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성균관 말단관직의 정도전은 배경도 없고 융통성도 없는 고지식한 성격 탓에 십 년 째 종 7품의 자리에 머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노국공주를 추도하기 위한 전각을 짓는 공사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한 정도전은 공민왕에게 민심을 살펴 나라를 다스리라는 상소를 올리지만 고려의 실세 이인임에 의해 상소는 정도전의 손에 되돌아 오게 된다.
한편, 노국공주의 영전공사에서 있었던 사고를 수습하기는 커녕 더 많은 인력을 추출해 영전공사를 이어가는 공민왕은, 훗날을 위해 모니노(훗날 우왕/반야의 아들)를 세자로 책봉하기 위해 이인임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이인임은 모니노를 반대하는 경복흥을 제거하기 위해 정도전을 이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인임의 예상보다 더 융통성없고 고지식한 정도전은 그의 회유에 넘어가기는 커녕, 공민왕에게 개혁의 의지를 되살려주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을 꿈꾸게 된다.
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이인임을 제거해야만 했던 공민왕은 그런 의지를 이인임에게 내비췄고, 정치 9단의 이인임은 자신의 자리를 꼭 지켜야만 했다. 그 즈음 익비가 홍륜의 아이를 갖게된 것을 알게된 공민왕은 자신의 치부를 덮기위해 홍륜을 암살하고자 했으나, 그 사실을 알게된 이인임의 반격으로 인해 공민왕은 홍륜에 의해 시해된다. 그렇게, 노국공주 사후 정치와 삶에 지쳐버린 듯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아가던 공민왕은 정도전을 통해 희망을 보게 되었으나 그 희망은 채 피어보기도 전에 지고 말았다.
누구보다 믿었던 자제위의 반란으로 죽은 공민왕. 그런 공민왕의 죽음은 결국 노국공주 사후 방탕했던 삶이 결과. 그리고, 그 방탕한 삶을 통해 아마도 정치란 무엇인가를 잠시 잊고 정적에 대한 연민을 갖게되며 자신의 패를 보이는 것으로 반격의 불씨를 남겨둔 것이 패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가 뿌린대로 거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리고, 정도전은 고려의 마지막 희망을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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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왕의 꿈] 이후 찾아온 KBS 대하사극 [정도전]. 한동안 삽질이 있었으나 오랜시간 축적된 노하우로 인해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2회까지는 만족스럽다.
2> 마지막 희망이었던 공민왕의 죽음, 그로인해 이인임의 손아귀에 쥐어진 고려. 휘어지는 법을 모르는 대쪽같은 성격의 정도전이 어떻게 휘어지는 법을 깨닫게 되는가.. 의 과정이 어떻게 그려질까, 싶었다. 넘치는 패기를 주체못해 울분에 차있는 올곧고 고지식한 정도전의 좌절과 분노, 그 과정 속에서 결국 그가 적대시 했던 정치 9단 이인임처럼 정치 능구렁이가 되어가는 모습도 궁금해진다. 그런 모습은 극의 중후반 즈음에 나오려나?
3> 회상을 통해 정도전과 정몽주가 친구가 되는 과정은 짧지만 뭉클해지는 뭔가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현재 서로를 존중하며 아끼는 마음이 느껴지는 정도전과 정몽주의 우정은 괜히 좋다. 특히, 정몽주가 정도전을 많이 염려하고 아낀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고뭉치 동생을 걱정하는 형같은 느낌이 조금 들었달까? 그래서인지, 나중에 정도전과 정몽주가 틀어지게 되면 꽤나 안타까울 것 같기도 하다..
4> 정몽주 외에도 스승 이색을 비롯한 박상충과 하륜 등도 정도전을 염려하고 아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박상충은 큰형의 마음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치기어린 동생을 염려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려는 느낌마저.. (응?) 신진사대부들과 정도전의 관계가 어떻게 그려질지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대왕세종]의 능구렁이 정치고수였던 늙은 하륜만 봐서 그런지 젊은 하륜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아, 저렇게 순진(?)한 하륜이 그 긴 세월 끝에 그런 능구렁이 정치인이 되는구나, 하륜의 스승은 처백부인 이인임인가보구나, 등등의 생각도 들었고.
5> 정도전과 이성계의 만남은 몇 회쯤에 그려질까? 2회에서 공민왕이 퇴장하고 3회에서는 그 이름만 들려오던 최영장군의 본격적인 등장. 이성계의 본격적인 등장도 기대되는 중이다.
66> 이 드라마는 여캐릭터들이 거의 없는 편이다. 여캐릭터들이 많지 않아서 크게 서운한 건 없지만, 궁중복식을 많이 볼 수 없는 건 약간 아쉽다. 짧게나마 나오는 명덕태후와 공민왕의 왕비들 복식이 이뻐서 자주 못보는 건 어쩐지 아쉽다. 사실, K사 대하사극에서 그리는 조선초기 궁중복식이 제일 이쁘다고 생각하지만. (ex. 용의 눈물, 대왕세종)
7> 극의 소품이나 세트 분위기가 '칼과 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미술감독이 같은 분이셨다. 역시! 소소한 장점들 중 하나였던 '칼과 꽃' 세트장이 재활용되는 걸 보니 반가웠고, 정도전은 지금같은 퀄을 유지하여 좋은 사극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바이다.
8> 주인공 정도전의 반대편에 서있는 이인임이란 캐릭터가 꽤나 멋있다. 캐릭터 자체의 멋도 있지만 그걸 표현해낸 배우 박영규의 힘도 있었다. 이인임의 정치내공을 보니 정도전은 한동안 그에게 꽤나 당할 듯 싶고, 최영과 이인임의 대립도 기대된다. 캐릭터들의 정치내공이나, 그걸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내공이나.. 모든 면에서.
9> 아, 2회에서 명덕태후와 공민왕의 왕비들이 한 자리에 있는 씬에서 자막오류가 있었다. 정비와 익비 자막이 바꼈음. 정비에게 익비, 익비에게 정비, 라고 자막이 떠서 순간 멈칫했달까..;
10> 공민왕이 노국공주 이야기를 할 때, 노국공주의 영정을 볼 때, 괜히 '신의'의 노국공주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가장 최근 본 '노국공주'여서 그런가보다. 그 드라마에 그려진 노국공주와 공민왕의 관계도 꽤 괜찮.. 좋았었고.
11> 겨우 2회지만, 2회까지는 일단 만족하는 중이다. 지금처럼만 이어가며 삽질은 부디 하지 않길 바라며.. 아, 2회 드라마 끝나고 미니다큐도 나름 괜찮은 시도였다. 그건 일본 대하사극에서 하는 방식이라던데 좋은 건 뭐 배우기도 하는 거니까.. 싶기도. 아, 그리고, '정도전' 끝난 후 했던 '역사저널 그날'에서 '정도전'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꽤 재미있었다. 처음 보는 프로였는데 역사를 유쾌하고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프로인 듯 해서 신선하고 괜찮았다. 나같은 경우는 중반부터 봤는데 조만간 다시보기로 볼 예정. 다음 주도 정도전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는데 시간되면 볼 예정. 안되면 다시보기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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