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나인 5회)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간직한 채, 새로운 기억과 마주하다

도희(dh) 2013. 3. 26. 17:55


2012년의 선우가 1992년의 윤시아에게 남긴 형 정우의 연락처. 엄마 유진과의 대화가 끝난 시아는 정우에게 연락을 했고, 이별의 아픔에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던 정우가 시아의 전화를 받고 연인인 유진에게 달려가며, 2012년의 현재는 뒤틀렸다. 방금 전까지 맑은 미소로 선우의 곁을 지키다 사라진 민영은 조카가 되어 그의 눈 앞에 서 있었고, 죽은 선우의 형 정우는 영훈이 다니는 병원의 과장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향의 비밀, 나아가 향을 통한 선우의 시간여행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는 시간여행자 선우와 그의 친구 영훈 만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여전히 간직한 채, 새로운 기억과 마주하게 되었다.

아홉개의 향을 손에 넣은 후, 형을 살리고, 아버지를 살리고, 나를 살리고, 사랑하는 여자와 평생을 함께할 생각에 들떠있었던, 그런 선우에게 최고의 행운이고 축복이었던 아홉개의 향은.. 이제, 저주도 선물도 아닌, 뭔지 모를 그 무언가.. 선악과가 되어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래도 선우는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형이 살아있다는 것이 다행이었고, 자신의 날개짓이 민영에게는 큰 영향이 없어서 존재하지 않는 기억 속의 직업과 같은 직업으로 여전히 해맑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기는 듯 했다. 물리적으로 소멸된 기억인데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두개의 기억을 가지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소중한 이들을 위해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억으로 인한 감정을 애써 꾹 눌러참고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위해서 향을 쓰지 않으려고 다짐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했던 추억을 전혀 다른 기억으로 간직한 채, 눈 앞에서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민영을 보며...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이 모든 상황을 다시 되돌리자는 영훈의 충고를 거절한 채 살아가려던 선우는, 낯선 상황 속에서 밀려오는 그리움으로 인해 되돌리고자 마음을 먹게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1> 아버지가 죽고 일년 후, 정우는 유진과 결혼을 했고 시아(민영)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지만, 정우는 전과 다름없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아프신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두고 떠났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정우가 되돌리고 싶었던 과거는 무엇이었을까? 그 과거에 정말 아버지가 포함되어 있었을까?

2> 향의 존재 그리고 그 비밀을 아는 이들은 시간의 뒤틀림을 인식하고 존재하지 않는 기억까지 간직하게 된다, 라는 설정. 그래서 정우도 알고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다 또 생각을 했다. 시간여행자를 통해 그 시간여행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에 한해서가 아닐까, 라는. 게다가, 선우가 시간여행을 하는 시점에서 정우는 이미 죽어 현재에 없는 존재이기도 했으니까.

3> 선우 앞에서 재잘재절 거리는 박민영을 보고있노라니.. 고 입을 한대 때리고 싶었다. 물론, 민영은 전과 다름없이 별 의미없이 하는 행동이겠느나.. 두 개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선우에게는 가슴저릿한 아픔이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눈 앞에서 얼쩡거리는 그 자체가. 곁에 두고도 그리운 존재.. 라고 해야하나..?

4> 선우가 또 시간여행을 하고, 그렇게 시간이 뒤틀리며, 또 다른 기억이 생기고 또 생긴다면.. 선우와 영우는 도대체 몇개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망각'이라고 하는데.. 모든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등등. 향을 통한 시간여행으로 인해 선우의 병은 더 빨리 악화되는 듯 했다. 애초에..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지만, 왠지 이 드라마는 보면 볼 수록 더 아련해지고 안타까워질 것만 같다. (ㅠ)

5> 5회에서는 지난 4회에서 쓴 네개의 향 중 하나, 그 것으로 인해 뒤틀린 기억의 결과와 혼란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5회에서 또 하나의 향을 쓰게될 듯 싶었다. 그와 함께, 아버지의 죽음이 단순하지 않고 또 다른 비밀이 숨겨졌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살짝 드는 중이고.

6> 늘 짧다고 여기지만, 특히 5회는 시작하자 마자 끝나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