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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6화 이유) 그녀들을 옭아맨 족쇄의 이유..

도희(dh) 2010. 11. 13. 07:33


~ 드라마 스페셜 6화 ; 이보희의 '이유' ~
<<그녀들을 옭아맨 족쇄의 이유>>





0. 작품정보

- 제목 : 이유
- 극본 : 박형진
- 연출 : 전창근
- 출연 : 이보희(김지수 역), 박그리나(박송이 역)
- 방송일 : 2010년 7월 3일 Pm. 23:15, KBS2TV

<KBS 드라마 스페셜 공홈 : http://www.kbs.co.kr/drama/thedrama/index.html>



1. 그녀들의 이유..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킨 채, 스스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어느 대학의 수학과 교수 김지수. 그런 지수의 집에 간병인 겸 도우미로 밝고 활달하지만 어딘가 의문투성이인 여인 송이가 온다. 언제나와 같이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려는 지수와 그런 지수를 세상으로 끌어내려는 송이. 그렇게 송이로 인해서 지수는 조금씩 자유를 꿈꾸며 조심스레 세상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내려는 어느 날, 지수는 송이가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음을 알게되는데...


(1) 지수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인 남편을 돌보며 살아가는 교수, 김지수. 요양원으로 보내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결코 굴하지않고 자신의 곁에 남편을 두고 보살피며 살아가는 지수는 남들 눈에는 둘도없는 열녀가 아닐까, 싶었다. 또 어떤 이의 눈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남편을 그리 붙들고서 자신을 돌보지않는 그녀가 답답 혹은 안타깝기도 했던 듯 싶었다. 그런데, 누가봐도 외로울 그녀는 결코 외롭지 않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들어오면 TV를 켜고 두꺼운 커튼을 쳐버리는 지수는 그렇게 세상과 자신사이에 있는 어느 길 하나를 차단시키고 있었다. 세상과의 단절,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도 그 외로움에 보지도 않는 TV를 켜두는 모습은... 외로움과 그런 외로움도 사치라며 자신을 벌주는 듯도 싶었다. 언제나 떠날 이유를 찾아가던 그녀는 언제나 그 이유로 인해서 발목이 잡혔고, 이제는 떠날 이유를 찾지않기 위해서, 그런 희망을 갖지않기 위해서 그렇게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마음 한자락 내주지 않던 그녀에게 변화가 생긴다. 남편의 간병인이자 집안일을 돌봐주기로 하며 들어온 '송이'라는 아이로 인해서. 밝고 사근사근 하게 굴면서도 가끔은 주제넘는 참견을 하는 듯한 송이로 인해서 지수는 사람의 온기가 주는 따스함과 함께라는 즐거움을 알게되는 듯 했다.

그렇게 현재의 자신이 얼마나 외로우며 얼마나 지금에서 벗어나 떠나고 싶어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듯 했다. 꿈꿔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자유를 다시금 꿈꾸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2) 송이


지수의 집 간병인이자 도우미로 일하게 된 의문투성이 여인, 송이.

밝고 사근사근한 그녀지만 간간히 보여주는 눈빛과 지수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들로 지수를 불편하게 하지만 결국 고립된 지수를 세상으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게된다. 그리고 지수에게 말한다. 그리 고립되어 있지말고 세상으로 나오라고. 자유를 꿈꾸라고. 그 집에서 벗어나 어디든 떠나라고. 그리고 그런 그녀로 인해서 지수는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다.

대리만족이 아닐까... 싶었다. 미래의 자신을 보는 듯한 지수를 자유롭게 함으로서 송이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당일 우연찮게 나버린 사고. 그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남편 (약혼자) .. 그리고 그 사고가 마치 자신의 탓인양 죄의식에 사로잡혀 결코 벗어날 수 없어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그 모든 것이, 같았다.. 송이와 지수는.

송이는 언제나 자유를 꿈꾼다. 하지만 9시 신데렐라라는 스스로 채워놓은 족쇄를 풀 수 있음에도 결코 풀지 못한다. 아마, 그녀는 지수와 같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지수처럼 자신의 족쇄의 이유가 되어버린 그가 죽고나서야 비로소 떠날 수 있지 않을까?



(3) 이유


엄격했던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남편과의 삶이 견디기 어려웠던 지수는 그런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했고 그 결과를 통보하는 날, 남편은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식물인간이 되어 그녀의 족쇄가 되어버린다.

유전병에 걸린 약혼자의 아이를 가진 지수는 앞으로의 삶이 두려워 함께 낳아 키우자는 약혼자의 말을 무시하고 스스로를 위해서 낙태한 날, 약혼자는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식물인간이 되어 그녀의 족쇄가 되어버린다.

그녀들 탓은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그날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녀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서 무언가를 선택한 날, 하필이면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서 그녀들은 미래를 포기하고 과거에 얽매이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 지수의 말대로 그 누구도 그 사고는 그녀들의 탓이라 하지않는다. 그러나 그녀들은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었다. 가혹할 정도로 말이지..

결국, 지수는 떠나고 송이는 남는다. 그러나 그 것은 선택이 아닌 현재의 흐름이었던 것 같다. 지수의 말대로 그녀들에게는 떠날 이유도 떠나지 못할 이유도 있지만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었다. 지수는 남편이 죽음으로 죄책감을 벗어나 자신의 미래를 향해나아갈 수 있었고 송이는 과거의 지수처럼 누워있는 약혼자의 곁을 떠나지 못한 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던 듯 싶다.



2. 그리고-.


무심히 흘려버릴 듯한 소품이나 설정, 그리고 대사에서 지수의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 것들이 뭍어있는 듯 했다. 정확히 무엇이라며 찾아내어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그러했었다. 고장난 컴퓨터, 자유어쩌구하는 어느 수학자의 명언을 말하다 멈칫하는 지수, 세상과의 단절을 말하는 듯한 커튼, 텅 빈 어항과 금붕어. 그리고 운전.

솔직히 좀 지루했다. 방영 당시에도 조금 꾸벅거리며 봤던 것 같은데 다시 찾아보다가 또 조금씩 꾸벅꾸벅 거렸으니까. 하지만 모르고 볼 때는 무슨 미스테리인가, 라며 봤던 것과 달리 알고 보니 지수의 외로움과 송이의 대리만족이 더 확실히 다가왔다. 지수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내던지는 말들이 안타깝기도 했고. 그리고 송이를 통한 지수의 변화도 더 확실히 다가왔던 것 같다.

지수는 이제 더이상 떠날 이유를 찾지않길 바라고, 송이도 언젠가 스스로 옭아맨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싶었다. 이유를 찾지않고. 이유가 있으면 더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