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009 전설의 고향 10화, 가면귀 그리고 최종회.
2009 전설의 고향이 최종회를 맞이했습니다. 마지막회는 뭔가 억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랄까~ 기타등등의 무수한 것들을 넣어주고 싶어하는 듯 했지만, 그들이 뭘 말하고자 하는가~ 는 갸웃가게 만들어 주더군요. 그래서 괜시리 삐딱선 타면서 '그래서 무얼 말하고 싶은게냐?'라며 소제목을 지어볼까~ 했지만, 왠지 최종회의 드라마에게 그런 깐족임을 많이 넣은 듯한 느낌에... 곱게곱게 포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포장에 소질이 없어요. 그게 무엇이든.
전설의 고향 10화, 가면귀는...
자신의 꿈을 짓밟히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한 여인의 피맺힌 복수극을 그린 내용이었습니다. 그 것의 전설의 고향의 흔하디 흔한 레파토리이긴 하지만~ 암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녀의 피맺힌 원한과 그 원한을 풀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는 자와 그 원한을 피해가려는 자와 믿지않는 자의 이야기가 함께했달까? 또 이러니까, 완전 다른 드라마를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1. 시대의 틀에 갇혀 꿈을 이룰 수 없었던 여사당패 ~ 가섭
이 아이는 어린 시절에 역병으로 부모를 잃고, 그저 사당패가 좋아서 그 곳으로 제 발로 걸어들어 온 아이였습니다. 그저 한 남자의 여인으로 아이를 낳고 그냥 그렇게 사는 삶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나가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어떻게보면 진취적인 여성이랄까? 그런 여성이기도 했고 말이죠. 이 아이, 가섭이는 그런 사람이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여자라고 괄시당하고 무시당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길~ 예인의 길을 가며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그런 삶.
그러나 현실은 자신의 뜻처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고, 여사당패의 운명이 그러하듯~ 그녀는 돈에 팔려 고을 원님의 노리개로 팔려가게 되더군요. 첩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아닌 것 같았고~ 관아의 노비이자 원님의 노리개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원치않는 임신으로 인해서 잔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었던 세상... 자신의 꿈을 짓밟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이까지 죽음으로 몰고간 사람들에게 하나 둘, 피맺힌 원한을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낯이 익다~ 해서 알아보니, 요즘 즐겨보는 [다함께 차차차]의 진우네 사무실의 그 여자였습니다. 제가 사람을 잘 못알아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런 일이...; 차차차에서 되게 말 안가리고 막하는 캐릭터인데~ 그래서, 어떨땐 참 밉깔스럽다가, 요즘은 그래도 여자라고 그 직감으로 무언갈 조잘거리는 걸 보며... 그래, 니 말이 맞다~ 이러면서 보고 있었습니다. // 파트너에도 나왔다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나서..ㅡ.ㅡ;
2. 내가보기엔 도둑심보, 그러나 나름의 순애보 ~ 아생
모든 사건의 진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들의 진실을 알고있는 아생은... 그 일을 막고자 나름대로 동분서주하며 끙끙거립니다. 그러나, 가섭의 원혼은 물론 그 원혼을 그 곳으로 데리고 온 할아방마저도 그의 뜻과 달리~ 피맺힌 복수로 원한을 풀어주길 바라더군요. 그리고, 그는 어쩔 수 없다라는 이름으로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되고 말이죠. 그렇기에 가섭이 놓친 원님을 귀신들린 방에 밀어넣은 것이 아니겠어요? 칼까지 꽂고. 혹은~ 가섭이가 그 피맺힌 원한을 풀어가는 건 싫지만~ 가섭이를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간 '원인'인 원님만큼은 제 손으로 죽이고 싶었던 것일지도.
사실, 초반에 아생이 설마 가섭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봤었습니다.
어린시절 회상에서, 가섭인 어린아이였는데 아생이는 수염만 없다 뿐이지 어른이었거든요. 그러다가 눈빛이 심상치않다~ 싶었는데 진짜 러브러브 관계!!! 이건 무슨~ 키워서 색시삼는 것도 아니고 ~ 기타등등 ... 그렇게 바라봤습니다. 차라리 아생이도 아역을 쓰지 라는 생각과 더불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아생이가 그래보여도 사실은 어렸을 것이다~ 다 자란 가섭이가 그리 어려보이진 않잖아~ 등등등을 생각해봐도... 키워서 잡아먹는 건 그래도 좀 그닥스럽네요. 허허.
아생은 나름대로 가섭에 대한 순애보를 보여준 녀석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이런저런 재주를 가르치며 키워온, 여동생처럼 그리고 어느순간부터는 연인이 되버린 것 아닐런지~ 그리고, 돈 몇푼에 팔려가서 고생하는 가섭이를 산으로 데려가서 신랑각시하며 살아가고~ 또한 그녀를 살리고자 그 난리를 쳤으니 말이죠. 결국, 그는 그녀를 살리지 못했지만.
암튼, 그는 그녀가 원귀가 되었다는 사실을 어찌 알았는가는 모르겠으나~ 그녀의 원귀가 죄를 짓지말고 모든 걸 용서하고 편히 떠나길 바라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가섭이를 설득하여 편안하게 하늘로 고이고이 올려보내주게 되고 말이죠.
2. 딸을 지키고 싶었던 지독한 모성애 ~ 정씨부인
이 여인네는 겉으로는 단아한 마나님이었지만, 그 속은 지독하고 모진 여인이었습니다.
남편이 건든 여인네들에게 차갑고 모질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서, 혹시 임신이라도하면 바로 죽여 없애버리는 독기가 있는 여인. 그렇게 그녀는, 남편의 아이를 가진 여인들을 하나 둘 죽여갔습니다. 질투에 눈이 먼, 그래서 그리 모질고 독한 여인이다, 라고 단정지으려는 순간... 그녀에겐 독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라고 말해주더군요.
몹쓸 병에 걸려 추악한 몰골과 더불어 말도 잘 못하는 가여운 딸 복비를 위한 것이었다네요. 남편이 혹시라도 다른 여인네들에게서 자식을 보게되면, 안그래도 외면받고 무시당하는 가여운 딸이 더 외면당하고 찬밥신세가 되는 것이 걱정된 엄마의 마음, 그 지독한 모성애... 라고 그녀와 복비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저 '딸을 지키고 싶었다'라는 이유를 가지고 행한 모든 악행은 원한을 불러서, 자신의 딸을 지독한 공포 속으로 몰아넣어 상처를 입게한 격이니~ 그녀는 내내 그 딸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살아가야하지 않을런지. 그리고, 가섭이 그녀를 결국 죽이지않은 이유... 자기 자신으로 인해서 딸자식이 상처를 가만히 바라보며 살아가야하는 그 어미의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살아보라, 는 그 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살아가겠죠...?
그나저나~ 남편도 죽고~ 다 죽고 ~ 자기랑 딸만 살아남았는데... 뭐 해먹고 살런지~ 것두 궁금합니다.
재산이 좀 있는가~?
3. 부모의 악행에 대신 아파야했던 ~ 복비.
이 아이를 조금 신비로운 존재, 쯤으로 그려나가려나 했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 그러나... 극의 중반 쯤으로 흘러가는 순간... 대충 다들 눈치채게 만들기도 했죠. 이 아이는 가섭과 어머니, 그 원한을 풀 열쇠로 만들어진 아이인 듯 했습니다. 흉측한 얼굴과 더듬거리는 말로 아버지로 부터 외면받고~ 별채에 갇혀서 살아가는 가여운 아이. 그렇기에 복비는 친구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친구는, 아버지에게 농락당하고 어머니에게 죽임을 당한 가여운 여인들의 원혼이었고~ 그래서 복비는 말을 잃은 것이다, 라고 가섭이는 말하더군요. 그리고 가섭이는 복비의 유일한 '살아있는' 친구이기도 했고 말이죠.
암튼, 엄마가 밉고 원망스럽지만~ 또한 엄마가 죽는 순간에 말문이 턱~ 하니 열려서 가섭이에게 눈물로 호소하며 엄마를 살려낸 복비는... 세상에 얼굴마저 말끔해져서 가섭이를 보내주더군요. 가섭이의 탈을 선물로 받고.
이 아이의 존재에 뭔가 더 큰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 같기도 했는데, 내가 너무 깊이 생각했거나~ 단순한 나의 머리로선 도저히 알 수 없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암튼~ 복비... 양반가의 딸이름이라기엔 너무 막 지었다..라는 생각..;
4. 늬들이 꿈꾸는 세상은 있으되 또한 없다.
이번 [전설의 고향 - 가면귀]는, '사당패'를 통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싶어하는 듯 했습니다. 누구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그들의 삶과 그 삶 속에 담긴 애환, 그리고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는 순간의 비극 등등을 말하고자 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과 가섭이의 한이 제대로 녹아들지를 못해서 따로따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하니~ 되려 넘쳐나는 듯 했달까?
사당패의 사람들은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수긍하며 살아야하노라~ 말했고, 가섭과 아생은 지금은 이루지 못하는 이상일지라도 ~ 훗날이 우리 아이들에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안고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런 희망은 현실 앞에서 산산히 부셔져버렸고 말이죠.
하지만, 모든 희망을 잃고 원귀가 된 가섭에게 아생은 또 다시 말합니다.
아주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그리 살겠지.
혹 아느냐? 서책을 끼고사는 양반들보다 재주부리는 광대들이 대우받는 그런 날이 올지.
전~ 아생이의 저 말을 듣는순간~ 그런 세상은 있으되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것은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지만...
제가 보기엔 ~ 그런 세상이 왔지만... 또한 완전한 그런 세상은 아닌 듯 하거든요.
상것과 여인이 천대받지 않는 세상,
서책을 끼고사는 양반들보다 재주부리는 광대들이 대우받는 그런 날.
그런 날이 왔으되~ 또한 그 속을 살펴보면 아니다, 싶은 부분들이 많으니 말이죠.
그런 세상이 정말 올까~? 라는 생각과 더불어.
갑자기, [쾌도 홍길동]의 엔딩이 떠오르네요. 좀 뜬금없지만.
*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하는지 나도 몰라요~;
*
[왕의 남자]가 언뜻 떠올랐었습니다.
광대들의 이야기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줄타는 모습등등등~ 생각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아생이가 가섭이 줄타기 가르치는 건 '황진이'가 언뜻 생각났었다능~;;;;
*
[2009 전설의 고향]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내년에도 또 해줬음 좋겠어요~
올해는 실험작들보다는 기존의 [전설의 고향]을 느끼게 해주려고 애썼으니~ 내년엔 [2008 전설의 고향]처럼 실험작들도 조금 나왔음 좋겠다~ 이런 마음???
*
다음 주부터는 딱히 볼 것도 없고~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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