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뿌리깊은 나무 4회) 머리극이 끝나고, 진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다.

도희(dh) 2011. 10. 15. 23:14

드라마 : 뿌리깊은 나무 4회

이제 4회까지 방영. 그리고 반응이 꽤 좋다. 벌써 청률이도 19%정도 찍은 듯 싶고. 4회 보기 전에 지인께서 '뿌리깊은 나무 보라'는 말을 하셔서 '저 첫회부터 봤거든요ㅡ.ㅡ;' 라며 뾰루퉁하게 대답해버렸더랬다. 사실, 첫회보고 재밌다고~ 중기세종 연기잘한다고~ 막 그럴 때 사람 말 씹으시고 딴소리 하시더니.. 라는 마음에 버럭거리기도 했다지. (긁적) 아, 딴소리 하실 때 나는 그 말이 안들리는 사람처럼 굴긴했지만; (...)

세종과 강채윤의 관계 및 앞으로의 이야기를 위한 밑그림이 그려진 머리극(프롤로그의 북한말)은 끝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회였다. 맘에 드는 구석이 보인다고 초반부터 설레발치면 실망도 커지고 그러면 좋았던 마음이 금새 식어버리게 되니까 최대한 자제하며 조금조금 좋아하는 중인데, 점점 마음에 드는 구석이 많아지는 중이다. 다만, 마지막까지 유지될까, 에 대한 걱정.

그리고, 4회 감상 시작.

 

머리극이 끝나고

이방원이 없는 천하다
- 이도 -

 

이방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과는 다른 조선을 만들고자 하는 젊은 임금 시험했다. 그리고, 굳건한 의지로 자신의 뜻을 밝히는 젊은 임금 이도. 그렇게 이방원은 마지막 순간, 이도의 조선을 지지해주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리면 모두의 진심을 얻어낼 수 있음을, 그런 조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떠나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방원은 이 젊은 임금이 만들고자 하는 조선, 자신과 다른 조선을 만들고자하는 그 뜻을 처음부터 지지해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뜻이 더 견고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젊은 임금이 만들고자 하는 조선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끊임없이 시험한 것은 아닐까, 라는. 반대하는 상대를 설득하기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더 깊이 생각하며 그 뜻이 더욱 견고해지길 바란 것은 아닐까, 라는. 그렇게 가장 처음 반대하는 자신을 설득하며 노하우를 쌓아 앞으로 더 많을 반대파들을 잘 설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훈련. 그렇게, 그만의 방식으로 젊은 임금을 지지하고 도와준 것은 아닐까, 라는. 그런 생각.

도야, 아비는 말이다, 여유가 없었다.
나라를 세우고 이 나라가 휘청일까 두려워
칼을 참으로 쉼없이, 칼을 휘둘러대느라,
나라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서 이 아비는 여유가 없었다.

허나, 아비처럼 살아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도야, 네가 옳다. 아니, 네가 옳았으면 좋겠다.
이젠 아비를 밟고 넘어서. 부디, 너는 이 아비보다 더 크고 넓은 꿈을 품어라.
조선의 하늘은 마땅히 조선의 것이니 백성들에게 돌려주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해도 좋겠지.

이 나라, 잘 부탁한다.
이 나라는 아비의 나라도 또한 너의 나라도 아닌,
많은 백성의 나라, 조선이어야 함을 잊지 말거라.

- 대왕세종 55회 중, 태종 -

 

"이놈, 해내거라. 해내. 그래야 네 놈을 왕으로 세운 것이 나의 제일 큰 업적이 될 것이니." 라는, 태종의 유언에서 <대왕세종>의 태종이 세종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방원 또한 세종과 같은 조선을 꿈꿨으나 여유가 없었을 뿐, 그렇기에 태종은 처음부터 세종의 뜻을 지지해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다.

사실, 태종이 그렇게 세종의 뜻을 처음부터든 아니든간에, 세종이 가장 먼저 상대를 설득하고 인내하고 기다림으로 진심을 얻어낸 사람은 아버지 태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은 같다. 그리고, 그 것이 먼 길을 걸어가야 할 젊은 임금에게 가장 큰 응원이 되지않았을가, 싶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당신의 가장 큰 업적을 세우고, 그렇게 이방원은 떠났다.

터덜터덜, 한 걸음은 가볍게. 터덜터덜, 한 걸음은 무겁게. 멈춰선 발걸음. 주변을 한번 휘이 둘러보고 '이방원이 없는 천하다' 라고 말한 그 순간, 순식간에 흘러버린 눈물 한방울. 그 걸음과 표정과 눈물은, 이제 막 아버지의 짙은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게 된 젊은 임금 이도의 더 무거워진 어깨와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을 보여주는 듯 싶었다.

이방원이 없는 천하를 맞이하게 된 이도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싶었다. 

 

지켜봐, 아버지. 지켜봐, 담아
임금인지 지랄인지 가만안둬
- 똘복 -

 

누구의 손에 맡겨졌는지도 모를 반촌에서 웅크리고 살라는 똘복에겐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대 그렇게 웅크리고 살아갈 수가 없었나보다. 결국, 반촌에서 탈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유서'를 잃어버리고 그 댓가로 '밀본지서'를 손에넣게 되었다. 다만, 똘복은 그 '밀본지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아버지의 유서'를 되찾을 유일한 단서로 여기고 간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기준 또한 '밀본지서'를 찾기위한 단서로 '똘복아버지의 유서'를 간직하게 되었고. 이 둘이 어떻게 엮여서 각자 자신의 것을 찾을지는 모르겠으나, 똘복아부지 유서 돌려주세요! (...똘복이가 유서잃어버린 것이 가장 안타까웠음.)

반촌에서 힘겹게 탈출한 똘복은 담이를 찾기위해 심온의 노비들의 시체를 모아둔 곳을 헤메이게되고, 결국 자신이 담이게게 준 물건만 찾게되며, 똘복은 아버지에 이어 담이까지 잃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게, 무휼이 놀랄만큼의 살기를 내뿜는 어린 똘복은 복수심에 불타며 길을 떠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소년이 된 똘복은 여전히 그 복수심을 불태우며, 똘복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똘끼스러움을 유지한 채, 원수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기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진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다

- 만나다 -

 

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이정명 작가의 소설 "뿌리깊은 나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그리고, 원작과는 같지만 다른 성격과 개성의 캐릭터들로 원작보다 더 많은 사연과 깊은 이야기를 한다. 4회 중반까지가 원작보다 더 깊어질 이야기를 알리는 머리글이었다면, 4회 중반이 넘어서며 원작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자신의 이상을 이루고자하는 유약한 젊은 임금은 신하들을 쥐락펴락하는 노련한 중년 임금되어있었고, 미친 살기를 감추지않던 똘복은 살기를 감추고 유들거리는 겉모습에 신중함을 더한 강채윤이 되었다. 사건이 시작되고 노련한 중년 임금 세종과 임금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그런데 사실은 임금의 첫번째 백성인 채윤(똘복)이 만났다. (더불어, 세종에게 생애 첫 욕을 가르쳐준 백성이기도;)

그리고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방법이 다르지만 이 사건은, 옥색보자기에 쌓인 물건과 사고사로 위장 그리고 부엉이 울음소리라는 세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채윤은 말했다. 옥색보자기에 쌓인 그 물건은, 아직 외부에는 알려져선 안되는 거대한 무언가를 계획하고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는 임금에게 필요한 물건이었고, 그 물건을 둘러싼 두 건의 살인사건은 그런 임금의 계획을 막기위한 계획된 살인사건일 것이다.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임금과 주변인물들은 당황해서 예민해져 있었던 것일테고.

뛰어난 직감과 관찰력 등등으로 첫번째 피해자 고인설 사건이 살인사건임을 밝혀낸 채윤은, 임금암살 작전을 위해 집현전을 둘러보다가 무휼에게 들켰고, 뛰어난 직감과 관찰력 그리고 임기응변으로 자신의 속내를 숨기는 것은 물론, 이번 살인사건을 수사하게되며 임금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되었다. 사건해결을 못하면 제 목숨이 떨어지겠으나, 해결을 하게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 그 것이 채윤이 이 사건을 맡게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었고. (...어명인데 안맡으면 어쩌랴, 싶긴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진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1) 어린 똘복이가 욱하는 마음에 '밀본지서' 버릴까봐 진짜 조마조마 했었다. (휴;)

2) 타임워프 장면들 좋았다. 어린똘복이 소년똘복으로 변하는 시간을 하늘의 변화로 표현한 것도 좋았지만, 호수에 비친 청년세종의 그림자, 노랑나비가 호랑나비로 변하며 중년세종이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

3) 노련한 임금이 된 이도와 살기를 감추고 유들한 척 신중해진 똘복(채윤). 이들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싶기도 했다. 뭐, 과거회상으로 그동안의 그들의 이야기도 나올 듯 싶다. 아직 안나온 장면들도 몇 있고하니~;

4) 드라마가 끝나고, 중기세종은 잊혀지고 석규세종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난, 역시 장혁! 이라며 홀로 좋아하고 있었더랬다. <의뢰인> 보고나서도 홀로 '장혁 좋아!' 이러며 두근두근 거렸다는 후문. ...그냥 좋아하는 배우일 뿐이다.

5) 경연장면도 좋았더랬다. 허허실실,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르시는 임금님. 그리고 그런 임금님 손바닥에서 놀고있는 성삼문도 귀여웠다.  <대왕세종>의 성삼문도 귀여웠는데 <뿌리깊은 나무>의 성삼문도 귀여움. 

6) 김종서 등장에 '저 캐릭터가 <공주의 남자>에 이순재 할아버지심' 하고 말해주자 '아직 젊은 시절이군!' 이라는 동생; 황희 등장에서는 갑수좌가 떠올랐더랬다. 뭐, 박은이나 조말생 등등을 보면서도 <대왕세종> 속 그들이 떠오르는 중이긴 함.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안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음에 꽤나 강하게 박힌 드라마인지라 내내 비교하고 떠올리게 될 듯;

7) 바른 정치는 설득이고 설득을 위해서는 상대에게 진심을 주는 것이다, 라는 박은(대왕세종)의 말. 나는 이 말이 꽤나 인상깊었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리며 상대방의 진심을 얻어내겠다,는 이 드라마(뿌리깊은 나무)의 젊은 세종의 말 속에서 문득, 박은(대왕세종)이 말하던 바른 정치와 설득의 방법이 떠올랐었다.

8) 집현전에 들어간 채윤의 변명을 들은 임금의 반응이 너무 진지하셔서 웃었다. 그 진지한 표정 속과 진지해지지 않는 단어선택. 우리말을 아끼셨고 우리말을 담을 수 있는 결고운 우리글을 만들어주신 임금님께서는, 평소에도 우리말을 소중히 사용하셨구나, 싶기도 했고.

9) 똘복이보다 윤평이 더 나이가 많았던 것 같은데, 세월이 흐르며 윤평은 더 젊어졌나보다. 그러고보면, 소이와 채윤이도 그리 나이차이가 안날텐데; 대충 소이는 궐 안에서 정말 좋은 음식 많이먹으며 곱게 자랐고, 채윤이는 복수심에 불타서 험하게 살아와서 이리 큰 것이니라, 라고 생각 중이다. 그보다 얘들은 어떻게 서로가 서로인 줄 알게될까? 혹시, 그 물건이 단서? ('대장금'에서 장금이랑 민정호가 작은붓을 통해 서로의 인연을 새삼 확인한 것처럼?)

10) 정인지 역의 배우. 혜미(드림하이)랑 설이(마이 프린세스) 아부지. 보고있으면 기 소보르망 박사(UV신드롬비긴즈)가 떠올라 집중이 안된다.(;) 그냥, 뭐랄까.. 기 소보르망 교수가 정인지라는 가명으로 집현전에서 UV님 관련 연구를 하고있을 것만 같은. 나중에 세종임금님께도 보고할지도? (///)

11) 정기준 역은 과연 어느 배우가 연기하게 될까? 그보다, 밀본이 한글창제를 반대하는 것이라면, 정기준은 청년 이도의 조선과 집현전에 필요한 인물이었으나, 중년 이도가 만들고자 하는 조선과는 뜻이 다른 존재. 백성이 뿌리가되는 조선을 만들고자 하는 세종과 반대되는 곳에 서있는 사대부가 뿌리가되는 조선을 바라는 밀본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세종은 그런 정기준과 대립하면서 또 어떻게 정기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고 그 진심을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지금 그냥.

12) 아, 무사 무휼도 멋지심! 그리고, 여진구 군 적게나와서 정말 아쉬웠다. 그런데, 아이들의 성장은 정말 빠르구나, 라고 새삼 느꼈다. 동수(무사 백동수) 때도 많이 자랐구나, 싶었는데 그 때보다 더 자란 듯 했달까? 2~3컷봐서 뭘 알겠느냐만은;

13) 하례니 뭐니 이런 건 세자에게 맡겼는데 왜 자기한테 하라냐며 욕과 더불어 투정부리시는 임금님. 보며 궁시렁 거렸더랬다. 그렇게 세자한테 일을 너무 많이 시키니까 세자의 몸이 약해지셨고, 정작 임금이 되어서는 그리 일찍 돌아가신 것이 아니냐고! (ㅠ) 이 드라마에서 세자가 등장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왕자 중에서는 광평대군이 등장하는 걸로 알고있다. 광평대군 역의 배우는 <대왕세종>의 수양대군.

14) 말이 자꾸 길어지는 중이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