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나인 7회) 아버지의 죽음 속에 감춰진 아득한 진실

도희(dh) 2013. 4. 2. 18:14


1.

존재하지 않는 기억 속에서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다던 정우. 그 것을 위해 평생을 방랑한 끝에 신비한 향의 존재를 알게된 정우는 마지막 여행길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선우는 홀로 남을 어머니를 위해 형을 찾다가 형의 죽음과 향의 존재를 알게되며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오로지, 형을 위한 여행. 형이 되돌리고 싶은 과거를 위한 여행이 그의 첫번째 목적이었다. 그리고, 나를 살리기 위한 여행.

그리고, 그 여행을 위한 사전답사에서 우연히 만난 과거의 형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형의 슬픈 사랑을 알게되고, 드넓은 오지랖으로 형과 유진의 큐피트 노릇을 해주게 된다. 그 결과, 형은 살았지만.. 선우가 사랑하는 준영은 자신의 조카가 되어버리는 지독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선우는 형을 되살리는 댓가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유일한 행복이라 할 수 있는 준영을 잃게 되었다.

그래도 선우는 꾹 참았다. 소중한 이들을 위해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억으로 인한 감정을 애써 꾹 눌러참고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낯선 상황 속에서 밀려오는 그리움을 겨우 참으며, 눈 앞에서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사랑하는 여인을 그저 조카로 바라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없을 땐 몰랐던, 하지만, 있다가 없어진 후에 느끼는 공허한 외로움을 가슴에 끌어안은 채.


2.

형, 그리고 선우가 되돌리고 싶은 또 하나의 과거. 아버지의 죽음. 선우는 그 죽음의 중심에 최진철이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구하고 최진철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 날의 진실에 다가서고자 계획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 선우가 본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의 아버지는 구했으나 몇시간 후 아버지는 다시 죽게 된다. 아버지의 운명은 변하지 않았고, 선우는 그 죽음의 현장에 형 그리고 어머니가 있었다는, 아득하고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선우네 집은 선우가 생각했던 것처럼 평화롭고 따뜻한 가정은 아니었다. 그 허상 속에 끊임없는 갈등이 있었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선우만이 가정 내의 갈등을 전혀 모른 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형의 출생과 어머니의 외도를 끊임없이 의심했고 (이 부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에 아버지의 오해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 형은 애딸린 미망인과의 사랑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했고, 어머니는 이 모든 갈등을 끌어안고 평온한 척 미소를 짓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 갈등은 결국 표면 위로 올라왔고 누군가의 우발적 행동으로 인해 아버지는 죽게되었다.

어머니의 외마디 비명 끝에 피를 흘리며 죽은 아버지, 놀라 달아나는 정우. 정황상으로는 정우가 아버지를 죽인 듯 하지만 이 속에서도 선우 그리고 시청자들이 모르는 진실이 숨어있을지도 모르기에 섣부른 판단은 일단 보류하기로. 선우가 다시 그 곳에 가서 카메라들을 회수해서 올 것인지, 그 곳에 방치할 것인지도 모르겠고. (방치한다면 20년 전의 경찰들이 그 증거자료를 갖게되는 것일까.. 등등?)


3.

짧은 순간 보게된 변수. 그로인한 불안함과 찜찜함으로 초조해진 선우는 지금껏 자신이 한 행동들로 인한 결과, 주민영을 박민영으로 만든 것이 헛짓이 아니기를 바랬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은 그 날의 현장에서 아득한 진실을 알게된 선우. 아버지가 죽기 직전 형과 어머니와 함께 나눈 대화를 듣지 못했고, 그 상황이 녹화된 비디오를 보지 못했기에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일단 정황만으로는 형이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선우는, 끝없는 혼란과 후회를 하게되지 않을까, 싶었다. 고작, 그런 형을 위해서 유진과 연결시켜주는 것으로 형을 살렸고, 사랑하는 주민영을 이제 더이상 사랑할 수 없는 박민영으로 바꾸어버린, 고작 그런 형을 위한 시간여행의 댓가로 생명이 줄어들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선우는 아무런 목표도 없이, 살아야 할 의욕도 없이, 허탈해져버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8회 예고를 보면.

남은 이야기는 13회차. 남은 향은 고작 세개. 무수히 깔린 떡밥들. 남은 13회차동안 세개의 향을 가지고 무수히 깔린 떡밥들을 어떻게 회수하게 될지 전혀 감이 안잡힌다. 감히, 예상을 해볼 생각도 없다. 그저, 작가가 말하는대로, 보여주는대로, 그저 오오, 거리며 봐야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중인지라.



 

그리고


1> 바뀌기 전에도 아버지의 죽음에는 형과 어머니가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았다. 그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 그래야, 형이 아버지의 죽음 후 그토록 방황을 한 것과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신줄을 놓은 것이 어느정도 설명이 되는 듯 하니까. 이 부분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면.. 극이 진행되면서 풀리려니, 라는 마음으로 반쯤 발을 빼고 바라보는 중이기도 하지만. 바뀐 후에는 유진과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함이라면, 바뀌기 전에는 비록 헤어졌지만 마음이 괴로워 다시금 관계를 인정받기 위한.. 뭐 그런 것이 아니었을런지;

아무튼, 선우는 확실히 헛짓을 했다. 과거의 정우는 아마, 아버지를 죽인 후 (혹은 그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방황하며 살았고 그렇게 죗값을 치룬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그의 삶을 선우가 되돌렸고 유진과 시아의 존재가 정우에게 구원이 되어 죄에 대한 불안함을 약물에 의지한 채,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박정우, 그에게 자신을 그런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신보다 귀하게 여겼던 어린 동생은 의무조차 바닥에 던질 정도로 외면하고 싶은 존재일 뿐이었지만.. 사랑하는 유진과 그녀의 딸 시아에게는 최소한의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나보다. 아니면, 그들을 통해 구원받고, 그들을 보살피는 것이 자신의 죗값을 씻는 것이라는 자기합리화로 인한 행동이었을지도..


2> 선우의 입장에서 최진철의 존재는 여전히 '적'일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을 알아버린 선우로서는 최진철에 대한 복수심이 여전하지만 접어야하는 그런 상황. 최진철과 선우는 또 어떤식으로 엮여서 이야기의 전개의 일부 혹은 전부가 될런지도 궁금. 그리고, 어째서 아버지는 그런 어마무시한 오해(라고 일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과거에는 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새삼.. 선우가 20년전 과거에서 향을 한번 더 피웠으면 싶기도 하다. 아.. 그럼 인셉션? (ㅋ)


3> 선우의 입을 통해 주민영이란 이름을 들은 박민영. 민영은 근래 보인 선우의 이상한 행동과 주민영이란 이름 속에서 무엇을 느끼게 될까?


4> 향을 통해 선우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듯 했다. 알아선 안될, 몰랐으면 더 좋았을, 진실과 마주한 선우. 매회 기다리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끝난 후, 본방으로 달린 것에 뿌듯해질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스포를 전혀 안밟고 봤다는 그 자체만으로!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