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19~22회) 기쁨 뒤에 찾아온 절망, 그 끝에서 일어서다

도희(dh) 2012. 10. 30. 05:30

내 어쩌다가, 어떻게 그대같은 사람을 만나게 됐는지..
내 왕비, 고맙습니다. 내 참으로 고맙습니다.

피를 밟고 궁으로 돌아온 왕은, 하루하루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며 수많은 고민과 걱정에 밤을 지새고 있었다. 그리고, 나라의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그저 지아비가 편히 잠들 수 있는 곳이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왕비는, 지아비가 편히 잠들 수 있는 나라를 위해 매일 생기는 새로운 문제를 합해서 다 들어줄 수가 없으니 오늘의 문제만 듣겠노라고, 그렇게 듣고 함께 고민하며 밤을 지새겠노라 했다. 그렇게, 그저 마음으로 왕을 지지해주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함께 문제를 말하고 들어주며 훈훈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중, 왕비는 헛구역질을 했고... 임신을 했다. 이제 막 마음을 확인한 그 결실, 그리고 휘청이는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데 도움이될 중요한 아기씨는 왕과 왕비 나아가 왕실과 나라에 크나큰 기쁨임에 틀림이 없었을 것이다.


전하의 마음, 벌써 무너지신겁니까.

그런데, 그 기쁨을 온 나라의 백성들과 함께 나누기도 전에 왕비는 덕흥군의 덫에 걸려들었다. 후에, 은수에게 왕비의 임신소식을 들었을 때 흠칫한 덕흥군을 보아하니 ...왕과 왕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 임신소식을 나라에 전하지 않았던 듯 했다. 왕은 내내 왕비의 몸이 안좋다고 애써 빙둘러 표현했었고. (타이밍을 놓친 걸지도?) 뭐, 덕흥군이 그것을 알았다한들 달라지진 않았을테지만. 아마, 덕흥군이 흠칫한 것은 일이 틀어졌을 때 왕의 노여움과 분노가 자신이 계산한 그 이상이될 것이라는, 뭐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꼬리가 밟힌... 것이려니.

후에, 공민왕은 사랑하는 노국공주와 아이를 모두 잃게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역사까지 그려내진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미리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뭐, 후의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 그 결과에 대한 복선이라고 해둬도 괜찮겠지. 사랑하는 왕비를 잃은 왕의 슬픔과 절망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에 대한. 왕비에 대한 깊고 깊은 사랑은 결국, 왕의 자리, 나아가 원과 맞서싸우기를 불사하며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노력했던 고려를 놓아버릴 수 있노라고.

실제로 왕은, 왕비를 구하기위해 왕의 자리를 놓고서 덕흥군과 거래를 하고자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휘청이고 흔들려 마음이 무너지려는 순간, 은수와 떠난 최영이 돌아왔고 무너지는 왕의 마음을 다잡아줬다. 왕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희망. 살아있으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 희망마저 사라진다면... 결국 왕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리는 거구나...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내가 먼저떠나게 되는 겁니까? 우리 전하를...?

은수와 최영의 도움으로 왕비는 무사히 구출되었다. 왕비가 무사하다는 기쁨을 느낄새도 없이 그들은, 아기를 잃었다. 깊은 슬픔에 빠진 왕비와 그런 왕비를 아무말 없이 꼬옥 안아주는 왕. 어쩌면 왕비는 끝없는 자책을 하며 절망의 나락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때 조금만 조심했다면, 그렇게 덫에 빠지지만 않았다면... 이라는. 어미에 대한 그리움에 빠져 어미로서 아기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리고 왕은 그런 왕비에게 괜찮다, 당신탓이 아니다, 라 말하는 듯 싶었다.

그리고, 그 깊은 슬픔과 절망 끝에서 왕비는 오래지않은 언젠가, 은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왕비가 어디 아프거나 먼저 떠나거나 하면 식음도 전페하고 나라일도 전폐하고 오직 왕비를 생각할만큼 그만큼 왕이 왕비를 연모한다던, 장어의에게 자궁에 좋은 약을 부탁했노라던, 그 말들을... 그저 기뻐하며 넘겼던 그날의 말들은 왕비의 가슴 깊숙히 박혔고 왕비는 은수에게 묻는다. 전하와 자신 사이에 다음 아기는 언제 가질 수 있는지, 아기를 가질 수는 있는지, 혹시 내가 먼저 우리 전하를 떠나게 되는건 아닌지... 에 관해.

그렇게 약해진 몸만큼이나, 마음이 약해져가는 왕비였다.

 

언제까지 내가 그대 뒤에 숨어있을까요?

그저 나약하고 위태로워 최영의 그늘에서 그저 안전하게 서있던 왕은, 왕좌 그리고 나아가 고려를 지키기위해 최영의 그늘 밖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한 여인의 남편이기 전에, 한 아이의 아비이기 전에, 한 나라의 왕이기에 행동에 앞서 명분이 필요한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겨우 참으며 고려에 닥친 문제와 마주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했다.

누구도 그런 왕을 이해할 수 없노라 했다. 안전하고 쉬운길을 두고 위험하고 어려운 길을 걷는 것에 대한. 왕은 시험을 해야만 했던 듯 싶었다. 오랜 세월 원에 의해 수없이 갈아치워진 왕들. 그렇기에 왕에 대한 충심따위는 없는 중신들. 흩어져가는 고려의 자존감을 되찾기위해 도움이 필요한 그들의 약해빠진 마음을 다잡기위한 시험. 원에 의해 내려진 왕이 아닌, 그들의 손으로 택한 왕이 되어야만 그들의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왕은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런 왕에게 왕비는 말한다. 나는 안다고. 나는 이해시켰노라고. 그러니 기다리겠노라고. 나에게 그런짓을 하고, 우리 아이에게 그짓을 한놈을 당장 죽여달라 울고불며 청하기보다, 어찌 그럴 수 있냐며 화를 내기보다, 내 마음이 아픈 것만큼이나 그의 마음도 아프다는 것을, 그럼에도 한나라의 왕이기에 아비로서, 남편으로서의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위험을 무릎쓰고 어려운 길을 가야만하는 마음을, 응원해주는 왕비였다.

결국, 왕에게 위기의 순간은 왔고 왕은 자신의 선택을 굽히지 않았다. 그로인해 왕의 생사권을 쥐고있는 중신들은 덕흥군과 왕을 두고 저울질하며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끌고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아무런 말없이 그저 바라보던 왕비는 말한다. 차라리, 버린다 말해달라고. 그렇게 희망으로 하룻밤 백날밤이라도 기다릴 왕을 자신은 보지 못하겠으니 버려달라고. 버릴 용기도 없으면서 취할 용기도 없냐고. 이런 왕비의 말에서 왕비가 지키고싶은 것은 왕이었고 그런 왕이 고려 그 자체, 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말로 잴 수 없을만큼 그저 좋은 것. 옆에 있어도 그리운 거, 그거.
사랑이요..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절망 속에서 왕과 왕비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조심스레 한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었다. 왕은 충심으로 자신을 뜻을 받들 중신들을 얻었고, 왕비는 오지도 않은 내일에 대한 걱정보다 함께하는 오늘이 더없이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의 걱정은 무엇입니까, 전하."

이 한마디가 주는 울림... 그것은, 오늘의 문제가 무엇이냐, 라 묻던 그날 이후 벌어진 수많은 아픔들을, 그로 인한 상처를 긁어대며 덧내는 것은 관두고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아나도록, 이제 다시 시작하자는 뭐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문제를 들어주기를 넘어 이제 당신의 걱정을 함께 나누겠노라는, 그런 느낌도 들었고. 절망의 시간이 지난 후, 더더욱 돈독해진 듯한.. 뭐 그런?

*덧*

1) 어쩌다보니, 2주간 안보다가(...) 주말에 겨우겨우 몰아서 봤다. 이~상하게 손이 안가서;; 아무튼 요즘, 86부작 대하사극 하나 복습 중인데, 그 드라마 7회 연달아 보는 것보다... 이 드라마 4회 연달아보는게 더 힘들었다는 건 그냥 하는 말. 2회씩 묶어서 쓰려다가, 그 대하사극 끊지못하고 계속 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금에서야 부랴부랴 쓰는 중이다. 아, 23회는 본방으로 봤다. 주말에 4회차 몰아보기는 막방주는 본방으로 보기위한 의지였기에;

2) 보면 볼수록 ... 이 드라마의 주제는, 사랑밖에 난 몰라, 처럼 느껴진다. 아무튼, 킹메이커 정치사극일거란 일말의 희망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끝이 다가오니 새삼 아쉽다. 하아; ...정말, 공노만 아니었으면. 사실, 18회 이후 안보면서 이대로 접을까... 하다가, 공노에 대한 미련으로 주섬주섬 꾸역꾸역 19회부터 열심히 보긴 봤더랬다. 이제 한회차 남았는데... 어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주실런지... 뭐, 사랑밖에 난 모른다구요, 라는 결말일 듯 싶지만.

3) 노국공주 4차 헤어. 요건 살짝 이쁘다. 그런데... 의상은... 이래봤자, 이제 한회차 남았는데 무얼 울컥하랴. 그래도 그 번뜩이는 파랑겉옷이랑 옥색겉옷은 진짜 싫다. 특히, 그 옥색옷은 납치되서 입더니 꽃도 없이 휑한 곳에 꽃놀이가서도 입어. 나같으면 쳐다보기도 싫은 옷이겠구만;; ...꽃놀이 갈때만이라도 화사하고 이쁜 옷좀 입혀주면 어디가 덧나나... 라는 뭐, 그렇고 그런 투정. ...새삼스런 투정의 이유는, 요즘 보는 그 대하사극 의상이랑 장신구가 너무 이뻐서 그런 것도 있는 듯;;;
 
4) 노국공주 박세영씨 이 드라마 끝나고 바로 차기작 들어가신다고. 정말 쉼없이 활동하시는 듯 하다. 올 한해동안 드라마 네편째. 단막극에 특별출연한 거까지 합하면 다섯편인가? 암튼, 올해 12월 방송예정인 드라마인데... 적도이후 간만에 교복입은 걸 보겠구나, 싶다. 하긴, 적도에서도 교복입은 거 딱 한번 나왔던 듯; (미술실에서 장일이와 재회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