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탐나는도다 15회 - 커다란 구멍을 겨우묶고 끝을 향해 달리다.

도희(dh) 2009. 9. 27. 16:51

드라마 탐나는도다 15회.

이제 한 개 남았습니다. 그리고, 탐나는도다 15개 하는 내내 스포는 진짜 별로 안밟고 봤는데~ 아무 생각없이 열어본 기사에서 마지막 회에 대한 대량 스포가 들어있어서 혼자 '어이구야' 이러고 있었습니다. 사실, 스포에 대해서 좀 무덤덤한 편이고 한 때는 밟는 걸 즐기는 편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재밌게 보는 드라마의 스포는 왠만하면 밟고싶지 않아 졌거든요. 왠지, 내용을 알고나서 보면... 뭔가 긴장감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어지고 순간적으로 받는 감동이랄까~ 그런 것도 좀 덜해지니 말이죠. 그래서 마지막회 예고보고난 후에 '아, 이게 거기서 말한 그거였구나.' 이러면서 시큰둥하게 바라봤을 뿐입니다.

탐나는도다 15회는, 끝을 위해서 달려가는 아이들이 그려졌습니다.










1. 구멍 슝슝 ~ 다 막아내기엔 무리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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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3017.JPG by 내꽃연이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구멍을 검색하니 나온 이미지. 게 구멍이라고 하네요..;;>>

풀어내야할 것은 한바가지고, 마지막에 짠 하고 보여줘야할 비밀의 열쇠는 아직 찾지도 못한 듯 한데~ 극은 벌써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4개 분량이 빠졌음에도 쌩뚱스럽지않게 잘 달려가고계시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어라?' 싶은 부분이 나오면 뭔가 아쉽고 그런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게다가 저만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감정선이 순간순간 흔들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말이죠. 사실,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흔들린다, 라고 말하기도 뭣하지만~ 처음부터 잘 이어져온 아이들이기에 끝을 향하면서 구멍으로 인해 흔들리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사건도 급 해결모드로 들어가는 듯도 하고.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드라마인 듯 합니다.





2. 서린 VS 박규 ~ 그 결과는....?

서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서 규또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규가 뛰는 놈이라면 서린은 나는 놈이었고~ 그렇기에 규는 예상치 못한 곳을 얻어맞아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규는 단순히 '얀의 제보'와 '심증'만으로 서린을 잡아들였고, 서린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규를 올려놓고 그의 행동을 죄다 파악하고 있었을테니 말이죠. 그래서 사람은, 신중해야하는가~ 싶었습니다. 물론, 이방이 준 '설계도'가 있긴 했지만... 심증을 더할 뿐...큰 효력이 있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규가 서린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나서 움직이고 서린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체는 모르고 목적만 알고 움직이기 시작한 듯 했습니다. 그래서 서린에게 지고 말았죠. 아직은 때가 아니었나 보더군요. 아직은 때가 아니라도 16회에선 어떻게든 알고 서린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까도 싶고.

아무튼, 저는 얀과 더불어 서린이 참 아쉬운 캐릭터가 될 듯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은근한 음모의 근원지를 넘어서서 '왜 그녀는 그럴 수 밖에 없는가'라는 것을 보여주며 그녀를 미워하면서도 또한 동정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지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4회가 뭉텅이로 잘려나가면서 '서린의 과거'에 대한 것도 제대로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그녀의 회상과 복수와 규의 조사로 인해서 대충 그녀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말하고 있었지만 말이죠. 아무래도, 극 후반에 되어서야 그녀의 정체가 정확히 드러나겠구나, 싶었습니다.




3. 얀 이름 ~ 윤

얀이 조선계란 것은 대충 알고있었습니다. 공홈에 가면 다 나와있거든요. 그럼에도 말해주질 않으니 이 아이의 정체는 언제쯤 밝혀질까~ 했는데, 규의 입을 빌려서 그의 정체가 조금이나마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얀은 '김윤'이란 이름을 가진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의 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장면 처음 볼 때~ 왜 얀이 저리 정색을 하며 놀라나... 이랬습니다. 규 선비가 '윤'하고 부른 것을 그냥 '얀'으로 들었기 때문에..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게냐~ 요러고 봤달까? 다시보니, '윤'이라고 부른 것이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바쁜와중에 얀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친 규는 얀에게 자신의 정체성이랄까~ 그런 것을 자각시켜주려는 듯 하더군요. 이 때 살짝, 모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얀은 아마, '나는 조선인'이라는 자부심이라거나 긍지라거나 그런 걸 가진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일본인도 조선인도 될 수 없었던 '동인도 회사'의 사람일 뿐. 본인 스스로도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동인도 회사의 사람이라고 하고 말이죠.

그래도 우연히 표류로 인해서 '조선'에 들어서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에 섞여서 살고 대화를 하며, 한 발 떨어져서 그들과 완전히 섞이진 못했찌만 그래도 뭔가 마음에서 뭉클한 무언가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서린의 계획을 들으면서 '동인도 회사'와는 별개로 이 것을 막아야한다고 마음 깊이에서 삐뽀삐뽀 거리면서 신호를 보낸 것은 아닐런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얀이 '동인도 회사'와 다른 뜻을 보이며 서린을 경계하는 것은 본능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피가 끌린다고 해야하나? 알지못한 곳이라도 모국이란 것 자체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는 듯 하더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리고 사실, 얀 또한 자신이 왜 이렇게 서린을 경계하고 규를 도와서 그녀의 계획을 막고자하는지 정확히는 알지못한 채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 말이죠. 그 것을 '규'가 일깨워주며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래저래, 얀은 참 아쉬운 캐릭터 중 하나인 듯 해요.


*
그런데 아마, 얀이 '조선'인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조선'에서 얀을 '조선'인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시 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조선'은 '정'이 많은 나라라지만,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배타적인 나라란 생각도 들기에. 조선 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가. 규가 얀에게 하는 말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4. 이렇게 만나버렸어 ~ 규, 버진, 윌리엄

사실, 이 장면 즈음에서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주말엔 외출을 하게되더라도 어떻게든 8시 전에 귀가하려고 애썼는데~ 어젠 역 앞에서 어떤 아마추어 밴드가 공연하길래 잠시 멍때리며 구경하다가 버스를 놓쳐버렸거든요.. (헐...ㅡ.ㅡ;) 부랴부랴 집에와서 TV트는 순간, 규 선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주시는데 순간 몰입하고 막 봤다능~; 버진이 규의 눈물에 헉~ 거린 것과 비슷한 마음인 듯 했달까? 규의 눈물은 버진을 떠나보낸 후에 엉엉 울어대는 걸 봤었지만, 버진 앞에서 눈물을 그리 주룩주룩 흘린 것은 처음이었을테니 말이죠. 얼마나 마음이 그랬으면 그리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을까...

윌리엄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규의 복잡미묘한 심경이 막 느껴지던 장면이었습니다.
뭐랄까... 윌리엄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안도감, 그리고 자신을 속인 버진에 대한 원망, 자신을 오해하고 자신에게 분노를 표하는 윌리엄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더불어, 분명 윌리엄이 버진 이마에 키스하는 것도 봤을 테니 질투심도 살며시 얹어서. 그리고, 그렇게 버진에게 버럭질 한 자신에 대한 자책도 더불어. 그 짧은 순간 너무 많은 걸 느껴버렸던 것 같아요.

그나저나, 말 안하는 것이 미덕인 줄 아는 것인지~ 자신의 본심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서툰 사람인지~ 규는 또 다시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분노만 던져놓고 떠나가게 되어버리더군요. 전 그런 규선비를 바라보며 말을 해~ 왜 말을 못해~ 이러고 있었습니다.

암튼 이렇게, 마지막에 다 되어서 다시 한 번 감정이 얽히기 시작했습니다.
윌리엄은 버진을 바라보고 버진은 자신의 감정에 자꾸만 혼란스러워하고 말이죠. 윌리엄의 이마뽀뽀를 받는 버진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못하는 듯한 표정에서 '아'하고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삼각관계를 위해서 달려가주셨습니다.





5. 비밀이 있는 여자 ~ 버진.

그만... 탐라로 갈까...?
그라도, 탐라는 나 고향 아니매. 나... 탐라에 두고온 게 너무 많어라.

동굴도 있고. 오름도 있고.
물질이 힘에 많이 부치긴 하지만, 언제든 변하지 않는 바당도 있고.


버진어멍은 말했었습니다. 니가 힘들다, 돌아가자라고 말이 나오면 바로 돌아갈 것이라고.
사실, 버진의 한양살이. 그 고단함이 자세히 그려지진 않았지만~ 그 이면에 혼자 나름대로 꽤나 힘들고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그 고생은, 버진어멍이 규와 술한잔 하며 한 그 한탄 속에도 들어있을 것이고~ 규의 정혼녀의 행패로 인한 속상함 속에도 들어있을테니 말이죠.

그래도 아마, 버진은 한양살이가 고되고 힘들어도 그리 싫지만은 않았을 수도 있다, 싶어요.
그러나, 한양살이보다 버진을 더 고되게 만든 것은... 소중한 가족, 엄마가 자신으로 인해서 험하고 모진 일을 당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속상함이 아닐런지. 그리고, 탐라를 그리며 돌아갈 결심을 하는 버진에게서 '광해군' 할아버지가 떠나기 전의 버진을 향해서 해주던 이야기, 그 때의 그 장면도 같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 때의 버진은 알 지 못했으나, 지금의 버진은 알고있는 이야기 ... 그런 것 말이죠.



어멍, 나는 바보 멍청이 해삼 멍개이우다. 내 마음 하나도 모르고...
우리 일리암, 나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나 동무라.
이기와서 죽을 고생만 하고, 나가 일리암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어라. 그 약속만 지키믄...
박규... 귀양다리. 내 마음은... 맨날 후벼파고... 야박하게 굴지만...
실은 어멍, 나 귀양다리... 나두, 비밀이 있고 그런 여자우다.
나가, 나 때문에... 너무 속상혀서...


그리고, 탐나는도다 15회에서 가장 좋았던 씬.
어느 새, 비밀이 있는 여자가 되어버린 딸을 그저 바라보며 다독다독 거려주는 버진어멍을 바라보며... 역시 엄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직은 한참 더 커야하는 어린 아이로만 여겼던 딸이 어느 새 훌쩍 자라서 여인이 되고 그렇게 사랑에 아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달까...? 버진어멍의 표정이 참 좋았어요. 대사가 없어도 그 표정 하나만으로 그 마음이 통째로 다가온다는 것. 역시 노련한 배우구나~ 싶기도 했고.





6. 기타등등~;

이방 나으리와 규 선비.

규는 '탐라'에서의 짧은 삶이 그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아주 귀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마, 소현세자가 청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아버지와 다른 열린 생각을 가지고 돌아온 것처럼~ 말이죠. 아마, 소현세자나 규는 '조선'이란 틀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꽤나 친했던 것도 같고. 

아무튼, 그래서 규는 '탐라'에 있던 시절의 사람들에게는 신분에 상관없이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리 대하는 듯도 싶고 말이죠. 버진어멍을 향한 규의 예의같은 것에서도 느꼈지만, 자신보다 한참 아래인 이방을 보자마자 반가워서 달려가고 두 손 꼭잡고 반기는 규의 모습에서 예의나 격식에 묶여있지 않은, 허물없는 벗을 대하는 규라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아마, 규의 부름이었겟지만~ 이방은 탐라에 생긴 변화를 가지고서 규를 찾게되고 '서린'의 음모를 조금씩 파해치고 확신을 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오랫 만에 이방나으리를 만나서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버진과 얀.

그래도 처음 뭍에 올 때,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겪은 버진이기에~ 겉으론 귀찮아 하면서도 이래저래 도움을 주는 얀이었습니다. 규를 향한 버진의 오해도 풀어주고, 삿갓에 대한 이야기를 얀에게하는 버진에게 귀찮다는 듯이 대꾸하는 얀이라니. 그 삿갓에 대한 건, 얀도 아마 알고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버진이 괜히 아는 척하며 끼어들었다간 안좋은 일을 당할 수도 있기에 귀찮은 듯이 무시한 것은 아닐런지. 아무래도, 몇날 몇일 같이 여행도 했고~ 버진이라면 끔찍히도 아껴주는 규와 윌리엄과 나름 잘 지내다보니 얀도 버진을 위험에서 보호해주려는 그런 것이 있는 듯 했습니다.





버진어멍과 규

사이좋은 장모와 사위, 라고 혼자 단정지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버진이 마음 아프게 하니까 막 타박하다가, 파혼했다니까 또 이뻐라하는 듯한 모습도 재밌었고.
물론~ 직접적으로 그런 것은 별로없지만, 버진어멍의 마음이 그러한 듯 느껴졌거든요. 특히, 버진이 주라고 지어보낸 보약 거들떠도 안보다가 '파혼했다'란 말에 기뻐하며 약 챙겨서 부엌으로 달려가는 버진어멍이란~ㅎㅎ

규는, 버진을 무사히 탐라로 보내겠다는 약속을~ 버진어멍은 버진이를 잘 부탁한다는 마음을 남긴 채, 그들은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꼭 만나자는 약속과 더불어.








*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죠, 드라마... 특히 사극은, 현 시대를 바라보는 거울이란 느낌도 들고~ 또한 그래서인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듯한 느낌도 들고있습니다. 다들 알고계시겠지만.

한 때, '정조'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한 장르에서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습니다. 정조에 관한 드라마도 3개나 됐었고, 뮤지컬도 있었고 말이죠. 그런데, 작년 즈음부터는 '인조'와 '소현세자'에 관한 드라마가 유행처럼 번지는 느낌이 들고 있어요. 아마, 요즘이 참 복잡미묘하게 힘겨운 시대고~ 그래서 병자호란 이후의 혼란스러웠던 그 시대와 맞물려서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나 홀로 생각에 빠져봤습니다.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작년 '최강칠우' '일지매', 올해 '돌아온 일지매' '탐나는도다', 내년 '추노'로 예정되어 있는 걸로 알고있고~ 올해 10월에 개막하는 뮤지컬 '남한산성'은 김훈작가의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병자호란과 인조의 삼전도 굴욕에 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고 하더군요. 가끔, 이런 연결고리를 문득 찾게되면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