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공주의 남자 15회
9시 쯤에 외출하고 싶다고 보채는 냥이들 데리고 마당에서 20분가량 놀다가 급히 들어와서 씻고 이것저것 하고나니 9시 50분. 그렇게 자세잡고(!) 기다리며 동생더러 얼른 자라고 한 후에 시청했답니다. 뭔가, 동생이랑 보면 그 산만함과 삐딱선에 말려들어서 집중을 못하게되거든요.(...;)
승유의 늦은 자각과 달리 폭풍으로 전개되는 정치적 상황들.
그렇게 비극은 깊어져만 가고 있었답니다.
1. 깊어가는 비극-.
왜 내게 기회를 주지않는 것입니까?
- 단종 -
어린 왕의 수족들을 하나 둘 잘라내던 수양대군 일당은 현재 어린 왕의 가장 큰 의지가 되는 금성대군과 경혜공주 부부까지 쳐낼 계획을 하는 중이었어요. 그러던 찰나에 금성대군의 거사계획을 알게되었고 그 것을 역이용해서 쳐낼 생각이었죠. 그러나, 세령납치사건으로 거사는 물거품이 되었고 수양일당은 세령납치사건을 빌미로 금성대군과 정종을 잡아들여 어린 왕을 압박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수양대군이 본인 입으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누구에게 주기도 아까운 딸이라고 하는 세령의 사랑과 혼례와 비극을 이용해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하고 욕망으로 가는 발판을 삼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수양대군에게 휘둘리며 그저 무력하기만 한 어린 왕은, 자신을 지키기위해 희생되어가는 사람들을 더이상 볼 수가 없기에, 마지막 남은 그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위해서 힘든 결심을 하고 말아요. 바로, 수양대군에게 보위를 물리는 것이었죠.
왕이라는 자리마저 잃은 어린 왕은 무기력하게 고립되어 멈추지않는 피바람에 아파하며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겠죠. 그렇게, 서서히 다가오던 어린 왕의 진짜 비극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시간이 머지않게 되었어요.
처음 본 순간부터 늘 한결같았던 정종의 마음에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경혜공주는 아닌척 했지만 어느새 그를 자신의 남편으로 인정하고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마음을 처음으로 드러내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조금씩 애틋함이 보이던 이 부부는, 온갖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피어난 비극을 맞이하며 엄청난 애틋함을 선사해주셨어요. 게다가, 이제 손잡는 것은 기본에 포옹은 선택사항이랄까?
그런데 어쩐지 합방은 커녕 서로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제대로 고백도 못하고 헤어질까봐 걱정이 되기도해요. 그래서 더 절절한 부부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스럽기도 하고 말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이 부부 사이에 자식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극적 구성과 재미를 위해 역사적 인물 및 사건들에 상상력을 더하여 재창조 한 가상의 이야기이며, 특히 등장인물에 관한 드라마마 내용은 실제 역사기록과 다를 수 있다고 드라마 직전에 공지하고 있으니까요.
헤어진 어느 날, 사는 게 힘들 때마다 떠올릴며 잠시나마 미소지을 수 있는 그저 행복한 추억 한조각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추억 한조각 없이 그저 현재의 불안함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어찌할 틈도없이 채 휩쓸린 이 상황을 그저 슬퍼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의지가 되어주기만 한 이 부부는, 그래서 더 안쓰럽고 절절한 게 아닌가, 싶네요.
그나마 경혜부부는 서로에게 의지하고 의지가 되어주며 이 상황을 함께 버텨나가고 있지만, 기록과 달리 장가도 못간 채 양위를 해버린 우리 어린 왕은 내내 그 넓은 궐 속에서 홀로 외로이 견디다가 이젠 상왕으로 물러나 그저 무기력하게 고립되어 불안에 떨며 지내게 되었답니다. 그를 위로해 줄 짝꿍이라도 곁에 있었으면 이 작은 등이 조금은 덜 외로워보였을까, 싶을 정도로 짠했어요. 토닥토닥-.
무고하게 죽어간 자들의 원혼들이, 가슴깊이 사무친 한을 지닌 자들이,
넘치고 넘칠 것입니다.
- 세령 -
자신을 납치한 승유와의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된 세령은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된 듯 싶었어요. 일단, 승유가 살아있다는 것은 비밀에 붙히고, 아픈 몸을 끙끙거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던 세령은 경혜공주의 방문까지 보게되며 자신의 각오를 굳히는 듯 싶었어요.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을 비난하고 잃어버린 신뢰는 더이상 회복될 수 없음을 밝히며 더이상 그 뜻에 따르며 살지 않겠노라면서 말이죠.
승유를 지키기위해 살아가고 또 움직이며 조금씩 시야를 넓힐랑 말랑거리던 세령은, 승유와의 만남과 대화 이후로 아버지 수양대군의 실체와 그로인해 고통받으며 죽어간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되새기게 되는 듯 싶었어요. 거기에 경혜공주의 방문으로 아버지가 또다시 자신을 이용해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까지 알게되며 그 배신감이 더 깊어진 듯도 싶었고. 그렇게 자신의 정인과 벗의 고통과 슬픔을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또 받아들이며 그 것은 세령 자신의 일이 되어버린 듯 했달까?
어쩐지, 최근 본 '기쁜 우리 젊은 날'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목격하면서도 그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던 순남과 형주가,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이 억울한 죽음으로 피해자가 되는 것을 목격하며 더이상 방관자가 아닌 그 속에서 함께 맞서게 된 그들의 모습이. 고통이 내 것이 되기 전까지는 그 것이 현실인지 몰랐다가, 그 고통을 겪으며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며 그 현실 속에 들어서게 되는.
그 것이 니 아비에게 반하는 일이라해도 말이냐?
...
생각만이라도 고맙구나.
- 세령 & 경혜 -
이제 경혜공주는 수양과 별개로 세령을 대하고 걱정해주는 듯 싶었어요. 세령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렇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걱정해주며, 그렇게, 잘라내도 잘라내지지 않은 우정은 그렇게 유지되었고, 저는 이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도 궁금해지고 있어요.
그리고 세령은, 아버지의 욕망으로 일어난 일들을 비난하고 더이상 신뢰하지 않겠노라는 등등의 말들을 했고, 진심으로 경혜공주와 어린 왕을 돕고싶었지만, 그 것이 아버지에게 반하는 일이라는 것에서 멈칫하게 되었어요. 어찌되었든, 세령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중심에 서있고, 아무리 미워도 원망스러워도 아버지는 아버지인지라 완전히 등을 돌릴 수는 없었을테니까요. 배신감을 느끼며 상처받고 그렇기에 더이상 믿지않겠다, 했어도 아직은 아버지를 믿고싶은 자식의 마음이 남아있는 듯 하달까?
점점 각오를 다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시작한 세령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진 않겠죠.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며 그 의지를 굽히지 않을 듯 싶기도 했어요. 자신의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3. 승유의 자각-.
보이지않는 적보다 더 무서운 게 어디있냐.
무고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겪은 고통과 두려움을 그들도 겪어봐야해.
-정종-
그저 복수에 눈이 멀어 앞뒤 가리지않고 세령납치극을 벌인 승유는 자신을 대신해 활에 맞은 세령의 그 목숨을 건 사랑에 혼란스러운 듯 싶었어요. 본인 입으로 죽이겠노라 그리 외쳤건만 정말로 죽었을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했고. 그리고 승유는 한가지 질문에 대답이 막히게 되죠. 그저 복수를 위해 세령을 납치한 것인지, 다른 남자의 여인이 되는 것을 볼 수 없었기에 납치한 것인지에 대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복수를 외치는 승유, 였달까?
그리고 승유는 자신의 대책없는 행동으로 인해서 친구 종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되며 또다시 혼란스러워해요. 물론, 승유의 납치극이 없었다하더라도 종이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겠지만요. 혹은, 더 심한. 어찌되었든, 어린 왕의 결단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 온 종이에게 자신을 밝히게 된 승유. 진작에 찾아가지, 싶기도 했더랍니다. 뭐, 배신감과 복수심에 눈이 멀어 친구는 생각나지도 않았을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승유는 종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앞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조금은 차분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듯 싶었어요. 종이의 말에 힌트를 얻어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고자 자객으로 위장해 암살을 하기로했고, 그 첫번째 희생자는 온녕군이었답니다. 이 분이 돌아가실 때가 된 건 알았는데 너무 정정하셔서 '언제쯤?' 싶었는데, 승유의 칼에 의해서 떠나시는 듯 싶더랍니다.
온녕군이 첫번째 대상이 된 것은 형수님과 아강이의 복수, 라는 핑계도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어요. 어찌되었든 세령이의 말을 믿지않는 승유에게 형수님과 아강이는 온녕군집 노비로 일하다가 자살을 선택했던 것이니까요. 얼마나 괴롭혔으면... 싶었을지도 모르겠고!
- 정종 -
한편, 면이는 세령의 납치범이 승유인지도 모른 채 몇몇 단서들을 가지고 본격적인 추적에 들어갔어요. 마포나루 일대를 총 관리하는 공칠구와 손을 잡는 방법까지 동원해서 말이죠. 이렇게 공칠구가 사건에 개입할 여지를 만들어주며 승유의 적으로 만들었답니다. 뭐, 승유와 조석주가 함께있는 한 공칠구에게 승유는 적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조금씩 좁혀갈 것 같기는한데, 승유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되면 면이는 또 어떨까, 라는 생각. 죽은 승유는 미안하게 그리고 안쓰럽게 여기며 아파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승유는 꼭 죽여 없애만 할 적,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의 선택을 그저 가문을 위한다는 명분 뒤에 숨어서, 그렇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면이가 가엾고 안쓰럽기는 하지만... 종이의 배신에 세상의 모든 상처를 자신의 다 떠안은 양 굴며 종이를 원망하는 면이를 보면 조금은 어이없었어요. 뭔가, 세상의 상처는 저 혼자 다 떠안았고, 그 것을 이해해주기는 커녕 종이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는 걸 보면서 말이죠.
면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놓고서도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어하고, 내가 너에게 진심을 준 것처럼 너는 왜 나에게 진심을 주지않느냐 칭얼거리는 것이, 왠지 어린 애 투정처럼 들려오기도 했어요. 뭔가,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싶기도 했고. 그래서 종이의 한숨섞인 듯한 말에 대답할 말이 없어서 먼저 가버린 것일 수도 있겠죠.
승유에 대한 자신의 배신을 이해받고 싶다면, 자신을 배신한 종이의 배신을 이해해 줄 수도 있었을텐데 면이에게 그런 마음의 여유는 없었나봅니다. 그리고 자신은 어떤 이유에서든 종이를 죽을 길로 안내하고 있었구요. 면이는 여전히 가여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를 시키며 가문을 위해서라는 명분 뒤에 숨어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라고 말하는 면이를 보면 때때로 이 날처럼 어이없어 하게되겠죠.
어쩔 수 없었다 할지라도, 모든 것은 면이의 선택이었고, 늦게나마 바로잡을 시간은 있었을테니까요.
그러지 않은 것도 자신의 선택.
4. 그리고-.
1) 일단, 공칠구만 나오면 무조건 애정모드로 즐거워하며 보긴하는데... 미묘합니다. 사극이라 그런가? (;)
2) 드디어 수양대군 드디어 왕이 되는군요. ......................에휴;
3)
뜨거운 열정만이 사랑이 아니라 따뜻하게 덮힌 돌 하나를 마음에 집어놓고 평생 식지않게 간직하는 것도 사랑이다
, 라는 모하소(자명고)의 말. 어쩐지 세령과 경혜는 그런 사람과 만나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런 비극적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런 삶을 살아갔을테고. 특히, 경혜와 종이부부...ㅠ
4) 경혜공주와 정종, 그리고 단종 덕에 좀 짠하게 살짝 눈시울 붉히며 봤던 회차랍니다.
5) 이민우씨 부상이 심각하단 기사를 읽고봐서 그런가, 괜히 더 안쓰러웠던 것 같아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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