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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미스터 브레인 : 감성상실 천재 뇌과학자의 살인사건.

도희(dh) 2010. 5. 1. 04:30

미스터 브레인

~ 미스터 브레인 (MR. BRAIN, 2009, tbs, 총 8부작) ~
<<감성상실 천재 뇌과학자의 살인사건>>









 미스터 브레인.  


어느 날 밤, 동생이 '뭐 보고싶은 거 있어?' 라고 묻길래 '수사물이 보고싶어' 라고 대답한 후에 보게 된 드라마에요. 제가 질척질척 멜로물이나 말랑말랑 연애물 만큼 좋아하는 게 수사물이거든요. 게다가, 제가 유일하게 틈틈히 챙겨보는 미드인 CSI 와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여서 동생이 선택해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드는 중이에요. (그런데 동생은 CSI 굉장히 싫어함.)

[미스터 브레인] 이라는 드라마의 존재는 당연히 이걸 보는 날 알았지만, 꽤 유명하겠구나, 라고는 생각했답니다. 왜냐하면 그 주인공이 '기무라 타쿠야' 였거든요. 저는 이 분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처음이지만 꽤 유명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답니다. 연예기사에도 가끔 '기무라 타쿠야를 닮은 누구누구' 이런 글이 자주 올라왔었으니까요. 아무튼, 저와 동생은 '저 사람이 그 사람인가봐~' 대충 요런 이야기를 하며 첫 장면을 봤다나 뭐라나~;

주연인 '기무라 타쿠야' 외에도 낯익은 얼굴에 반가워했는데,  바로 최근에 본 [호타루의 빛] 의 호타루양이 여기에 출연해서 였답니다.  처음에는 당근 사람보는 눈이 없는 저는  '저... 저... 저... 낯이 익은데... 저기... 저... 앗~ 호타루!!!'  이러고 있었던 것도 있어요.  게다가 신참형사군도 꽤 귀여웠고 (검색해보니 유명인이었던 듯) 게스트로 낯익은 얼굴이 두어명 나와서 재밌었답니다. 

아무튼,  총 8부작이라는 짧은 회차여서 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나름의 여운을 남겨주지 않았나,  싶었어요. 해결되었다기엔 좀 찝찝한 마지막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다음 시즌이 나올 가능성이 영~ 없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고 말이죠. 아무튼, 그리 긴장감 백배로 왕 두근두근 거리며 몰입해서 보진 않았지만~ 나름 재밌게 봤답니다.


참... 쓰다보니 정작 해야할 말은 빼먹고 이야기를 주절거렸는데, 이 드라마의 배경은 '과경연' 이라는 곳으로 뭔가 사건의 증거물이라던가 그런 걸 연구하며 범죄를 예방 혹은 범인을 빨리잡도록 하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분석을 하는 그런 공간이에요. 그들은 사건현장에 뛰어나가 함께 사건을 풀이하는 것이 아닌, 경찰이 협조를 구하고 증거물을 주면 그 증거물을 있는그대로 분석해서 다시 경찰에게 알려줌으로서 범인의 윤곽을 잡게해주는 그 정도의 선, 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공간이구요.  그런 정적인 이들이 모인 공간이 츠쿠모 (기무라 타쿠야) 로 인해서 점점 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답니다.






 천재 뇌과학자가 된 호스트.  


과거 호스트였던 이색 경력이 있는 '과경연' 의 뇌과학자 츠쿠모 료스케. 그는, 호스트 시절 사고로 인해서 뇌의 일부분을 다쳤고 그 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우뇌가 풀가동 되면서 천재가 되어버린 뇌과학자 였답니다.  그가 뇌과학자가 된 이유는 그런 비정상적인 자신의 '뇌' 를 연구하기 위해서였구요. 

이 사람은, 인간이 행하는 (혹은 발생하는) 모든 것을 '뇌'와 연결짓는 사람이에요. 그게 무엇이든 말이죠. 그렇게 뇌와 연결을 지어 조각난 퍼즐놀이를 하 듯이 하나하나 맞춰가며 완성을 시켜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 감성이 배제된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성적인 사람' 하면 대충 연상되는 차갑고 무뚝뚝하고 냉정하고 등등의 그런 류의 사람은 또 아니란 말이죠. (이성적인 사람 = 그런 사람, 이란 연상은 나만 그럴지도?)

뇌를 일부분 다친 그는 무언가를 상실한 듯 했어요. 그 무언가는 정확히 이거다, 라고 표현은 못하겠지만 아마 '감성' 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었구요. 그렇게 '감성' 을 상실한 채 '이성' 만 남은 인간. 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그 무엇의 인간이 아니었어요, 츠쿠모는.

뭐라고 말해야할까?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진  '츠쿠모'  라는 사람을 만들고있는 그 모든 요소는 고스란히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딱 한 부분만 갑작스레 사라진 현재의 상태. 그렇게 그는 과거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했는지 '기억' 하고있지만, 그 것을 좋아했을 때의 '기분' 그 '감정' 이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어요. 그리고, 사물을 바라볼 때 그 자체를 고스란히 보고 받아들인 후에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를 분리해서 다시 조립하듯이 바라보는 그런 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견본에 맞추어 사물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 컴퓨터, 처럼 무언가를 입력하면 저장된 프로그램에 의해서 인식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그런 것 같았어요. 츠쿠모에겐 '이런 것 같은 느낌이에요' 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라고 해야할 듯.





그래서 그런지, 이 사람은 괴짜처럼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사건의 흉기인 '칼' 이나 '총' 보다도, 그 현장에서 살인자가 먹은 '도시락' 을 더 무섭다고 하는 등등의...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그런 사람.

뇌과학자인만큼 모든 사건을 '뇌' 와 연결시켜 풀어내는 츠쿠모는, 그렇게 기묘한 사건들과 마주하면서 미세하게 어느 부분이 움직이게 되요. 그 미묘한 사건들을 만들어내거나 혹은 그 속에 있는 인간들의 '뇌' 와 그 사건의 본질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그 것이 츠쿠모가 상실한 감성이 되돌아온 것이라고 까지는 생각되진 않았어요. 다만, 그의 과거를 기억하는 세포들이 끊임없이 그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조금 생각해볼 뿐.

사실, 이런 부분은 전혀 몰라서 좀 헷갈리네요. 당근~ 저는 과학은 정말 완전 싫어했으니까요!!! 으으~ (도리도리) 생각해보면 좋아한 과목이 극 소수 인 듯도 해요.

게다가 이 드라마 자체가 '츠쿠모' 라는 캐릭터를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바라보라고 만든 것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나, 이 드라마하면 그저 '츠쿠모' 외엔 그리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자꾸 파고들어 되새기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는 중이랍니다.

볼 때는 그냥 웃으면서 봤지만, 츠쿠모란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하니 자꾸 막혀버리고 있어요. 나름 엉뚱하고 유쾌한 캐릭터였기에 가볍게 봤지만, 사실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는 녀석이었달까...?  '뇌' 의 일부를 상실해버린 나는 과연 예전의 나와 동일인물일까, 라는 생각을 츠쿠모는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렇기에 뇌과학에 더 매달리는 것이란 생각도 약간 들었고. 문득, 사람은 무엇으로 구성되어있는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어디선가 그에 관련된 걸 읽은 것 같은데, 흘려읽어서 기억은 가물가물.






 츠쿠모와 주변의 변화.  


위에서도 말했듯이, 츠쿠모가 소속된 과경연은 꽤 경직된 공간이었어요. 그리고, 뭔가 상식을 뛰어넘는 엉뚱함을 지닌 츠쿠모는 사건에서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던 그 곳 사람들의 위치에서 내려와 사건의 본질과 마주보며 그 것을 해결해나가고 있었어요. 이 사람은, 자신이 흥미로운 부분은 어떻게든 결론을 내고싶어하는 성격을 지닌 듯 했거든요. 그리고 그런 츠쿠모로 인해서 과경연 속의 정적인 사람들이 동적으로 변하며 사건의 본질을 함께 들여다보는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어요.

더불어, 츠쿠모를 받아들이고 결국은 꽤 상대를 이해 혹은 신뢰하게 되는 탄바라의 변화가 가장 뻔했지만 인상적이었어요. 첫 만남이 삐리해서 그런지... 내내 츠쿠모를 은근 못마땅해하던 (혹은, 츠쿠모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것 자체를 그닥스러워하던) 형사 탄바라는 어느사이엔가 츠쿠모에게 도움을 청하고, 결국은 꽤 믿음을 주고받는 사이까지 되어버렸거든요. 특히, 언제나 이성적으로 '과학적인 접근' 만 하는 듯하던 츠쿠모가 '감' 이란 것을 믿노라며 탄바라에게 신뢰를 표한 부분은, 츠쿠모의 변화이자 서서히 신뢰를 쌓아가던 그들의 관계가 정말로 끈끈하게 맺어지는 듯 했어요. 더불어 츠쿠모의 '감' 발언에 탄바라가 놀란 것처럼 저 또한 살짝 놀라기도 했고 말이죠. '감' 이란 것을 믿다니... (물론, 츠쿠모는 거기에도 나름의 논리를 내세웠지만.)

탄바라가 츠쿠모의 도움을 요청하며 신뢰관계의 밑바탕을 쌓게된 에피소드는, 나카마 유키에가 특별출연한 에피소드였답니다. 그 에피소드 자체도 나름 재밌었고... 극 말미에 나온 위의 컷, 츠쿠모와 탄바라가 서로 등을 맞댄 씬도 꽤 좋게 다가왔어요.





 게스트와 함께하는 사건.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꽤 반가운 얼굴들을 보게되는 재미도 있었답니다. 일드를 그리 많이 본 것도 아니고, 일본 배우의 얼굴을 많이 아는 편이 아니라서 정확히 알고서 본 배우는... 히로스에 료코, 나카마 유키에, 카메나시 카즈야, 이 셋 뿐이었어요.

히로스에 료코는 예전에 영화 '비밀'을 무척 재밌게봐서 기억하고 있는 배우였고, 나카마 유키에와 카메나시 카즈야는 '고쿠센' 배우라서 잘 기억하고 있었답니다. 물론, 본명보다는 양쿠미(고쿠센)와 슈지(노부타 프로듀스)로 기억하고 있긴 하지만...;

나중에 검색해보고 매회 나온 배우들이, 꽤 유명한 분들이란 것을 알고 놀랐다나 뭐라나..; 특히, 두번째 에피의 그 살인자의 연기는 꽤 섬뜩했는데... 그 분도 유명하신 분이라고 해서 '호홋' 거렸답니다. 후반부 단기기억상실 에피의... 뭔가 음울한 듯 위축되어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슬픔을 간직한 분위기를 낸 그 분도 나름 알려지신 분이라고 하는 듯 했고. 살인자와 피아노 소년은 꽤 인상적이었달까...?



3화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나온 카메나시 카즈야.

3화 에피소드는 결과적으로는 약간 슬프달까, 씁쓸하달까, 그런 느낌이 강했어요.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희생시키려지만 그 사랑에 발목잡혀 차마 그러지 못하고 머뭇댄 한 남자의 뒤늦은 후회와 백지상태에서도 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라는 마무리.

어떤 트릭이 숨겨져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이 사람이 범인인 듯 한데, 라는 막연함에서 뭔가 살짝 꼬여있어서 '홋' 거리면서 봤던 것도 같아요. 감성을 상실한 츠쿠모가 '사랑이란 아마 이런 것' 이라며 뭔가 생각할 계기가 되었을 듯도 싶었고, 또한, 미처 깨닫지 못한 혹은 깨달았으되 욕심을 위해서 외면했을 그 사랑이란 감정으로 인해서 복잡한 심경을 지녔을 남자의 모습이 내내 맴돌던 에피였던 것도 같아요. 그래봤자 몰아보느라 곧 잊어버렸지만.


 
5~6회 에피소드에 출연한 나카마 유키에.

긴 세월... 지옥보다 더 비참한 시간들을 살아오면서도 정신줄을 놓지못했던 한 여자의 지독하고도 슬픈 복수극, 을 그린 에피소드였어요. 꽤 흥미진진하면서도 숨겨져왔던 사연과 결국 밝혀지고 만 진실은 안타깝고 또 슬프고 그랬어요.

또한, 이 에피소드로 인해서 츠쿠모와 그의 조수인 유리 (아야세 하루카) 는 약간의 변화 혹은 성장이란 것을 하게된 것 같았어요. 정확히 이거다, 라고 꼬집을 수는 없지만... 츠쿠모는 언제나 사건을 풀고나면 냉정하게 그 것을 풀어내는 것과 달리 'A란 걸 알지만 B이길 간절히 바라고 싶은 마음.' '만약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만약이 되길 바라는 간절함' 이란 것을 느끼고 또한, 그녀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란 것을 내비치는 듯 싶었거든요. 물론, 그 것은 츠쿠모가 깨닫지 못하는... 세포의 기억 혹은 본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유리는 그런 츠쿠모를 보면서 점점 스스로 무엇이 하고싶은가, 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는 듯도 싶었구요.


그 외에 4~5회의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인 피아노 소년의 에피도 안타까우면서도 재밌었답니다.

그러고보면, 각 에피소드가 해결되는 부분에선 뭔가 참 안타깝고 그런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각 사건 속에 씁쓸하거나 안타까운 사연을 넣으며 마무리를 하는 것은 츠쿠모의 변화를 조금씩 드러나게 해주는 장치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죠. 정말,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초반의 츠쿠모와 후반의 츠쿠모는 아주 미세하게나마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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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다음 시즌도 나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중이에요.  마지막 에피소드는 절반만 마무리가 되고, 사실 가장 큰 줄기가 되는 그 무엇을 놔둔채 매듭이 지어져 버렸거든요.. 처음과 끝을 장식한 그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그리하는지 알고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은 그런 게 가능한 곳이니 아주 조금은 기대해도 될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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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통의 수사물을 좀 '뇌' 과학적으로 풀어낸 드라마에요. 과학수사물이라고 해서 미드와 비교하면 좀 다칠테고, 그럭저럭 재밌답니다. 더불어, 한 에피소드의 시작 전에 평화로운 과경연 속에서 츠쿠모가 유리에게 실험을 하는 장면은 그 회에 나오는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답니다. 츠쿠모가 유리 가르칠 때 나오는 SD캐릭터들도 귀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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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작의 간결함. 좋아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