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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3화 끝내주는 커피)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는, 끝내주는 커피!

도희(dh) 2010. 5. 31. 16:13

 

 

~ 드라마 스페셜 ; 이재상의 '끝내주는 커피' ~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는, 끝내주는 커피!>>

 

1. 작품정보

- 제목 : 끝내주는 커피
- 극본 : 이선영 (백설공주, 자미성의 노래, 디스코의 여왕, 옥춘 外) /

이선영작가에 관한 기사 보기 

- 연출 : 이재상 (솔약국집 아들들, 큰 언니, 아빠셋 엄마하나 外)
- 출연 : 윤해영(오종 역), 조연우(최창 역), 문희경(지숙 역)
- 방송일 : 2010년 5월 29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 줄거리
각기 다른 아빠를 가진 세 자매를 키우는 30대 중반의 오종은 커피 로스팅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바리스타 마스터이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밝은 성격의 그녀는 커피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꿈이다. 어느 날 그녀는 삼일그룹 최연소 이사인 노총각 최 창을 만난다. 그는 커피도 수학과 같아 자로 잰 듯 로스팅해야 된다고 믿는 인물. 그들은 바리스타 과정에서 함께 수업하며 “끝내주는 커피”를 향해 서로의 커피 맛을 겨루게 된다. 따뜻하고 밝은 아줌마 오종과 깐깐한 원칙주의자 최 창의 사랑이 커피를 통해 싹트는데, 갑자기 밝혀지는 오종의 과거로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다.

<KBS 드라마 스페셜 공홈 : http://www.kbs.co.kr/drama/thedrama/index.html>

2. 각자의 취향

(1)

누군가와 만나 커피전문점으로 들어서면, 개개인의 취향이 주르르 나오곤한다. 토요일에 만난 후배냥은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듬뿍넣어 마시고, 커피가 쓰다고 늘상 인상쓰는 친구냥은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시다가 그 것도 쓰다며 프라프치노(였던가? 별다방의 엄청단 그 무엇!)를 고수하곤 했다. 최근 알게된 언니냥은 모카에 휘핑크림을 얹지않는다. 나는 언제나 카페모카를 마신다. 휘핑크림 잔뜩 얹은. <김종욱찾기>의 여자 아버지는 둘둘하나를 선호하기도 했었다. (쌩뚱;)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커피를 주로 마시는지 모르겠지만, 커피의 종류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각자의 취향은 다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내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상대와 걸음을 맞춰나가려는 나는, 상황에 따라 취향이 조금씩 어긋나는 것도 같다. 이런 걸 줏대가 없다고 하는 건가;


(2)

최창의 누나 지숙은 자신이 속물이 아닌 엄청 개방적이고 쿨하고 우아한 여성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네 패거리에서 누군가의 뒷담화가 나오면 굉장히 우아한 듯한 몸짓과 말투와 기억도 안나는 $%&$어쩌구하는 프랑스어로 그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그때 오종이 말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커피와 같다고. 개개인마다 커피취향이 다른 것처럼 서로의 취향은 다른 그런 것과 같지않겠느냐고.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지숙은 자신은 개방적이지도 쿨하지도 우아하지도 못한, 그저 속물임을 인정하고 말더라.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입으로는 잘도 말하지만, 막상 나의 일이 되면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고 어쩌고는 필요없고, 나의 기준에 맞춰 상대를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깔보게되는, 남일은 괜찮은데 내일이면 안되는 우리네 모습을 보는 듯 해서 씁쓸했다.


(3)

제 각각인 커피의 취향처럼 인간 개개인에게는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으로만 사람을 판단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그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했다. 각자 다른 아비를 가진 세 아이의 엄마. 겉으로 드러난 사실. 그러나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 속의 진실을 굳이 알려고들지 않는다. 그저 그 겉으로 드러난 사실에 자신들의 생각을 덧붙혀 더 크게 부풀려 여기저기 전파하고 다닐 뿐.

겉과 다른 속. 알멩이없는 소문의 무서움. 오종을 둘러싼 소문들은 1화 [빨간 사탕]의 유희에게 들러붙었던 실체없는 소문과 2화 [무서운 놈과 귀신과 나]의 겉모습과 사람의 입을 통해서 전해진 모습은 악마보다 더 무서운 악마였으나 그도 사실은 나약한 인간이었던 강두섭의 이야기와 언뜻 겹쳐지기도 했다.

또한, S본부의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태섭과 경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것과도 어딘가 묘하게 겹쳐지는 듯 했다. 남의 일이면 너그러울 수 있지만, 막상 나의 일이 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





3.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는, 끝내주는 커피

언제나 아메리카노로 통일되던 카페. 맛없는 커피대신 잠시 수다를 떨기위한 장소가 되어버린 그 곳에서, 오종은 손님들의 행복한 웃음을 보기위해 커피공부를 하며, 손님 개개인의 취향에 맞추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종의 커피를 마신 사람들의 얼굴에선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고, 오종은 그런 손님들로 인해서 마음이 한껏 부풀러오르는 듯 했다. 오종은, 상대를 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가 되어주는 그런 인물인 듯 하달까?

오종은 가슴 속에 외로움으로 인해서 커다랑 구멍이 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외로운 마음을 채우고싶어 자신과 같은 구멍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면, 어떻게든 그 사람의 구멍을 채워주려고 하는 사람인 듯 했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서 상대가 그 구멍을 채우며 웃을 수 있게되면, 자신의 외로움으로 인해서 생긴 그 구멍이 조금씩 채워지는 듯 하달까? 그러니까... 외로운 사람에게서 나의 외로움을 투영하고, 그 사람을 웃게함으로서 내 마음을 채우는 그런...?

그래서 오종은 아비가 다른 세 아이의 어미가 되었고, 끊임없는 소문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고, 밤마다 선글라스를 낀 가슴 속에 큰 구멍이 뚫린 여자의 마음을 메워주고 채워주며 행복할 수 있었고, 결국 모든 걸 가졌으나 사람 속에 섞이는 법을 몰랐기에 늘 외로웠던 최창의 마음을 채워주며 그가 사람 속에 섞이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은 아닐런지...

이날, 오종이 타준 커피는 정말 끝내줬다. 정말, 끝내주는 커피였다. 그녀가 상대의 외로움을 바라보며 그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는 동안, 내 속의 외로운 마음도 조금씩 채워져나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문득, 깊은 밤, 커피가 그리워졌던 것 같다. 오종이 타주는 커피가 아니라도, 오종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 순간의 커피한잔은 정말 끝내줄 것 같아서.



4. 줌마렐라의 해피엔딩

마음이 외로우나 그 것을 채우기위해 웃음이 많은 한 여자의 이야기이면서, 또한 줌마렐라의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한다.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애들 학원비 때문에 저녁에는 카페에서 일하는, 푼수끼 가득한 해피바이러스 덩어리의 결혼경력 세번에 애 셋 딸린 아줌마와 까칠하지만 젊은 나이에 한 회사의 이사직에 있는 노총각 남자의 러브스토리.

이들의 사랑이야기도 갓 끓인 커피향처럼 부드럽고 향긋했다. 기분이 좋아지는 편안함이라고 해야할까?
결국 이들은 나름의 험난한 산을 넘어서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이가 되어갔다. 되었다. 오종의 끝내주는 커피에 마음을 채운 최창과 그렇게 최창을 통해서 마음이 채워진 오종은, 나름의 험난한 산이 아직 남았겠지만, 아마 사랑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만약, 24부작의 [드라마 스페셜]이 종영하고, 또 남은 6개월간 여기에서 했던 이야기들 중에서 중단편 혹은 미니를 만든다면... 나는 [끝내주는 커피]가 그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오종과 최창이 사랑을 하는 과정을 좀 더 세세히 그려준다거나, 이번 이야기가 끝난 그 뒷이야기도 지금처럼 기분좋게 그려주길 바라는 작은 바램이랄까?



5. 끝으로...

+ 기대치가 전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 드라마, 저는 좋았답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기분좋으면서 왠지 마음이 뭉클해져서 울어버리기도 했구요. 내가 이렇게 눈물이 헤픈여자였나, 라고 해봤자... 사실 나는 눈물이 헤픈녀자;

+ 윤해영씨 정말 좋았고, 조연우씨도 간만에 반가웠답니다. 큰딸 역의 아가는 [이산]의 어린 송연이었다던데 정말 이쁘게 잘 컸어요! 그러고보니, 나 이산 초반에 아역부분은 약간 봤다는 걸 이제사 깨달았음... 내가 어린송연이를 알고있었다니;

+ 최창이 변화하겠다 결심했는지 회식자리에서 춤추는 장면은 순간 오그라들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능;

+ 다음 주 [드라마 스페셜] 4화는, 박은영 작가(드라마시티 틈)와 김형석 PD(슬픔이여 안녕, 엄마가 뿔났다, 남자이야기) - 이선균 황우슬혜 출연의 [조금 야한 우리 연애]가 방송된다고 합니다.

[조금 야한 우리 연애]는, 방송국 PD인 동찬(이선균)과 리포터 남희(황우슬혜)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고해요. 이선균씨가 연기하는 동찬은 좋아하는 후배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벙어리 삼룡이 역을, 황우슬혜씨가 연기하는 남희는 동찬(이선균)이 좋아하는 후배 예비 남편의 전 여자친구 역을 연기할 예정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