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드의 존재는 꽤나 오래 전에 동생 덕분에 알았는데 크게 끌리지 않아서 안봤고, 여전히 안보는 중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 1,2회를 보고난 후 원작이 문득 궁금해지기는 했지만 내가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동안은 안보기로 했다. 명작이라 불리는 일드를 보고나면,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시청 중인 이 드라마에게서 그 재미를 잃게될 것 같아서 말이다.
내가 이 드라마에게서 나름의 재미를 느낀 이유는, 아무래도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엉뚱하고 괴팍한 부분들 - 병맛 - 과 코드가 맞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코드를 마지막까지 유지하며 취향을 저격하는 드라마가 한드에서는 흔치 않아서 언제까지 이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며 시청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2.
이 드라마에서 느낀 아쉬운 점은, 연주장면에서 임펙트가 없다는 점이다. 1회의 설내일과 차유진의 이중주, 2회 차유진과 유일락의 합주는 각 회의 가장 하일라이트 장면이고, 그렇기에 그 연주에서 엄청난 전율은 아닐지라도 어떤 감동 비스므리한 감정같은 것을 느껴야 했던 것 같은데, 그런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특히, 연주를 중간에 끊어버리며 미세하게나마 스믈스믈 올라오려던 감정의 찌끄레기마저 차단시키는 것도 능력이구나, 싶기도 했다. 1회의 엔딩씬으로 인해 설내일과 차유진의 이중주는 2회에 걸쳐 연결되었고, 2회의 차유진과 유일락의 합주는 이제 막 뭔가 느껴질 것만 같은 찰나 툭, 끊겼으니 말이다. 1회에서 왜 그 타이밍에 엔딩을 끊었는지, 그 이유는 알겠으나... 임펙트가 없었다.
그리고, 연주씬에서 보여주는 갈대밭씬의 의도는 알겠으나 임펙트 보다는 조잡함이 느껴지는 것도 아쉬웠다. 이건 편집의 문제일까, 연출의 문제일까. 아무튼, 갈대밭씬의 경우 연출이 야심차게 준비한 씬인 것 같았고, 아마도 극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연주씬에서는 꾸준히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익숙해지면 괜찮아지려나...?
3.
설내일이 차유진에게 푹빠져 선배에서 오라방이란 호칭을 쓰게되는 계기, 유일락이 재수없는 차유진을 베프로 삼기로 결심하는 계기, 그 계기는 차유진과의 협연를 통해서였고, 차유진과의 협연이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감동인지를 보여주는 행동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감동을 연주를 통해서가 아닌 그 후에 보여지는 그들의 행동을 통해서라는 게 어쩐지 아쉬웠다. 나도, 그들이 받은 감동을 함께 느껴보고 싶다, 라고 해야할까? 내가 그들이 아니어서 받지 못했다는 말은 넣어두자. 그 감동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위해 이 드라마를 만든 것이 아닌가...?
4.
설내일 캐릭터는 정말, 독특하고 괴팍했다. 또한, 염치와 양심과 청결과 상식과.. 기타등등 너무나 많은 것이 결핍된 캐릭터이기도 했다. 대신,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라는데 현재 그 부분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아, 차유진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사랑)도 가지고 있구나. 그래서 아직까지는 쟤 정말 또라이틱하구나ㅋㅋ 라며 보는 중이지만, 이 캐릭터를 보는 나의 시선이 쟤 정말 또라이지만 사랑스러워ㅎㅎ라며 보게디는 날이 오길 바라는 중이다. 1,2회는 차유진을 중심으로 그려내느라 설내일의 캐릭터를그저 괴팍한 또라이 정도로만 그려낸 것 같은데 회가 거듭할 수록 설내일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들도 나오려나?
5.
쓰다보니 궁시렁거려지는 부분들이 자꾸 나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이 드라마가 나름 재미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조련하는 듯한 차유진과 설내일의 관계라던가, 차유진과 두 바보들의 티격태격이라던가, 그런 소소한 장면들이 재밌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가볍게 보기 편한 드라마, 딱 그 정도였다. 일드를 본 사람들은 일드에서 느꼈던 감동, 그 비스므리한 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일드는 전혀 보지 않았기에 그런 부분에 대한 기대치가 전혀 없었던 나는 그랬다는 것이다. 애초에 에이트에 뭘 바래, 싶기도 하고ㅋㅋ
아무튼, 드라마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낮을지언정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드라마가 가고자 하는 길을 잃지 않았으면 싶다. 에이트의 전작 예남의 경우 낮은 시청률로 인해 드라마가 삐끄덕하며 아쉬움이 많이 남아버려서 말이다. 이 드라마는 부디 그러지 않길. 그러는 순간 나는 아마 이 드라마를 놓을지도 모른다. 그 전에, 뭐 이렇든 저렇든 삐끄덕거릴만큼의 낮은 시청률이 아니었으면 싶기도 하고.
6.
#. 연주씬 대역이 있음은 알고 있었으나 '나 대역이에요' 라고 그리 티내는 연출은 좀 아닌가, 싶었다. 차유진 바이올린 연주씬에서 대역의 뒷태를 그리 디테일하게 잡아줄 건 뭐람? 차라리 연주하는 손이라거나 이런 쪽으로 비춰주는 연출을 하던가; 대역있는 거 다 아니까 서로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자며 눈가리고 아웅거리는 건가?
#. 내일이 미니미 같은 인형 꽤 귀엽다ㅋㅋ 근데, 내일이는 머리도 일주일에 두 번 감고, 집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매우 게으르며 더러운 캐릭터인데 옷입고 다니는 건 꽤나 깔끔하다. 머리도 거의 떡지지 않았고. 흠,냄새만 심하게 날 뿐 겉모습은 지극히 멀쩡하나보다, 싶더라. 사실, 차유진 때문에 밤샌 후 그 몰골 그대로 학교에 갈 줄 알고 기대했는데 깔끔해서 홀로 당황했다고 해야하나?ㅋㅋ
#. 차유진이 트라우마로 인해 비행기를 못탄다는 설정이 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배를 타면 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뒤늦게 공홈에 가보니 그 트라우마로 인해 배도 못타는 설정이라고. 흠. 뭐, 그래도 결국은 가게 되겠지만. 로케 다녀왔으니까!
#. 설내일-유일락으로 이어지는 차유진의 협연씬은, 지휘자로서 차유진의 가능성을 알리기위한 장치이기도 하겠구나, 싶었다. 또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한 것 같고. 등등의 이런 생각은 왜 하고 있는겐지.
#. 사실, 월화드라마는 딱히 볼게 없는데 묘하게 이걸 봐? 말아? 싶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갈등된다. 최근까지 본방으로 시청하던 드라마는 지난 주 화요일부터 놨는데 남은 회차가 얼마 없어서 이왕 호청한거 마무리를 지을까, 싶고.. 3회까지 다시보기로 따라가다가 3회가 너무 재미없어서 일단 놔버린 드라마는 최근 재미란 걸 찾았다기에 속는셈치고 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되니 말이다. 부디, 이 드라마 칸타빌레는 이런 갈등이 없는 드라마였으면 싶다. 어떤 의미로든. 그런데, 어쩌면 그런 드라마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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