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궁중잔혹사 : 꽃들의 전쟁 1회) 치욕스런 역사로 문을 열어 비극의 시작을 알리다

도희(dh) 2013. 3. 23. 02:48

때는 병자호란,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한 인조가 결국 청태조에게 항복의 의미로 삼전도에서 삼배고구두를 행했던, 치욕스러운 역사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인조의 굴욕감,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신념으로 대립하는 신하들, 이 굴욕적인 상황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새기는 세자와 왕자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패한 전쟁의 책임자로 지목된 김자점은 분노했고, 패배의 댓가로 소현세자와 민회빈 강씨, 그리고 봉림대군 부부는 청의 볼모로 끌려가는 것으로 비극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전쟁의 패배로 인해 청의 군사들에게 짓밟히고 도륙당하고 끌려가는 조선 백성들의 고통을 전달하며, 그 짓밟히는 백성들 중 하나인 주인공 얌전(훗날, 소용 조씨)의 얌전하지 못한 천방지축의 겁없는 성격을 말해주고 있었다. 천방지축의 제멋대로지만 발랄한 성격의 아이가 어떻게 그렇게나 독해지는가, 에 대한 의구심은 크게 들지 않았다. 승리에 도취되어 조선 그리고 한양을 짓밟고 다니는 청의 군사들이 코 앞에 다가왔음에도 느긋하게 구는 것, 어머니의 목숨을 구하기위해 청의 군사의 목에 칼을 꽂는 것, 그리고 그 시체를 집 밖으로 끌고가 어딘가에 뭍어버리는, 그녀의 겁없는 행동은.. 훗날, 궐에 들어가 조선을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하는 희대의 악녀가 될 자질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 했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얌전의 신분 및 그녀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자연스레 이뤄지기도 했다. 이뤄지지 못한 그녀의 정인 남혁, 훗날 소현세자의 죽음과 연관될 이형익, 그리고 방정맞은 그녀의 성격을 고스란히 이어준 듯한 그녀의 어머니까지.


<세계의 끝>에 이어서 이 드라마 <궁중잔혹사 - 꽃들의 전쟁> 또한 1회에 한해 인터넷 선공개를 했다. 무슨 자신감에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 그 정도의 자신감을 가져도 괜찮을 만큼의 스케일과 재미가 있었다. 같은 제작진의 개국작 <인수대비>에 비해서 스케일이나 퀄이 더 좋아진 느낌이 들기도 했고. 뭐랄까, 한번 만들어보고 나니 노하우가 생긴걸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1회만 본 느낌은, 소용 조씨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이지만 소용 조씨를 중심으로 극을 이끄는 것이 아닌, 그녀가 살아갈 시대를 중심으로 그녀의 삶을 그려낼 듯 싶었다. 그래서, 훗날 그녀가 궐에 들어서게될 계기 - 김자점 - 를 설명하고, 궐에서 그녀와 대립하고 그녀가 죽이게될 소현세자와 민회빈 강씨의 굴욕과 슬픔에 대한 감정묘사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극의 초반은 첩의 딸로 천방지축으로 살아가며 남혁에게 마음을 품었떤 얌전이 어떻게 김자점과 인연을 맺고 인조의 후궁이 되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며 민회빈 강씨와의 대립, 그리고 후반에는 장렬왕후 조씨와의 대립을 통해, 조선의 궐에서 살아가기 위한 그녀의 삶에 의해 만들어질 조선의 비극을 묘사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랜 만의 궁중사극이라 기대가 되는 중이다. 얌전이 점점 악랄하게 변화해가는 것도 기대가 되고. 그런데, 보면서 계속 답답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벌써부터.. 남혁이 조금만 용기를 내어 얌전과 결혼을 했더라면, 등등의 극중의 만약을 그려보게 되니 말이다.


+ 그리고 +

1> 청나라에 볼모로 가게된 소현세자와 민회빈 강씨. 단 한번도 아이에게 어미의 젖을 물린 적 없는 민회빈 강씨는 급히 떠나야하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자장가를 불러줬다. 그리고, 그런 민회빈 강씨를 재촉하는 상궁에게 조용히 기다리라 손짓하는 소현세자. 그 장면이 왠지 마음이 아팠다. 훗날, 그들 가족에게 불어닥칠 비극을 말하는 듯 해서 더더욱.


2> 소현세자 부부가 떠난 밤, 세손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는 인조의 모습을 보며, 맘이 그랬다. 저리 아들내외를 멀리 타국에 보내는 슬픔에 잠긴 아비는, 그 슬픔을 홀로 남은 손자를 품에 안아 삭히던 할아비는, 결국 그 가여운 아들내외와 손자를 제 손을 죽이게되니 말이다. 아무튼, 왕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나약함을 보이는 인조는 결국, 그 나약함의 끝에서 결국 열등감에 휩쌓이게 되겠지. 인조의 찌질함과 그 찌질함의 끝이 벌써부터 겁난다. 에휴.


3> 해맑게 웃는 얌전에서 독기가 가득 서린 소용 조씨로 변화는 엔딩이 어쩐지 충격적이었다. 얌전과 소용 조씨의 차이가 한눈에 보였달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엔딩일지, 초반에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엔딩인지는 모르겠으나, 강렬한 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