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장옥정, 사랑에 살다 9,10회) 반짝이는 희망을 버리고 타오르는 욕망을 손에 쥐다

도희(dh) 2013. 5. 13. 00:36

전 불꽃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어차피 한번 뿐인 삶이라면 
찰나라도 저리 찬연히 빛났다가 쓰러져가는 불꽃이고 싶습니다
- 장옥정 / 장옥정, 사랑에 살다 3회 -


제겐 비장의 무기가 있지요. 제 손 안에 있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희망이지요.
그 희망이란 무기가 제게있고 부족하지만 끊임없이 그 꿈을 그려간다면 꼭 꿈대로 되있을 거라 믿습니다.
- 장옥정 / 장옥정, 사랑에 살다 4회 -
 
대궐의 이순전하와 정 1품 빈의 첩지. 그 것들을 온전히 가져야겠습니다.
해서 천것은 절대 아무것도 될 수 없고 그 누구도 연모해서 안된다는 그들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천하를 발 아래두고 그자들을 부셔버릴 것입니다. 그러기위해서 전 반드시 대궐로 돌아갈 것입니다.
- 장옥정 / 장옥정, 사랑에 살다 10회 -

아무리 깊은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손 안에 있는 희망이란 무기로 다시 일어서려는 여인, 장옥정. 그런 장옥정의 꿈을 향한 의지로 인해 빛나는 반짝임은 숙종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렇게 그 어떤 정치적인 계산없이 그의 사랑을 얻어냈다. 처음, 옥정은 그가 왕이라는 이유로 밀어냈다. 능소화의 삶을 살고싶지 않아 그를 밀어내면서도 그가 다시 저를 찾지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그렇게 그의 애를 태운 결과 미천한 신분의 굴레와 족쇄에 묶여 너무나 먼 하늘이기에 감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하늘인 스스로 무너져내려 그녀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가 의도치 않았으나 이미 그녀의 정치적 배경이 되어버린 남인세력은 대비인 명성왕후의 심기를 건드렸고, 옥정으로 벌어진 사고로 인해 숙종이 다치게된 사건을 계기로 쫓겨나게 되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않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 이미 그녀의 배경세력이 되어버린 남인은 훗날을 위해 동평군의 사저에서 그녀를 보호했고, 결국 옥정은 숙종과 재회 끝에 '왕의 여자'가 되었다. 그때까지의 그녀는 잠재되어있는 자신의 욕망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한 남자를 위하고 사랑하는 '여인'일 뿐이었다. 그래서, 당장 궐로 불러들여 첩지를 내리겠노라는 그가 자신의 천한 신분으로 인해 곤란해지는 것은 싫다며 그저 그의 여인이 되는 것으로 만족하겠노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언제나와 처럼 삶은 옥정의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딸을 중전의 자리에 올리려는 계획에 거슬리는 존재인 옥정을 제거하고자 했던 민유중은 그녀의 트라우마를 건들었다. 그리고, 민유중의 계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감은 채 때를 기다리던 장현의 계획대로, 옥정은 가지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할 때의 들끓는 욕망과 원하는 것을 빼앗겼을 때의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깨닫게 되었다. 그 사건은 결국 잠재되어 있던 그녀의 욕망을 깨닫게하는 계기가 되었고.. 아주 오랜시간 원하고 또 원했던, 깨끗이 빨면 미천한 신분도 하얗게 세탁이 되는 '왕의 빈'이라는 옷을 손에 넣기위한 욕망을 드러냈다. 그렇게, 꿈을 이루기위해 그녀의 손 안에 쥐어진 비장의 무기는 더이상 너무나 반짝여 눈이 부신 희망이 아닌 욕망이 되어 그녀의 새로운 꿈을 위해 타오르고 있었다. 



저런 불꽃들을 보면 마음이 왠지 슬퍼진다네.
찰나 빛을 발했다가 허망하게 사라지고 마는 불꽃이 우리네 인생같아서.

해서, 차라리 난 한결같이 만세를 비추는 달빛이 좋다네.
- 인현왕후 / 장옥정, 사랑에 살다 3회 -

저는 믿습니다.
오랫동안 꿈을 그려간다면 언젠간 그 꿈대로 되있을 거라고.

- 인현왕후 / 장옥정, 사랑에 살다 4회 -
 
국혼 후 왕비로서 그 여인을 찾게해주소서.
그 자존심만 지키게 해주신다면 꼭 전하의 여인을 찾아드릴 것입니다.
- 인현왕후 / 장옥정, 사랑에 살다 10회 -

오랫동안 꿈을 그려간다면 언젠간 그 꿈대로 되어있으리란 믿음으로 살아온 여인, 인현왕후. 그렇게 고결한 자존심으로 누군가의 한줌 원한도 새겨지지 않은 신성한 국모의 자리에 오를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온 그녀는, 어느 새 꿈을 그려나간다면 언젠간 그 꿈대로 되어있을 것이란 믿음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부했던 후궁으로서의 입궐을 받아들이고자 했고, 인경왕후 사후 중전의 자리가 비어있는 동안 숙종의 눈에 들기위해 대비의 부름을 핑계로 궐을 드나들었다. 그렇게, 고결한 자존심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오래 전부터 자꾸만 거슬렸던 옥정을 궐에서 만나게되고 그 옥정에게 숙종이 첫정을 줬다는 사실은, 그녀의 자존심을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비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인내하고 기다린다고 해서 손에 넣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된 그녀는, 가문의 뒤에 앉아 그저 오랫동안 꿈을 그려만간다고 그 꿈대로 되어있을 만큼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닫게된 그녀는, 자신이 오랫동안 그려온 꿈을 이루기위해 옥정의 재입궐과 국모의 자리를 두고 왕과 거래를 했다. 그리고, 그 거래를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꿈인 국모의 자리와 나락으로 떨어진 자존심을 건져올려 다시금 고결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그녀는 국모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위한 삶을 살아갈 듯 싶었다. 그간 가문의 뒤에 앉아 묵묵히 살아온 것과 달리, 가문과 서인세력을 배경으로 손에 쥔 것들을 지키기위한 삶을 살아가겠지.



+그리고+

1> 옥정의 꿈은 최고의 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최고의 옷을 통해 그녀가 얻고자한 것은 신분이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미천한 신분에 부딪혀 굴욕을 당하고 상처를 받은 옥정은, 자신에게 주어진 타고난 재능으로 그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손 안에 쥐어진 희망을 무기로 입궐해 정을 나눈 왕으로 인해, 그녀는 최고의 옷을 만들겠다는 꿈이 아닌 왕의 사랑에 모든 걸 걸게 되었다. 그토록 가고자했던 청나라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면서 까지. 어느 새, 그녀는 최고의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닌, 최고의 옷을 입고싶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미천한 신분도 하얗게 세탁이 되는 옷의 존재를.


2> 장현은 숙종과의 거래를 통해 그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전히, 장현이 말한 꽃이 옥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그 어떤 정치적 계산없이 원하고 또 원했던 여인이, 자신이 하고자하는 정치의 중심에 서있다는 걸 알게되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짓게될까? 이미, 상관이 없어졌다 할까?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더이상 그토록 반짝여서 눈이 부시던 희망이 아닌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욕망이 쥐어져있다는 사실을 깨닫게되는 그는 또 어떤 표정을 짓게될까? 자신을 향한 그녀의 사랑이 티끌하나 없이 맑고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될 때는.. 어떤 마음이 들까..?


3>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가장 두렵다, 라고 했던가? 원하는 것이 있는 이들에게는 거래의 여지가 있고, 그렇기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어주는 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원하는 것이 없다면 그 어떤 거래의 여지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장현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옥정이었을 것이다. 옥정은 장현에게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래서, 장현은 오랜 세월동안 옥정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하나 둘 앗아가며 그녀가 자신과 거래를 하기위해 손을 잡는 날을 기다려왔던 것 같다. 그리고, 잠재되어있던 욕망에 눈을 뜬 옥정은 장현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의 손을 잡고 거래를 시작했다.


4> 장희재의 성격은 진중하지 못한 다혈질로 그려지는 중이다. 게다가 어머니와 동생이 애틋한 사람. 어쩐지, 그는 옥정을 지키나는 이유로 사고를 치고 그 것이 옥정의 위기로 이어질 것 같았다.


5> 아들을 살리기위한 치성을 들이는 대비의 물벼락 굿판. 이건 실제로 그랬다는 것 같다. 그 이후 폐렴에 걸려 죽었다고. 극 중에서는 아마도 장희재의 계략으로 그려진 듯 싶었다. 극 중으로만 따지자면, 인현왕후의 생모와 숙종의 생모 모두 장현의 계략에 의해 저 세상으로 간건가...? (효명옹주와 숭선군에게 출생의 비밀을 부여한 모 드라마를 본 이후로 이런 거 따지지 않기로 "일단" 결심했으니까.. 극의 전개를 위한 설정이라 여기며 그러려니;) 이렇거나 저렇거나, 덕분에 대비인 명성왕후가 곧 하차하실 듯 싶은데.. 후련하다. 너무 떽떽거려서 나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던 캐릭터인지라. 일단, 왕후로서의 품위따위가 전혀 없었다. 천박한 느낌마저 들었달까?


6> 호구동평.....ㅠㅠㅠㅠㅠㅠ 이분은 어째, 전작에 이어서 호구노릇을 하나 모르겠다ㅠㅠ 아무튼, 서브남 포지션은 이분이 다 가져가버린 상황에서 치수는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 가 관전포인트; 전에도 생각했듯이, 옥정이 입궐해서 후궁첩지 or 중전자리에 오른 뒤 등장할 것만 같은.. 과거는 회상으로 가면 됩니다.. 일까? 너무나 안타까운 건 등장안해도 극 전개에서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 되었다는 거겠지만.


7> 이번 9~10회차의 부제는 <숙종, 사랑에 살다>인 듯 싶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사랑에 사는 숙종은 매력이 없다. 아니, 사랑을 위해 왕권따위 애초에 없는 셈을 칠 수 있다니요.. 이런 숙종이 왕권을 위해 옥정을 죽이는 과정을 얼마나 개연성있게 그려낼까, 싶어진다. 왠지, 그 부분에 개연성이 잔뜩 뭍어있다면 사랑에 살던 이 때가 떠올라서 뭔가 울컥하고 안타까워 지려나?


8> 드디어 흑옥정이 되었다. 역시, 옥정은 흑화가 되어야 제 맛인가?! 일단, 흑화되니 미모가 더 빛났다. 독을 품고 재입궐한 옥정의 활약을 기대하며.. 여우짓도 하겠지? 숙종과 첫날 밤 후에 하는 행동들이 왠지 여우소질이 다분하다고 여겨서.. 대놓고 여우짓도 기대 중.


9> 착한 옥정이 어째서 흑화가 되는가, 에 대한 개연성과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무려 10회나 활용했다. 일단,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중심 - 사대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신분제로 인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이 갖게된 욕망 - 은 어느정도 잘 잡혀있는 편이라 생각한다. 주요인물들의 관계와 갈등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니 말이다. 게다가, 옥정이 옷을 짓는 이로 설정한 부분을 잘 활용하지 못한 듯 싶지만 어찌되었든, 결국 '옷=신분세탁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으로 잠들어있는 옥정의 욕망을 상징했던 것 같으니까. 그리고, 오로지 왕권강화를 위해 정치적으로 살아가야만 하기에 냉혹한 왕의 얼굴을 한 숙종이라거나, 반짝이는 희망을 버리고 타오르는 욕망을 손에쥐고 원하는 것을 얻고자하는 옥정의 변화도 어느정도 잘 그려내는 듯 하고.

그런데, 중요한 건 이 드라마가 총 24부작이라는 것이다. 총 24부작에서 10회차가 되어서야 인현왕후가 국모의 자리에 올랐고 옥정은 흑화가 되었다. 이 드라마의 결말이 옥정이 중전이 되는 것이라면 그러려니.. 싶겠으나, 결말은 중전의 자리에 올랐던 옥정이 사약을 받게되는 것. 뭐, 사건은 나름 드라마틱하게 배치해서 빠르게 전개하는 듯하니 남은 14회동안 어떤 전개를 하게될지 궁금해지기는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주요 스토리는 지지부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왠지 모를 가벼움이라니.. 어딘가 깊이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 내내 아쉽다. (소소하게 거슬리는 부분들은 어느정도 ... 넘기며 보는 중;)


0> 인현과 옥정은 전혀 다른 신분과 인생관을 가지고 있으나, 순진한 희망을 품고 살아온 여인들이었다. 그 순진한 희망은 자신들의 등 뒤에 펼쳐진 정치적 배경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퇴색해버렸고, 원하는 것을 얻고자 바라지 않던 길을 걷게되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숙종과 거래를 한 것이 인현왕후에겐 첫번째 정치였을 것이고, 이제 자존심을 지키기위한 거래를 하며 정치를 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극 중에서 옥정이 자신에게 주어진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숙종과의 거래의 결과였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즈음의 숙종과 옥정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옥정 자신이 손에 쥔 욕망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아들인 세자(훗날, 경종)의 보위와 자신의 목숨을 두고하는 거래, 같은. 그렇게.. 사랑에 살다간다는 옥정에게 사랑은 결국 손에 쥔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욕망'이길 바라는... 뭐, 이런저런 생각이 문득 드는 중이다. 그래서, 옥정의 결말이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을 위해 죽어줄게요, 엉엉.. 따위 싫다. 게다가.. 흑화된 옥정과도 어울리지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