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힐러 15회) 기억합니다

도희(dh) 2015. 1. 27. 16:01

 

이 세상에는 아무리 억울한 죽음을 당했어도 신문에 이름 한 줄 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진 못하겠지만 그 중 단 한사람의 이야기라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우린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걸 알려드리기 위해 오늘 이 방송을 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 힐러 15회 / 김문호 -

 

 

1.

기나긴 무기력함 끝에서 영신이 내민 손을 잡은 정후는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 그 세상에서 살아갈 진짜 자신을 찾기위해 문호를 찾게 된다. 사부의 복수를 하고,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언제 채영신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는지 알아야겠다는 정후는 문호가 제안한 방식으로 싸우기로 한다. 자신의 아버지와 채영신의 아버지가 하던 방법, 그래서 김문호가 평생 흉내만 내던 그 방법으로.

 

힐러의 능력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정후와 기자로서 그의 억울한 죽음을 방송에 말하는 문호. 그렇게 한 팀이 되어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두 사람은 그렇게 기영재의 억울한 죽음과 그 죽음에 얽힌 진실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억울한 죽음을 당했어도 신문에 이름 한 줄 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진 못하지만 그 중 단 한사람의 이야기라도 들어주고 싶다, 우린 당신을 기억한다, 그걸 알려주기 위해 방송을 했다, 라는 문호의 말은... 결국, 거짓을 진실인양 포장된 오길한과 서준석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 그 것을 꼭 세상에 알리겠노라는 약속이자, "당신네"들에게 하는 선전포고처럼 들리기도 했다.

 

 

2.

기영재의 죽음에 얽힌 사람은 현직 경찰이었다. 그 것도 힐러의 뒤를 집요하게 캐고 다니는 윤형사의 수하. 그렇게 윤형사는 힐러와 김문호에 의해 기영재의 죽음에 관한 진실, 그리고 부하의 비리를 밝히게 되는 것으로 세상을 향한 그들의 싸움에 한 발 들이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오비서까지 구속된 상황에서 김문식은 오비서를 빼낼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정말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윤형사는 그 집요한 촉을 힐러와 김문호 뿐만 아니라 김문식 쪽에도 곤두세우게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암묵적으로나마 그들과 함께 싸우는 건 아닐까, 싶어지기도 했다. 

 

 

 

꿈인줄 알았어. 난 원래 꿈을 잘 안꾸는데 무슨 꿈이 이렇게 긴가

그래서 자꾸 확인을 하게 되더라고. 진짜 설마 아닌가

그러면서 또 생각을 하게 되는거야. 이게 진짜여도 괜찮나 

 

 

근데 아줌마,

진짜하고 가짜하고 헷갈려

내 일이란게 원래 가짜가 되야 할 수 있는 일이잖아

얼굴은 가리고 신분은 위장하고 

내가 세상에 나가서 세상 사람들을 만날 때는 언제나 가짜란 말이야

근데 그 애를 만날 때는 진짜로 만나야 되는 거잖아

근데 말이야 

진짜 나? 그런게 있기는 하나 

 

- 힐러 15회 / 서정후 -

 

 

3.

어떻게든 진실을 짓밟고 거짓으로 덮어버리면 그만, 이라는 듯 움직이는 문식. 그래서 그는 예상치 못한 문호의 반격에 잠시 당황했지만 여유있게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믿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덮으면 그만이라고. 거짓을 진실이라 우기면 그 것은 곧 진실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그러나, 의혹의 씨앗은 92년의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 그리고 썸데이 뉴스를 본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뿌려졌다. 그 의혹의 씨앗은 시기만 다를 뿐 조금씩 자라날 것이다. 그 씨앗을 자라게 하는 것은 결국 앞으로 보여질 김문식의 행보와 그 행보에 대한 김문호의 코멘트가 아닐런지. 

 

이미 그의 주변에서 시작된 의혹의 씨앗은 그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조금씩 자라나는 듯 했다. 그저 힐러로서 살아가던 정후는 살인누명을 쓰게되며 진실에 접근하게 되고 사부의 죽음으로 그 진실에 발을 들이게 된다. 생각이 많아진 명희는 문식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마도 오비서가 무사히 빼내진다면 윤형사의 또다른 촉은 김문식에게 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어쩌면 그가 진실을 짓밟으면 짓밟을 수록 그 진실은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내밀게 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는 이제 아기곰 정후와 영신에게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이 어르신에게 배운 그런 것이 아닐런지. 이미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하고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이들은 그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될까. 그는 아마 모든 진실의 중심에 있으나 홀로 그 진실에서 제외된 영신을 먼저 흔들게 되는 듯 싶다. 그렇게 그는 '우리들'이 '당신네'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의 틈에 의혹의 씨앗을 뿌리게 된다. 상처받을 영신이 너무 오래 흔들리지 않길 바라며.. 그 씨앗을 너무 크게 키우지 않길 바라며.. 아니,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정후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잃지않길 바라며, 문식의 말대로 아직까지 문호는 문식을 대적하기에는 어리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들'의 중심에 있는 그 또한 흔들리지 않고 그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길 바라는 중이다.
 
문호의 반격과 명희의 거부, 그리고 정후와 영신의 존재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신사로 살며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는 김문식의 세상을 흔드는 이유인 듯 싶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선을 넘기 시작한 것일테고.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말하는 영신의 말에 잠시 멈칫한 그에게는 마지막 양심이란 있는걸까...?

 

 

 

&..


1> 자신의 곁에 있으면 영신이 다치고 결국 죽을지도 모른다던 정후의 말, 영신과 함께하는 꿈같은 이 모든 순간들이 진짜여도 괜찮나, 하는 정후의 불안감. 그 것은 결국, 영신이 모르는 진실. 세상이 알고있는 진실. 그러나 그들은 믿지 않는 거짓된 진실. "서정후의 아버지 서준석이 오지안(채영신)의 아버지 오길한을 죽였다" 라는 그 것도 크게 자리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부분을 순간 잊고 있었으니까. 이 부분은 결국 문식이 영신을 흔들며 '우리들'을 휘청이게 하는 열쇠가 될 듯 싶은데.. 16회차는 영신의 역할이 꽤나 중요해질 것도 같다.

 

2> 최명희의 전화는 도청당하고 있었다. 문호는 설마 형이 명희의 전화를 도청하리란 것에 생각이 닿지 않았었나보다. 아무튼 그 도청으로 인해 명희의 조용한 움직임은 역이용당했고 영신은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문식과 마주하게 된다. 

 

3> 꽤나 달달했던 정후와 영신의 연애질. 아무래도 이건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 위기가 올 것이니 마지막 서비스를 해주마, 하는 듯도 했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그런지라. 아무튼, 영신에게 끝없이 들러붙는 정후의 모습과 그의 내레이션이 겹쳐지며 그 장면은 그저 이쁘다기 보다는 어딘가 짠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4> 정후가 경찰서 및 형사집에 잠입한 씬들이 어쩐지 긴장되서 내내 혼났다. 나 이렇게 긴장되고 쫄깃한 거 잘 못보는 편인지라 순간, 이거 앞으로 5회차 가량 남았으니 종영하면 몰아서 보고 끝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예고도 위기의 연속처럼 보이고. 난 주인공의 위기는 정말 못견디겠더라, 랄까; ...그래서 오늘은 타드라마 보고 스포 잔뜩 밟은 후 다시보기로 볼까 생각 중이다.

 

5> 어제 15회 방송은 10분가량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기다리는 것도 귀찮고 해서 빛미 본방으로 시청. 아직까지는 그렇게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다. 일단, 남녀 주인공이 극 후반에 겨우 만나서 안면텄으니.. 이전보다는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조금 들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