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느낌) 설레임이 가득한, 청춘들의 성장통.

도희(dh) 2010. 4. 12. 06:07

느낌  느낌 (1994. KBS2)
  •   제작 : 윤석호
  •   각본 : 김영찬, 오수연
  •   출연 : 우희진,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 류시원, 이본 외
  •   내용 : 경진과 정숙 미혜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자매나 다름없는 둘도 없는 친구들이다. 
  •   서른이 넘고 경 진과 미혜는 결혼을 하고 정숙은 독신으로 지내면.. 더보기






1. 느낌

지난달 말에 월 단위로 한 드라마 정리에서 [느낌]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드라마 [느낌]을 기억해주시는 몇몇 님들 덕에 꽤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뭔가, 반가웠달까?

드라마 [느낌]은, 1994년에 KBS 2TV에서 방영한 드라마이다. 총 16부작의 회당 40~46분의 짧지만 알찬 드라마. 요즘 드라마의 넘치는 70분과 달리 간결하고 알차서 더 감질맛나고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70분은 가끔 숨차다는 생각이 들기에. 50~60분 정도로 줄였음 하는 마음...ㅠㅠ;)

그리고, 최근 다시보며 생각한 것은 .. 그리 오래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근래의 몇몇드라마들 보다 더 감각적이고 또한 설레임이 가득한 드라마란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때는 꽤나 유행했을 어쩔 수 없는 촌스러움은,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되며 .. 보는 내내 가슴가득 설레임을 안고 봐버렸달까?

또한.. '출생의 비밀'이란 한때 한국드라마의 전염병처럼 번졌던.. 그러나 이 당시엔 신선했을 그 소재가 극 내내 잔잔하게 깔려있어서 언제 어떤 방향으로 터질지 모를 긴장감을 지닌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은 그저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극의 중요한 장치일 뿐.. 그 속에서 그들이 사랑을 하고 그렇게 아파하며 성장하는 청춘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드라마 [느낌]은...  그 시대 최고의 스타,  현재의 스타,  그리고 잊혀져가는 스타들이 모여있는 드라마이다.  그리고,  그게 깊은 추억으로 다가온다.  또한...  지금이라면 그런 조합으로 과연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최근 손지창-김민종씨가  '더 블루' 로 다시 뭉쳐 몇몇 예능에 나와 그 드라마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할 때는...  뭔가  '아,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라고 새삼스레 뒤돌아 보게 되기도 한 것 같았다.

게다가,  윤석호 감독과 오수연 작가의 드라마란 것을 알게되니 새삼 또 반가웠다.  그러고보면,  어린시절 내가 꽤 많이 좋아했던 드라마의 몇 개가 '윤석호-오수연'의 조합이었다는 것도 근래들어 알게되니 뭔가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은근 감성적인 드라마를 좋아했구나, 싶기도 했고.

으음,  윤감독의 사계절 시리즈 중 좋아한 것도 있었고...  괜찮게 본 것도 있었다.  그러고보면 좋아했던 작품은 오작가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참여한 작품이다. (가을동화, 겨울연가/여름향기와 봄의 왈츠는 괜찮게 보다가 중간에 딴 드라마 보느라 뜨문뜨문 봤던 것 같다.)

게다가...  오작가의 최근작을 꽤 좋아했고 그렇기에 올해 들어간다는 작품을 기다리는 걸 보면...  [느낌]을 보며 꽤 많이 설레여했던 걸 보면...  그런 감성적인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도 같다만.  (요즘은 이런 감성을 나도모르게 툭 건드는 드라마가 흔치않다.)

그리고, 요즘은 잘 안먹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윤석호 - 오수연'의 조합의 감각있는 영상과 설레이는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를 또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고있다.






2. 아름다우나 가여웠던 유리.


근래 나온 드라마들 중에서 '세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주인공'이 너무나 예쁘고 또한 아름답지만, 그만큼이나 가여워서 어쩔줄 몰라하며 보게된 드라마가 있는지 기억이 안난다.

어린 시절에 바라본 유리(우희진)는, 너무 예뻐서 그저 좋았던 아이였다. 우와, 이렇게 이쁜 사람도 있다니.. 우와우와, 세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거 무조건 이해해줄게, 라는 마음이 아니었을런지..;

그리고,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본 유리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아름답고 예뻐서 그들의 사랑과 관심과 보호를 한몸에 받는다곤 하지만...  그리고,  그녀라면 그들의 사랑을 받을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좀 가엾기도 했다.  마음에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그녀를 좀 내버려둬,  라는 마음마저 들 정도로 말이지.

4년 전과 4년 후로 나뉘는 드라마.

4년 전의 유리는 .. 긴 생머리에 아름다운 눈을 가진.. 누구나 꿈꿀법한 첫사랑의 이미지, 그 환상을 고스란히 가진 여신? 그런 느낌으로 보였다. 그리고, 4년 후의 유리는 .. 첫사랑의 느낌을 주는 듯한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서.. 첫사랑의 이미지를 간직한 여신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한 여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머리를 자른 유리를 보며 막연히 '긴머리가 더 이뻤는데 왜 잘랐어.' 라고 생각했다면 ... 드라마를 다 본 지금은 '4년 전과 4년 후'의 유리의 다른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는 좋은 장치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어장관리녀처럼 보일 법한 유리의 행동들은, 되려 유리란 한 여자가 그 삼형제와 얽히면서 '그저 오빠들의 좋은 여동생'이고 싶었던 그녀가.. 그들이 그녀를 사랑함으로 인해서 .. 내내 상처받고 아파하는 모습으로 보여주게 되었다.

그래서, 멋진 세 남자의 관심과 보호와 사랑을 받는 그녀가.. 너무나 힘겨워보여서, 그리고 자신이 정작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을... 그렇기에 내내 가슴 속에 숨기고 소리없이 삭히고 아파해야만 하는 그녀가 내내 가여워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래서일까...? 보는 내내 '니들 그만 유리 좀 놔둬.' 라고 홀로 끙끙거리기도 했다나 뭐라나~;


빈이에겐 첫사랑의 환상, 현이에겐 지켜줘야할 상대, 준이에겐 운명의 사람.
삼형제에게 유리는 그런 존재였다.

유리 역의 우희진씨는.. 이 당시 신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당시 너무 예뻐서 보는내내 늘 감탄했던 기억도 난다. 그 것이 어려서 그랬을지도..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봤는데, 이번 에 본.. 극중의 4년 전 모습의 유리(우희진)은... 역시나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또 보는내내 '완전이뻐+.+' 이러면서 봤다.

남자들의 로망.. 첫사랑의 이미지는 저런 것이겠지? 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멋진 세 남자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도 알 것만 같은.  유리역을 맡은 당시의 우희진씨는...  정형화된 미인형이라기 보다는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함이 싱그럽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3. 서로 다른 매력의 삼형제.


왼쪽부터, 준(이정재) 빈(손지창) 현(김민종)


- 자상하고 배려심이 깊은, 첫째 빈(손지창).

정말, 빈이란 캐릭터는 너무 마음에 안들었다.
4년 전.. 유리에게 흔들리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 유리에 대한 감정정리를 위해 혜린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나 4년 후 혜린과 결혼을 약속한 후에 줏대없이 주구장창 흔들리는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되면서도 정말 답답했달까?


그래서 오랜 시간 빈을 바라보던, ... , 빈의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기에..
그저 그의 흔들림이 멈추길 기다리는 혜린이.. 결국은 무너진 혜린이 가여울 정도로.

빈이에게 유리는...  환상이었다.  평생을 함께할 반쪽으로서의 의미가 아닌,  한 순간 지나치는 강력한 폭풍같은 존재. 가느다란 실바람이 아닌 폭풍. 유리에 대한 빈이의 감정을 잘 아는 혜린과 그런 자신의 감정을 그저 숨기려다 결국은 숨기지 못하게 된 빈.

그는,  한순간 스쳐가는 강력한 폭풍에 정신이 팔려서,  진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지켜야만 하는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놓쳐버린 녀석이기도 했다. 결국, 모든 걸 잃은 후에야, 아주 오랜시간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혜린이... 자신의 일부분임을... 그녀가 없는 그는...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깨달아버린... 미련한 녀석.



- 논리적이고 똑똑하고 차가운, 둘째 현(김민종).

현에게 유리는... 지켜야할 상대였다.  우연히 알게된 비밀을 홀로 간직하며 그녀를 지켜주는 현.  그저 스스로의 판단으로 내린 '가능성'에 기대어 시작된 그의 행동은,  그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를 어떤 감정으로 밀어넣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행동이 유리를 꽤 혼란스럽게 하며,  그녀를 아프게 하기도 했고 말이지.

유리가... 자상한 빈이도 솔직한 준이도 아닌 현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런 현이의 태도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갑고 무뚝뚝하고 누구에게나 냉정한 한 남자가,  오직 자신에게만은 무한한 자상함과 다정함과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주려고 한다, 라는 상황.  어느 여자가 그런 남자에게 혹하지 않겠는가... 싶었달까? (흐음...;)

현이란 캐릭터는 4년 전의 에피소드의 초반에는,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회당 출연분도 많지않았고...  유리와 얽히는 에피소드도 다른 녀석들에 비해서 적은 편이었다.  뭔가...  첫사랑 에피소드에서 동떨어진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4년 전 에피소드의 후반... 그가 비밀을 알게된 이후에는 상황이 조금씩 변하더니, 4년 후 에피소드에선... 다른 형제들에 비해 우뚝 서버린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뭔가... 메인남주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달까?

아마, 처음부터 현은 ... 첫사랑의 환상같은 유리가 아닌, 현실의 유리란 캐릭터에게 맞춰진 녀석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첫 느낌이 아닌.. 어떤 이유로 인해서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갖다보니 서서히 익숙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깊어지는 감정, 이라는 설정도 있는 듯 했고.



4년 전... 섬여행 에피소드에서 생긴 이런저런 사건사고로 인해서, 서로를 조금 더 편하게 혹은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면서 은근 설레임을 주던 이 두 사람. 그리고 두 사람은, 4년 후에... 그저 엇갈리는 감정선만 보여주는데도 굉장한 떨림을 주기도 했다.  우리도 알고 늬들도 대충 감잡은 혼란스런 감정이랄까?  그런 흔들리는 감정을 읽어내는 설레임이라고 해야하나...?

난, 어린 시절부터 '현'이란 캐릭터를 정말 좋아했는데 .. 다른 이유도 좀 있지만, 이번에 다시보며 생각한 것은 '유리가 현이에게 그래서 혹하지 않았을까.. 라는 그 이유. 나에게만 보여주는 자상함'이 꽤 크게 작용한 것도 같다. 아무튼... 현이란 캐릭터 정말 좋아했음!!!



- 막내스러운 애교와 함께 자기감정에 솔직한, 셋째 준(이정재).

준이에게 유리는 운명. 운명 그 자체인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빈이와 현이와 달리 준이는 .. 유리를 처음 만난 순간 .. 그녀를 바로 좋아하고 다가선 녀석이기도 했다. 그가 유리를 보고 한눈에 운명을 느낀 이유, 유리가 준이를 유독 편하게 여겼던 이유... 그 것이 '느낌'이란 것인 듯 하다.

빈이가 첫사랑의 환상으로 유리를 바라보며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했고...  현이가 현실 속의 유리의 기사로서 떨림이 있는 로맨스를 그려가며 또다른 한 축을 담당했다면,  준이는 첫사랑과 현실을 오가며... '유리'라는 한 사람에 대한 마음을 끊임없이 표현하며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담당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가장 사랑했던 여인을 더이상 여인으로 사랑해선 안되는 한 남자.
그래도 자신이 그녀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며 뭐든 다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다독여야만 하는... 이젠 그녀에게 남자가 될 수 없는 한 사람.

준이란 캐릭터는,  가장 밝고 가장 솔직한 캐릭터였으나... 극의 중후반... 그리고 결말에 가서는... 더이상 솔직할 수 없는... 가장 아픈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뭔가... 참 아련하게 남는 녀석이라고 해야할까...?



4. 느낌 오프닝

 




5. 끝으로 ...

1) 동생 집에 '쿡'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 보게된 드라마였다. TVCF에나 있는 기능을 직접 체험한 한 몇일은 '오옷~ 신기해~+.+' 라며 정신을 못차리기도 했었다지. 그라나.. 지금은 약간 시큰둥한 상태로 '언제 다 볼까~' 요러고 있다.

2) 이 드라마를 1막과 2막으로 나눈다면, 1막은 싱그러운 청춘드라마였다면 .. 2막은 그 싱그러운 청춘들이 아픔을 알고 상처도 있는 어른이 되어가는 지독한 사랑의 열병으로 인한 성장통을 앓는 드라마인 듯 했다. 그 와중에 어른이 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이런저런 치열한 세상살이도 담겨있고. ... 그런 싱그러웠던 녀석들과 성장통에 아파하하는 녀석들... 그 청춘들의 이야기.

특히,  사랑 외적인 부분... 삼형제는 분명 풍족한 집안에서 자라왔고, 엄마의 회사를 잇는 평탄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도움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에서 일어서려는 모습이 왠지 좋았다.  결국,  쓰디쓴 경험으로 엄마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는 현의 모습도..  엄마가 어려워지자 삼형제가 그동안 쌓아온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서 위기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결국 엄마의 바람대로 그 곁을 지켜주는 모습도.

3) 난 어릴 때 이 드라마 정말 좋아해서, 비디오로 녹화해서 몇번이나 돌려보고 또 봤던 드라마이기도 했다. [질투]같은 경우는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다보기도 했지만 (당시엔 비디오 대여점에 드라마 테이프도 대여해줬었다) ... 직접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녹화해서 본 드라마는 거의 없다. 윤감독의 [컬러 - 화이트]도 녹화했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 아앗, 화이트도 보고싶당...ㅠ.ㅠ;

4) 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진짜 많이.......재미있었다~!!! 요즘 드라마도 이렇게 뭔가 오랜 여운에 어쩔 줄 몰라하는 느낌있는 드라마가 있었음 좋겠다...;

5) 옛것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며 '옛 것이 좋은 것이여~' 라는 나는... 고리타분한 노친네가 되어버린 느낌...ㅠ.ㅠ; 그런 의미로... 다음에는 온종일 시간비워놓고 [파파]를 향해 달릴 예정..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