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나인 12회) 악마의 유혹 속에서 또 한번 선악과에 손을 대다

도희(dh) 2013. 4. 18. 22:48

 

처음에는 내가 향을 찾았고 내가 선택해서 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쯤되니까 향이 나를 찾았고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뭔가 할일이 더 남아서 향이 나를 찾아온 거 아닌가 싶다구. 그래서 난 이렇게 해석하기로 했어. 내가 비틀어 놓은 걸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기회를 마지막으로 준 거라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 또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지. 근데, 난 죽었다가도 살아난 사람이야. 형도 마찮가지로. 우리에게 뭐 더 큰 일이 있겠어.

 

조금씩 조금씩,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운 감정으로 가득한 존재하지 않는 기억들을 떠올린 민영, 레코드판 속에 남긴 주민영의 메시지는 변수가 되어 민영의 의지로 스스로 기억을 찾게 되었다. 그로인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힘든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민영에게.. 선우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서 둘이서만 살아갈 것인지.. 지금까지처럼 가족으로 살아갈 것인지.. 가끔씩 생각나는 첫사랑처럼 만나며 살아갈 것인지.. 물었다. 니가 하자는대로 하겠노라며.

그렇게,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고 그런 삶을 살아야하는 민영이 아픈.. 선우 앞에, 20년 전의 선우가 보내는 또 다른 메세지가 도착했다. 받았어요? 내가 보낸 물건. 다급히 펼쳐본 일기장에는 또 다른 기억이 기록되어 있었고, 20년 전의 세계에 버리고 온 향은, 기가막힌 타이밍에 가진 과거의 선우를 통해 돌아왔다.

향을 통한 일곱 번의 시간여행. 그 여행을 통해서 원하는 현재를 얻으려는 행동을 하면 할 수록,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며, 사랑하는 여자는 동생이 되고, 몰랐어야 할 참혹한 진실을 알게되고, 얼마 남지않은 생명마저 단축시켰다. 그 지긋지긋한 향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다시금 손에 들어왔고, 이제 선우는 자신이 비틀어 놓은 걸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또 한번 향을 피우기로 했다.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또 어떤 변수로 인해 뒷통수를 맞을지 모를지라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향을 피운 후 어떤 결과가 닥칠치 두렵고 무서웠지만.. 선우에겐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다. 처음엔 주제넘게 신 행세를 하면서 마음대로 바꿨지만 이제 아무런 의지도 없는 현재,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민영이 스스로 기억을 찾았고, 과거의 나는 선우 그 자신이 원하지 않는대도 향을 보내는 것은 물론..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이제 시작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 의지를 갖게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 이었다. 신이 아니기에 그 어떤 예측도, 컨트롤도 할 수 없는 선우는.. 그래서, 그렇게 해석하기로 했다고 한다.

 

 

난 니 제안이 신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아무한테나 오겠니? 사람들이 평생 후회할 일들을 얼마나 많이 저지르는데. 되돌릴 기회를 갖는 건 정말 천운이지.

 

다시, 향을 피워 자신이 비틀어 놓은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로 한 선우는.. 그 전에 형 정우를 찾았다. 처음부터 향은 형의 것이었고, 이 모든 시작은 형에게서 비롯되었고, 형의 인생을 뒤흔들 일이기에, 형의 선택에 맡기고자 했다. 그렇게, 그 얼마가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을 형 정우에게 털어놓았다. (정우는 몰랐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정우는.. 선우의 허무맹랑한 그 모든 말들이 이상하게 다 믿어진다고 했다. 당시에 납득이 안가는 게 많았는데 이제야 알겠다고, 이제야 모든게 이해가 된다고. 그렇게, 선우에게 지난 20년간의 후회하고 괴로웠던 심경을 털어놓으며..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 신이 주신 기회일 것이라며, 다시금 되돌려 줄 것을 부탁하게 되었다. 끊임없는 갈등 속에 놓여있었던 20년 전의 자신이라면, 선우의 설득에 결심을 하게될 것이라고.

그렇게, 현재의 인생에서 가족으로 살아온 유진과 민영이 .. 자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가족을 만들어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란 안심으로, 현재의 인생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시간을 아내 유진과 함께 보내고 있었다. 
 

 

이제 겨우 시작인거면,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 의지를 가지면, 앞으로 뭘할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난 신이 아니니까 예측도 못하고 컨트롤도 할 수 없는데.

 

하지만, 범죄를 은닉하기 위한 최진철의 집요함은 그에게 '의지'를 만들어줬고, 그렇게 20년 전의 세계에 남긴 선우의 흔적은 또 다른 변수가 되어, 비틀어 놓은 걸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어쩌면) 마지막 시간여행을 하게된 선우에게 위기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1> 감히... 살짝, 흥미가 떨어는 중이라고 말한 점.. 고개숙여 죄송합니다.(--)(__) 역시, 향은 피워야 제맛이라고.. 엄청 쫄깃하게 봤다. 그 전까지는, 향을 피우는 행위를 그저 흥미진진하게 봤다면, 이번에는 향의 부작용을 제대로 뒷통수 맞았기 때문인지, 최진철이 스스로의 의지를 갖기 시작한 지점이어서 그런지, 향을 피우는 순간부터 조마조마 했더랬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늘 틀리지 않는지...(ㅠ)

2> 내내 모호한 감정선을 보이던 정우가, 자신의 본심을, 그 동안 꼭꼭 숨겨왔던 내면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해줬던 회차이기도 했다. 애초부터 여리고 유약한 심성의 정우가, 그 큰 죄를 짓고 자그마치 20년이란 시간동안 자수를 하지도, 죽지도 못한 채, 꾸역꾸역 살아왔다는 것이, 안타까워 지기도 했다. 정말, 첫번째 인생의, 평생 세계를 방랑하다 히말라야에서 죽은 정우의 삶이, 진짜 그의 삶이였던 것이란 생각도 문득, 들었고. 정우가 크나큰 죄책감을 가슴에 끌어안고 고통 속에서도 꾸역꾸역 살아왔던 것은 '식구' 때문이었다고 한다. 유진과 민영, 그가 함께 살아가고 또한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들로 인해서, 그는 살아내야만 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자신이 아니더라도 유진과 민영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는 것을 알게된 그는, 안심하고 되돌려달라 말할 수 있었던 것일테고.

3> 이제 8회차 남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성공하지 못하리란 생각은 했었지만..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이야. 남은 8회는 정말 가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봐야할 듯 싶다. 1~2회차 정도 잔잔했던 것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나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좀 더 숨을 골랐어도 괜찮았을 것도 같다... 는, 뭐 어쩌구 저쩌구;

4> 최진철 진짜 싫다. 싫어!!! 근데, 최진철이란 이름은 악의 축에게 주로 쓰이는 이름인가? 내마들에서도 악의 축에 해당하는 인물 이름이 최진철이었는데. 아, 그때도 최진철 싫어했다. 어우어우.. 생각만해도 짜증;

5> 이제, 남은 향은 하나. 시간의 틈에서 흘러들어온 변수로 인해 각자의 의지를 갖고 정해진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기 시작한 그들로 인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끼칠런지... 그리고, 정우-선우 형제는 왠지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은, 정해진 운명대로 가야만하고, 그래서 그들은 삶과 작별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는 중이다. 어쩐지, 그들에게는 삶 자체가 고통이란 생각도 들고.. 너무 많은 기억과 무거운 진실을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