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작의 드라마를 그리 많이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본 몇 편은 그런 느낌이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 그 현재를 살아가며 맺은 관계들, 그로인해 생기는 이야기들을 통해 그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고 그렇게 알아가며 정이 들 즈음, 극 내내 희미하게 보일 듯 말듯 스쳐지나던,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상처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아이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게 만들어 줬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각 캐릭터들에게 정을 주기도 전에 처음부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아픔과 상처가 있는지를 공개한다. 어린시절 엄마의 불륜을 목격한 후 불안장애와 관계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 대인관계 특히 연애에 불편함이 있는 투렛증후군 환자 박수광(이광수), 이혼 후 재혼을 했으나 현재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며 외로움을 느끼는 정신과 의사 조동민(성동일), 그리고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유명 소설가 장재열(조인성). 홈메이트인 그들은 모두 마음에 감기가 걸렸다. 그리고, 그들은 그 것을 감추지 않는다. 마음에 걸린 감기는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닌, 모두 함께 공유하며 그렇게 아픔을 딛고 이겨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
모두의 아픔과 상처를 공개하며 시작한 드라마는 이제 이들이 어떻게 그 아픔과 상처를 극복해나가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 맺는 관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나는, 노작의 드라마를 그리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만들어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참 좋다. 그 것은 따뜻하고 때론 위로가 되어준다.
2.
처음 이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굿솔과 그사세의 중간지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직까지는 어떤 판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난 어쩐지 이 드라마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점점 좋아지는 중이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마음편히 좋아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노작의 드라마를 그리 많이 본 것이 아닌지라 기존 노작 드라마가 어떤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3,4회를 통해 느꼈고 확인하게 되었다. 사람과 상처 그리고 관계를 통한 그 상처의 치유.. 생각해보면, 김지우 작가의 드라마를 내내 아우르는, 어쩐지 굉장히 따뜻해졌던, 사람 만이 희망이다, 라는 그 말이 노작의 드라마 속에서도 전해지는 것도 같다. 그래서 내가 두 작가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모든 것을 공개한 채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4회까지 방영되었고, 각 등장인물들의 사정은 여전히 감춰져 있다. 불륜을 저지른, 그리고 여전히 그 불륜이 유지되고 있는듯한 지해수 엄마의 사정. 마음에 상처를 입은 모든 사람을 감싸주는 듯한 조동민이 이혼을 해야했던 사정. 엄마와 동생을 미워하는 장재범의 사정 (이 사정은 어느정도 밝혀졌으나 완벽한 진실이라고 확신하기는 힘들다), 그런 장재범에게 쩔쩔매는 장재범-재열 형제 엄마의 사정. 그리고... 장재열의 사정.
3.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장재열. 타인의 마음에 있는 상처에 관해 열린 사고와 이성적인 판단으로 스스로는 모른 채 지해수에게 도움을 주는 그는, 강박증이 있고 자신 그리고 타인의 상처를 글로 쓰고 친구와 애인에게 동시에 배신을 당할만큼 눈치없는 자신에 관해 말하는 것에 거침없다. 그러나, 그는 다른 홈메이트들과 달리 스스로의 마음 속에 머무는 깊은 상처를 마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조차 가늠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그런 상처를 지녔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열 자신이 모르기에 그 주변에서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와 친구는 동민을 통해 재범의 마음에 있는 상처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재열에게는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마음에 지독한 독감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것에 대한 자아방어기제로 강우의 존재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강우를 통해 위로받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의붓아버지와 형, 그리고 재열과 어머니.. 오래 전 그들에게 있었던 그 '사건'의 진실이 재범과 재열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를 오랜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4.
① 김규태 감독은 클로즈업이 참 좋은가보다. (...) 무튼, 영상과 색감은 참 이쁨.
② 대본이 문득 읽어보고 싶었다. 드라마 끝나면 대본집 나올테니까.. 그때까지 좋으면 봐야지.
③ 서서히 익숙해지는 중이다. 그리고, 점점 더 좋아지는 중이다.
④ 감독이 조인성을 굉장히 좋아하는구나,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⑤ 4회 엔딩은 모르고 봤다면 더 깊은 울림이 있었을 듯 해서, 새삼 본방으로 못본게 아쉽다.
⑥ 강우의 존재에 관해서는 누군가가 그렇게 예상한 글을 봐서 그리 놀랍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⑦ BGM으로 쓰는 노래들 참 좋다. 리스트 정리한 거 찾아봐야 겠다고 생각만 하는 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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