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때 모친이 집을 나간 뒤부터 난 인간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다
- 힐러 8회 / 서정후 -
그냥 울어. 울어도 괜찮아. 그러니까 울어, 정후야
- 힐러 14회 / 김문호 -
1. 기영재의 죽음 : 형.. 이제 내가 알아서 할게 / 문호
기영재의 등장과 명희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 문식은 자신의 세상을 지키기 위한다는 이유로 선을 넘어 기영재를 독살하게 된다. 그 것은 자신의 세상을 흔들려고 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 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경고는 결국 그가 쌓아온 세상에 의혹을 품기 시작한 이들이 그의 세상을 뒤흔들 수 밖에 없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줄 듯 싶었다.
그의 죽음과 마주한 정후는 그 죽음에 대한 자책과 슬픔과 무기력함에 빠져 세상과 자신을 완전히 차단하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자신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듯이. 자신의 곁에 있으면 아프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자책과 두려움으로 자신을 놓아버리기라도 하는 듯이.
죽은 기영재 앞에서 "이제 내가 알아서 할게" 라고 맹세한 문호는, 마지막 선을 넘은 형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하고자 했다. 지난 20년간 '할 수 있는 게 없어' 라는 변명 뒤에 숨겼던 무서운 마음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기 위한 용기를 내기로 했다.
2. 명희와 영신 : 기자분 목소리가 듣기 좋네요 / 명희
회사의 거대 프로젝트를 위해 김문식에 관한 조사를 시작한 영신은, 명희를 향한 문식의 순애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그가 순정을 바치는 그의 아내 최명희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문호에게 명희와의 인터뷰를 하고싶다는 의사를 밝히게 되고, 그들과 싸우는 것에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 문호는 영신에게 명희의 연락처를 건네게 된다.
그렇게 명희와 영신은 통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명희는 "기자분 목소리가 듣기 좋네요" 라는 말로 영신에게 호감을 표현하게 된다. 명희는 본능적인 이끌림으로 영신에게 호감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가 영신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천성일 수도 있지만, 문식에 대한 의혹과 불신, 자신은 몰랐던 문호의 행보, 그리고 문호가 영신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줬다는 것에서 한 때 기자였던 그녀의 감이 무언가 말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지안(영신)의 생존사실을 모르는 명희,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조리 잊은 영신. 두 사람은 15회차에서 드디어 만나게 될 예정이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극 중 등장인물 대부분이 아는 진실을 오로지 둘 만 모른 채 만나게 될 두 사람의 만남과 서로에 대한 이끌림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이 드라마는 뭐랄까...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 싶어서.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는가, 겠지만.
3. 정후와 영신 : 보내지 마. 나 보내면 너 평생 울 거야 / 영신
사부의 죽음 이후 자신의 세상에 숨어 지내던 정후는 사부의 유언을 듣게되고, 그 후 세상과 자신을 완전히 차단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지냈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듯 잠만 자며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라진 정후를 찾아 헤메이던 영신은 조민자의 도움으로 그의 집을 찾게 된다. 모든게 비밀로 둘러쌓인 그의 실체만큼 미로같은 그의 집을 찾은 그녀는, 꼭 걸어잠근 그의 마음과도 같은 집이 내는 소리를 듣게되고 그렇게 그의 집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잠결에 본 그녀를 꿈이라 여기며 그녀의 품에 꼭 안겨 잠이든 정후는, 그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며 그녀를 쫒아내고자 했으나, 겨우 그의 마음에 발을 들인 그녀는 절대 나갈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게 된다. 아마도 죽을 것 같이 힘든 순간 영신이 찾아와준 것이 기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사부의 죽음을 통해 '내 옆에 있으면 아프고 심지어 죽기도 한다' 라는 끝없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어떻게든 그녀를 자신에게서 떼어내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게다가, 그의 실체를 알면서도 침묵하면 결국 공범이라고 했던 조민자의 조언도 있었고.
뭐가 어찌되었든 영신은 끝끝내 못나가겠다 버티며 협박아닌 협박을 했고, 정후는 결국 그런 그녀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지친 정후를 꼬옥 안아주는 영신. 영신의 품에 안겨서야 비로소 흘리며 울 수 있었던 정후였다.
인간한테 바라는 것이 없었던 정후. 그런 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인간의 이해와 관심이었다. 그러나 그는 영신을 통해 인간의 이해와 관심이 얼마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는지 알게 되었다. 여덟 살 때 모친이 집을 나간 후 인간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다는 정후는, 사부의 죽음에도 소리내어 울기는 커녕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던 그는, 울어도 괜찮다는 문호의 말에도 그저 슬픔과 자책으로 가득한 분노만 터뜨리던... 어쩌면 우는 법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그는, 슬픔을 어찌 풀어내야할지 몰라 그저 잠 속으로 빠져들기만 했던 정후는, 영신의 품에서 겨우 눈물을 흘렸고,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
그리고, 내내 눈물을 그렁거리면서도 결코 흘리지 못하던 정후의 모습들이 내내 마음이 쓰였기에 영신의 품에서 얼굴을 구기며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는 이 장면은 어쩐지 마음이 짠해졌다. 그렇게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로 간직하게 될 듯 싶었다.
4. 그리고,
1> 드라마를 본 직후에 끄적거렸다면 이래저래 나름의 정성을 들였을텐데, 뭐 이렇게 되었다. 오늘, 아니 이제는 어제구나. 선반 비스므리한 걸 급하게 만드느라 난생 처음 톱질을 좀 했더니 몸이 뻐근해서. 톱질 한 번에 영혼이 한 줌씩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톱질 다섯번이니 영혼이 다섯줌 즈음 사라진건가...? 잠으로 보충해야겠다. (...)
2> 13회에서 문득 들었으나 깜박하고 적지못한 것. 채치수와 영신이와의 대화에서 묘사된 입양 전의 어린 영신이의 모습이 마치 길잃고 한참 헤메인 상처입은 아기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그러했다.
3> 정후를 향한 기영재의 유언. 정후가 결국은 그의 유언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싶다. 힐러를 관두고, 도덕과 정의를 지키며, 좋아하는 여자랑 아이 둘, 개 한마리, 고양이 두마리, 금붕어 세마리를 키우며 그렇게 평범하고 따스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4> 문호와 민재의 대화가 인상깊었다. 앞으로 남은 회차동안 민재의 역할은 뭘까...? 가끔 문호와 만나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X여친이자 문호의 유일한 친구가 다일까...? 아니면, 그들의 대변인 노릇을 하며 진실의 눈을 가리는 언론의 역할을 하며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문호와 끝없이 대립하는 사이로 갈까...
5> 이제 6회차 가량 남았던가?
6> 솔직히 드라마 속에서 로맨스 부분은 썸타는 부분이 가장 설레이고 은근 간질거려 좋은데, 정후와 영신은 이제 쌍방향이 일단 되었다. 그러나, 봉수 혹은 힐러가 아닌 정후로서는 이제 시작이니.. 그건 그 나름대로 새로운 시작이 되려나? 보든 가면을 벗은 정후는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봉수도 힐러도 아닌 정후 앞에선 영신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어떤 모습일지.
7> 엄마가 딸의 존재를 알아선 안되는 이유, 엄마와 딸이 만나선 안되는 이유, 그런 이유가 어디 있을까. 물론, 이유가 있기는 하다. 그 것은 유리인형과도 같은 명희를 지킨다는 것이겠지만.. 아마도 문호가 명희에게 바로 알리지 못한 건 무서웠기 때문일 것이다. 20년 전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해야하는 순간이. 끊임없이 그 진실을 파헤치겠노라 다짐하지만 그는 늘 무서웠기에 비켜선 채 방관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그가 무서워하는 것은 형의 추악한 모습과 마주하는 것일테고, 결국 기영재의 죽음을 통해 마주하게 되어버렸기에 더이상 피할 수 없었던 것도 같다. 그렇기에 이제 드디어 마주할 용기를 낸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문득 스친다.
8> 어쩐지 생각을 많이 할만한 드라마, 그러니까 드라마 속 사건과 캐릭터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볼만한 드라마인데 사실 난 요즘 생각하는게 좀 귀찮다. 벅차다고 해야하나? 뭐.. 가볍게 맘편히 즐겁게 시청하는 중. 그러면서 꼬박꼬박 리뷰를 써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블로그에 포스팅할 거리도 없고, 그럼에도 뭔가 이야기는 해보고 싶어서일지도.
9> 리뷰를 후딱 쓰지 못하는 건 준비작업이 좀 길어서. 그 준비작업이 귀찮아서 미루다가 그냥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얘도 어제 준비작업의 일부를 하다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오늘로 미뤘는데.. 오늘은 오늘대로 좀 피곤한 일이 있어서 후딱 끝내자며 마무리 준비작업은 포기. 이렇게 텍스트만 주구장창 써보는 중이다. 이러다가 시간날 때 뭐 하나라도 만들게되면 추가할지도. 뭐, 경험상 그럴 일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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