 일어서서 더 높이 날아가는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려니, 싶기도 해요. 그래도, 이 날은 하류에겐 너무 지옥같은 날이란 말이죠. 가여운 하류녀석... 그래도, 이 일을 시작으로 이어진 사건을 통해서 더 단단해진 것 같긴 하지만.
2. 잔혹한 현실과 마주하다.
나, 그냥 좀 잘살고 싶었어요. 우리 가족, 내 애인, 그렇게 다 같이.
차 한대 팔면 40만원 남거든요. 그거 죽어라 팔았어. 그거밖에 안했어요, 나.
그런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에요? 이렇게, 이렇게까지 벌 받아야해요?
아버지를 잃은 하류는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습니다. 그 사고의 원인은 '하류' 본인에게서 시작된 것이니 말이죠. 소중한 아버지를 잃고서도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이 그저 죄인이 되어야하는 하류였습니다. 아버지를 저리 만든 사람을 찾아 분노하려는 순간, 그들은 바로 자신의 고객이었다는 걸 알어버렸거든요. 그리고, 얼마 전까지 환하게 미소짓던 고객이, 그렇게나 자신을 믿었던 자신의 고객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다는 것도 정면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말이죠.
그리고, 하류모 또한, 남편의 사고에 내내 힘겹고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플텐데... 아들의 잘못을 빌러, 남편을 그리만든 가해자의 빈소를 찾아 사죄를 하고 그렇게 모진 일을 겪기를 자처하더군요. 그냥, 나는 모르오, 그렇게 외면해도 될 일을 그녀는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남편을 위해서 찾아가 스스로 벌을 받고자 했습니다.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남편의 사고에 억장이 무너지지만, 그 사고를 낸 가해자의 차를 판 사람이 내 아들이니, 우리는 벌을 받은 것이다. 그러니, 내 남편을 그리만든 그 죽은 아이를 찾아가 사죄하고, 그 자식잃은 어미에게 용서를 빌고, 또 말도 안되겠지만 그렇게 용서를 받으면, 혹시 내 남편이 깨어나지 않을까... 라는 믿음... 같았달까? 아들의 죄를 비는 어미의 마음과 남편이 돌아오길 바라는 아내의 마음같은 것이 느껴져서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서 그리 고초를 당하는 엄마에게 달려가서 엄마를 끌어안는 하류, 그 아들의 울부짖음도 .... 참... (아, 왠지 감정과잉 같은... 울적한가, 나?)
드라마를 보면서, 스토리와 캐릭터 외에 화면연출이라고 해야하나-? 이런 걸 자세히 생각하고 보는 편은 아닌데, 이 드라마는 그 것이 되게 독특하고 재미있습니다. 1회부터 어렴풋이 '독특해'란 생각을 했었는데, 3회의 하류가 잔혹한 진실을 마주한 이 씬은, 그 순간의 하류가 느끼고 있을 감각을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듯 했거든요. 화면이 흔들리며, 하류가 두겹 세겹으로 겹쳐지며 컷이 변하는 장면(전문용어따위 몰라요..;)은... 그 순간 하류의 정신, 이랄까~ 그런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믿어지지않는 참담하고 잔혹한 현실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어질어질한 그런 느낌... 영상도 마음에 들었는데, 이런 독특한 화면구성도 좋아서 더 마음에 들고 있습니다.
3. 이상과 현실, 그 운명의 갈림길, 그리고 선택.
진실? 웃기지 좀 마라, 하대리. 진실, 양심. 우리에게 애초에 그런 것 따윈 없어.
우린 그저 돈과 성공을 쫓는 장사꾼이야. 아무도 너한테 차팔라고 강요한 적 없어.
너도, 나도, 돈이 좋아서 파는 거야. 아니냐?
3억이야. 포니 찾은 거까지 위로금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좀 쉬고 다시 돌아와.
그렇게, 고단한 몇 일, 지독한 현실, 그 속에서 진실을 찾고자 했던 하류는- 설마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어떻게되든 그 진실을 밝혀서 자신의 고객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해주고 싶었을 하류는, 결국 단 한순간의 흔들림으로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도망갈 길을 열어줘선 안될 자에게, 흔히들 악어의 눈물이라고 하는, 그 눈물과 절규에 속아, 한 눈을 팔아버렸고, 그렇게 도망갈 단 하나의 길을 스스로 열어줘버린 꼴이 되었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진실이 밝혀지는 세상이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승주가 말하는 세상이 현실이라는 걸 알게 된 하류는, 하류의 인생 최대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찾아, 양심을 찾아, 그렇게 이상을 바라보며 승주의 곁을 떠나는 것과 그 모든 진실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자신으로 인해서 더더욱 승승장구할 발판을 만든 승주의 곁에서 승주같은 사람이 되어, 현실에 익숙해져서 그냥 그렇게 '돈'에 목적을 두고 살아가는 삶.
결국, 하류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3회가 진행되는 내내 말하고 외치고 또 외치고 있었기에 모두가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그 것은 하류 인생의 최대의 고비이며, 또한 갈림길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간에, 하류에겐 평탄한 삶이 아니기도 했고 말이죠. 아니, 승주를 선택한다면 하류는 승승장구하여 승주 이상의 무언가를 손에 쥘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하류는 승주가 아닌 스스로의 양심과 이상을 선택하게 되더군요. 당연히.
승주에게는 차가운 심장과 돈과 성공에 대한 집념이 있었다면, 하류에게는... 잘은 모르겠지만, 뜨거운 심장과 고객을 돈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렇게, 하류와 승주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닌, 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극이 진행되는 내내 하류가 칼을 겨누는 자는, 그 누구도 아닌 승주라는 것을 말해줬고 말이죠. 하지만 결국, 승주를 향해 칼 끝을 겨누며 '성공'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공을 하고나니 내 칼 끝에 그가 있었다, 라고 이야기가 그려졌음 좋겠어요. 승주의 비열함이 '계기'가 될 뿐, 목적이 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4. 기타등등~;
*
저는 배우들 중에서 좋아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을만큼 많지가 않아요. 뭐랄까... 드라마 속의 캐릭터가 좋았다고 실제로 그 배우의 팬이 되어, 그 차기작을 기다리는 배우는 극소수거든요. 내가 좋아한 건 캐릭터지 배우가 아니다, 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최철호씨는 그 극소수의 배우 중 한 분이십니다. 올 초의 [천추태후]에서의 '경종'에게 반한 후로 되도록 이 분이 출연하는 작품은 죄다 챙겨보려고 갖은 애를 쓰는 편이거든요. 올해, 벌써 4번째인데, 저는 [내조의 여왕]을 제외하곤 다 챙겨본 것 같아요.
승주란 캐릭터는, 동정의 여지가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입니다. 아직까진 그렇게 보여요. 그래서 더 두근두근거리고 좋은 것 같습니다. 되게 다양한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시거든요. 특히, 눈빛.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서 돌변하는 그 눈빛에 혼자 '아~ 멋있다..ㅋㅋㅋ' 이러고 있습니다.
특히, 하류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완전 비굴한 모습도 서슴치않고 보이다가, 상황이 역전되자 비아냥 거리며 사람 속을 박박 긁어대는 그 모습이라거나, 내내 잠재우던 본성이 겉으로 드러날 때의 그 레이저 쏘는 듯한 눈빛이라니. 저 혼자, 하류는 하류대로 멋있지만~ 역시 승주에게 눈길을 뗄 수 없어~ 이런 마음으로 보고있습니다!!! 나중에 승주가 하류에게 밟힐 날... 나 혼자 땅을 치며 '안돼~' 이러는 거 아닌가, 싶어요. 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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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재희.
이 아이의 캐릭터는 완전히 이거다, 싶게 잘 알지는 못하겠습니다. 뭔가, 비밀이 참 많은 아이거든요.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결정적 계기는 아무래도 한 때 연인이었던, 승주가 제공한 듯 하고 말이죠.
위의 컷은 [열혈장사꾼] 공식 홈에서 살짝 데리고 온 녀석인데, 이 컷이 '김재희'란 아이를 말해주는 듯 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입은 웃고있지만, 선글라스 뒤의 눈은 울고있는. 삐에로 같은 아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거든요.
재희란 아이는, 모든 것을 알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하지않아, 라는 느낌으로 때때로 라이벌이면서도 하류의 조력자가 되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 ... 그렇습니다. 게다가, 마음이 따뜻한 열혈청년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있는 듯 하고.
*
침수차 사건, 이 것, 실제로 있었던 사건 아닌가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역주행 택시사건" 이라고 TV에서 비슷한 사건을 본 것 같아서 말이죠. 그 차가 침수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택시의 브레이크를 밟으면 악셀로 되었던가? 그래서 택시기사가 어떻게든 차를 멈추려고 했지만 결국은, 어딘가에 크게 충돌해서 기사와 손님이 즉사한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그 택시를 만든 제조회사랑 기타등등 모두가, 진실에 입과 귀를 닫고 '택시기사가 운전 중에 심장마비로 죽어서 그런 사고가 났다'라고 결론을 지어버렸다더군요. 결국, 택시기사가 원인일 뿐- 차에는 이상이 없다, 라고 말이죠. 목격자의 증언따위는 깡그리 무시하고. 유가족들은 끝까지 싸울 듯 하던데, 그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침수차 사건"을 보면서, 자꾸 그 "역주행 택시사건이" 떠올라서 어쩐지 살짝 묘했습니다.
☞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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