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공주의 남자 1회.
꽤 오래 전부터 막연히 기다리다가, 예고가 나오며 왠지모를 기대감에 두근두근. 그리고 첫회를 본방으로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이 시간대에 '넌 내게 반했어'를 보는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앞으로는 '공주의 남자'를 본방으로 보게될 듯 싶습니다. 아, '넌 내게 반했어'는 평도 별로 안좋고 시청률도 잘 안나온다고 들었는데.. 전 나름 괜찮게 보는 중이랍니다. 애들이 이쁘달까? 아, 그러고보니 '무사 백동수'도 그렇고 내용이 재밌어서라기 보다는 '애들이 이뻐서'라는 이유로 열심히 시청 중이로군요. (어이어이~;)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조선시대 계유정난 -수양대군이 반대파인 좌의정 김종서, 안평대군 등을 역적으로 몰아 죽이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 을 배경으로,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자녀들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로, 야사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각색해 역사적 인물 및 사건들에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구성한 작품이랍니다.
들꽃을 동경하는 화초, 세령아씨 : 수양대군의 딸
수양대군의 딸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그저 곱게만 자라왔기에 티없이 맑은, 말괄량이 천방지축 세령. 무한한 호기심과 무모한 도전정신으로 시작된 자신의 뜻을 이루고야 마는 고집과, 철없이 행동하지만 왕족으로서 그리고 여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만큼의 영리함을 지닌 아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로 곱고 잘난 줄 알기에 아니꼽고 싫다는 세령의 동생과 달리, 세령은 그런 공주와 꽤나 다정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듯 했어요. 뭐랄까... 말괄량이 천방지축 세령과 저 잘난 맛에 살아가는 도도한 경혜공주. 너무나 다른 성격이기에 더 잘 맞는 것 같더랍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잖아요?
세령은, 구중궁궐 저 깊은 곳만이 세상이 모든 것으로 알며 살아가는 경혜공주와 달리, 궐 밖에서 지내는 덕에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게 되었고, 그렇게 자신을 감싸고있는 울타리 넘어의 세상,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온 화초, 세령은 들꽃을 동경하고 있더랍니다. 그렇기에 세령은, 모든 것을 다 가졌으되, 궁궐이라는 커다란 세장 속에 갇혀 살아가는 경혜공주를 조금은 안타까워 하는 듯도 싶었어요.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잠시나마 울타리 밖에 걸음을 내딛을 수 있지만, 전혀 그러할 수 없는 공주이기에. 그래서 더 다정하게 공주의 곁에 다가가 살갑게 구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구요.
동생에게서 들은 김승유의 혼담. 아닌 척, 그러나 그 일이 자꾸만 맘에 맴돌던 세령은 경혜공주의 새로운 경학스승이 김승유라는 것을 알게되며, 낭군감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경혜공주와 잠시간 신분바꿔치기를 하고, 그렇게 운명적인 첫 만남을 맞이하게 되었답니다. 물론, 서로의 오해로 인해서 그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한 것이 되질 못했지만요.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들켰기에 계속해서 공주대타를 뛰고있는 세령은, 어쩌다보니 궐 밖에서도 승유와의 인연은 계속되는 듯 싶더랍니다. 그리고 세령은, 어차피 내 낭군님 될 남자인데 뭐 어때, 라며 그와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게 될 듯 싶었구요.
온실 속 화초, 경혜공주 : 문종의 딸
자신의 미모와 신분을 무기로 스승들을 괴롭히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로 곱고 잘난 줄 아는 경혜공주. 궁궐 속 세상만이 전부로 알고 살아 온, 왕의 딸이라는 신분이 주는 그 모든 것을 제대로 누리며 살아가는 여인. 그리고, 다 신지도 못할 비단신을 끊임없이 모으고 또 모으는 슈어홀릭.
경혜공주가 다 신지도 못할 비단신을 그토록이나 모으는 것은, 세령이 다리가 다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을 타려고 애쓰는 것과 비슷한 이유인 듯 했어요. 울타리 밖에 있는, 자유에 대한 동경. 세령은 그 동경에 대해서 감추지않는 것과 달리, 경혜공주는 자신의 신분과 그 신분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서 드러내지 못한 채, 신을 모으는 것으로 대신하는 듯 싶었지만요. 아무튼, 그래서 세령의 무모하다 싶은 제안을 덥썩 받아들고 조심스레 울타리 밖으로 발을 내딛었던 것도 같아요.
난생처음 접한 울타리 밖의 세상은, 경혜공주에게도 무척 신기하고 설레이며 즐거운 경험이었겠지만, 그 즐거움에 들뜰 수 없었기에 '그냥 그렇더라'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더랍니다. 도도한 자존심, 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정종과의 첫만남으로 인해서 흥이 다 깨져버린 것도 있었겠지만요.
경혜공주는, 왕의 딸, 공주라는 신분. 궁궐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모두에게 받들어지며 곱게 자라왔으나, 세령처럼 그저 티없이 맑을 수만은 없는 듯 했어요. 궁궐은, 경혜공주의 온실처럼 그저 화사하고 반짝거리며 아름다운 곳은 아닐테니까요. 또한, 그녀는 현재 궁궐 안에 떠도는 불안요소를 어느정도 알고있는 듯도 싶었고 말이죠. 그렇기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어린 세자를 감싸안아 주기보다는 단호한 모습을 통해 더욱 강하게 만들려고 하는 듯도 싶었고. (곁에 세령이 있어 더 다감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경혜공주에게 세령은, 아무에게도 말하지않은 자신의 외로움을 그냥 알아주고 그렇게 종종 찾아와 외로움을 달래주는 고맙고도 다정한 친구. 자신의 무리한 부탁마저도 '공주마마를 위해서' 라는 이유로 감당하는(물론, 시작은 세령이었지만. 그런데 경혜공주는 이번 사건 전에도 이런식으로 세령을 조금은 난처하게 만들었을 것도 같음.). 그렇기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다 드러내지도 못하고, 때때로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뭐든 해주고 싶은 아이.
경혜공주가 솔직하지 못한 것은, 자존심 강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공주라는 신분이 주는 그 무엇도 존재하는 듯 했어요. 공주로서의 긍지, 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 누구에게든 속마음을 드러내선 안된다, 라는 뭐 그런 것도 있는 듯 싶구요. 그런, 공주라는 신분의 세령과 수양대군의 여식이라는 신분의 세령이기에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열어주지 못하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더랍니다. 하지만, '공주마마를 위해서'라는 세령의 솔직하면서도 갸륵한 대답에 갸웃거리 듯 활짝웃는 경혜의 미소만큼은 진짜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경혜공주는 세령을 경계하는 듯, 그러나 참 좋아한다는 느낌이었달까? (아니면 뭐...ㅠ)
공주의 남자, 김승유 : 김종서의 아들
공주의 '남자'인,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 공주들도 주인공이지만, 이 드라마는 그 공주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니까요. (아마도?) 첫 장면이 승유가 칼맞으며 시작한 것도 그렇고. 아,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그 장면은 엔딩이 아니라 이 드라마의 초/중반부 장면이에요. 현재의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어느 순간 그 시점과 맞아떨어지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 예상.
이 드라마는, 대놓고 피빛로맨스를 지향하니만큼, 본격 승유와 세령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계유정난' 이후가 제대로 된 이야기의 시작일테니까요. '계유정난' 일년 전을 그린 현재의 시점에서는, 승유와 세령이 어쩌다가 그리도 절절해졌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이 아닌가, 싶더랍니다. 사실, 베로나에 사셨다던 로미오랑 줄리엣이 뭐 그리 깊은 사연이 있어서 그리 절절했다기 보다는, 이루어질 수 없기에 지들끼리 더 절절해서 죽고못사네, 이랬던 것 같지만요. 걔네들이 그 '집안끼리의 원수'라는 장벽이 없었더도 그리 절절했을까, 싶기도 하고.
신면과 정종과 어울려달리며 세상걱정없이 지내던 그는, 종학의 강사로서 스승킬러로 악명높은 경혜공주의 강론을 맡게되면서 그의 평온하던 일상이 흐트러지게 되는 듯 했어요.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스승들을 괴롭히며 쫓아낸 공주를 조금 골탕먹일 생각으로 시작한 장난에 되려 당하고 말았거든요.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그리 좋지만은 않은 첫만남을 갖게 되었답니다.
승유는, 최고의 권세를 누리는 김종서의 아들로서, 부족함없이 자란만큼 여유로움이 넘치는, 그런 모습. 그리고 능글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그 능글거림이 있기에 감히 공주를 가린 발을 제멋대로 걷어내어 그런 농을 던지며 무례한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고. 사실, 그의 무례한 행동에 순간, '얘가 아직 술이 덜깼나...' 스럽기도 했어요.
아무튼, 승유의 장난에 세령은 강론에서 계속 공주대타를 뛰어야만 했고, 승유는 세령이 공주가 아니란 사실을 모른 채, 그녀의 의도치않은 행동에 골탕먹으며 당황한 채, 저잣거리에서의 우연스런 만남에 휘둘리게 되는 듯 싶더랍니다.
(경혜)공주의 남자, 정종
김승유와 신면과 함께 삼총사를 결성, 밤이면 밤마다 그들과 술마시는 낙에 살아가는 듯한 인물. 잘은 모르겠지만, 몰락한 양반가의 자제로 꽤나 궁핍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않나, 싶더랍니다. 게다가 아프신 어머니의 약값이 없어 사채까지 가져다썼지만, 갚을 길이 없어서 제대로 얻어터진. 잘난 친구들 덕에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이 녀석에겐 그들에게 얻어터지고 어떻게든 빚을 갚는 것보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숨어든 가마 속에 있던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던 여인에 대한 생각이 더 크게 자리잡힌 듯 싶더랍니다.
정종은 훗날, 경혜공주의 남편이 되는 인물로, 그는 훗날의 마눌님에게 이미 첫눈에 반한 상태였어요. 뭐, 정략혼으로 결혼하며 그 여인이 공주란 것을 모른 채 결혼하고, 그 후에 알게될 듯도 싶지만요. 아무튼, 이런 찌질비루한 몰락양반으로 추정되는 정종이 어떻게 김승유가 단독후보로 오른 경혜공주의 낭군님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해요.
그 외, 훗날 세령을 사랑하게 된다는 신면까지. 둘도 없는 우정을 자랑하던 이 세사람은, 현재의 공주와 훗날의 공주로 인해 인생이 휘둘리며 서로 각자의 입장을 취한 채 서로를 바라보게 될 듯 싶더랍니다.
그리고-.
1) 아이들의 운명을 쥐락펴락 할 어르신들의 이야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는 저 말고도 해주실 분들이 많을 듯하니 저는 사뿐히 패쑤. 사실, 그나마 역사지식을 가지고 있는 시대가 조선시대, 특히 조선초기지만... 사실, 대부분의 지식은 드라마를 통해서 배웠기에 (ex:한명회, 왕과 비) 정확히 알고있다고 말하기도 좀 뭣해요. 작가와 연출과 배우라는 각자의 해석이 담겨있었을테니. 게다가 드라마 보고 조금 궁금하면 찾아보고, 요정도였던지라;
2) 단종=정태우, 라는 공식이 저 머리에 깊이 박혀있어서 그런가몰라도, 정태우씨 외의 다른 단종을 보며 조금은 어색모드. 그보다, 참 유약한 어린이, 같은 느낌이네요. 애야, 강해지거라. 라고해봤자... 이 아이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겠죠? (훌쩍)
3) 간만에 사극에서 이민우씨를 뵈어서 굉장히 반가웠답니다. 정태우-안재모씨와 더불어 사극에서 만나면 반가운 배우 중 한명이라서 말이죠.
4) 전 이 드라마 정말 재미나게 봤는데, 안좋은 기사들이 많이 있네요. 월화극 기사도 그렇고... K사랑 기자들이랑 사이가 안좋은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랍니다.
5) 경혜공주의 드레스룸. 정말 화려하더이다. 공주들을 그려내기에 '때깔좋은 화려함'을 중심에 둔 것도 같은데, 좀 과한 부분도 있어요. 특히, 머리장식. 여백의 미를 모르시나요, 라며! (;)
6) 전, 이 시대를 그린 드라마 중에서 '한명회'를 가장 재미나게 봤던 것 같아요. 사실 '왕과 비'는 '용의 눈물'의 여운과, 그때까지도 남아있던 '한명회'의 그림자에 갇혀 보다말다 했었거든요. 그래도, 후반부는 정말 재밌었음! (안재모 연산+.+)
7) 이 드라마는, 로맨스 사극, 정도로 보면 될 듯 싶어요. 드라마 시작 전에도 그런 식으로 공지했었고. 드라마 시작 전에 이 드라마가 실제역사와 실존인물, 그리고 허구의 인물이 얽힌 드라마라는 공지가 뜬 건, 왠지 맘에 들었답니다.
8) 승유 속에서 서변님과 강석이가 보이는 건, 배우가 같아서겠죠? 박시후씨 드라마는 딱 세편 챙겨봤는데, 서변님과 강석이가 제겐 가장 인상깊었어요. 서변님도 좋지만, 왠지 강석이가 그리워지는 순간. 그 드라마 완주하려면 좀 힘든데, 정말 한번 챙겨봐야 겠습니다. (단아랑 헤어질 때 진짜 펑펑 울었더랬지ㅠ)
9)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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