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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1화 빨간 사탕) 달콤하지 않은 일탈

도희(dh) 2010. 5. 16. 07:13


~ 드라마 스페셜; 노희경의 '빨간사탕'~
<<
달콤하지 않은 일탈>>


 

1. 작품정보

- 제목 : 빨간 사탕
- 극본 : 노희경 (그들이 사는 세상, 굿바이 솔로, 유행가가 되리, 꽃보다 아름다워, 고독, 거짓말 外)
- 연출 : 홍석구 (경숙이 경숙아버지, 계집종, 어느 화창한 날, 블랙메일, 저수지, 바람이 분다 外)
- 출연 : 이재룡(재박 역), 박시연(유희 역), 김여진(민정 역)
- 방송일 : 2010년 5월 15일(토) 밤 11시 30분, KBS 2TV

* 줄거리

가정과 회사생활에 지쳐가는 후줄근한 40대 출판사 영업부장 “재박” 은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빨강사탕을 문 “유희” 라는 여인을 남몰래 바라보며 삶의 위안을 찾는다. 100일간 뒤에서 지켜보던 그는 자신이 관할하는 서점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집까지 따라간다. 그리고 어느덧 빨강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서 섣부른 키스까지 하게 된다. 그녀도, 그도 마음속에 묘한 감정이 차오를 무렵 재박에게 유희에 관한 무자비한 소문들이 들려오는데....

<KBS 드라마 스페셜 공홈 : http://www.kbs.co.kr/drama/thedrama/index.html>

 

 

2. 일탈과 사랑, 그리고...

극을 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 머무르던 찜찜함의 정체는 '불륜' 이었고, 먹먹해진 가슴의 정체는 '사랑' 이었으며, 현재의 답답함은 그 실체가 없다. '불륜'을 소재로 했기에 그런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절반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절반을 조금 넘는 만큼. 소설 속의 불륜에는 큰 거부감이 없지만, 드라마 속의 불륜은 나를 설득시켜서 공감대를 형성시키지 못한다면 조금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이야기(모든 장르 포함) 속의 불륜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는 줏대가 없다.

재박과 유희의 사랑은 분명 순수했다. 그러나 풋풋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재박은 이미 한 여자의 남편이며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유희는 실체없는 소문투성이의 여자였기에... 세상에 찌들대로 찌들어 그렇게 삶이 지쳐가는 그 즈음에 마주한 두 남녀는 사랑을 했다. 남자는 이러면 안되는데라며 일탈의 달콤함 속에 점점 빠져들었고 여자는 자신의 결핍된 애정을 채워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진 남자에게서 '진심' 으로 다가가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사랑은 순수했고 예뻤다. 그런데 그들의 사랑을 응원해줄 수는 없었다. 마냥 설레여하며 아름답게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재박은 그 일탈이 달콤했지만,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그 일탈을 즐기고 싶지만, 그 달콤한 일탈을 현실로 만들 자신은 없는 사람이었다. 일탈이 달콤한 이유는 현재의 삶이 있어서이기 때문일테니까.

예상했던 그녀의 진심이 가슴아파 왠지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극을 바라보던 내내 머무르던 마음 한 구석의 찜찜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껏 안타까워 해주지도 못했다. 그녀의 사랑이 진심이었고 그의 감정또한 거짓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만약 그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더라도, 그들은 결코 '해피엔딩' 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것이 내내 나를 짓누르는 그 답답함의 실체가 아닐까, 싶다.

이 드라마는 '재박'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재박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야기임에도 이상하게 유희의 마음이 더 신경쓰이고 '아마 유희는 이런 마음일거야' 라며 생각하고 재박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유희 역의 박시연씨가 너무 예쁘게 그려져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냥, 느껴졌다. 재박을 향한 유희의 마음이. 그 진심이.



3. 쉽게하는 남의 말.

사람들은 남의 말을 너무 쉽게 한다. 남이 내 이야기를 쉽게하는 것을 싫어하면서 말이다.

가정과 회사에 지친 후줄근한 어느 40대 남자의 일탈 속에는 '쉽게하는 남의 말'과 그 말에 흔들리며 의심하고 오해하며 결국은 왜곡된 시선으로 특정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유희는 아름다운만큼 소문이 많은 여자였다.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그랬다더라 요랬다더라. 그런 실체없는 소문은 그녀와 '사랑' 이라는 것을 한다는 재박의 마음마저 흔들어놓고 말았다. 그 소문이 어느정도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 무성한 소문들 중에서는 너무 과장되게 부풀어진 것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소문이 진실이라도 그 진실의 이면에 숨어있는 또 다른 진실이란 것이 있을 것이고.

분명, 재박의 일탈이 나는 못마땅했다. 못마땅했기에 내내 마음이 찜찜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희에 대한 소문에 휩쓸려 휘청거리며 왜곡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재박이 또 못마땅했다. 왜냐하면 유희는 정말로 재박에 대해 진심이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재박에게 유희는 일탈이고 그렇기에 그의 소중한 가족을 위해서 정리해야만 하는 존재였지만, 그런 상황의 결과는 싫었다. 주위 사람들의 실체없는 말에 휩쓸려 온갖 억측과 추측으로 상대를 의심하고 오해하며 바라본 끝에 제 멋대로의 정리. 상대와 대화없는 일방적인 통보. 사랑의 끝이란 것이 온갖 미사여구를 다 갖다붙혀도 상처없이 그저 아름다울 수는 없을테지만, 적어도 재박이 유희의 말을 들어줬더라면... 싶었다. 들어줬다고해도 상황은 변치 않았겠지만.



4. 여기, 삶에 지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었다.

(1) 그 남자, 재박.

극은 재박의 시선을 통해서 흘러간다. 재박의 나레이션으로. 재박의 동선을 따라. 그렇게. 하지만 나는, 미안하게도 재박을 이해할 듯 하면서도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의 지친 일상을 이해하고 그런 그의 일탈을 이해할 듯 하면서도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궁금했다. 그렇게 녹아버린 빨강 사탕이 끈적끈적하게 그의 마음 속에 들러붙어있는 그 순간의, 달콤하지 않았던 일탈을 먼 훗날의 그는 어떻게 기억할까. 어떻게 추억할까. 먼 훗날의 그에게 유희는 어떤 존재로 남아있을까, 라고.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의 모습의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새로운 사랑 앞에 설레이는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재박은 그의 나레이션처럼 정말로 유희를 좋아했을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좋았을 것이고, 그렇기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유희를 바라보며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어떻게 이런일이, 라며.

그러면서 그는, 아마 조금은 의구심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왜 나같이 후줄근한 40대 유부남을 사랑하는 것일까, 라고. 그런 작은 의구심과 실체없는 소문과 이제는 일탈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현실에 눈을 뜨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뒤섞여버린 그는 결국, 실체없는 소문으로 그녀를 오해하고 의심하며 빨강 사탕과 돈봉투와 일방적인 통보가 담긴 편지 한 통으로 그 관계를 정리한 것이 아닐런지... 그렇게 그의 오해를 풀고자하는 그녀의 연락을 받지않기위해서 핸드폰 번호를 변경하면서까지.

어쩌면 그 실체없는 소문은, 이제는 일탈을 마치고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참에 생긴 '핑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차갑고 모진 말로 그녀에게 한 일방적인 통보.
미안하다, 라는 말이 하고싶었던 그는 결국 자신이 하고싶었던 말, 해야만 했던 그 진심을 표현하지 못했다.
미안하다, 라고 글로 써내리는 순간 툭-, 하고 눈물을 떨어뜨릴 그의 그 마음을. 그 것은, 그간 들어왔던 소문들과 현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직장동료의 충고가 뒤섞여 나온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혹시나 그녀가 들러붙어 나에게 떨어지지 않아서 내 가정을 파토내어 내가 추락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진심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실체없는 소문으로 인해서 그녀를 의심하고 오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는 결국 그렇게 그녀를 밀어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 아니었더라도 그는 그녀를 밀어냈을 것이다. 그녀가 한 부탁을 그는 결국 져버렸을 것이다. 지친 현실이 있기에 있을 수 있는 일탈. 그 일탈을 평생 할 수는 없을 테니까.

게다가, 그녀를 내연녀로 두며 뻔뻔하게 살아가기에 그는 너무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물론... 그 짧은 시간동안 유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그의 행동들은, 점점 시간의 흐름에 익숙해지며 자연스러워질 것도 같았지만.


(2) 그 여자, 유희.

언제나 빨강 사탕을 입에물고 다니는 여자, 유희. 재박의 시선으로 극이 진행되면 될 수록, 그렇게 실체없는 소문이 그녀를 휘감으면 휘감을 수록 '유희'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유희는 어떤 여자인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그녀의 과거는 어떠했는지. 지금은 또 어떠한지. 궁금해졌다.

아름답고 어딘가 화려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순수한 마음을 지닌 그녀. 가족이라곤 오빠가 유일한. 그러나 오빠는 도박꾼으로 내내 그녀를 힘겹게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내내 만나던 남자들에게 돈을 빌리게되며 이런저런 소문들이 무성해진.

부모님없이 오빠마저 유희를 힘겹게하는 상황. 그런 세상에 홀로 서서 외롭게 살아가는 그녀.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감싸안아 줄 든든한 바람막이, 그런 따듯함이 그리웠고 사랑이 고팠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아마 굉장히 다정하고 따뜻하고 든든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래서 '아빠' 같은 남자를 원했고 그 것이 결국 유부남이 된 것이 아닐런지.

그녀가 재박을 사랑한 이유는, 백일 동안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봐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하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3개월이란 시간동안 자신을 안을 생각도 없이 그저 묵묵히 따뜻하게 바라보고 지켜봐주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정말 아빠같다고. 사랑한다고. 이번엔 진짜라고. 다른 때와 다르다고. 그래서 돈 천만원으로 그 관계를 정리할 수 없다고. 그랬다. 그랬었다.

재박에게는 지친 삶의 일탈의 대상이었던 그녀에게 재박은, 지친 삶의 안식처 같은 것이 아니었을런지. 잃고싶지 않은 소중한 안식처. 그래서 그녀는 재박에게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를 지키려고 했을테고, 다른 이들에게 돈을 빌리면서도 재박에게는 그런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재박이 연락하지 말라고 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녀는 결코 재박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저, 그의 곁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했으니까. 그가 싫어하는 것 안하고 질투조차 하지않으며 그저 그의 곁에서 쉴 수만 있으면 되는 듯 했으니까. 그런 그녀의 마음이라도 재박의 가족을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기에 또 안타까웠다. 그랬었다.

실체없는 소문. 소문 속의 과장되고 부풀러진 진실. 그 진실의 이면에 숨은 또다른 진실.
화려한 외모로 인해서 그 속의 순수함이 뭍혀버린 듯한 느낌. 수많은 소문으로 휘감겨진 그녀의 모습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모 속에 감춰진 그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는 듯도 싶었다.

박시연씨가 이렇게 이뻤었나, 라는 생각과 제대로 보는 건 아마 [마이 걸] 이후로 처음인 듯 한데 연기가 많이 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그 중간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에 없다;) 이렇게 순수한 캐릭터를 할 수도 있는 배우였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재박에겐 이제 영원히 '환상'으로 기억될 그녀는, 정말 그런 환상을 줄만큼 아름답게 그려진 듯 했다.
그래도 재박과 헤어진 유희가 정말 자신만을 위한 삶을 찾아서 행복하길 바랬는데... 안타까웠다. 이런 결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아이의 삶이 너무 가여워서.




5. 빨간 사탕

70분 안에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약간 급전개가 된 느낌이 있다고 하던데, 나는 뭐 그럭저럭 무난하게 봤다. 나는 뭐 어지간히 튀지않으면 별 생각없이 이해하며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냥, 아, 이래서 그렇게되고 저렇게 되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달까?

먹다 만 빨간 사탕에 꼬인 개미들. 그 것을 바라보는 재박.
그렇게 끈적끈적해진 사탕에 들러붙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탕에 꼬이는 개미. 재박은 그 개미를 보며 자신을 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희라는 그 달콤함에 빠져 '안된다' 라고 끊임없이 되새기면서도 헤어나지 못했던, 지난 날의 자신. 결코 달콤하지 않았던 짧지만 여전히 그 끈적임이 남아있을 일탈의 기억.



6. 기타등등~;

마지막에 유희의 진심에 눈물도 좀 나오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는 했지만, 사실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노희경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컸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사랑을 그저 사랑으로만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 문제일 수도 있고, 불륜이 아닌 40대 남자의 일탈을 그저 일탈로만 바라보지 못한 것도 문제일 수도 있다. 그 것은 사랑이고 일탈이지만, 또 다른 이름은 불륜이란 건 사실이라는 생각도 들고. 불륜소재에 민감한 편은 아닌데 이 드라마는 그 것이 내내 걸렸다. 단막극이어서 감정을 따라간다고 해도 어느정도 급전개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굳이 '보세요' 라는 마음은 들지않는다. 그래도, 영상도 예뻤고 (특히, 바닷가 씬) 박시연씨도 이뻤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다 보고 생각하다보면 좀 진부하긴 하지만 이런저런 메시지를 주려고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도 역시, 오래 되새기며 기억할만한 드라마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시간이 좀 흐르니, 오래 전에 자주봤던 만화 잡지에서 가끔 나오는 가슴 먹먹한 단편만화 하나를 보고난 기분이 들기도 하다. 단편이라는 것은 만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조금은 비스듬히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삐걱거림과 여운이란 것을 남겨주는 것도 같아서, 그런 느낌은 좋다. 라고 한참 만에 생각해보긴 한다. (작가는 기억안나는 '빨간구두' 였던가, 하는 단편만화가 문득 생각나기도 하고. 꽤 단순하고 진부한 설정이었는데 좀 오래 여운이 남았었던 작품.)


* 원칙적으로는 동영상이나 스틸화면을 개인블로그에 쓰면 안되지만, 제작팀 일원으로서는 드라마가 알려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되는 것이 기쁘니 ... '걸리지만 마시고' 맘껏 '퍼가주세요' ㅠ.ㅠ 라는 글에 한참 웃어버렸다;;

* 나도 걸리지만 말아라~~~ㅋ

* 사진출처 ; DUAM 영화 & KBS 드라마 스페셜 공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