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난폭한 로맨스(최종회) ~ 끝까지 발버둥 쳐라 스트럭 아웃 낫아웃
* 스트럭 아웃 낫아웃이란?
2스트라이크 3볼 풀카운트 상황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을 포수가 받지 못한 경우 타자는 공보다 먼저 1루에 도착하면 살수 있다는 규정. 일반적으로는 불리한 상황에서 덤으로 얻은 마지막 기회를 뜻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닌데, 왜 이렇게 소름돋냐.
- 무열 -
양선희씨는 어릴 적 지성과 미모를 갖춘 여학생으로, 근처 남학교 학생들이 그녀를 따라다녔다고 했다. 그만큼, 양선희씨에 대한 여자 아이들의 질투도 심했고 결국 근거없는 소문으로 양선희씨는 자퇴 후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게되었다고 한다. 그 후, 양선희씨가 서울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10대 후반의 여학생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으리라. 근거없는 소문으로 결국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은 그녀는 또 얼마나 사무치게 외로웠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살아가던 양선희씨는 12년 전, 무열을 만났고 무열의 곁을 지키며 그녀는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그 것이 비틀어진 사랑이라 할지라도.
죄를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그 말을, 솔직히 나는 잘 이해를 못하는 편이었다. 예전에 지인이 했던 '죄가 미워 사람이 밉지, 사람이 이쁘면 그 죄도 밉지않은 것이다' 라는 말에 격한 공감을 표했었을 만큼 말이다. 그런데, 양선희씨를 보다보면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양선희씨가 저지른 죄들은 결코 용서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 외롭고 힘겨운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았을 양선희라는 한 여자는 참 가엾고 안쓰러웠다.
양선희씨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범행동기를 알게되고, 무열에 대한 그 사랑과 집착을 알게되며, 무섭다는 둥 변태같다는 둥 인상을 찌푸렸지만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무열이 말해줬다. 그래.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왜 그녀의 사랑이 이렇게 소름이 돋는걸까? 그녀가 '사랑하기 때문에' 저지른 것들 때문일까, 그녀가 나이가 많기 때문일까...? 아니면, 둘다? 그렇다면 그녀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나는 그녀의 사랑 그 자체를 온전히 바라봐줄 수는 있었을까...?
시는 외로울 때 쓰는 것이라고, 언젠가 양선희씨는 말했다. 여고생 때부터 시를 좋아했던 양선희씨는, 어쩌면 수많은 남학생들의 애정공세를 받으면서도 새침한 성격 탓에 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없었기에 그때부터 참 외로웠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미모로 인해 인생이 무너졌기에 늙어가는 자신, 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소문으로 자신의 인생이 무너진 순간 양선희씨의 시간은 멈췄던 것 같다.
공주의 사랑은 동화가 되고, 마녀의 사랑은 저주가 되죠.
- 양선희 -
모든 일은 끝났다. 무열의 스토커인 양선희씨는 체포되었고 무열은 은재를 구했고 강종희는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은재의 마음에는 양선희씨가 뿌려놓은 씨앗이 불신의 싹을 틔우고 있었다. 물에 빠지기 직전, 양선희씨가 했던 말과 무열의 선택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박무열 운명론까지 떠올리게되며 은재는 무열의 마음을 의심하며 홀로 끙끙앓는 중이었으니까. 은재의 믿음이 흔들리고 결국 무너지게 될 때마다 나오는 양선희씨와 그 대사는, 내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사건을 만들어냈던 그녀의 마지막 작품-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열의 울컥과 은재의 불신, 둘 다 어느정도 이해가 되어 참 안타깝고 그랬다. 그래도 은재닥빙모드가 좀 더 심한지라 은재 쪽에 기울어져, 은재의 불안함을 몰라주는 무열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강종희와의 관계를 정리한 후부터 오로지 유은재만을 바라보는 일직선의 박무열로서는 은재의 의심과 불신이 더없이 화가나고 속상했겠지만, 강종희에 대한 박무열의 사랑을 지켜봐 온 유은재로서는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아직, 박무열의 사랑에 완전한 확신을 갖지도 못한 상황에서 양선희씨의 자극을 받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가끔, 궁금했던 것은 너무나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듯한 박무열과 강종희가 어떻게 그렇게 사랑을 할 수 있었냐는 것이었다. 16회를 보니 알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 법을 모르기에 지나치게 솔직하다는 것이 닮지않았나, 싶었다. 그 솔직함 속에 다른 점이 있다면 강종희는 세상 사람들이 강종희 같지 않다는 걸 알지만 박무열은 세상 사람들이 다 박무열 같다고 여긴다는 것?
죽어도 좋을만큼 좋아해.
- 무열 -
'서윤이 사건'이 터진 후 상처받은 눈빛으로 김실장과 은재에게 자신을 향한 믿음을 확인할 때를 떠올려보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무열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믿음이 아닐까, 싶었다. 그 관계 속에 좋아하는 감정, 사랑으로 얽히는 관계라면 그 믿음이 무엇보다 더 중요했을테고, 그렇기에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은재가 괜히 원망스럽고 화가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 중이다.
다만, 은재와 무열은 입장이 조금 달랐다는 것이 함정! 무열은 그동안 은재와 함께한 시간들 자체가 신뢰와 믿음을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은재는 그 함께한 시간들이 무열에 대한 '사랑'의 믿음을 무너뜨리게 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무열이 없는 시간동안 은재는 무열이 원하는 질문을 알게되었고 무열은 은재가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무열과 은재는 사귀고 첫 싸움을 크게 한 후 한달여만에 재회하게 된 은재와 무열은, 마음을 확인하며 참 힘들었던 첫키스를 하게되었다.
아마, 솔직한 듯 전혀 솔직하지 못한 은재와 너무나 솔직하기에 세상 모두가 그렇다고 여기는 박무열의 연애는 그 후로 오래도록 행복했습니다, 는 아닐지 모르겠다. 무열이 죽어도 좋을만큼 은재를 좋아하지만 죽을 때까지 은재를 좋아한다고 대답하진 않았던 것처럼, 변수는 늘 존재하는 법이니까. 난 무열의 이 대답이 조금은 서운한 듯 그럼에도 좋았다.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은재와 무열이 연애를 하고 그 시간동안 얼마만큼 싸웠다 화해했다를 반복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죽어도 좋을만큼 사랑하고 또 사랑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연애를 더이상 보지 못한다는 것은 못내 아쉽고 또 아쉬울 따름.
마지막으로, 캐치볼 장면 참 좋았다. 무열과 은재는 앞으로도 저렇게 연애를 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캐치볼 자체도, 그 속에 담긴 의미도 맘에 들었달까 ? 무열이 그걸 의도하고 제안한건지는 모르겠지만; (....)
그러나 삶은 계속된다
- 얼렁뚱땅 흥신소 16회 소제목 -
종희는 영국으로 떠났다. 그 곳에서 탐인지 마이클인지를 만나 그녀또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김실장과 동아는 그들스러운 이쁜 연애꽁냥질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동수는 수영의 바람대로 시골에서 살기로 했다. 동수는 야구를 가르치고 수영은 그림을 가르치고 우영인 맘껏 뛰어놀며, 그렇게 살아가기로 했다. 은재아빠와 엄마는 재결합을 했고 창호는 아직 엄마의 존재가 어색하지만 받아들이고 있었다. 고기자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박무열에 집중했고, 꽃뱀은 잊었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며, 서윤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윤이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가던 할머니는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었다.
양선희씨로 인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양선희씨로 인해 참 많은 이들의 인생은 달라졌다. 어떤 이는 잃었던 꿈을 찾았고, 어떤 이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어떤 이들은 연애를 시작했고, 어떤 이는 오랜 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그들은 한걸음 나아갔고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어른의 꿈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내일이 오리라는 철썩같은 믿음, 그 희망을 갖는 것 자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결말었다. (서윤이 제외ㅠ) 그래서, 난 이 드라마가 마지막까지 참 좋았다, 라며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너무너무 좋은 드라마였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았다. 어쩌면,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같은 날 종영한 '발효가족'을 떠올리면 지금까지도 마음 한 켠이 찌르르해지며 그 마음에 온기가 퍼져 뭉클해지는 그런 여운은 없다. (...) 어쩌면,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복습하고나면 이 감정이 사라져 '내가 그때 왜?'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폭한 로맨스'를 떠올리면 괜히 기분좋고 그립고 그래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런 추억이 되는 드라마로 남길 바라는 중이다.
좋았던 건, 유은재와 박무열과 강동수와 오수영과 김태한과 김동아를 만날 수 있었다는 그 자체! 그 자체만으로 나는 이 드라마가 좋다. 캐릭터 개개인의 심리표현과 간혹 마음에 콕 박히는 대사들도 있었다. 연출이 아쉬웠지만 그 속에서 좋았던 장면들도 있었고. 마지막까지 다 보고나니 왜 은재와 무열이 연결되는 과정이 그렇게 길었고 더뎠는지 알 것도 같았다.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믿음'이라는 것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무열과 은재가 연애를 시작하며 겪게될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동아의 오해로 무열이 질투하는 것도 보고싶었고, 무열이 은재네 가족에게 허락받는 모습도 보고싶었고, 둘이서 알콩달콩 닭살짓 하는 것도 보고싶었고, 사소한 것에 투닥거리는 것도 보고싶었으니까. 난폭함에 로맨스를 양념으로 얹은 드라마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도, 이 정도의 분량으로도 둘이 함께하는 걸 보면 이리 기분이 좋은데 분량이 많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찌보면, 이 드라마는 참 여백이 많다. 그려내지 않은 부분은 너희들의 상상력으로 채워보라는 듯 싶으니까. 여백이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긴 하지만, 난로는 여백없이 꽉 차있길 바랬던 건 나의 욕심이었을까?
마지막으로, 박작가님 담에 또 드라마 하시면 이번엔 아예 완전 장르물을 써주셨음 싶다. 개인적으로는 철저히 양선희씨를 중심으로 7~10부작 정도의 드라마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양선희씨의 사랑과 마음과 과거를 보며 캐릭터 하나로도 엄청나게 재미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2012년 첫 시작부터 이렇게 푹 빠져서 파닥거릴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행운이었다. 난로에 빠져 지내던 지난 시간이, 너무 행복했달까? 물론, 그 중간에 본 '보보경심''부활'앓이로 100% 온전히 내 마음을 내어드리지 못한 건 좀 미안하지만..(긁적)
덧1) 떠나며 강종희가 했던 헤어짐에도 운명이 있다는 그 말, 마음에 오래 남았다.
덧2) 양선희씨는 오랜시간 홀로 누굴 미워하며 살까? 진실을 모르기에 종희겠지?
덧3) 무열의 표정이 삐리했지만, 알고서 구했다, 라는 확신이 나에겐 있었다. 어쩐지. 박무열이니까.
덧4) 은재 쓰러질 때, 무열이 앞에서 쓰러졌어야지! 라고 외쳤던 1人
덧5) 이희준 배우님.. 나만 좋아하고 싶었는데!!!(농담) 그분의 매력이 널리 퍼져서 사실은 참 좋다^^
덧6) 그런 사건이 있었음에도 박무열이 멀쩡할 수 있는건, 변치않는 고집과 근성의 박무열이기 떄문이겠지?
'난폭한 로맨스' 후속 '보통의 연애' (4부작)
난 <난폭한 로맨스> 후속작들도 기대하는 중인지라, 뭔가 마음이 미묘하다. 마음이 굉장히 허전하면서도 설레인달까? 연우진-유다인 출연의 <보통의 연애>와 엄태웅 출연의 <적도의 남자>를 기대하는 중이다. 다만, 내가 방영 전부터 설레여한 작품들 중에 잘된 작품이 많이 없기에 괜한 설레발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적도의 남자> 후속 <각시탈>도 내겐 완전 기대작임! ...올해 상반기는 이렇게 K사 드라마로 이어질 듯 싶다. (월화도 '사랑비' 볼 예정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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