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참 좋은 시절 1,2회) 집으로 가는 길

도희(dh) 2014. 3. 1. 07:03

#1. 십오 년 만의 귀향

어느 날 새벽, 동석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얼마 전 그의 고향인 경주로 내려와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던 상사가 피습을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상사의 부탁을 거절했던 동석은 그 일로 인해 십오 년 만에 고향, 가족들이 모두 모여 살고있는 집으로 가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 자신을 환영하는 플랜카드를 스쳐 동네주민과 말다툼을 하는 형을 지나 유치장에서 막 출소한 후 또 다른 사고를 치는 동생 동희, 동희와 길바닥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첫사랑 해원과 마주한 후에야 그는 집에 도착한다. 그를 반갑게 맞아주는 쌍둥이 삼촌과 조카와 쌍둥이 동생들 (사실은 조카들)과 아버지의 첩, 그리고 데면데면한 어머니와 그를 보자마자 짐짓 화를 내다 결국 눈물을 보이는 할아버지, 곱게 단장하고 자신을 기다리던 여전히 순수한 쌍둥이 누이까지. 그는 그렇게 십오 년 만에 가시처럼 가슴에 박힌 그리운 이들과 재회하게 된다.



#2. 해원

해원. 십오 년 전의 그녀는 그의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마을 지주의 둘째 딸이었다. 그녀의 허영심 많은 어머니는 가난한 그의 가족을 무시했고, 순수한 누이를 괴롭혔고, 착한 어미를 구박했다. 동석은 그런 그녀의 어미가 미웠고 그 미움을 감당하기에 그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

해원. 십오 년 전의 그녀는 진심을 다행 동석을 사랑했고 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그녀의 진심을 거절해오던 동석은, 그녀의 마음을 절반의 진심과 절반의 악의를 받아 담아 받아들였다. 아니, 어쩌면 진심이 악의보다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지도 모르겠다. 해원. 그녀는 그의 첫사랑이었으니까.

그가 그녀의 마음을 오랜시간 거절한 이유와 결국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인 이유는 맞닿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와 사귀는 동안 그녀처럼 온전한 마음으로 올곧고 정직하게 그 진심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절반에 미치지 않았던 악의는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가족을 지켜주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인해 더더욱 커지며 결국 그녀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원. 그녀는 동석의 첫사랑이다. 그래서, 동석의 심장에는 그의 가족만큼이나 해원의 존재는 커다란 가시처럼 박혀있을 것이다.


- '참 좋은 시절' 1회의 명장면. 아닌 척, 동석을 기다리는 소심의 마음이 이 한 장면에서 드러난 듯 했다. -

 

#3. 가족

아직, 어떤 이유로 그가 무려 십오 년 동안 고향에 발길을 끊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극 중에서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은 있었을 것이고, 그 사정은 온전히 그가 짊어져야만 하는 것일 듯 했다. 십오 년 전 경찰서에서 누명을 쓴 순수한 누이를 구하기 위해 되려 그 누이에게 윽박을 지를 수 밖에 없었던 것 처럼. 그래서 누이와 어미와 동생의 마음에 상처를 새겨넣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처럼.

혹은, 단순히 그 지긋지긋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그 단순함이 이유였다면, 그 것이 그저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그가 벗어나고 싶은 이들은 그 누구도 아닌 가족이었고 그렇기에 그는 어떻게든 가족과 연결되어 있었고 결국 가족의 울타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게 되었으니까.

그에게 가족은 심장에 박힌 가시다. 뽑아낼 수 없기에 그저 끌어안고 살아가며 그 아픔을 견뎌야 하지만, 그 아픔조차 표현하는 법을 모르기에 그저 속으로 곪게 둘 수 밖에 없었던 그는 아마도 십오 년이란 세월동안 그 아픔 속에서 달아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 달아났을 때의 그는 겨우 열아홉, 갓 스무살이 된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단계 속에 있었다. 그리고 십오 년이 흐른 지금, 어쩌면 그는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의 가족에게도 그의 존재는 심장에 박힌 가시다.

그저 그의 귀환이 반갑고 기쁜 쌍둥이 삼촌과 동생들과 할아버지와 달리 동탁은 마냥 반가울 수는 없었다. 검사님이 되어 금의환향하는 동생이 대견하고 뿌듯하면서도 그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동탁은 문득, 자신의 처지가 서글프기만 하다. 그리고, 그런 아비를 위로하는 속깊은 아들 물은 아비의 서글픔이 마음에 맺힌다.

순수한 딸 동옥으로 인해 동석을 향한 마음을 억누룰 수 밖에 없는 그의 어머니, 소심은 십오 년 만의 아들과의 재회가 설레이고 기쁘면서도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히 스쳐 지나가, 돼지족발의 털을 뽑으며 그 마음을 다스린다. 집안의 자랑인 동석을 드디어 만나는 것이 설레이면서도 자신을 무시할까 두렵고 그로인해 동희가 행여나 찬밥이 될까 걱정되는 영춘의 마음도 그리 편치많은 않다. 가족을 내팽개친 형이 미운 동희는 형의 존재, 형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화가 날 뿐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한 가족은 각자의 가시를 끌어안고 한 곳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 마음 속에 박힌 가시는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아픔을 알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과정을 그려내지 않을까, 싶었다. 



#4. 그리고.

+ 십오 년이 흐른 후의 해원. 그녀는 더이상 지주의 딸도 아니고, 공주도 아니다. 망해버린 집, 돌아가신 아버지, 철없는 엄마와 언니, 그 가족 속에서 가장이 되어버린 해원은 주어진 현실 속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살아내는 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는 어느 날, 그녀는 동석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그의 동생 동희와 몸싸움을 하던 중 그와 재회하게 된다.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그는 십오 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한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보는 동석, 그런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동석, 안녕하세요.. 라는 해원의 인사에 안녕하세요.. 라고 대답하는 동석. 그 순간 순간의 해원의 마음이 어떨까, 라는 생각에 내 마음이 어쩐지 비참하고 한심하고 또 속상했다. 아마, 해원은 적어도 그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텐데, 라며.

+ 현재 2회까지 방영. 지금까지는 오프닝이 매 회 바뀌는 중이다. 그리고, 그 오프닝을 사이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이다. 마지막까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될지, 과거의 이야기가 다 그려지는 시점에서 현재의 이야기로 채워질지는 지켜보면 알 듯 싶은데.. 적어도 이번 주 까지는 과거 이야기가 그려질 것 같다. 그리고, 이 과거 이야기도 꽤나 좋다. 

+ 보는 순간 순간은 해원에게 몰입이 되었는데, 드라마에 대해 끄적이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동석이가 계속 마음이 쓰였다. 이 아이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이 아이에게 혜원은 어떤 의미일까, 이 아이의 십오 년은 어땠을까, 다시 고향에 돌아오는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십오 년 만에 너무나 달라진 모습의 해원과 마주한 그는 어떤 감정에 휩쌓였을까, 십오 년 만에 만난 가족을 만난 그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등등. 아마, 현재까지 진행된 이 드라마가 동석을 중심으로 진행이 되고 있기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 동석네 가족들. 그 캐릭터 하나 하나가 좋다. 그리고, 이 캐릭터 하나 하나에 담긴 사연들이 있을테고, 조금씩 조금씩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중이다. 해원의 엄마와 언니는 아직까지 밉상인데 어쩐지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이 밉상들도 어쩐지 끌어안을 수 있게되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 극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참 따뜻하다. '참 좋은 시절' 이라는 제목과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극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지나고 나면 '참 좋은 시절' 이라 말할 수 있다, 라는 듯이 .. 그들은 각자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지만 그런 그들의 삶을,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해서 보는 내내 좋았다. 그리고, 극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 '경주' 이기에 그런 따스함이 더더욱 와닿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 해원과 동석. 오프닝 전의 과거에서 해원과 동석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덕분인지 현재 부분에서 해원과 동석의 씬은 매우 짧은데도 불구하고 그 짧은 순간, 심장을 찌르는 듯한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이야기도 꽤나 기대되는 중이다. 어떻게 다시 사랑하게 될까.. 라는.

+ 쌍둥이 아역들 무지 귀엽다. 그리고 쌍둥이의 생부인 동희. 이 아이 또한 출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아이는 말썽을 많이 피우면서도 가족에 대한 애정이 무지 깊은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엄마와 누이. 아마도 가족들 중에서 동희를 가장 따스하게 품어준 존재이자 자신이 지켜주고 싶은 약한 존재가 엄마 순심과 누이 동옥이라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 이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조잘조잘 거리고 싶었는데 할 곳은 없고 그래서 블로그에다가 해야겠다, 생각은 하면서 또 하기는 귀찮아서 미뤘더랬다. 사실, 캡쳐 잔뜩하고 정리해서 장면마다 조잘거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복습도 제대로 못했고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그래서 간략한 척 하지만 전혀 간락하지 않은 두서없는 잡담으로 일단 조잘거려봤다. 아무튼, 마지막까지 이 좋은 느낌이 이어지길 바라며 .. 아마도 어지간히 산을 타지 않는 이상 꽤나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오작교 이후로 챙고보고 싶은 케사 주말극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