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플 때마다 몸 속에 복숭아씨가 하나씩 생긴다.
슬픈게 커지면 복숭아씨도 크게 자란다.
"이따위 분수의 나눗셈이 뭐가 어렵다고 한 개를 못맞춰!
분자와 분모를 뒤집어서 곱하기만 하면 된다고 몇 번이나 말해!
뒤집어서 곱해! 뒤집어서! 이 형편없는 녀석아!"
왜 뒤집어서 곱해요? 왜 뒤집어서 곱하죠? 왜요?
하고 묻고싶지만 아빠가 크게 화를 낼테니까 나는 묻지못해 답답해진다.
답답할 때도 복숭아씨가 생겨서 크게 자란다.
내가 힘이 없고 용기도 없고 그래서 화가날 때에도 속에서
복숭아씨가 크게 자라 숨이 막힌다.
이렇게 복숭아씨가 자라다 자라다 몸을 꽉 채우면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복숭아씨가
몸 곳곳에 싹을 틔우고 그 싹에서 뾰족한 칼날이 주렁주렁 열릴 것만 같다.
- 어린 홍빈 -
걜 생각하면 걔가 맞던 생각이 떠오르고, 그러면...
- 홍빈 -
홍주엄마의 천박한 오해로 인해 봉변을 당하게 된 세동. 그리고 세동이 홍주엄마에게 봉변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홍빈은 크게 분노하게 되고 비가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몸에서 칼이 돋아난다. 자신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한 홍빈으로 인해 세동은 큰 부상을 입게되고, 그런 상황을 만든 자기 자신에게 향한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게되며 결국, 홍빈의 몸에 돋아난 칼은 사라지지 않게 된다.
지금까지 홍빈은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의 상황에 대해 그저 신나는 놀이, 즈음으로 여겼을 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제하지 못한 자신으로 인해 세동에게 큰 부상을 입히게되는 상황을 겪게된 홍빈은 이 상황이 더이상 혼자만의 신나는 놀이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홍빈의 몸에 칼이 돋아나는데는 '비'라는 필수조건이 사라진다. 이제 자라다 자라다 몸을 꽉 채워 더이상 커질 수 없는 복숭아씨가 틔운 싹에서 자라난 칼날은 날씨에 상관없이 그저 그의 사소한 감정변화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자신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이 다칠 수 있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며, 특훈을 시작한다.
홍빈의 몸에 칼이 돋게된 이유는 어린 홍빈의 나레이션을 통해 힌트를 줬다. 슬픔과 답답함 그리고 화가나는 상황에서 생기는 감정을 복숭아씨라 표현했던 어린 홍빈. (이 표현은 현재 창이가 쓰고 있는데 아마 태희가 알려준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채 꾹꾹 눌러담는 홍빈의 마음 속에서 자라난 복숭아씨는 점점 커져만 갔고, 몸을 꽉 채워 더이상 커질 수 없는 복숭아씨는 몸 곳곳에 싹을 틔우게 된다. 그리고, 골수기증으로 인해 홍빈의 몸이 가장 약했던 그 날, 사람의 감정을 한없이 축 쳐지게 만드는 비가 오던 그 날, 홍빈의 몸 곳곳에 싹을 틔우던 복숭아씨가 칼날이 되어 열리게 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홍빈이 각성하게 되며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 같았다. 어쩌면, 그의 몸속에 더이상 채울 수 없을만큼 분노가 가득차서 감정에 영향을 주는 날씨라는 조건이 필요가 없어진 것일지도 모르겠고. 이제 겨우 세동으로 인해 행복해지기 시작한 홍빈의 마음은 도대체 얼마나 너덜너덜 했던걸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홍빈의 몸에 돋아난 칼 중에서 그의 심장에 돋아난 칼은 어쩐지 더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견딜 수 없더라고요, 보고 싶어서.
- 세동 -
더이상 소중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없었던 홍빈은 창이와 세동을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뜨려 놨다. 구례에 보낸 창이를 데려오지 않았고, 자신으로 인해 다친 세동을 단 한번도 찾지 않는 것으로. 그렇게 그는 다시 소중한 사람들을 다치지 않도록, 내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자 했었다. 홍빈이 세동을 쉽게 찾지 못한 것은 그녀를 보면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 기억으로 인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서였겠지만, 어쩌면 자신으로 인해 다친 세동을 차마 볼 용기가 없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언뜻 했었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특훈의 결과 세동과의 행복했던 기억이 온 몸에 퍼지는 순간 칼날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9회에서 세동을 생각하자 괴력이 사라진 것처럼. 한편, 세동은 놀이공원에서의 사건 이후 전혀 연락이 되지 홍빈에 대한 걱정과 견딜 수 없는 그리움으로 하루 하루를 그와의 시간을 추억하며 지내게 된다.
왜 그러는 건데요. 이것 보세요. 왜 그러는 건데요.
난 걱정돼서 온 거 아니에요? 나 괜찮아요.
대표님, 저 괜찮아요. 꿰맨데도 괜찮고요, 상처도 감염 없이 잘 낫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괜찮아요. 대표님이랑 더 이상 어떻게 안돼도 괜찮아요.
짐작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니까.
제가 대표님 옆에 있으면 대표님이 괴로워지는가봐요. 홍주도요.
영문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두 사람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사람을 뭘로 보고 그렇게 도망을 가세요. 제가 붙들고 늘어질까 봐요?
안 그럴 건데. 저 안 그럴 거거든요. 제가 어떻게 그래요. 이렇게 견딜 수가 없는데.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보고 싶어서.
이렇게 견딜 수가 없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제가 어떻게 괴롭게 만들겠어요.
그러니까 도망가지 말고요. 악수하고 가요.
- 세동 -
결국, 세동에 대한 그리움을 참을 수 없었던 홍빈은 세동을 찾게 되지만 쉽사리 그녀 앞에 나타나지 못했고, 홍빈이 찾아왔음을 알게된 세동은(아마,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가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말없이 가려는 홍빈 앞에 나타나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홍빈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게된다.(세동에게 다가갈 수 없지만 그리웠던 모습이 보고싶어 뒷걸음질 치는 홍빈이 귀여우면서 짠했다) 견딜 수가 없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게 만들 수 없으니 붙들고 늘어지지 않겠노라고, 그러니 도망가지 말고 악수하고 가라고, 그렇게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고, 내가 아닌 너만을 걱정하는 세동의 따스한 사랑과 마주한 그 순간 홍빈은 자신의 마음 곳곳에 뾰족하게 돋아난 칼날들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듯 했다.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동이는 정말 비현실적일 정도로 착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그런 착한 마음이 답답하다기 보다는 위로가 된다. 보는 내가 그녀의 따스한 마음에, 투명한 눈물에, 위로를 느끼는데 직접 그 마음을 전해받는 홍빈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세동의 따스함이 너덜너덜해진 홍빈의 마음에 위로가 되어 그의 몸 가득히 채워진 복숭아씨를 아주 조금이나마 작게 만들어주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세동을 통해 홍빈의 마음 속에 있는 복숭아씨가 딸기씨가 되는 그 날까지... 로로뽀....? (...)
홍빈 어떻게 너는 걸핏하면 헤어질 생각을 하니.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세동 대표님이 어떻게 태희씨랑 헤어지게 됐는지 다 알아요. 창이 할아버지께 다 들었어요.
똑같은 괴로움을 겪으시게 할 수 없어요. 그렇겐 도저히 못해요.
홍빈 나도. 그때랑 똑같이 비겁한 놈으로 살 수는 없어. 두 번은 그렇게 살 수 없어.
니가 나를 버리면 난 정말 어떻게 해볼 수 없이 구제불능인 놈이 되고 말아.
날 버리지 마, 세동아. 그러면 안되는 거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세동 어떻게 할 수 있을 때까지만? 그게 무슨 말인데요?
홍빈 내가 나를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자주 못보더라도 참고 딴생각하지 말구.
딴생각하면 나한테 죽는다, 너. 안아줘.
- 향기커플 -
어린 홍빈의 나레이션, 그리고 회상장면. 어린 홍빈의 엄마는 몸이 약했나보다. 그래서 어린 홍빈을 안아주지도 못했다. 안아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 홍빈에게 돌아온 것은 윤여사의 딱밤. 그렇게 홍빈은 슬픔을 억누른 채 몸 속에 복숭아씨를 키우게 된다. 그 장면을 보고나니, 홍빈이 세동의 포옹과 토닥거림에 위로를 받게된 그 날이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진 이유, 그래서 투닥거린 후에는 '안아줘'라며 칭얼대듯 조르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리고 이제 홍빈은, 함께 토닥여준다. 토닥토닥. 어쩐지, 좋았다. 세동의 토닥타독. 홍빈의 토닥토닥. 솔직히 난, 키스씬보다 향기커플 포옹씬이 더 좋다. 따스하고 이쁘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랄까?
&..
1> 향기커플의 다양한 포옹씬들 중에서 위의 포옹씬이 가장 좋다. 정말, 따스하고 설레이고 위로가 되었다. 아마도, 잠시간의 이별 후 더더욱 깊어진 마음에서 이루어진 포옹이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2> 악당이 등장했다. 극 중 이름은 아직 모르겠고 배우는 김규철씨. 윤여사와 연관된 인물로 홍빈부 주장원과도 연관이 있는 듯 했다. 그리고, 홍주의 편지를 태우며 그와의 일을 회상하는 윤여사를 보니 정말로 태희의 폭행사건은 주장원과는 상관없이 윤여사의 단독범행이 아닐까, 싶었다. 더 나아가 태희의 죽음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잇는 듯 싶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까지 태희의 존재가 자꾸 거론되는 것은 그러려니 한다. 태희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주장원과 주홍빈의 깊은 골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될 예정인 듯 싶으니 말이다. 아, 김규철씨와 김갑수씨가 한자리에 있는 장면을 보니 문득 '부활'이 떠올랐다. 슬슬 복습할 때가 다가오는 건가...? 적도 방송 전에 보고 안봤으니 꽤 오래되긴 했구나.
3>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홍빈의 모습은 들키지 않았다. 홍빈의 칼날에 세동이 다쳤으나 다행히도 햇빛에 칼이 반사되어 아무도 보지 못했다, 라고 고비서는 말했다. 그런데, 정말 그 많은 사람 중 단 한사람도 보지 못했을까? 그냥 이렇게 넘어갈지, 이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을 불러 일으킬지는 드라마를 보다보면 알겠지;
4> 분노한 홍빈의 목표물은 홍주엄마였으나 오지라퍼 세동이 대신 칼날에 맞았다. 그러나, 홍주엄마는 그런 세동의 희생조차 가식으로 만들며 일말의 고마움이나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그런 엄마를 제지할 수 없던 홍주는 정말로 가기 싫었던 미국행을 택한다. 엄마와 함께가는 조건으로. 홍주가 정말로 미국으로 떠날지, 결국 어떤 이유로든 한국에 남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설픈 정보로 꿰어맞춘 천박한 판단이 오해였다는 걸 알게된 홍주엄마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5> 사실, 10회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괴물이 된 자신과 제대로 마주한 홍빈의 두려움 및 특훈, 홍빈과 세동의 서로를 향한 그리움, 홍빈에게 있어서 세동이란 존재의 의미, 사냥꾼 악당의 등장, 즈음? 그리고 향기커플의 그리움을 담은 장면에서는 회상씬도 꽤 많아서 문득, 촬영분량이 부족한가, 라는 생각도 했더랬다. 돌이켜보면 그 장면들이 모두 세동과 홍빈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필요한 장면들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 드라마는 늘 연출이 빛나는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10회는 특히 더 그랬다. 특히, 괴물이 된 자신과 제대로 마주한 홍빈을 표현하는 연출들이 좋았다. 역시, 감독님은 이런 분위기의 연출이 정말 좋았더랬지! 라며 새삼 두근거리기도 했고. 물론, 로코와 멜로씬도 이쁘고 좋지만.. 역시 심리를 서늘하게 다루는 부분이 너무 좋다.
6> 중반을 넘어서며 정말 마음에 남는 대사들이 나날히 늘어나는 듯해서 좋다. 어쩌면, 늘 그대로인데 드라마의 이야기와 캐릭터들에 점점 더 몰입을 하게되며 그들의 대사 하나 하나가 마음에 새겨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견딜 수가 없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제가 어떻게 괴롭게 만들겠어요, 라니...ㅠㅠ 어우, 정말 세동이 다운 대사였다ㅠㅠ
7> 타인을 위해 처음으로 힘을 쓰게된 홍빈. 그리고 그런 홍빈의 모습을 목격한 세동. 순간 세동이 '우와~' 거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세동이라면 그럴 것 같다. 세동이라면... 세동이니까.
8> 솔직히 인물들의 감정위주로 흘러간 덕에 크게 부각된 내용은 없었기에 딱히 할 말도 없다고 생각했다. 감정선 따라가며 그 부분들을 끄적대는 건 귀찮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 보면서 좋다, 라고 느꼈던 그 감정을 글로 풀어낼 자신도 없었기에. 그래서, 좋았던 장면들 캡쳐해서 코멘트를 달아볼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너무 졸려서 그건 안되겠고, 가볍게 끄적이자며 시작했는데... 전혀 가볍지가 않다. 쓰다보니 이 생각 저 생각이 다 들어서 말이다.
9> 사실, 포토샵도 대충 끄적이자고 열어놓고 혼자 열심히 끄적댔다. 역시, 아련모드가 좋다. 로코모드일 때는 캡쳐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어질 만큼 좋기는하지만 뭔가 끄적거리는 재미는 덜하단 기분이 들었는데 ... 아련모드로 들어가니 뭔가 만들다보면 그들의 감정이 느껴지니 곱씹게되고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되고, 그러다보니 말이 많아지고... 어휴.
10> 세동이는 어쩜 저렇게 모든 게 다 괜찮을 수 있을까? 어쩜 저렇게 홍빈의 마음을, 그의 상처를 우선적으로 걱정 할 수 있을까? 세동의 상처는? 아픔은? 문득, 세동을 향한 승환이의 속상함이 이해가 된다. 세동이는 자신의 아버지 죽음과 홍빈의 아버지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되어도 괜찮을 수 있을까? 처음 세동이 홍빈의 아버지와 만났을 때 보여준 표정. 그 표정은 홍빈의 아버지가 그 순간 보여준 초라함, 쓸쓸함, 이런 감정을 느낀 표정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문득, 낯익음에 대한 표정인가, 싶어지지만... 여전히 전자에 무게중심을 두는 입장에서... 세동과 홍빈의 아버지의 관계가 어떻게 그려지고 풀어나갈지도 궁금해진다.
11> 그저 멍하니 봤다고 생각했는데, 끝없이 끄적대는 날 보니... 재밌었구나ㅋㅋㅋ
12> 목표는 세시 전에 마무리하고 자는 것이었는데, 네시가 넘었다ㅋㅋ 드라마 보기 전부터 졸리고 피곤해서 오늘은 대충 끄적이자고 해놓고 이러고 있었으니... 뭐. 흠. ㅋㅋ. 아무래도 낮에는 느긋하고 편안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말이다. 새벽이 집중력도 좋고... 뭔가 감성도 돋아나서... 끄적대기에 좋기도 하고. 그러다 낮에 읽어보면 때때로 오글거려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무튼, 졸리고 피곤해서 다시 읽어보고 수정할 기력도 없으므로... 낮에 읽어보고 수정하는 걸로. 사실, 뭘 주절거렸나도 잘 모르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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