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나인 19회) 기회이자 저주. 구원일 수도 파멸일 수도 있는 향은 바로 나였어.

도희(dh) 2013. 5. 14. 14:08


4월 24일, 다섯번째 메세지.


내가 왜 돌아갈 수 없는지 이제 알 것 같다. 향이 바로 나였어.
향이 내 운명을 조롱한다고, 싸워서 이기겠다고 했었지?
그런데, 내가 바로 향이었어. 향을 피운 순간부터 내가 다른 사람들 인생의 선악과였던 거야.
기회이자 저주. 구원일 수도 파멸일 수도 있는 향은 바로 나였어.
향을 다 썼으니 내 역할도 다 끝난 거겠지. 난 영원히 못돌아 갈거야.
그걸 이제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죽음도 억울할 것도 없어.
감히 신 행세 했다는 죄책감도 갖지 않기로 했다. 결국 내가 아닌 그들 선택에 달린 거였으니까.


그래서 새삼 감사하게 된다.
되풀이되는 생에도 변함없이 내 옆을 지켜준 사람들. 그 운명을 선택해준 사람들에게.
매번 매 생애마다 한결같이 내 가장 진실한 친구가 되어준 너에게 감사한다.




1> 선우의 시간여행을 통해 남겨진 흔적이 변수가 되어 의지를 갖게된 이들로 인해 변하는 현재. 과거의 시간에 갇혀 죽음을 앞둔 선우는 비로소 모든 것을 깨닫게되며 향이 곧 자신이었다는 결론을 지었다. 시간여행자 선우와 관계를 맺게된 과거의 사람들이 의지를 갖게된 것은, 선우가 바로 그들에게 기회이자 저주, 구원일 수도 파멸일 수도 있는, 인생의 선악과인 향이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선우처럼 그들 또한 '선우'가 제 운명을 조롱한다 여기며 그와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를 갖게되었고 그렇게 그들은 의지에 따라 선택을 해서 현재를 만들어냈다 말하는 듯 했다.

그럼에도 그 되풀이되는 생에도 변함없이 선우의 옆을 지켜준 사람들. 그에게 끊임없는 믿음과 신뢰를 준 사람들. 그래서 그가 의지할 수 있게 해준 사람들. 국장님과 영훈이. 특히, 이 모든 비밀을 함께 공유하며 함께 아파해주고 힘겨워해준, 그렇게 한결같이 선우의 가장 진실한 친구가 되어준 영훈이에게 나 또한.. 감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진실한 친구를 곁에 둔 선우의 인생은 그래도 어쩌면 성공한 것이란 생각도, 문득 들었고.


2> 과거의 시간에 갇힌 선우가 최진철에 의해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은 정우는, 그에 대한 분노에 앞서 실망감이 밀려들었던 것 같았다. 실망감과 분노에 못이긴 정우는 최진철에게 20년간 감춰왔던 진실을 말했고, 최진철은 예상치 못한 진실에 무너져내려 허망한 죽음을 맞이했다. 너무나 허망한 죽음. 그 죽음이 안타깝지는 않았다. 그에게 걸맞는 비참하고 허망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정우와의 통화흔적이 없었다면 무명씨로 더 비참하고 허망하게 끝났을 생이었겠지.

다만, 최진철의 죽음으로 티끌만한 안타까움이 있다면 .. 그 것은 정우였다. 이 생에서의 연을 완전히 끊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정우에게 아버지였으니까. 그래도, 죄값을 치르고 속죄하는 삶을 살아가는 정우는 지난 생과 지지난 생보다는 단단해졌기에 어떻게든 살아가리라.. 자신의 죄 그리고 아버지 최진철의 죄를 속죄하며.

그리고,  현재의 최진철이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20년 전의 최진철은 정우를 협박했다. 그 순간, 정우의 입에서 진실이 나왔더라도.. 그렇게 만약 '진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영원한 침묵 속에서 살아가는 손명희를 찾아가서 했던 절규와 달리 그의 인생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3> 마지막 순간, 시아와의 만남. 선우는 민영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시아를 통해 전했다. 그리고, 그 순간 새로운 기억이 새겨진 민영은 선우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어린 시아와 선우의 약속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4> 아홉개의 향은 다 태워졌고, 선우 또한 과거에 갇힌 채 생을 마감했다. 이제, 과거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의지로 인한 현재의 변화도 끝이 난 걸까? 아마도, 선우와 시아의 마지막 약속을 끝으로 향은 꺼졌고 그렇게 그 약속으로 인한 변화가 마지막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아니면 말고;)

5> 어떤 결말이든, 제대로 매듭이 지어진 마무리였으면 싶다. 이미 해피는 물건너간 듯 하니.. 납득할 수 있는 마무리라면 만족할 듯.

6> 재미나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종영이 이렇게 반가운 드라마는 처음인가? 아무튼, 종영해서 다행이다. 19회차까지 달리는 동안 너무 진이 빠져서...;

7>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선우'라는 이름은 불쌍한 인생을 살아가는 남주에게 주어지기 위해 만들어진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작년 이맘 때 즈음에 '선우야ㅠㅠㅠㅠ'하며 울었는데.. 올해에도 역시, 아니 그보다 더 안타까워하며 '선우야ㅠㅠㅠㅠㅠ'하며 울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년에 또 그러지는 않겠지...?(먼산;)

8> 어찌되었든, 선우의 음성메시지는 시간을 건너 영훈이가 듣게되었구나. 이 부분이 붕도의 편지(인남)가 떠오르기도 했다. 역시.. 영훈이가 이 드라마 '나인'의 히로인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