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왕녀 자명고 24회 - 낙랑국 왕녀들의 운명... 이라고 해야하나?

도희(dh) 2009. 6. 2. 20:09

드라마 왕녀 자명고 24회.

뭐랄까... 뭔가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왕녀 자명고 24회였습니다.
조기종영설은 계속 돌고 도는데, 이게 맞는지 어쩐지를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언제부턴가 정확히 딱 찝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느슨해졌다고 어렴풋이 느꼈는데, 24회를 보면서... 느슨해느슨해~ 라고 살짝 생각하며 봤달까나? 그래도 뭐, 의외의 것들에서 재미를 느끼며 본 24회이기도 합니다.

낙랑국을 위해 태녀로서의 위엄을 갖추고, 백성들을 걱정하는 태녀의 모습을 보이는 라희.
호동을 위해서 낙랑을 치고, 고구려를 돕는, 그러나 왠지 모르게 낙랑의 백성들의 모습에 가슴아파지는 자명.
낙랑국의 왕녀들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자신의 소중한 것을 바라보고, 지키고자 합니다. 훗날, 낙랑을 고구려에게 주는 라희와 고구려에게서 낙랑을 지키고자 할 자명... 의 운명을 생각해보면... 참

그리고, 또다시 재회한 라희와 자명.
라희는, 낙랑국 사람이면서 고구려의 편에 선 자명도 맘에 안들지만... 호동의 곁에 있는 여자라는 점도 그닥스러운듯 보였습니다. 뭐, 25회 예고보니... 그닥스러움을 넘어설 듯 하긴 하지만.








1. 난 뭘 지키려던 걸까요? (자명)

저 넓은 들판에 나 혼자 칼을 들고 서 있어요.
멀리서 수많은 병사들이 나를 향해 달려와. 난 뭘 지키려던 걸까요? 답답해. (자명)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한 낙랑국의 포로들을 보고나서 끙끙 앓게 된 자명은, 꿈을 꾸게 됩니다.
눈빨 휘날리는 드넓은 들판에 홀로 칼을 들고 적들을 바라보는 꿈. 먼 훗날을 바라보는 꿈.
뭐, 이름하야~ 예지몽이라고도 한다죠?

예지몽 속의 자명의 모습을 보면서, 초반에 찍어놓은 그림인가보네? 라는 생각으로 보다가...
드라마 끝나고 뒤늦게 깨달았는데... 포스터 이미지랑 같군요....; 그때 찍은 그림인가 보네요...;

어찌되었든, 자명의 기통이 어느정도 완성되어가는 단계이긴 한가봅니다.
기억할 수 없는 과거의 꿈, 그 속의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고, 알 수 없는 먼 훗날의 꿈을 꾸며 혼란스러워 한다는 건... 자신이 누구인가를 지우고, 호동과 함께하려는 자명에게... 그 게 아니잖아~ 라며, 운명이 스스로 울어대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호동때문에, 자신이 누구인가하는 과거를 찾는 것보다 호동의 옆에 있는 현재가 더 소중하다던 자명은,
호동을 위해서, 낙랑국의 병사와 장군을 죽이고, 낙랑의 태녀인 라희를 납치하는데 함께한 자명은,
낙랑국의 포로들을 보며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끼는 듯 하더군요.
그리고, 머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말하고있는 듯 하달까?
저 사람들은, 너의 백성들이다, 니가 지켜야 할 존재들이다, 라고.


고구려의 도움이 되는 여자도 아니고, 사내의 욕망을 풀어주는 계집도 아니고,
난 말이에요, 죽을 길이든 살 길이든 피하지않고 모든 걸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고파요.


아직은, 스스로 울어대는 운명의 소리를 정확히 듣지 못하는 자명은, 호동에게서 세번째 여자가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세번째 여자의 자격을 말하더군요. 모든 걸 함께 나누는 사람.
첫번째는 여자이고, 두번째는 계집이고, 세번째는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호동의 여자이기도 하지만, 호동의 벗으로 함께 서고 싶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달까?

아마, 호동은 자명의 이런 모습에 반한 건 아닐런지...
인생의 쓴맛을 알아주고, 그 쓴맛을 함께 마셔주려는, 자신의 곁에서 자신과 모든 걸 함께 나누며 걸어주겠노라는, 그 모습에서. 그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노라, 라던 라희와 달리  ... 험한 길 함께 걸어가며 동지가 되어주겠노라는 그 모습이 호동이 현재 원하는 벗의 모습이고 기대고 싶은 존재의 모습은 아닐런지. 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습니다. 호동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안락함 아니라, 험난한 삶을 함께걷고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인가보네요.


칼잡고 전쟁터에 가서 '낙랑공주 납치'에 가담하겠다는 자명을 말리는 호동에게 자명은 묻습니다.

왕자님은 내가 어떤 여자기를 바라나요?
비단 옷에, 화려한 장신구에,
꽃같이 꾸미고 후원에 앉아서 평생 당신만 기다리는 여자가 되길 바라나요?


호동은, 그 것도 나쁘지않아~ 쯤의 대답을 했고 말이죠.



그리고 저는 그 순간, 연이가 떠오르더군요. 죄송해요... 쌩뚱스럽죠?
사실, '드라마 바람의 나라'의 연이보다는 '만화 바람의 나라'의 연이가 더 먼저 떠올랐는데...
저에겐, 만화 바람의 나라 연이의 자료가 없네요...;;;
드라마 바람의 나라의 연이는... 자명이 말한 그런 꽃같은 이미지는 아니죠....;;;

드라마 '왕녀 자명고'의 호동생모 아란의 회상따위가 전혀 없으니, 그냥 아란은 연같은 느낌이 아닐까~ 혼자 생각하며 보고 있습니다. (만화 바람의 나라의 연)

무튼... 호동은, 독한 여자랑 칼질(?)하는 여자를 질색하는데 반해 자명에겐 큰 반감이 없는 듯 하더군요.
독한데 칼질하는 여자는 더 싫어하긴 하죠... ;

호동의 생모 '아란'이 자명이 말한 꽃같은 여인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무휼이 호동생모 아란에게서 유일하게 편안할 수 있었던 것처럼, 호동또한 자명에게서 유일하게 웃을 수 있다고 하는 걸 보면... 자명이 그런 꽃같은 여인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듯 하긴 하지만.


자명이야기 하려다가 왜, 호동이야기로 넘어왔는지... 제가 그렇습니다. (먼산)


* 초반에 자명이 전보다 약간 이쁘다~ 싶었는데, 이쁜 꼬까옷은 벗었으나 화장을 미처 못지워서 그리 이뻤나보다, 했습니다. 오오~ 그런 섬세함(!)마저 갖춘 드라마라니 ~ ㅎㅎ






2. 이 태녀, 호동왕자와 혼인한다 하여도 고구려를 위해 가져다 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라희)

제 백성들이 수도없이 포로로 끌려왔을 겁니다.
이 몸, 비록 사로잡혀 왔으나 고구려 옷이나 장신구로 휘감고 다닐 정신없는 인간은 아닙니다. (라희)

공주는, 우리 라희는, 태녀가 아니라면 살지 않겠다는 아이오.
무휼은 내가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을 요구할 거요.
라희가 치욕을 당하며 고구려의 볼모로 살아서도, 우리 낙랑의 짐이 되어서도 안되오.
라희는, 애비가 이 검을 보내는 뜻을 알아줄 것이오. (최리)


고구려의 장난질에도 전혀 흔들리지않고 꿋꿋하던 라희는, 호동의 책략에 넘어가서 그만 납치당하고 맙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굴하지않고 낙랑태녀로서의 위엄을 지키고자 애쓰는 라희는 여랑의 성의를 가볍게 누르고, 무휼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여랑이 자신의 옷가지와 장신구들을 직접 내어주며 친절을 배푸는 것을, 낙랑태녀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가볍게 거절하는 라희의 모습과 그런 라희에게 토라져서 돌아서는 여랑.... 여랑이 가볍게 웃어넘길 줄 알았는데, 더욱 독한 말을 해주고 가는 군요. 과연 호동의 말대로 너 참 독하구나~ 라는 식의...;

자명에겐 남자 때문에 조국을 버렸다고 비난했지만, 국내성으로 들어가는 길, '내가 이렇게 데려오지 않았다면, 니 엄마가 널 왕홀에게 시집보냈을 거 아냐' 라는 호동의 달콤한 말에 살짝 흔들리는 듯한 라희를 보자니, 저는 그저 안쓰럽기만 하더이다. 저 말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하나, 믿으면 안되는데 믿고싶다, 라는 설레임 담긴 흔들림같아 보였달까?

고구려 국내성에서 호동과 매설수의 은근한 줄다리기를 느끼며, '내가 이렇게 인기있다니'라는 농담을 하며 가볍게 웃어넘기는 라희는... 무휼이 부르지 않았다면, 마음은 호동과 점심한끼 하고싶었으나 몸은 매설수에게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일단, 내가 너에게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다, 나를 너무 쉬운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말라는 경계의 의미 외 기타등등...?

그러고보니, 라희와 매설수가 독대하는 씬도 궁금하네요. 왠지 만만찮을 것 같은데.
라희에게 무너지는 매설수가 보고싶어~;;; (악취미)

고구려의 볼모로, 고구려에서 강제 결혼을 한다면 태녀의 자리를 내려 놓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는지,
아니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을 최리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라희는 호동 앞에서 꽤나 당당하게, 결혼? 그 까짓거 할꺼면 하자, 그러나 결혼하는 순간 나는 태녀도 뭣도 아니다. 라는 듯한 말들을 하더군요. 뭐, 무휼과 호동은 슬쩍 당황한 듯 하지만...


그러나,

이 태녀, 호동왕자와 혼인한다 하여도 고구려를 위해 가져다 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라는 라희의 당찬 말에, 니가 가져다 줄 것 없으면 내가 최리한테서 뺏으면 된다, 라며 서슬퍼렇게 말하는 무휼의 모습에 라희는 꽤나 당황한 듯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당차게 말하면, 어느정도 숙일 것이란 예상과 다른 반응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난생처음 겪는 일에 대한 놀라움 정도랄까?

태녀라는 직책, 낙랑국의 유일한 공주라는 자리에서, 내내 부모의 극진한 사랑과 신하들의 충성과 백성들의 사랑만을 먹고자란 온실 속의 화초같은 라희는, 그런 서슬퍼런 모습의 왕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최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무휼이고, 처음보는 상황이어서 그런 듯 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호동을 바라보는 라희의 모습은 '니 아빠 이런 사람이었니?'라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호동은, '몰랐어? 원래 저래.' 라는 듯 느껴졌달까......?
라희... '니가 고생이 많다'라고 말할 지도...ㅎㅎ(혼자생각)

무튼, 이 날의 경험이 훗날 라희가 '자명고'를 찢을 결심을 하는 작은 줄기 중 하나라도 되지않을까.
저런 왕이고, 저런 아버지라면, 낙랑을 갖지못한 호동을 결국 죽이고 말꺼야, 라는 깨달음...이랄까??


왕녀 자명고 25회 예고를 보아하니, 호동과 자명의 관계도 알게되어 일단 크게 상처입을 듯 하고....
치소의 음모에 걸려 실려나가는 동고비에게 '내가 염통에 뒤꽂이 꼿힌 아이다'라는 자명의 말을 분명 라희도 들었을텐데... 드디어, 라희도 자명의 정체를 알게될런지... 눈치 못채고 그냥 지나칠지~;

그런데, 눈치채면 뭔가 김빠지고(!!!) 눈치 못채면 왜...!!! 라는 약간은 짜증스러움이 생길 듯 한데....
과연 라희의 선택과 저 상황의 긴장감은 얼마나 될런지~ 설마... 엔딩컷은 아니겠죠?


볼모로 잡혀온 순간에도 태녀로서의 위엄을 잃지않으려는 라희가,
호동과 자명으로 인해서 서서히 망가질 모습... 안타까워서 보기 싫을 듯 하기도 해요.
딱, 여기까지만 봐야하나~?





3. 누가 왕이되든 무슨 상관이야? 낙랑국을 위해서? 그 따위 개소리 집어치워. (모양혜)

누가 왕이되든 무슨 상관이야? 낙랑국을 위해서? 그 따위 개소리 집어치워.
자명이가 왕이되든, 라희가 왕이되든, 홀이 니가 왕이되든, 백성들에게 다를 게 있을 것 같애?
최리가 왕이 안되고, 우리 장군이 왕이 됐어도 똑같애.
왕후장상에 씨가 있냐? 없어, 이놈아.
힘있는 놈은 왕이되고, 힘없는 놈은 밟히는 게야.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왕위에 오르면 지 백성들 잘 먹이고 잘 살리고 싶지, 못살게 굴까?
홀아, 넌 대장군이니 낙랑국을 위해 살아. 난 우리 장군의 복수를 위해 살테니. (모양혜)


허허실실, 내내 유쾌하게 웃음짓고 웃음주던 모양혜가 드디어, 숨겨왔던 독기를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고구려와의 전쟁터로 향하는 왕홀에게 '자명'의 존재를 알고있음을 말하며 살려 데려오라는 것을 시작으로, 모양혜의 계략을 왕자실에게 알리려는 도찰을 잡아다가 결국은 자결시키는 모양혜.

누가 왕이 되든 무슨 상관이냐, 누가 왕이되든 백성들에게 다를 게 있을 것 같냐, 라는 모양혜의 말은,
모호하게 들리더군요.
그 당시를 떠올리면, 백성들은 저마다 먹고살기 바쁜데, 왕이 누구든 무슨 상관이랴~ 하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요즘의 시대를 떠올리면 국가의 윗선의 변화에 따라 나라 전체가 삐그덕거리는 것을 떠올리면... 그래도 그건 중요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누가 왕이든, 왕이되면 백성들 잘 먹이고 잘 살리고 싶어한다네요. 미친 왕이 아니고서야, 라니... 허허. 허.
옳은 말인데, 왜 이렇게 헛웃음이 나는건지. 꼭 미쳐야 미친왕은 아닌건가?


생각해보면, 왕자실과 모하소와 최리와 어렸던 라희마저 죽이려던 모양혜와 왕굉이기도 했으니, 딱 한끗차이로 판세가 뒤집힌 걸 생각하면.... 현재의 모양혜는, 그 옛날 모양혜가 그렸던 왕자실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최리 죽이고 왕자실을 자기 시녀로 만들어 부려먹겠다던 모양혜가 떠오릅니다~;

왕굉을 왕으로 만들고 싶었고, 자신이 왕후가 되고싶었던 모양혜.
왕홀에게 넋두리를 하던 모양혜의 모습은,
왕굉이 왕이 되었어도 최리 못지않게 좋은 왕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음, 아닐지도 모르지만, 모양혜에게 낙랑국은 크게 상관없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쪽은 왕굉의 나라인 낙랑국이기도 하지만, 누가 왕이되든 상관없듯이, 낙랑국이 어찌되든 '복수'만 하면 상관없다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자명으로 인해 낙랑국이 혼란에 빠트리는 한이 있더라도, 왕자실에게만 복수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라는 듯 보였습니다.

뭐, 혼란에 빠트릴 계획까지 있겠느냐... 라고 한다면, 한 나라의 태녀를 바꾸는 일이, 어떻게 혼란이 없을 수 있겠어요. 모두가 우려하는 일도 바로 그 것인데. 모양혜는 그 정도도 계산하지 못할 여인네는 아니고 말이죠.

어찌되었든, 가슴에 맺힌 한을 드러내는 순간, 모양혜와 왕홀은 갈라선 듯 보이더군요. 현재로선.
완전히 갈라서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추구하는 바와 갈 길이 다른 것만은 확실해진 듯 합니다.





아... 모양혜의 호리호리한 말탄 뒷모습... 그저 웃지요. 
웬만한 건 대충 흘려보는 내가 눈치챌 정도라면.... 너무 티났어요!!! ㅎㅎㅎ
누구냐, 넌@.@!





4. 누님께 불화살을 날리던 그 때와 하나도 달리지질 않으셨군요. (왕홀)

누님께 불화살을 날리던 그 때와 하나도 달리지질 않으셨군요.
나라가 도탄에 빠지면 왕은 없는겁니다.
백성들 같이 다함께 죽는 거라구요. 어찌 그걸 모르시는 겁니까. (왕홀)


하나 뿐인 누이인 왕자실은 '자명'을 죽여 없애라고 닥달하고,
부모이자 형수이자 아내인 모양혜는 '자명'을 살려 데려오라고 으름장을 놓고,
자신은 '자명'이 안쓰러워 그냥 그대로 두고 싶을 뿐이고,
참 곤란하겠다, 싶은 요즘의 왕홀.

그래도,

전쟁이 났단 이야기를 듣고, 바로 호동에게 달려간 아이다.
살려둬봤자 고구려 편에 설 것이 편한데, 그런 왕녀를 살려둬서 뭘하리?


라는 자실의 말에는, 그건 그래, 라는 듯한 은근한 갈등이랄까? 그런 것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일단, 낙랑국의 대장군인데, 모른다고 해도 낙랑국의 왕녀인 자명이 '호동'의 옆에서 낙랑과 전쟁을 하다니.
그건 낙랑국 왕녀로서는 해선 안될 짓이기도 할테니 말이죠.

물론, 오래지 않은 예전에, 낙랑과 고구려가 전쟁하면 고구려에 서서 낙랑을 공격하겠노라, 라고 이미 선전포고했던 자명이긴 하지만. 설마, 싶었겠죠, 왕홀은?

내내 누이 옆에서 닥달당하느라 지친 왕홀이,
이젠 그 복수심이 좀 누그러졌다고 여긴 형수이자 아내인 모양혜가 여전하다는 걸 알고,
가신인 도찰을 자결시킨 모습에 큰 상처를 입은 왕홀이 어떻게 할까... 싶습니다.

낙랑국 왕녀로서 너무 짠하다는 핑계로 자명을 죽이지도 못할테고, 그렇다고 왕굉의 복수따위는 질색인 왕홀은, 일단 낙랑의 대장군으로서 낙랑을 위해 살아가겠지만, 한동안은 이도저도 못한 채 살아갈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건, 그저 우유부단하다기 보다는,
우직하고 강직한 성격과 모질지도 독하지도 못한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낸 결과일 듯 하네요.
이게 우유부단인가?






5. 일식경의 휴전을 제의하노라. (낙랑전령 부퉁)

낙랑 고구려 양국 군사들의 시신들이 산을 이뤄 일진도 일태도 알 수 없을 지경이니,
일식경의 휴전을 제의하노라.
시체들을 치우고, 부상자들을 후방으로 옮기고,
양국 군사들이 밥한끼 먹을 시간을 갖길 원하노라. (낙랑전령 부퉁)

니들 휘하의 군사들이 죽어 나자빠져 있는데, 시신도 안거두고 부상병도 안데려오냐? (부달)


여타의 싸우고 피튀기는 전쟁씬과 다른, 이 날의 전쟁씬은 꽤나 색다르고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드라마와 달리, 원래 전쟁은 '낮'에 하고 밤에는 잔다고 하잖습니까? 쉴새없이 밤낮없이 하루종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딱 정해진 시간에만 싸운다고 하더군요. 뭔가... 쿨...하네요.;

그런데 드라마에서 '밤'에 전쟁을 하는 이유는, 엑스트라 많이 기용안해도 사람 많아보이게 하고 밤이라 불화살 쏘면 왠지 멋지고 볼거리도 많아서, 등등의 여타 이유들이 있다고, '그사세'에서 준영이 깐족거리는 양언니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튼, 이 날의 전쟁은, 피튀기고 싸우고 죽고 죽이는 것은 화면 뒤로 슬그머니 감춰놓고선,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서로 적에 대한 예의와 격식을 차린다는 듯한 말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 긴박한 전쟁 와중에도, 전령으로 와서 심각한 말장난(내가 니 애비 뻘이다)을 할 정도로 긴장감이 크게 없는, 전쟁이긴 하지만, 또 하나의 외교라고 해야하나? 그런, 일상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휴전 중에는 서로 손잡고 웃을 수 있으나,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돌아서서 적이 되었다가, 또다시 웃고 인사할 수 있는 사이랄까? 국경선을 맞댄 나라들이란 그런가보다, 싶더군요. (아님말구)

JSA가 떠오르는 이 쌩뚱스러움이란...;

굶주린 군사들의 허기와 부상당한 군사의 치료, 죽은 군사의 시신을 수습을 위해서 '잠시동안의 휴전'을 제안하는 라희와 그 것을 받아들이고선, 군사들에게 밥을 해먹이고 휴식을 주고, 잠시간 편안하게 쉬는 모습이...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다시금 재정비해서 전쟁터로 나서는 모습들이 ... 참, 새롭고 재미있다,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다른 드라마도 이러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쟁사극은 정신산만해서 그닥스러워하는 편이어서... 거의 안봤지 말입니다.

무튼, 이 짧은 휴식은, 라희가 지원군을 기다릴 시간을 벌기위한 눈에 뻔히 보이는 작전이기도 했지만...
호동에겐 '라희납치작전'을 계획하고 사전준비를 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찬스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각의 휴식 이후에, 라희는 속수무책으로 호동에게 납치되고 말더군요...;





6. 미추야, 나도 한번 사내답게 살고 싶자네. (차차숭)

남의 피보는 일인데, 끔찍하기 짝이없는 일인데, 이건뭐냐? 이제사 사내답게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
기예하면서, 웃음팔고, 평생 희희낙낙하는 게 이 차차숭의 인생이다 싶었는데,
미추야, 나도 한번 사내답게 살고 싶자네.
평생, 가늘게 가늘게, 찍찍 불똥 찌끄리며 살아왔자네.
이 차차숭, 대장군은 아니라도 장군소리 함 들어보고 싶다.
굵은 똥한번 뚱 싸고 굵직하게 살게 해주라. (차차숭)


차차숭에게 고구려의 전쟁터를 떠나자는 미추와 이 순간이 좋다는 차차숭.
이 씬, 저는 은근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랄까, 남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이라고 해야하나? 뭐, 저야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의 마음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이 느껴졌다는 것이 옳다고 봐야겠죠.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다못해 나무 하나라도 심어서 '내가 살아서 이거 하나는 했다'라고 말하고픈 마음이랄까?
이름 석자를 어딘가에 새겨놓고 싶은 그런 마음. (아... 그러고보니, 나는 나무도 심은 적이 없구나~;;;)

기예하고 웃음팔고 평생, 가늘고 길게 살아왔던 차차숭이, 자신이 어딘가에 힘이되고,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진하고 굵게 살아갈 수 있는 그 순간을 만족하는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대장군은 아니더라도, 장군소리는 듣고싶다던 차차숭은, 미추에게도 장군부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에게 굽신거리지않는 그런 삶을 살게해주고픈 남편의 마음은 또 아니었을런지.

그리고, 그런 것 필요없이 제 남편 몸성히 오래오래 함께하고 픈 미추의 마음도 느껴지고. 이들이 서로를 무척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함께 느껴지던... 그런 씬이었어요... 제겐.

아, 일품도 소소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까말까, 하는 듯 하기도 하고.
그냥, 소소랑 행복했음 싶어요... 일품..;


아, 태자되면 태추 옆에 세워주겠다는 호동의 말에 은근 기뻐하던 차차숭의 모습이 왠지 웃음나면서도, 호동과 적이 될 훗날을 생각하면 씁쓸하고 그랬습니다..;







7. 마마께서 혼담을 깨신 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치소)

자명 하나를 없애기 위해서 매설수와 밀약을 맺고, 라희와 호동의 결혼을 파한 왕자실의 생각없는(!) 행동 하나로 인해... 낙랑국은 고구려와의 전쟁으로 수많은 군사들이 죽고 다치게되고,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가고, 급기야 라희가 고구려에 볼모로 잡혀가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그 일로, 최리가 아끼는 장수가 자명의 손에 죽고, 자명으로 낙랑국을 뒤흔들려고 하는 모양혜의 계획을 막으려던 계획이 발각되어 도찰이 자결하게 되고, 최리는 라희에게 자결을 명할 결심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도찰은 자명의 존재를 알게된 순간부터 수없이 갈등하더니, 결국은 낙랑국을 우선시하게 되더군요. 그가, 라희의 스승으로서 '라희'를 여왕으로 만들어 '왕의 스승'이라는 명예를 얻고싶은 것인지... 고구려의 편에 선 자명으로 인해서 '낙랑국'이 혼란스러워질 것을 막고싶은 낙랑국의 신하로서의 마음인지... 아니면 그 두가지 다 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왕굉과 영호장원의 가신으로서의 그 마음도 그대로인 것은 맞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잖아요. 하나가 아니니, 아무도 그 속을 헤아릴 수 없는 게 아닐런지.
꽤나, 기나긴 고뇌 속에서의 그의 선택은 결국 실패하게 되고, 그는 자결로 스스로 배신에 대한 속죄를 하게 됩니다. 음, 태대부인을 잘 모시라던 아버지의 유언을 들은 도수기가 '모양혜'에게 원한을 깊이 품지않고 그냥 그렇게 살아갈런지... 아니면, 어떻게든 어떤 방법으로든 원한을 갚을지... 그 것도 모르겠네요. 왠지 울먹이며 번쩍하는 그의 눈빛을 보아하니, 그저 마음에만 품고 살아가진 않을 듯 한데. 



왕이란 그런 것이다,
라는 말은 참 이기적인 자기변명 같으면서도 모든 걸 이해시키는 말이란 생각을 간혹 하게됩니다.

볼모로 잡혀간 자식의 안위가 걱정되면서도, 마냥 걱정하며 손놓고 있을 수는 없기에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그 차선책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며,
결코 라희를 버리지않겠노라면서도, 태녀가 아니면 살 의미가 없다는 라희의 말을 떠올리며, 그녀에게 칼을 쥐어주려는 최리의 모습은, 아버지로서의 슬픔을 뒤로하고, 낙랑국의 왕으로서의 선택을 해야하는 '왕'이란 이름을 가진 아비가 살아가야하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아, 라희에게 칼을 쥐어주려는 모습은, 낙랑국의 왕으로서 낙랑국의 태녀에게 명예를 지킬 기회를 주는, 그런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태녀가 아니면 살 가치가 없다던 라희를 위한 조금은 잔인한 배려랄까?
그래서 그게, 그닥 잔인하다기 보다는... 아, 어쩔 수가 없겠네,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를 위해서는, 자식도 죽이고 아내도 죽일 수 있는 왕이란 자의 어깨가 참 무겁겠다, 싶기도 하고.
최리란 인물은, 참, 정치적이다, 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아니, 왕이란 이름을 가진 자들은 모두 정치적이긴 하겠지만.

사실... 따지고보면 태어나기도 전에 원치않은 자식이라고해서 아이을 밴 아내를 죽이려고 그 난리를 치고, 아들에게 동생을 밴 계모를 죽이라 명하고, 아들에게 갓태어난 동생을 죽이든 말든 선택하라던 무휼이 잔혹하기는  더 잔혹한데, 가만히 있는(?) 최리가 더 안좋게 보이는 건... 

노련한 왕이긴 하지만, 전쟁터를 누비던 무인인지라 약간 가방끈(!!)이 짧은 덕에, 정치적인 부분은 자신의 책사의 머리를 빌리기위해 자신의 마음 속의 모든 걸 드러내는 무휼과 달리,
꽤나 비상한 머리와 정치력을 가졌기에 속으로 계산하고 그 결과만 내보이는 능구렁이 같은 최리여서 더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4회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사소하게 '자명'하나를 처리하기 위해서 벌인 자실의 행동은... 꽤나 큰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게다가, 낙랑국의 군사와 장군을 죽인 자명은, 낙랑국에서 환영받지 못할 왕녀가 되어버리기도 했고 말이죠.
모로가든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자실은 자명만 죽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머릿 속이 꽉~ 찬듯, 다음 방법을 찾기 시작하더군요... 대단한 여인네~;






8. 이 상황에서도 작업하는 호동왕자... 혹시, 느끼한 말들은 몸에 밴 습관은 아닐까?

오늘, 어떤 영화정보프로에서 '거북이, 달린다'라는 영화 시사회 장면에서 '정경호'씨 보고 혼자 '호동이닷'해버렸습니다. 호오~ 영화 찍으셨군요. 시사회 반응도 나쁘지 않던데... 왠지 궁금한걸요?
6월 11일 개봉이랍니다. 저는, 김윤석씨 나온다길래 솔깃~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ㅎㅎ
아, 그러고보니 정경호씨 나온 영화는 '허브'를 보긴 했군요. 잊고 있었습니다~;;;

호동은, 라희를 볼모로 삼아 고구려 국내성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도 기름진 말들로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자명에게도....; 하나는 거짓이고 하나는 진실이라지만... 둘 다 참, 느끼~ 했어요.

이제 어느정도 그런 호동의 느끼함에 익숙해진 라희는 살짝 덤덤한 표정을 짓긴하지만,
거의 처음 당해보는 자명은 익숙하지가 않은지, 약간 당황한 듯 하더군요. 슬슬 익숙해지겠죠...;

아마, 호동의 느끼함은... 몸에 밴 습관이 아닐까, 합니다.
호동을 사실, 저는, 크게, 안좋아해요...; 죄송, 명색의 남주인데도, 두 여인네의 사랑을 받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왕자임임에도, 그닥스러워서 괜히 미안하네요.

무튼, 호동왕자는 마음의 상처를 덮기위해 더욱 강해지려는 왕자인만큼, 꽤나 능구렁이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휼보다는 최리 쪽에 더 가깝게 느껴진달까?
딸들은 싫다싫다해도 아비닮은 남정네에게 혹한다고, 그래서 라희가 은근히 자꾸 끌리는 건가?

호동이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 때를 기다릴 줄 알고, 고개를 숙여아할 때는 숙일 줄도 아는 독한마음도 가진 것들은 을두지에게 배운 배움이 결과겠죠. 그리고 그 덕에 머리에 먹물도 어느정도 찬 왕자이고, 무휼 덕에 칼질 등등도 최고라 칭송받는 무인이기도 한데... 뭐랄까... 우직함보다는 능구렁이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든달까? 왕이 되어야하는데 그 과정이 꽤나 버거운 왕자란, 그런가봅니다.

낙랑공주납치사건에서, 호동 너란 남자는... 참... 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좋게말하면 지략이 뛰어나고, 나쁘게 말하면 잔꾀가 많다고 해야겠죠?
어쨌든, 기름진 말빨에 이어서 머리 하나는 참 좋은 듯.

어쨌든, 전쟁씬의 호동을 보면서... '자명고'를 찢게되는 과정이 모두 '호동'에게서 비롯되는 것은 확실하겠다는 생각이 슬쩍 들었습니다. 애초의 시작이 무휼의 명일 수도 있지만, 내가 자명고를 찢겠습니다, 라고 먼저 말을 내뱉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말이죠. 그리고, 그 시작이 무엇이든 자신의 목표를 위해선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호동은, 낙랑을 갖기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테니 말이죠. 그 수단과 방법이 라희일테고...;



뭐, 공식적인 호동의 여인과 비공식적인 호동의 여인이 서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자기네들은 모르지만, 자매이자 라이벌이 되기도 할테고 말입니다.
라희는, 어찌되었든 자명이 꽤나 미울 듯 하네요. 에구. 세상에 둘밖에 없는 자매가 사이좋게 지내야지, 라고 늘상 저와 동생에게 말하던 엄마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웃음)

이제 슬슬, 진실은 밝혀질테고,
기예단의 아이였다가, 호동의 호위무사였다가, 호동의 여자였다가, 모하소엄마의 딸 자명이라고하는 자명을,
라희는 또 어떻게 바라보게 될런지... 

너란 아이의 정체가 뭐냐~, 라는 라희의 생각은 절대 지워지지않을 듯 합니다.










* 자명고 25회 예고보다가 혼자 '뭐냐~ 이 끈적끈적한 멜로는!!!'이라고 외쳐버렸습니다.

* 전에도 말했지만, 끈적한 멜로보다는, 심리싸움이 꽤나 매력으로 다가왔던 드라마였기에.

* 아, 출생의 비밀... 이젠 좀 밝히자.

* 동고비, 너 마저... 갑자기 장례드라마가 되는 듯한 이 축축함은 또 뭐라니~;

* 그래도, 태녀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뻔한 스토리가 아닌게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한 '왕녀 자명고'

* 태녀자리놓고 경합하는, 주몽삘 드라마였으면 진즉에 손 놓았을지도... 몰라요..ㅎㅎ

* 라희랑 자명이 태녀자리 놓고 미션수행하는 거... 상상만으로도 웃기지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