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천명 9회) 엉켜가는 실타래 속에서 시작된 위기

도희(dh) 2013. 5. 23. 16:47

- 최원의 갈등

김치용의 제안대로 덕팔을 죽이고 랑이와 함께 명국으로 떠날 것인가, 덕팔을 살려 세자의 도움을 받아 당당히 누명을 벗고 랑이와 살아갈 것인가. 랑이의 목숨줄을 쥔 김치용의 간담이 서늘한 협박과 달콤한 유혹을 동시에 받은 최원은, 랑이와 덕팔의 목숨을 두고 갈등을 하게 되었다. 그 갈등 끝에서 최원은 흑사골에 도움을 받아 김치용의 집에서 랑이를 빼돌리는 것으로 김치용의 협박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한 발 앞서 최원을 압박한다는 이유로 랑이를 궐로 데리고 온 김치용에 의해 그 계획마저 무산되어 버렸다.

딸 랑이를 살리고자 덕팔을 죽일 수 없었던 그는, 그렇다고 삶의 이유와도 같은 딸 랑이를 방치할 수도 없었다. 결국, 최원은 김치용이 보인 두 가지 제안 중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었다. 그저, 랑이와 함께 김치용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멀리 달아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 선택을 위해 그는 병자인 덕팔을 마지막까지 돌보지 못했고, 그렇게 덕팔의 병을 외면하고 그로 인한 죽음을 방관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덕팔의 병은 너무나 깊어 가망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그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가졌던 최원은 김치용에 의해 갈등했고 그 갈등 끝에서 아픈 병자인 덕팔을 외면한 것으로 그의 죽음을 방관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 이었기에 최원이 죽인 것은 아니라 할 수도 있지만 .. 마지막까지 그를 살리기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렇게 외면한 그의 행동에서 문득.. 

병자를 살릴 수 있는 출중한 실력을 숨기고 아픈 병자를 외면하는 의관이 살인자와 뭐가 다르겠느냐

, 라던 다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최원은 왜 자신의 누명을 벗을 길을 찾아줄 수 있는 동아줄과도 같은 세자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최원은 세자에게 온전한 믿음을 갖지 못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유일하게 붙들 수 밖에 없는 동아줄이지만 그 동아줄이 튼튼하다는 확신이 아직은 들지 않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긴, 최원은 처음부터 세자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억울함을 성토하며 목숨을 구걸했지만 온전히 믿지는 않았었다. 그렇기에, 세자가 도움의 손길을 뻗기 전에 스스로 탈옥을 했고, 스스로 덕팔을 살리기 위해 궐에 잠입을 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세자는 생각만큼 진중하지 못했고 생각이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데 서툰 모습을 보이며 위기를 자초했으니, 최원의 판단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만약 최원에 세자에게 온전한 믿음을 보이며 모든 것을 말했다면 세자는 최원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었을까? 적어도 궐 내에 감금되어 있는 랑이를 김치용의 손아귀에서 빼내어 줄 수는 있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결국, 이 또한 최원과 세자의 갈등이라는 결과를 위한 과정일 뿐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 모란꽃의 오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 여기며 모든 것을 걸었던 덕팔의 죽음. 김치용과 최원의 거래 그리고 덕팔의 정확한 상태를 몰랐던 세자는, 덕팔의 죽음과 최원의 실종을 김치용의 짓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로인한 좌절과 자신의 무력함을 술로 달래는 중이었다. 좌절과 무력함을 딛고 어떻게 한발을 내딛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아마도, 그 순간의 세자는 제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무력함에 한탄하는 것과 동시에, 덕팔의 진술만 믿고 정적들에게 감정적으로 대처하며 자신의 패를 다 보인 것에 대한 깊은 후회와 반성 그리고 두려움같은 감정에 어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다인을 통해 최원이 무사히 궐 밖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에 안도하던 세자는 호위무사가 전해준 랑이의 주머니 속에 있던 모란꽃 그림을 보며 분노했다. 최형구(최원父)가 죽은 방에서 랑이가 발견한 모란 꽃이 그려진 종이조각. 어미가 좋아하는 꽃그림이기에 소중히 간직했던 그 종이조각은 결국 세자의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있는 세자는 최원을 향한 오해와 의심이 시작하게 되는 듯 싶었다.

그 오해와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최원이 일부러 덕팔을 죽였다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는 중이다. 거기에 더해, 지금까지 자신은 완벽하게 속아왔다 여기며 민도생을 죽인 진짜 범인이 정말로 최원일 수도 있노라 여길지도... (부디 거기까지 가지는 말아주세요ㅠ) 뜨거운 분노가 가라앉고 차가운 이성을 되찾게되면 오해와 의심으로 가려진 진실을 볼 수 있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가, 현명한 군주의 자질을 가진 이라면..

랑이가 애지중지 간직하고 있는 모란꽃이 그려진 종이가 어떤 역할을 하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세자와 최원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는 역할을 할 줄은 몰랐었다. 결국, 김치용은 모르겠으나 최원을 잡기위한 그의 계략은 어찌되었든 세자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세자와 최원은 어째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서로는 그저 살기위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존재일 뿐이었던 걸까? 세자는.. 무사히 세자의 자리에 오르는데 도움을 줬던 최원이기에, 또 무사히 보위에 오르기 위해 최원의 도움이 필요했을 뿐이었을까? 최원은.. 누명을 벗고 살아남아 랑이를 살려야만 했기에 세자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일까?

군왕이 자애를 주면 신하는 믿음을 바친다 - 대왕세종 -

, 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 홍역귀의 촉

최원을 유인하기 위해 랑이를 제 집의 사노비로 두겠다던 김치용의 계략에 동의한 홍역귀는, 찜찜한 마음을 뒤로하고 랑이를 보냈다. 그리고, 김치용의 집 주변을 감시하며 최원을 기다렸지만 그가 목격한 것은 아픈 랑이가 탄 가마가 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것을 시작으로, 한동안 무뎌진 듯 했던 그의 촉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김치용 그리고 그 주변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촉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그 전까지는 꽤나 그럴싸하게 들리던 김치용의 말과 행동들이 미심쩍어지기 시작했고, 그의 집을 들락거리는 곤오의 수상쩍은 행동 또한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최원과 한패로 추정되는 꺽정이 김치용의 집에 붙들려 있다는 것에 주목한 결과, 드디어 최원을 붙잡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원과 홍역귀의 추격전을 보며 '그냥 잡혀라;' 라는 생각으로 봤었다. 홍역귀에게 최원을 못잡는다고 닥달하는 한편, 행여라도 홍역귀의 손에 최원이 잡힐까 안절부절 못하는 문정왕후측 사람들의 조금이라도 움찔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달까? 게다가, 이즈음의 홍역귀라면 전처럼 눈과 귀를 가린 채 최원의 말을 무시하기 보다는 그의 말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어찌되었든, 현재 최원에게 닥친 위기 - 홍역귀에게 추포 - 는 또다른 기회를 위한 위기인 듯 싶다.



- 그리고,

1> 그저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자 하는 어린 경원대군. 그의 행동과 말과 눈물에는 그 어떤 악의도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미워지다 말다, 그러는 중이다. 조금 냉혹하게 말하자면 경원대군의 말대로 그가 태어난 것 자체가 죄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지.


2> 군왕 못지않은 품위를 갖고 싶으니 어미 말을 고분고분 잘 들으라는 문정왕후. 한마디로, 경원대군 너는 닥치고 내 말만 들어라, 라는 말임과 동시에 아들을 허수아비 왕으로 세워 그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그녀의 욕망이 드러나는 대사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3> 일단, 랑이는 흑석골에서 거칠네의 보호아래 머물게 되는 듯 싶었다. 그리고, 병이 악화되는 랑이가 가진 진짜 병명이 슬슬 밝혀지며 최원의 절박함은 더해져가기 시작하겠지? 딸을 살리기위해 누명을 벗어야한다는 절박함에, 딸의 병을 고칠 치료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더 큰 절박함이 더해져야만 하는 상황. 그 상황이 잘 표현되길 바라며...


4> 7회까지는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던 세자 캐릭터가.. 8회부터 뭔가 삐걱거리는 듯 하더니, 9회에는 '저기요...' 라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내가 애초에 세자 캐릭터를 잘못 해석하고 착각을 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위에서도 말했지만 생각만큼 진중하지 못했고 생각이상으로 감정조절이 안되는 듯 했다. 어쩌면, 그 전까지 그가 보여왔던 침착함과 몸을 숙이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한 것은 어머니 문정왕후에 대한 일말의 미련이 있었기에 그 것에 기대어 참고 인내하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고, 그 미련을 버린 지금은 그 무엇에도 기댈 수 없기에 안절부절 못한 채 방황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천봉이 위기에 처한 세자에게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은 채 '이겨내셔야죠'라고 말한 것은 자신의 도발에서 시작된 세자의 혼란과 방황을 알기에 그 끝에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혹은, 그 정도의 위기도 스스로 넘어서지 못하면 우리가 받들만한 왕재가 아니다, 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등등, 나 스스로를 설득하고 납득하기 위한 이런저런 생각 중;


5> 다인의 존재가 김치용을 넘어 문정왕후에게도 드러났다. 최원의 구명을 위해 어떻게든 내의원에서 살아남고자 김치용이 내민 손을 잡은 다인은, 문정왕후가 내민 손까지 잡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듯 싶었다. 그 위험한 상황 속에서 다인은 어떤 기지를 보이며 극복할 수 있을런지.


6> 이 드라마에서 뭔가 아쉽다고 여기는 부분 중 하나가, 민도생이 남긴 사자전언의 의미가 너무나 쉽게 풀렸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물론, 극 중에서 구덕팔의 존재만 안다면 누구나 알 수 있었던 민도생의 사자전언. 그리고 그 것을 이유로 구덕팔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 이었으나 구덕팔은 너무나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생각해보면, 구덕팔의 증언이 진실을 밝히는데 얼마만큼의 신뢰도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이 즈음에서 민도생이 남긴 사자전언의 의미가 정말로 '구덕팔'을 의미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져보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라는 생각을 하고있는 이유는 10회 텍스트 예고에서 최원이 거북 구(龜)의 의미에 의문을 갖게된다고 해서.(!)


7> 솔직히 고백하자면, 크게 집중하며 보지 못한 회차였다.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띄었고. 하지만, 스토리 쪽으로는 이야기의 전환점을 돌기위한 고비.. 라며 나 스스로를 납득 중. 텍스트 예고를 보니 10회차에서 몰아칠 것도 같은데 부디 이야기의 전환점을 제대로 돌아주길 바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