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끄덕이면 됐어요
길다면 긴 시간을 빙~ 둘러 드디어 자신의 마음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확인한 후, 사랑하는 사이에 친밀한 관계를 뜻하는 연애를 시작한 독미와 깨금. 깨금을 너무 사랑해서 깨금의 꿈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그의 팬들로 인해서, 독미와 깨금이 함께 지지고 볶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채 풍기기도 전에 갈등은 시작되었다.
깨금은 오랜시간 간직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순간, 고독미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되며 오래된 꿈을 훗날로 미루려고 했다. 그리고, 독미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그런 깨금의 선택을 모르는 척 하려고 했으나 결국, 그에게 오래된 꿈을 이루고 오라며 그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고독미라는 새로운 꿈 앞에서 한국을 떠나 스페인으로 가서 당신의 오랜 꿈을 이루세요, 라며 그의 등을 떠미는 팬들과 사랑하는 여자. 그의 팬들로 인해 독미와 깨금 사이가 위태로워졌고 갈등은 시작되었지만, 깨금을 향한 마음, 깨금을 위한다고 하는 행동들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깨금을 알고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깨금의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그래서 현재의 깨금이 꾸고싶은 꿈이 아닌, 그가 애써 봉인해놓은 오랜 시간 간직한 그 꿈을 이루게 하고싶은 마음에 깨금의 의사따위 필요없이 일단 밀어붙히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오랜 꿈이 아닌 현재의 꿈인 자신이 그의 그리움이 되고자 했다. 그가 그 꿈을 봉인하고 보류하는데 얼마나 머리터져라 고민을 했을까, 에 대한. 그 고민 끝에서 선택되지 않은 꿈에 대한 그리움을 남긴 채, 현재의 선택에 후회없을 그를 외면한 채.
어쩌면 독미는, 깨금의 그 선택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깨금이 독미의 마음을 읽듯이 독미도 깨금이 애써 외면하는그의 마음을 이미 읽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 남자는 짧은 단어 하나로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믿는다. 스페인에 같이 갈래요? 그 남자는 사랑을 말한 것이다.
깨금의 등을 떠밀어 스페인으로 보내려고 하는 독미에게 깨금은, 스페인에 함께가자며 사랑을 말했고 이제 겨우 세상에 한발자국 내딛었기에 또 한발국 더 내딛는데 큰 용기가 필요한 독미에게 그 것은 무리였다. 아마, 그 말속에 너처럼 나도 무리다, 라는 걸 말하고자 했던 것도 같다. 깨금은 함께 꿈을 꾸고싶었고, 독미는 함께이기 이전의 꿈을 각자 이루고 그 다음에 함께 꿈을 꾸고싶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아무튼, 아무리 등떠밀어도 독미를 홀로두고 떠나지 않는 깨금이 어떻게든 꿈을 이루길 바라는 독미는... 깨금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방법으로 그를 밀어내고자 했다. 그래서 그 절묘한 타이밍이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깨금은 상처를 받았고 소리없이 쌓여오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깨금의 상처는 오해가 아닌 실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엔리케 금을 잘 모른 채 보여지는 모습들로 판단한 채 자신을 좋아하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없이, 독미 스스로의 판단으로 깨금 자신을 밀어내는. 그렇게 자기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 스스로의 감정을 애써 감추려고 드는 그녀로 인해. 혹은, 그게 거짓이라도 내가 아닌 타인을 '좋아한다'라고 소리내어 말한 그녀에 대한. 혹은, 내가 미처 보지못해 눈치채지 못한 더 깊은 골이 생길지..
그런데, 예고에서 나온 질투했어요, 날 초라하게 만들지 마요, 라는 부분적인 독미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등을 떠밀어 스페인으로 보내고자하는 독미의 선택또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 부분들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방송을 본 후에 판단하기로!
그리고
1>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차도휘를 보며 내내 한숨만 나왔다. 그래도, 이제 독미가 자기 자신을 위해, 소중한 타인을 위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선 박수를! 차도휘의 변명은 일정부분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이해가 된다고 그녀의 선택과 행동이 옳다는 건 아니다. 그 어떤 반성조차 없이 나를 위해 단 하나의 친구를 밟고 일어서서 그 친구의 인생을 망가뜨려놓고 넌 강하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내가 뭘 잘못했냐, 나도 힘들었다, ...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그녀가 짜증났으니까.
2> 초반의 따뜻하고 맑은 느낌은 중반 어디즈음에서 먹물이 튀어 서서히 번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애써 외면했다. 나의 착각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었다. 하지만.. 지난 주 방송, 특히 14회에서 그 믿음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탁해져버렸다. 이번 주에 방영할 15회와 최종회에서 정화될 수 있을지, 탁한 채로 끝낼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정화되길 바라는 중이다.
3> 원작의 에피소드를 새로운 틀에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깨금과 독미가 사귄 후 깨금의 스페인행으로 인해 마지막 갈등이 생긴다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원작대로 깨금이 스페인으로 떠날지, 한국에서 그 갈등을 다시금 봉합하고 새로운 꿈을 함께 꾸게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스페인에서 엔딩을 찍으라고 말하고 싶은 중이다. 그러나, 스페인까지 갈 시간과 경비가 없었겠지? (...)
4> 삐끗하기는 했지만, 올들어 재미나게 봤던 드라마인지라 마무리도 잘 해주길 바라며... 1~2회 빼곤 회당 리뷰를 쓰다가 13,14회 리뷰 몰아쓰는 것도 모자라 얼렁뚱땅 거리는 건... 내 믿음이 이마만큼 깨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쳐두자. (이기도 하지만, 귀차니즘 및 요즘 기력 딸려서;;)
5> 14회 진락이 에피소드는 속 내려놓고 그냥 허허 웃으며 봤지만, 참 의미가 없었다. 새삼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그냥 10부작 미만, 혹은 영화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라는. 뭐랄까.. 더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서 주변인물 끌어들여 시간때우고, PPL로 시간때우고, 그렇게 진행되는 듯 해서. 연애를 시작한 후의 두 사람을 어떻게 엮어야할지 몰라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도 같고. 뭐랄까... 갈등과 고민과 기타등등을 대사로 넘기려고 하는 듯도 싶기도 했다. 사건과 그 사건에 대처하는 모습을 캐릭터와 유기적으로 엮어서 확 다가오게, 가 아니라 '말'로서 상황과 느낌을 '설명'한다는 느낌이 든달까? 유독, 13~14회에서 그 느낌이 강했다. ...아, 몰라몰라. 애정이 있어서 이런 말도 하는 중이라고 넘기는 중. 요즘 기력이 딸려서 애정이 없으면 이런 말도 안한다. 손가락 아프다..;
6> 2013년 첫번째 애증작이 될 듯한 느낌이 살랑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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