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아무말 대잔치

쓰잘머리 없는 수다 17. 잡담(7)

도희(dh) 2010. 3. 10. 07:27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잡담'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해버렸었다. 방금 전에도 그랬었다. 왠지 이런저런 가벼운 마음으로 수다를 떨다가 문득 읽어보면 '내가 지금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있지?' 싶어서 그냥 '취소' 버튼을 누르고 창을 닫아버리곤 했다. 아마, 나는, 두서없이 잡담을 하고싶었던 것 같다.

새벽 내내 눈보라가 치더니, 이젠 좀 잠잠해지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밤을 홀딱 새버렸다. 왠지, 지금까지 자지않은 걸 엄마에게 걸리면 난 또 혼나겠구나, 싶다. 아까 새벽, 엄마가 홈쇼핑에서 구입한 팩을 애써한 필요가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에 코난 TV판을 다 보고, 극장판도 다 봐버렸다.

어제 갑자기, 근래들어서 연락이 뜸한던 R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출근 전에 왠지 심심해서 연락을 한 것 같았다. 원래라면 귀찮다고 전화를 받지않았을텐데, 왠지 벨소리가 한번 채 울리기도 전에 받아버렸다. 이건 기록. R언니는 좋은데 또 부담스러워서 가끔 내가 피하곤 한다. 내가 그럼에도 R언니를 좋아하던 몇가지 이유 중에 하나를 이번에, 그 통화에서, 언니가 깨트려버렸다. 그래도, 부담없이, 정말 걱정없이 이런 저런 수다를 떨 수 있는 언니라서, 좋다. 아니, 이젠 부담이 조금 생겨버릴지도 모른다.

난 성격이 그렇다. 친하면 정말 몇시간이고 수다를 떨지만, 조금만 틈이 생기면 입을 꾹 다물고 살짝 웃을까 말까한 표정으로 넋놓고 시간을 떼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참 옳지못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어쩔 수 없잖아, 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와 오늘 [엠마]와 [노부타 프로듀스]를 보고 말았다.
[엠마]의 경우는 작년부터 벼르다가 이제사봤는데 역시나 좋았다. [노부타 프로듀스]는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어줬다. 나는, 시간을 돌려 언제 어느시점으로 돌아가기 싫은 사람이다. 언제나 현재가 좋은 내가, 만약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게 만들어 준, 어쩔 수 없잖아,가 아니란 걸 느끼게 해준 드라마여서, 왠지 참 좋았다. [엠마]와 [노부타 프로듀스]의 리뷰를 준비하고는 있는데, 언제 다 쓰고 올릴지는 미지수.


그러고보니 저쪽 집에 지지난 달에 본 공연리뷰를 아직도 올리질 않았다.
잊혀지고 지워지고 있어, 라고 생각 중. 저집과 이집을 하나로 합칠까, 란 생각을 석달에 한번씩 하는데, 저집은 나로 채워져있어서 쉽사리 놓을 수가 없기에 이렇게 이중살림을 계속 할 것 같다. 요즘은 저 집을 거의 텅 비워버린 상태지만, 그건 그거대로 상관없이 맘편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채워놓으나 비워놓으나 그냥 나니까 괜찮다는 부담이 없는 공간. 이 곳과 달리 말이지. 이 곳은 비워놓으면 마음 한 곳이 찜찜해서 안절부절 못하곤 한다. 그래도, 가끔 그집에 놀러와서 이런저런 정보 및 수다를 떨어주시는 분들껜 왠지 티끌만큼은 미안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올릴 수록 버겁다고 생각했었다. 이젠 좀 덜하지만, 지난 달 내내 버거워서 어쩔 줄 몰라했었다. 나의 모자람으로 인해서 채울 수 없는 욕심이 너무 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모자람을 채울생각도 하지않고 욕심만 부리는 나라고, 지금 생각 중이다. 아마 나는 오늘이고 내일이고 또 갑자기 '버거워' 라며 허우적거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참 솔직하지 못해, 라며. 글은 마음인데 나는 글에 마음을 담지 못할 때가 더 많아지고 있다.


방금 <연금술사>를 다 읽고, 그 옆에 꽂혀있던 <향수>를 꺼내들었다. 이 책을 산건 좀 오래되었는데, 기억이 안나는 어느 녀석이 추천을 해서 읽고싶다고 벼르다가 서점에서 즉흥적으로 사버렸던 걸로 기억한다. 그 어느 녀석은 H아니면 M이라고 생각 중이다. 즉흥적으로 사는 책은 기차 안에서 가볍게 읽을만한 로맨스소설이나 에쿠니 가오리 소설 외엔 거의 없었는데 ... 아무튼 구입한지 수년만에 처음 펼쳐들었다. 이제 겨우 첫장을 읽고 일단 덮어버렸다. 그럭저럭, 첫장은 무난했어, 라며. 읽다가 빨려들면 정신없이 읽어대겠지만, 일단 책의 두께를 보며... 이 달안에 다 읽어야해, 라고 생각 중이다.

요 몇년 간 독서량이 엄청나게 줄어버렸던 나여서, 올해 목표는 100권으로 정했지만, 1월엔 시리즈를 읽어버린 덕 10권을 가볍게 넘긴 후로, 실적이 저조하다. 아무튼, 책장의 두번째 단의 책들부터 순서대로 읽고있는 중이다. 오래 전에 읽어서 가물거리니까 새로 읽자, 라는 생각으로. <향수>를 읽고나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을 차례다. 으음, 나 그책, 정말 무척 재밌게 읽었었다. 하루는 너무 읽고싶어서 무작정 서점으로 가서 사와버려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니까.

아, 책리뷰는 쓸 생각이 전혀 들지가 않는다.
나는 정말 다른 걸 잘쓰는 것도 아니지만, 그 부분에선 지독하게도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참... 책리뷰 잘 쓰시는 분들을 보면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리뷰를 잘쓰는 분들의 글에는 마음이 깊이깊이 담겨있어서 좋달까...?


하루가 긴데 하루가 짧다. 하루가 매일매일 지루하지만 편안하다. 아가가 보고싶어서 마실가고 싶지만, 오늘은 추우니까 패쑤. 다음 주엔 서울 마실가서 생일까지 다 보내고 돌아올 예정이다. 생일이 다가온다. 작년 생일엔... 한일전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 생일이란 걸 잊고있었다. 그리고 오후 늦게 '졌지만 우리 선수들 잘했어' 라며 물을 마시고 문득 저 멀리 던져두었던 (집에 있을 땐 폰을 방 구석에 던져놓고 하루 한두번만 확인한다) 폰을 집어들어보니 동생에게 생일축하문자가 와버려서 알아버렸다. 동생의 생일은 나보다 22일 빠르다. 동생에게 올해도 문자를 일단 보냈다. '축생일' 이라고.

올해 내 생일은 친구가 미역국 끓어준다고 자기네 집으로 오라고 했다. 사실, 내가가면 너 미역국 끓여주냐, 고 농담삼아 대화하다가 그렇게 된 것인데, 친구가 기억하는지도 모를 일단의 약속. 우리는, 언제나 약속을 하고 사정에 따라 미루거나 연기를 한다. 아니, 아마 내가 그런 것 같다. 올해 그 즈음엔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의 종영일과 엇비슷하게 겹쳐버려서 가지말까, 라고 생각 중이다. 이런 생각하는 거 들키면 꽤 심하게 혼날 듯 하다, 친구에게.

그 주의 주말에는 5월에 결혼을 앞둔, 미역국 끓여준다는 친구의 동생이자 나의 친구인 그녀와 만나기로 했다. 왠지 그녀의 남편될 남친과 셋이서 보게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서 불편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라고 생각 중이다. 좀 만나는 게 귀찮지만, 안본지 1년 째. 그리고, 유부녀가 된 후의 친구들은 왠지 처녀 때와는 어딘가 모르게 달라져버리니까... 달라지기 전에 만나야할 듯 싶다. 꼭.



새벽에 눈보라가 쳤는데 지금은 세상이 온통 새하얗다.

우유를 가지러 현관으로 나갔다가 기절할 뻔 했다. 완전 대박. 전보다 더 많이 내린 듯 했다.
문득 나가서 사진이라도 좀 찍으며 기록으로 남겨둘까, 싶기도 하지만... 왠지 귀찮다. 그래서 복도 창문과 거실 베란다를 통해서 또 몇컷 찍고 말았다. 내 메모리 속의 눈 사진은 모두 같은 구도 속에 갇혀서 사는구나,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한숨 자고 12시 즈음 일어나야겠다. 그땐 어쩌면 눈이 녹아버렸을지도 모르고, 더이상 눈이 그저 새하얗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엄마가 닭으로 뭔가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아마, 닭볶음탕일 듯 하다. 어제도 훈제닭으로 샐러드해서 먹었는데, 라고 생각 중이다. 으음.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의 치킨과 시원한 맥주가 먹고싶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음편한, 생각없는 수다도 떨고싶다. 내게 그런 사람은 별로없다. 다음 주에 서울에가면 후배 H를 만나, 좀 마음 편히 오래오래 그녀의 수다를 듣고 내 수다도 떨고, 함께 공유한 추억을 풀어내며, 놀고싶다.

문득, 배가고파서 우유와 얼마 전 엄마가 부산에서 사온 맛난 어묵을 데워서 먹고있다.
맛있다~ 어묵.

그리고, 지금도 생각 중이다. 내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왜 하고 있지? 라고. 그래도 왠지 이번엔 '취소'없이 그냥 발행해보기로 했다. 잠결에 하는 잠꼬대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기나긴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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