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주말에 본 네 편의 드라마 : 서영이, 무자식, 돈화, 드스

도희(dh) 2013. 2. 25. 19:23

한동안 "주말에는 티비를 안봐요~" 거렸는데, 몇주 전부터 주말이 바빠졌다. 그래도 틈틈히 공백이 있었는데 이번 주 부터는 8시부터 11시까지 드라마로 꽉꽉 채워지는 중이다. (긁적) 곧, 월말이라서 정리를 하겠지만.. 그냥, 이번 주말에 어떤어떤 드라마를 봤는지 정리해두고 싶어서 살짝 끄적여보기로 했다.

참, 드라마 외에 주말에 보는 예능은 토요일은 그 회차 미션에 따라 '무도'와 '불명' 중 선택해서 보거나 아예 안보거나, 그리고 11시에 '인간의 조건'을 보는 중이고, 일요일은 '아빠 어디가'를 보고 내키면 일박보고 안내키면 안보는 중이다.


 

내 딸 서영이

언젠가 말했지만, 초반 결혼 전까지 보다가 이혼 직전부터 보는 중이다. 그리고, 이혼 전후가 가장 재밌었고 그 후로는 밍숭맹숭한 채로 흘러가는 중. 초기 설정을 살짝 틀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작가가 하고자했던 설정을 이어가는 중이기도 하다. 그로인해 삼재가 위독한 상황에 놓여있고 그래서 눈물바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48회는 역시나 밍숭맹숭했다. 어쩌면, 시큰둥해진 내가 집중을 안하고봐서 나 홀로 눈물바람이 될 수도 없었고 전혀 슬픈 감정을 느끼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서영의 이혼 후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 싱겁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중이다. 주변사람들이 보여준 나만 몰랐던 희생으로 서영이가 깨달음을 얻으며 자기반성을 하며 끝없이 '내가 나빴네요' 모드가 된 것이 나를 설득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도 싶고.

하지만, 그거 하나는 납득이 되었다. 퍽퍽하고 고단한 삶으로 인해 잊었던 아버지와의 추억과 사랑. 그걸 떠올리며 뒤늦게 아버지에게 잘못을 구할 때, 아버지 삼재가 했던 말. 서영이로 인해 아버지가 변할 수 있었고 그렇게 아버지가 변했기에 서영이가 이제라도 잘못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은 삼재의 변화겠지.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 주가 마지막인데, 뭐 큰 우려는 없다. 사실, 모두 각자의 길을 걷길 바랬지만 지금까지의 전개를 보니 주말극답게 대화합의 결말을 맺을 듯 싶으니, 잘 매듭지어지길 바라는 중이다.

덧1) 난.. 진심, 우토커가 무섭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쭈욱. 산에서 불쑥 나타날 때 예상을 했음에도 흠칫할 정도로. 근데, 나만 무서워하는 듯 하다. 대충 훑어본 평을 보니 나만 그런 반응을 보이는 듯 해서 말이지;;

덧2) 이혼 후, 정말 오글거린다. 사실, 서영이와 우재가 굳이 재결합을 해야할까, 각자의 삶을 사는게 더 좋은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나보다. 재결합을 위한 오글거림에 흠칫거렸던 요즘이었다. 

덧3) 내가 이 드라마의 후반전개에 설득당하지 못하는 것은 집중을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초반 전개에도 딱히 설득당하지 못한 걸 기억해보면.. 흐름만 따라왔을 뿐 직접 시청은 하지않은 중반도 왠지 크게 설득당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나, 드라마보며 꽤나 설득 잘 당하는 편인데... 새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이 드라마랑 나는 잘 안맞는 편이었나보다. 근데, 왜 보는거냐고 묻는다면... 그러게???

 

무자식 상팔자

지난 주에 우연히 재방송을 보고 낚여서 한주 내내 1회부터 봤다. 총 39부작으로 현재 35회까지 방영했고, 4회차 후 종영한다. 왜 이걸 이제야 봤나 싶을 정도로 재밌는데, 사실 내가 이런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김수현 작가의 가족드라마를 좋아라하는 편이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가장 최근작인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대로 안봤지만, 대부분의 가족극들은 꽤나 재밌게 봤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부모님 전상서'이고.

변두리의 어느 마을에 형제들이 나란히 집을 짓고 오손도손 시끌벅적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소소한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갈등들로 이야기를 채워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소하게 쌓인 갈등들은 결국 터지기도 하면서 한번씩 휘몰아치기도 했고.

극의 결말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소란의 중심이었던 둘째네는 마음을 열고 서로의 개성을 받아들이고 때론 양보하며 화합을 하는 중이고, 막내네는 새롬(막내며느리)의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어느지점에 다다르며 친정엄마와의 화해가 시작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첫째네 삼남매는 각각의 의미로 성장을 시작하며 부모와 가족이 쳐놓은 울타리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소동은 아니겠지만, 일단 다음 주 극의 가장 클 갈등요소로 짐작되는 것은 독신주의를 외치던 삼남매 둘째 성기는 드디어 결혼을 결심했지만, 할아버지가 결혼상대인 영현을 못마땅해 하며 갈등이 시작될 듯 싶었다. 성기와 영현 그리고 가족들이 어떻게 할아버지를 설득해서 결혼에 성공할지, 혹은 실패할지가 시청포인트가 아닐런지;

덧1) 사실, 성기와 영현의 결혼 후, 영현과 시엄마(첫째네 삼남매 엄마)의 티격태격 갈등도 궁금한데 그 부분까지는 그려지지 않을 듯 싶어서 아쉽다. 그런데, 이 부분은 김수현 작가의 가족극에 자주 등장했던 패턴일 것도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난 뭐랄까... 편모슬하에서 무남독녀 외동딸로 거침없이 자란 영현이가 8명의 시어른이 한 동네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어떤 모습을 보이고 그 가족 속에 어떻게 섞여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나갈지가 보고싶었으니까.

덧2) 안씨네 집안 남자들은 하나같이 팔불출이다. 어휴. 그냥 남자만 가만히 있어도 일어나지 않을 소동이 한두개씩 꼭 있으니까. 특히, 둘째네. 이쪽 고부간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경계와 불만으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해서 벌어진 갈등이기도 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까말까한 찰나마다 아들냄이 눈치없이 나대서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으니까. 대기와 준기에 이어서, 성기도 그렇게 될까봐.. 아니, 이미 그렇게 되어가는 것도 같다.

덧3) 사람이 사는 북적임이 좋아서, 보고 또 보고 하는 중이다. 그냥 조용한게 싫을 때, 틀어놓고 이것저것 하며 듣기도 하고. 아.. 이걸 왜 이제야 봤을까. 종편이라 안봤는데, 역시 종편최초 10% 넘기는 드라마 다운 재미다. 이거 공중파였으면 50%까지 갔을 듯.

덧4) 사람이 사는 것 같다, 라는 느낌이 든 것 중에 하나는..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나의 일이 되었을 때는 웃을 수 없는, 사람의 이중적인 느낌이 간혹 들기도 해서이다. 품 넓게 웃어주며 뭐 어때, 그렇지만 우리 집에선 안돼, 라는 느낌이랄까. 그게.. 사람이니까.

덧5) 다 크다못해 나이들어 자식들 결혼시키고 손자까지 보면서도 '엄마'라고 부르는 아들들. 그게 생소했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쭈욱, 보며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뭉클함, 그 단어 안에 포함되어있는 가족의 따뜻함과 포근함이 느껴져서 '엄마'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참 좋다.

 

돈의 화신

1회 초반 아주 조금 보다가 괜히 기가 빨려서 접었다가, 3회 후반 조금. 그리고 5회부터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이다. 왠지 1~4회까지는 왠지 안보고 싶어서 대충의 줄기를 파악한 후 5회부터 보는 중이다. 1~3회까지가 극의 커다란 줄기를 설명했다면, 4~8회까지는 주인공 차돈과 재인이 성인이 된 후의 모습, 그리고 과거의 사건에 연관된 인물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설명 및 그때와는 달라진 관계를 두가지 사건에 엮어서 그려내고 있었다. 차돈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은근 재밌기도 했다.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매력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일단, 여검사 제외. 물 위에 둥둥 뜬 기름같은 느낌. 현재까지는;;)

정식으로 검사가 된 차돈이 자신과 계속 엮인 복재인과 후견인의 정체를 알게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그려질 듯 한데, 정의가 아닌 후견인을 위해 검사가 된 이차돈. 그리고 그런 이차돈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고자하는 후견인 복화술. 그 복화술이 얻고자하는 것을 탐내는 지세광 일당들. 그리고 다섯명의 공범자 중 튕겨나간 한명. 지금 그려지는 이야기들이 현재가 아닌 과거이기에 또 한번의 타임워프가 남았고, 그 워프 후 1회 초반의 상황으로 맞물린 후 자신의 정체를 알게된 이차돈의 행보가 기대된다.

자칫, 어두워보이지만 일단은 굉장히 밝고 코믹한 드라마이다. 지세광 부분은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그건 그거대로 꽤나 몰입감이 있는 편. 5회부터 본 입장에서는 코믹함과 무거움이 적당히 잘 버무러진 느낌이 들었다. 아마, 현재로 넘어가면 코믹보다는 무거운 쪽에 추가 더 기울 듯 싶지만.

덧1) 1회 첫장면만 다시 봤는데, 이강석과 이강석의 엄마를 모르는 듯한 이차돈. 시간이 흘러서 기억에서 흐릿해진 걸까, 아니면 전혀 연관을 못짓는 걸까. 이 부분에 대한 부연설명이 후에 꼭 나오길 바라는 중이다. 일단, 잠시나마 이강석의 행방을 추적했었고 이강석의 엄마(=기억을 잃어서 모르지만 자신의 엄마)를 가석방시키고 오갈데없는 그녀의 거처를 마련해준 것 또한 그 누구도 아닌 이차돈 자신이니까. 그리고, 비슷한듯 달랐던 시보시절의 차돈과 몇년 후 검사로서 살아가는 차돈의 갭도 재밌고. 1회 초반 매우 짧은 등장인데 몇마디 대사와 행동에서 세상에 찌든 느낌이 났었달까? 아, 검사가 되어 세상에 찌든 이차돈 검사도 기대된다. 일단, 이 드라마는 세상의 정의가 아닌 '나' 혹은 '돈'의 정의를 위해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그린 드라마로 보이니까.

덧2) 살인자 주제에 정의로운 검사 코스프레를 하는 지세광에게 넘어갈 뻔 했다. 그러나, 코스프레는 역시 코스프레일 뿐. 그는 나의 정의, 돈의 정의를 위해 법을 이용하는 검사일 뿐이었다. 이차돈의 정체를 모른 채, 만났고 인연을 맺었고 삐걱였다. 외나무 다리에서 검사대 검사로 만나게 될 이차돈과 지세광의 관계가 어떻게 흐를지도 궁금해지는 중이다.

덧3) 여캐릭터들 중에서는 복재인과 은비령 캐릭터 참 매력있다. 특히, 복재인. 이 작가 여캐릭터 잘 못그린다던데.. 제발 복재인 캐릭터의 매력은 끝까지 가져가주길. 민폐 이딴 거 싫음. (가발도 좀 벗자, 재인아. 워프해야 벗으려나?)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3, 두번째 이야기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솔직히, '시리우스'에 대한 실망으로 큰 기대는 안하고 첫방송을 봤고, 예상보다 괜찮아서 호홀, 거렸는데.. 방송 후 일드 표절의혹에 흠칫했다. 그 일드는 아직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시간이 되면 보려고 생각 중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 또한 재미있어서(ㅠ) 일단 다 챙겨볼 예정. 생각으로는, 이 드라마가 종영하면 일드까지 보고 제대로 판단해보고 싶다. 아, 표절의혹에 대한 해명기사가 올라왔고 그들은 매우 당연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난, 당연히 그들이 인정하지 않으리라 생각해서 별로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표절의혹으로 썩 유쾌하지는 않다. 드스 시즌1 단막에서 표절의혹작이 두편. 드스 시즌2 연작에서 표절의혹작 한편. 그리고 드스 시즌3 연작에서 표절의혹작 또 한편. 그 중에서 시즌2 단막 한편과 시즌2 연작 한편은 내가 참 많이 좋아했고 아꼈던 작품이라 의혹 그 자체만으로 실망감과 상처가 크다. 이런저런 이유로 직접 보고 비교판단은 하지않아서 일단 의혹을 받는 작품으로 남겨뒀고, 언젠가 용기가 생기면 직접 보고 비교판단을 하려고 생각 중이다.

아무튼, 패기와 실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할만한 드라마 스페셜에서의 표절의혹은 썩 유쾌하지 않다. 예산삭감 위기를 넘기고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단막극의 맥을 유지하는, 단막극 존재의 이유가 '표절'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런 몇몇 제작진들로 인해 패기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다른 제작진들에게 폐가 될까 걱정이기도 하고.

이 씁쓸한 의혹과 떼어놓을 수 없어 무척 슬프지만, 드라마 자체는 재밌다. 씁쓸한 현실을 바라보게 만드는 드라마이기도 하고. 총 4부작으로  하나 유치원 해바라기 반의 네명의 엄마들이 비슷한 시기에 겪었던 일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인데 현재 2회까지 방영되었다. 형식마저 내가 좋아하는 거야ㅠㅠ 짜증나!

결론은, 나는 마지막까지 보겠지만.. 굳이 추천은 안합니다. 재밌어도 추천안해..ㅠ



 잡소리

1> 불명 전설이 임재범씨라고 해서 간만에 봤는데.. 임재범씨의 노래는 역시 임재범씨만 불러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 방송이었다. 개인의 취향으로는 정동하씨와 일락씨의 무대가 가장 편했다. 아, 그리고 내눈에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머리 기른 임재범씨 멋있었다!!!

2> '아빠 어디가'는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 아이들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결혼하고 싶다, 아이를 낳고싶다, 키우고 싶다, 라는 생각은 여전히 없다. 그저, 아이들과 놀고싶다, 정도. 사실, 난 저렇게 큰 애들보다는 더 어린 애들하고 노는게 좋지만. 의외로..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편이다. (긁적)

3> '인간의 조건'은 취지가 참 좋은 프로다. 파일럿 때 티비와 폰과 인터넷 없이 일주일을 통해 닫혔던 인간관계의 소통을 말했다면, '쓰레기 배출하지 않기'는 환경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었다. 가지고 다니기 귀찮아서 저 깊숙히 쳐박아둔 텀블러를 꺼내들게 만들어 줬다. 세번째 미션은 '차없이 다니기' 이다. 아마, 차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말하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