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천명 17회) 꺽어내지 못한 화중지왕의 반격

도희(dh) 2013. 6. 20. 19:14


안그래도 병마와 싸우며 골골거리던 중종은 중전인 문정왕후가 저지른 악행을 알게되며 병이 더 깊어졌고, 결국 살기위해 죄를 인정할 수 없었던 그녀의 패악질(혹은,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내 면밀히 조사한 결과 최원 그대는 살인자가 아니다.  그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대역죄인이 된 것을 인정하는 바, 이 시간 이후로 최원 그대는 무죄다."

그 통쾌한 울림이 채 가슴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그 교지가 아직 의금부에 닿기도 전에, 왕이 승하했다.

중종의 죽음. 그리고 세자 호의 즉위식까지 엿새. 문정왕후는 현재의 상황을 뒤집을 패가 필요했고, 고문에 못이긴 심곡지사 중 한 명의 자백을 통해 그 패를 손에 쥐게 되었다. 그렇게, 말로는 '중전마마'라 하면서도 그리 꺽어내었다 하면서도 '그래도' 어미이기에 온전히 꺽어내지 못한 모란꽃은 되살아나 그의 숨통을 옥죄고 있었다.

중종이 모든 진실을 알고서도 단숨에 그녀를 쳐내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녀에게 세자는 정적일 뿐이겠으나 세자에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어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흔들리는 세자의 마음을 위해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고, 결국 그 마지막 인정이 문정왕후의 살길이 되어버린 듯 했다. 그 흔들리는 순간을 그녀는 놓치지 않았으니까.

세자의 사람들인 심곡지사와 문정왕후의 사람들인 소윤파를 살리기 위한 거래. 그러나, 그 거래의 중심에는 최원은 여전히 대역죄인이여야만 했고 그의 목숨을 끊어내야만 했다. 그로인해 세자는 고민에 빠지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된 최원은 엿새의 시간동안 도망자가 되기로 자처하는 것으로 세자와 문정왕후의 거래를 성사시킨다. 최원과 세자는 즉위식까지 남은 엿새간의 시간을 무사히 견뎌내야만 했고, 문정왕후는 그 엿새간의 시간동안 세자를 끌어내리고 아들 경원대군을 다음 보위에 올리기 위한 패를 찾아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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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 겨우 행복을 되찾은 듯한 최원의 가족들은 다시금 흩어지고 말았다. 홍역귀가 마련해 준 은신처에서 머물게 된 최원과 홍역귀의 보호아래 의금부 관비로 시간을 견뎌낼 우영 그리고, 다인과 랑이는 세자의 보호아래 머무는 것으로서. 하지만, 엿새의 시간이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을 듯 싶어, 이 가족이 다시 모여 '행복'해질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물음표.

2> 최원은 아무래도 문정왕후에게 단단히 찍힌 듯 싶었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하겠다만. 아무튼, 세자의 사람들 모두를 살려도 최원만은 죽여야 한다는 그녀의 거래조건. 그 것은 자신의 사람들을 살리기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기도 했지만, 최원에 대한 괘씸죄 듬뿍 얹어진 것도 같았다.

3> 세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도문은, 최원 몰래 그를 지켜주고 있었다. 아마도, 그 것은 다인의 마음을 지켜주기 위한 그리고, 최원을 향한 죄책감이 아닐까, 싶었다. 더불어, 목숨빚을 진 세자에 대한 은혜이기도 할테고. 그러고보면 세자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도 놓는 것도 신중한, 그렇기에 자신을 배신한 이들도 포용할 줄 아는. 그렇게, 세자를 배신했던 황내관과 도문의 목숨을 살리는 것으로 그는 사람을 얻게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최원에 대한 오해와 다인에 대한 불신으로 유독 냉랭했던 것은 그만큼 그들을 믿었다는 말이기도 할까? 온전히 믿지 못했던 내 사람의 배신은 이미 그럴 줄 알았기에 다시 한번 손을 내밀 수 있으나, 온전히 믿은 내 사람의 배신은 크나큰 상처가 되어버리는.

4> 문정왕후에게 아들은 경원대군 하나였을 테지만, 세자에게 어미는 문정왕후 한 사람 뿐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낳자마자 죽은 어미보다 그런 핏덩이를 품어 키워준 그녀가 그에게는 더 애틋한 상대가 아닐런지. 그래서 그는 마음을 굳게 먹으면서도 결국 그녀가 보이는 모성 - 비록 그 것이 거짓일지라도 - 에 자꾸만 흔들리게 되며 완전히 모질어지지 못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그의 '어미'로 살아왔던 그녀였다.

5> 어린 나이에 중전이 되어 경원대군을 낳기 전까지 숨죽여 살아왔을 문정왕후 윤씨. 그녀가 살아냈을 그 시간은 어떤 것이었을까? 중종의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말들. 그 것은 그 시간들을 살아낸 지금의 그녀가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내는 것이 아닌 살아가기 위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라고 말하는 듯도 싶었다. 모든 악행이 드러난 상황에서 결코 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경빈과 복선군 그리고 조광조의 최후를 지켜본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그녀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긴 시간을 숨죽여 살아오며 모든 것을 지켜봤을 그녀는핏줄이 아닌 세자를 믿을 수 없었고, 우유부단한 왕을 믿을 수 없었을테니까. 그리 생각하니 그녀가 아주 조금 - 멸치똥만큼? - 은 가여웠으나, 그래도 참 독하고 모질고 나쁜 건 나쁜 사람이다. 그녀는.

6> 남은 3회차는 어떻게 그려낼까? 즉위까지 남은 엿새간의 시간동안 벌어지는 일들일까, 의외로 그 엿새가 쉬이 흐르고 무사히 즉위를 한 인종의 죽음까지 그려낼까? 운명공동체인 세자와 최원. 왠지, 중간중간 보여준 행복한 나날들로 인해 결말은 비극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뭐, 즉위에서 마무리가 지어져도 결국 역사가 스포인지라 최원이 궐 그리고 정치와 아주 멀리 떨어져 어딘가 숨어 지내지 않는 한은 온전한 해피가 아닐테지만. 왠지, 문정왕후는 명종(경원대군)이 보위에 오른 후 왠일로 포용력을 보이며 세자의 세력들을 다 끌어안게 된다고 치더라도, 최원만은 그냥 두지 않을 듯 싶으니까.

7> 거칠네 산채를 습격하기 전, 자신의 신념을 되새기고 다짐하는 홍역귀. 그리고, 그런 다짐을 우영 그리고 최원에게 알리는 그. 어쩌면 우영을 통해서 신념을 다짐하고 최원을 통해서 그럼에도 그들을 살릴 방도를 찾아보라 말하는 듯 했다. 오랜만에 홍역귀 참 멋있었다. (...)

8> 홍역귀 외전은 한번쯤 보고싶다. 최원사건과 마주하기 전 홍역귀로 명성을 날리게 된 계기 혹은 활약, 그리고 우영과의 첫만남 혹은 최원사건으로 우영과 얽히게 되는 그 즈음까지. 짧고 강하게. 작가 혹은 연출이 홍역귀란 캐릭터를 이뻐라해서 단막극에서라도 한번쯤 그려내주길 바라는 건.. 그냥 하는 말. 홍역귀 외에 또 있냐고 한다면... 현 시점에서 세자를 향한 문정왕후의 심리, 를 외전으로 그려내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악인의 변명이 아니라, 아들을 정적으로 두었기에 어미이되 어미가 될 수 없는 그녀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그런??

9> 그러고보면, 사건전개도 크게 휘몰아치지 못하는데 캐릭터들의 심리도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는 듯 싶다. 각 캐릭터마다 사연이 있는데 그 사연이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평면적으로 귀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마도, 등장인물이 많아서 그들의 '상황'을 그려내느라 그런 것도 같고. 뭐, 깊이있게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느껴지게는 그려가는 것도 같고. 아무튼, 아쉬운 부분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게 나름의 애정이 있기 때문이려나?

0> 딴 이야기지만, 매우 오래 전에 영화 '배틀로얄'을 굉장히 감명깊게 봤었다. 사실, 그 영화를 '잔인'하게 보지 않고 '흥미'롭게 봐서 그런지 같이보던 사람이 당황하기도 했다만; 글쎄, 생각해보면 그 '잔인'함에 깊이 빠져들기 싫어서 빠른 상황종료를 기다리는 '게임'처럼 봤던 것도 같다. (몇명 남았다! 이러면서;) 아무튼, 내가 그 영화를 감명깊게 본 것은 그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입체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저 많은 인물들의 사연이 각각 살아숨쉬고 그 것을 느끼게 해줄까, 에 대한 놀라움? 2탄은 너무 재미없어서 기억도 안나고, 1탄은 다시 볼 엄두가 사실은 나지 않는다. 당시에는 흥미롭게 봤으나 지금은 그렇게 보지 못할 것도 같아서. (그땐 어렸지, 내가..)

*> 어제 본방은 너목을 봤다. 아직까지 짱변처럼 꽃미남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차변의 매력에 빠져드는 중이다. 쌍둥이 사건이 흥미로워서 오늘도 너목을 본방으로 볼까, 싶은데.. 칼꽃 2차 티저가 '천명' 끝나고 나온대서 왠지모를 고민에 빠졌다. 어제처럼 너목이 천명보다 빨리 끝나길 바랄 수 밖에 없는 건가....? 칼꽃 2차 티저를 위해 천명을 볼까??? (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고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