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고독미 씨가 원하는 한 사람. 절대 변하지 않는 한 사람이 되어 줄게요.
사랑은 때론 먼 길을 원한다. 그 먼 길이란 무엇일까. 이날 이 드라마에서 말하고자 했던 먼 길이란,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사랑에도 절대 알 수 없다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 것, 그 어려운 시간을 거쳐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바라보고 또 전달할 수 있는 과정을 말하는 듯 했다.
독미와 도휘의 대화 및 진락의 돌발행동을 지켜보던 깨금은, 전날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덕분에 그 일들에 대한 오해는 없었다. 우연히, 깨금에게 온 서영의 메시지를 본 독미는.. 그 메시지의 내용으로 깨금을 몰아붙히며 더 깊은 갈등의 골을 만들었지만.. 사실, 그 메시지에 담긴 내용으로 깨금의 진심을 오해하진 않았었다.
그 것은, 인정할 수 없었지만 질투였다. 깨금은, 독미를 좋아하면 좋아할 수록 질투라는 감정이 생기는 자신을 깨닫고 있었지만, 세상과 사람에게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눠준 적이 없기에, 오래도록 타인과의 인연을 끊고 살아왔기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의 정체를 알지못해 당황했고, 그 감정의 정체를 알아챈 후에야 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 자신이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깊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신을 붙잡기보다 자꾸만 등을 떠미는 고독미라는 한 사람을 이해하고 싶었던 깨금은, 집 안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깨금이 그러지 않길 바라던 독미는.. 그 남자의 눈으로 웃는 법을 따라해보고, 그 남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 남자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며, 오래지 않은 언젠가, 고독한 성에 스스로를 가둬둔 채 살아가던 독미 자신을 꺼내주려던 깨금처럼, 집 안에 숨어든 깨금을 꺼내기위해 깨금 코스프레를 하며 버둥버둥 거렸다. 그렇게, 역할바꾸기를 통해 깨금은 스스로를 고립시킴으로서, 독미는 스스로를 고립시킨 깨금의 문을 두드리며, 나는 몰랐던 상대의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그 남자에게 사랑이란... 두 사람의 눈으로, 두 사람의 마음으로, 세상을 더 깊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의 마음에 서영이 남았을까봐 질투를 했음을 인정하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심하게 화를 내보고, 그래서 깨금을 많이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된 독미는, 타인과 다르다고 여겼던 자신또한 사실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앞으로는 '내 마음이 너무 커져서, 내가 싫어질까봐 걱정되서' 거짓말하고 화내지 않겠노라며, 깨금의 닫힌 문을 보며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는 거, 다른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깨금에게 우아한 고백을 했다. 그리고, 깨금은 .. 앞으로도 무작정 독미의 편이 되어주는 일은 없겠지만, 한 사람. 독미가 원하는 한 사람. 절대 변하지 않는 한 사람이 되어주겠노라는 솔직한 고백을 했다.
역할바꾸기 놀이 및 주고받는 고백타임 뒤에, 같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여행을 제안한 그들은 '연애'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다 풀어내지 못한 매듭으로 인해 또 한 번 독미에게 잔인한 순간이 닥쳤고, 피하고 도망치기 보다는 스스로 판단해서 화날 땐 화도 내고, 이해될 떄까지 싸워야 한다는 깨금은, 독미가 다시 움츠려들기 전에 '힘든 자리'로 데려가는 것으로 지금의 상황과 마주하기로 했다.
그 시절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독미는 생각한다.
그때, 선생님이 진실을 말해줬으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까?
그때, 도휘가 내 편이 되어주었으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까?
그럼, 너를 만나지 못했을 거야.
내 인생에 요정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을거야.
그리고
1>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 독미의 인생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고싶어 하는 듯도 싶었다. 그때, 그들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깊은 어둠 속에서 끌어내줬더라도 결국, 다른 어둠과 마주한 순간 고독 속으로 도망치게 되면 결과는 마찮가지 일 것이라고. 결국, 타인에 기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일어나서 세상과 마주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또 어쩌면, 그런 깊은 어둠에 먹혀 고독한 삶을 살았기에 지금 이 순간, 그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이 부분은, 여타 드라마를 보면서 늘 하는 생각이다. 주인공에게 그런 고난과 역경이 있었으니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아무튼.. 뭐, 인연이라면, 지금의 인생을 살아가는 고독미가 아니더라도 결국 만나 운명을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애써 해본다. 인연이라면. 운명이라면.
2> 다행이다. 14회에서 일정부분 마음의 끈을 놓아버린 덕분에 인물들의 심리, 극의 개연성, 이런 것에 대한 생각 없이 그저 보여주는 대로 보며 웃었다. (...) 절묘한 부분에서 끊으며 마지막까지 엔딩 낚시질을 하는 걸 보며 .. 왜 이러세요! 를 외치기도; (작년 엔딩낚시가 대단했던 모 드라마에서 결론이 다 나왔는데도 막회 전에 엔딩낚시를 하는 걸 보며 허얼.. 거렸던 기억이 난다;)
3> 최종회 예고는 방송종료 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리고, 기사에 따르면 고독미 코스프레를 한 박세영씨가 까메오로 등장한다고 했다. 진락의 문하생 포스?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집 남자를 훔쳐보던 독미. 옆집 여자를 훔쳐보던 진락. 진락을 쫓아온 도휘. 깨금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그가 선택한 삶에 감놔라 배놔라 훈계질하는 광팬들. 본격 스토커 드라마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고독미 코스프레녀의 모습은 우연이 아닌 의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영화 '아는 여자'의 이나영, 드라마시티 '프리지어, 곰인형, 핫초코 그리고...'의 남상미, 드라마스페셜 '위대한 계춘빈'의 정유미(로필2),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의 박신혜.. 이들의 공통점은 스토커. 물론, 신혜씨가 연기한 독미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라는 점에서 좀 약해보일 수도 있고 그렇게 집 안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기'만 했던 남자가 아닌 그의 사촌과 엮였지만; 아무튼...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우면 스토킹을 해도 용서받는건가... 라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아, 위에 소개한 영화와 단막극들 재밌음!
스토킹과 짝사랑은 한끗차이구나, 라는 생각도 새삼 해보고. 그래서, 대부분의 드라마 속에 섭남들이 보여주는 여주를 향한 끝간데없는 짝사랑 모드가 나는 멋있다기 보다는 뭔가 무섭다고 느끼는 거구나, 싶기도 하고. (...)
4> 사실, 15회의 전개, 그러니까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해야할 것 같은데.. 정리가 안된다. 하기싫기도 하고.
5> 어쨌든, 마지막회다. 별다른 기대는 없으니.. 마무리나 잘 해주시길 바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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