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천사의 유혹 & 선덕여왕 최종회 - 믿음이 깨어져버린, 그들...?!

도희(dh) 2009. 12. 23. 02:53


드라마 천사의 유혹 & 선덕여왕 최종회.

지난 월요일에 채널선택권이 없는 곳에서 놀다가 이 두 드라마를 다 봐버렸어요. 그리고 다음 날이 최종회란 걸 알고 어제는 평소와 달리 저 스스로 찾아서 챙겨봤고 말이죠. 특히, [선덕여왕]의 경우는 제 의지로 본방사수한 것은 처음인지라 기분이 참 묘했어요. 그리고, 그닥 열심히 챙겨보진않았지만... 일단, 평소와 달리 본방사수를 했기에 감상을 핑계로 한 잡담을 살짝 해볼까, 합니다.

어젠, 지난 주에 못봤던 드라마들을 연달아서 보느라 살짝 멍때리던 하루였어요. 연속으로 다섯개를 보고나니 감상을 쓸 엄두도 안나고 말이죠. 그 와중에 기억나는 건 [인연만들기] 속의 상은이와 여준이가 서로를 '사랑한다'라고 칭하기보다는 '믿는다'라며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대 웃어요]에서도 그 비슷한 느낌이 났고 말이죠. 사랑은, 신뢰, 믿음이라고 말하는 듯 했달까....?

그리고 참 우연인지 뭔지, 이날 종영한 [천사의 유혹]의 주승이와 [선덕여왕]의 비담, 이 두 사람도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종잡을 수 없는, 혹은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며 극이 끝나는 듯 해서 참 안타깝고 그랬어요. 물론, 제대로 보질않아서 제가 생각하는 이 느낌이 무조건 옳다고는 말 못하지만요..;







▣ 천사의 유혹 최종회 - 복수는 인간의 영역이 아님을 말하려고 했다지...?

아시는 분은 아실테고, 모르셔도 상관은 없지만 ... 저는 초반에 막장의 유혹에 빠졌다느니 어쩌구 하면서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어느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유혹은 5회만에 끝났다는 것이 좀 씁쓸하긴 하지만요. 웃긴 건, 제가 1회부터 챙겨보던 시점엔 제 주변에서 '뭐 그런 드라마를 보냐'라는 시선을 보이시더니... 제가 이 드라마를 놓는 순간부터 주변에서 '재밌다' 라며 열심히 챙겨보셨다는 거에요.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그러려니하면서도 왠지 참...;;;



뭔가 대단한 반전이 숨어있는 것처럼 긴장감있게 극을 그려가던 것과 달리, '알고보니 엄마가 모든 열쇠를 쥐고있는 범인이었다'라는 반전은 주경란을 현우모가 데려다가 천사원에 보내서 후원을 했다, 라는 그 즈음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어요. 간간히 채널선택권이 없는 그 곳에서 함께보는 분과 '아마 그런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말이죠. 그래서 '엄마가 사실은 범인이었다'라는 그 것에 대한 놀라움은 그닥 크지 않았었고 말이죠.

이 드라마의 엔딩이 '해피엔딩은 아니다'라는 작가의 대놓고 스포에 의해서 '아란이가 죽긴 죽겠군'이란 생각으로 봤었어요. 그래도, 이 아이의 인생이 참 가여워서 이제라도 동생이랑 알콩달콩 편안히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하지만, 그녀가 남은 생을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기로 했다해도, 그녀 마음 속의 죄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것 같기도 했어요.

평생을 벼랑 끝에 내몰리며 살아 온 그녀가, 진짜 벼랑 끝에서서, 길지않은 인생을, 절대로 떨어지지않으려고 바둥거리던 그 절벽으로 떨어지는 순간 ... 그녀의 나레이션처럼, 그녀는 편안했을 것 같거든요. 그녀의 죽음은, 어떻게보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그 죄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못했기에 일어난 일처럼 보였거든요. 거기에 자신을 그리도 사랑한다던 한 남자의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이기도 했고 말이죠. 이 부분은 왠지 참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그녀는 죽는 순간에도 '안재성'이란 인물을 떠올리며 내가 정말로 사랑한 사람은 '안재성'이라고 깨달으며 죽어가는 모습은 .... 참...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란 생각도 다시 들었고 말이죠.

그녀가 떨어지는 순간의 그래픽은 ... 아...하하...;;


같은 날,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동시에 잃어버린 주승...

그는 평생 그리워했으나, 인정하지 못한 엄마의 죽음에 눈이 멀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산산히 깨어버리고 그녀를 절벽 끝으로 몰게 되더라구요. 그는, 그녀를 안 순간부터 절벽 끝에 선 그녀를 지켜주려고 살아왔지만, 결국 그녀를 절벽 끝에 몰아붙히고 그녀가 떨어지게 만들어버렸거든요.

그는 평생을 마음에 무거운 짐을 얹어놓고 힘겹게 살아갈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했어요.
'엄마'라고 불러주지도, 따뜻한 말 한마디도 해드리지 못하고 원망으로 보내버린 ...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 그리고 그리도 사랑했던 여자에게 마지막, 가장 중요한 순간 믿음을 주지못하고 분노로서 절벽 끝에 서게 만들어버렸다는 죄책감 .. 그 모든 것을 지고 살아갈 그가 왠지 참... 가여웠어요.


복수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느니, 그런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는 이 드라마가 .. 그런 메시지를 얼마나 잘 전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아내의 유혹]보다는 덜 황당한 엔딩이었어요. 급 용서모드라거나, 불치병이라거나, 하늘에 두둥실떠서 남아있는 이들을 향해 웃는다거나, 재희와 현우가 함께하는 엔딩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었으니 말이죠. 윤재희는 아란이가 놓아주려고했던 주경란의 삶을 선택함으로서, 자신의 언니를 선택하고, 신현우라는 사랑하는 남자를 영원히 놓아버린, 앞으로도 영원히 놓아버리겠다는 뜻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뭐랄까, 아란이는 그들을 진심으로 용서했다기 보다는, 너무나 소중한 동생을 위해서 용서를 선택한 것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씻기위해 아란이를 용서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고 말이죠. 진심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용서가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위한 용서, 처럼 보였달까? 가식이라면 가식.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에겐 그렇게 보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란이가 어찌되었든 그들을 용서해주고 더 이상의 복수를 하지않은, 현우모의 죽음의 진실이 밝혀짐으로서 그 지독한 복수의 고리는 끊어진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들리기도 했고 말이죠.




▣ 선덕여왕 최종회 - 비담의 최후가 너무 아프게 다가왔던...!!!

기나긴 시간동안 월화를 장악했던 드라마 하나가 드디어 막을 내렸어요.
그리고 막방기념으로 제 의지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방사수를 했답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정말 제대로 챙겨본 것이 일식에피소드 이후로는 거의 없어서 아이들의 감정선이라거나 변화한 부분은 몇몇 리뷰를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있는 정도에요. 그나마도 최근들어서 잘 찾아보지 않았고 말이죠. 그래서인지 '비담은 이런아이'라는 어렴풋한 감은 있었지만, 그 어렴풋함이 어느정도의 윤곽이 잡히면서 보여지자 왠지 '어어어?' 이런 마음으로 봤던 것도 같아요.

잘 설명은 안되지만, 너무나 여린 아이같은, 아가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너무나 어린,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덜덜떠는 그런 아이... 랄까? 그렇기에, 자신이 지금 잘못된 길을 걷고있다는 것,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래왔던 그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마음에 의해서 산산히 부숴졌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 너무나 큰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덕만이는 끝까지 자신을 믿었지만,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는 ... 지금의 이 현실을 몰고온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란 것에 완전히 무너진 듯 보였거든요.

어찌되었든, 그녀에게 그는,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의 앞에가서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은 변하지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도 같고. 이 부분은, 앞전을 거의 모르는 상태여서 그냥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답니다.

'덕만까지 70보' 이러면서, 자신과 덕만의 거리를 속으로 되뇌이며 그녀 앞으로 다가가는 비담의 모습과, 70보 다음에 바로 '발밤발밤~♬' 이러면서 노래가 나오는데 괜히 짠~ 하더라구요. 안그래도 담이씨 죽는 것도 안타까운데, 그렇게 힘겹게 또 잔인하게 죽여야만 하는거야, 라는 좀 뜬금없는 투정을 혼자 부리기도 했고 말이죠. 좀 뜬금없는 생각을 더 하자면, 이 노래는 광호씨 노래로군... 등등등?

아무튼, 그가, 그녀에게, 해주고싶었던 그 말을 해주고 떠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리고 그 말의 의미가 참 가슴아프게 들리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 그 말을 말하지 않으려던 유신이 보면서 '말을 해!!!! 왜 말을 안하려고 해!!!' 라고 또 궁시렁 궁시렁. 곰처럼 우직하고 충직한 그의 귀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반역자의 말 한마디였지만, 그녀의 귀에는 그 한마디가 ... 너무나 가슴아픈, 그의 진심이었을테니 말이죠. 

덧) 담이씨 죽는 거... 아, 진짜, 안그래도 가여운 애를 그렇게 피눈물 흘리게 하면서까지 죽였어야 했던게냐? 라고 또 궁시렁 거려봅니다.


그리고, 참 많은 일을 겪어가며 살아온 한 세상. 그 세상을 두고 그녀는 그렇게 떠나게 되더라구요. 자신의 죽음을 알고있다는 듯히 하늘과 땅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담이씨보다 먼저죽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담이씨보다 사흘정도 늦게 죽는 것으로 그려졌더라구요. 그녀가 담이씨 죽은 이후로 사흘만에 깨어났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살아오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스쳐갔노라, 말하고, 그 사람들 중에서 남은 이는 유신 밖에 없노라, 말하는 덕만의 말 속에는 ... 사람의 인연, 사람과의 관계, 그 것을 유지시킨다는 것의 힘겨움을 말하는 듯 하더라구요.

그리고, 드라마에 집중을 잘 못하면 하는 엉뚱한 생각 하나를 털어놓으면, 덕만이 시신들고 저 험난한 산 내려가기 참 힘들겠구나, 등등? 뭐, 올라오는 것도 그리 쉽진 않았겠지만... 저기 따라간 사람들은 뭔 죄야? 싶기도 하고. 왕의 시신이니 함부로 안거나 업고 내려오지도 못할 거 아니에요... 너무, 깊이 또 엉뚱하게 들어갔다면, 저란 사람은 드라마 속에서 이런 엉뚱한 생각을 자주한답니다. 하고나서 바로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계림에 처음 온 날, 꾼 꿈 속의 여인. 자신을 보며 한없이 울었다는 그녀는, 그 누구도 아닌 덕만 자신이었다고 하네요. 죽음을 맞이한 덕만이가, 지나간 과거의 자기자신에게 다가가, 앞으로 험난할 자신을 다독여준 것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시 돌아간다면 덕만이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그 힘겨운 삶을 알기에 다른 길을 선택할까....? 라고. 그런 생각을 하기도 잠시,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덕만이의 말은... 시간을 되돌려서 저 시기로 다시 돌아간다해도, 그녀는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듯 하더군요. 그 것이 자신의 길이기에, 덕만이는 그 순간, 과거의 자신에게 돌아가서, 힘든 삶을 시작할 자기 자신을 안아주고 눈물지은 것은 아닐런지...

어린덕만이가 나온다는 건 기사를 통해서 알고있었고, 이래저래 어린덕만 시절은 약간은 열심히 본 터라 꽤 반가웠답니다. 게다가, 아역과 성인이 동시에, 그 것도 서로 만남을 갖는 드라마는 거의 없었던 걸 기억하면 재밌기도 했고. (라고 말하고나니 '태양의 여자'의 마지막회에서도 어린 도영과 청소년 도영과 성인 도영이 한자리에 앉아있는 장면이 나왔었네요.)


덧1) 수염단 유신은 뭔가 되게 흐릿한 느낌이군요. 수묵화 속에 있는 사람같은 느낌? 만화가 김대원씨의 그림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분의 그림체가 그런 느낌이거든요. 붓으로 그린 듯한 느낌...

덧2) 담이씨는 이래저래 참 가여웠어요. 그리고 그렇게 눈 앞에서 죽는 걸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녀도 참...;;; 왕이란, 왕의 자리란, 그런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은... 담이씨가 죽고, 그 죽음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덤덤한 척 외치다가 철푸덕 쓰러져, 그런 담이씨를 바라보는 덕만의 눈에서 느껴지더라구요. 모든 걸 가졌으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덧3) 드라마를 거의 안보시는 울 엄마님... 연예정보프로에서 '김남길'씨 이야기가 나오자, 너무 진지하게 방송을 듣다가 하신 말씀.. '아, 난 김남일이 축구안하고 드라마 찍는다는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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