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어떤 것
현고운 저 / 테라스 북
2016년 12월 30일 출간
"그러니까 말이야. 그때 알았어.
99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딱 한 가지 단점만 보게 되면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정을 붙일 수 없는 거고,
99가지 단점밖에 없는 사람인데 나머지 1%의 장점이 눈에 띄면, 거기에 반하는 거라는 걸. 그게 그 사람의 매력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그런 1%의 어떤 것이 눈에 띈다면 사랑하게 되는 거야."
- 1%의 어떤 것, 2권 / p. 135~136 -
1/
작년, 드라맥스와 옥수수를 통해 공개되었던 하석진-전소민 주연의 드라마 '1%의 어떤 것'을 꽤나 재미나게 봤고, 그 후 개정판 소설 출간 소식을 접하게 되며 결국 구입하게 되었다. 조금은 다급하게 구입한 것과 달리, 책을 받은 후에도 한참동안 랩핑을 뜯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며 문득 이 드라마가 보고 싶었고, 옥수수에서 1~2회를 보던 중, 소설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며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 단숨이라는 것이 사흘 정도 걸렸다만.
내가 받은 책은 총 두 권의 소설과 특별부록인 메이킹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겉표지는 드라마 포스터 2종으로 디자인되었고, 속표지는 삽화 작가가 그린 귀여운 일러스트 디자인으로 되어있다. 첫번째 사진이 속표지 디자인이다. 그리고, 2002년 출간된 초판이 단권인 것에 비해 개정판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줄기가 되는 커다란 설정 외 세부적인 설정 및 이야기 전개는 2016년 현재에 맞게 각색되었다.
소설은 이별을 전제로 한 6개월의 계약연애를 하게 된 두 주인공 재인과 다현이, 계약에 따른 의무적인 만남을 반복하며 차츰 '진짜' 연애를 하게 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서로 다른 환경이 주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해, (공증받은) 계약서에 따라 이별을 하게 되지만, 그 이별의 아픔 속에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불안한 미래보다 사랑을 잃은 상실감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앞으로의 나날이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불안한 미래를 사랑으로 극복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내용이 짧지는 않지만 단숨에 읽어 내려갈 만큼의 재미가 있었다. 읽는 내내 달콤해서 미소가 지어졌고 즐거워서 웃음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 소설을 좀 더 달콤하게 읽는 방법은 드라마와 함께 보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전체적인 틀은 드라마와 소설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세부적인 몇몇 설정은 조금 다르다. 아마도 몇몇 설정이 달라진 것은 짧은 시간의 드라마 내에서 원활한 진행을 위한 변경이었을 것이고, 그것은 꽤나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또한, 소설에는 있고 드라마에는 없는 장면이 있고, 소설에는 없으나 드라마에는 있는 장면들도 있어서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는 재인과 다다의 연애담은 드라마 쪽이 훨씬 더 달콤하고 예뻤다.
"우리, 남들처럼 만났으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그 또한 다현의 고민을 알 것 같았다. 재인도 같은 고민으로 내내 생각에 잠기곤 했다.
처음부터 계약서 따위는 쓰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부터 끝을 생각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취해서 알아들을지 모르겠다."
술과 잠에 취해 눈을 깜박거리는 다현의 얼굴을 재인이 똑바로 마주쳤다.
술김인데도 다현이 그를 피해 허리를 젖혔다.
"난, 진심이야. 당신, 힘들어도 따라올래? 끝까지 가볼래?"
"그럴까요, 우리? 근데, 그러고 싶은데...... 그러니까......"
- 1%의 어떤 것, 2권 / p. 143 -
그리고 소설은 빠르게 진행되는 드라마 내에서 자칫 놓칠 수 있었던 재인과 다다의 감정선을 찬찬히 다뤄줘서 좋았다. 또한, 드라마를 보며 두 사람이 저렇게나 사랑하는데 굳이 왜 이별을 해야만 하는가, 에 대해서 약간 납득이 안됐었는데 ... 소설에서는 그 부분이 어느정도 이해가 됐다.
모든 연애의 시작은 사랑이어야 했지만, 이들의 연애는 이별을 정해놓고 시작되었다. 유언장으로 인해 시작된 만남, 정해진 이별,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가는 연애. 그 과정에서 재인은 자신의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했으나, 제대로 된 말로서 표현하지 않으며 두 사람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던 것 같다.
이야기는 사랑 하나로 극복하기에 두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살아가는 환경이 너무나 다름을 끊임없이 이야기 했으나, 결국 너무나 다른 시간과 환경을 사랑하기에 희생하고 노력하며 극복하기로 맹세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내게 된다.
"꿈인 줄 알았어. 이번에도."
나직한 고백. '이번에도' 라는 말이 화살처럼 와서 박혔다.
그녀 역시 그랬다. 밤마다 그의 꿈을 꿨고, 꿈속에서 행복했다. 그리고 꿈이어서 힘들었다.
"꿈, 아니에요."
다현이 그와 시선을 마주하고 그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짙은 눈썹, 잘 뻗은 콧날, 그리고 입술.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그가 내 곁에 있었다. 그의 옆자리에 내가 있었다.
"그래, 꿈은 아닌 거 같다. 다행이야."
- 1%의 어떤 것, 2권 / p. 335~336 -
2/
초판이 2002년에 발행되었고, 나는 2003년에 이 책을 구입하고 읽었던 듯 하다. 그 후 2006년에 한 번 더 읽었다고 기록이 되어있다. 최근, 드라마를 보며 한 번 더 대강 훑어보기는 했으나, 제대로 읽지는 않아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다. 명확하지 않아 또 한 번 대강 훑어 봤다고 한다. 초판과 개정판은 2002년과 2016년의 차이 만큼의 변화가 있으므로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두 이야기의 다른 점 몇가지를 말해보자면, 우선 다현이 독립해서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고 그녀의 특별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값인 천재 설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현과 이회장의 첫만남이 달라졌다. 초판에서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주고 짐을 들어주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개정판에서 산에서 의식을 잃은 이회장을 발견한 다현이 그를 구하고 간호하고 병원비까지 지불하며 그 인연이 시작된다.
또한, 재인의 부모들에 관한 설정이 달라졌다. 재인이 큰집 양자로 들어가는 이유가 미묘하게 달라졌달까. 무엇보다, 재인의 친부모의 사연이 달라짐으로 인해 재인의 상처는 더욱 깊어졌고, 다현과 함께하는 미래를 망설이고 그 끝에서 그녀를 놓아줄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런 달라진 설정들은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나갔기에 여러모로 만족스러웠으나, 하나 마음에 안드는 변화를 말하자면, 쿨하고 다정하고 멋있었던 서현이, 시니컬한 동생바보 어그로꾼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첫 만남부터 재인과 합이 잘 맞아서 친구까지 되어버린 초판의 서현과 달리, 개정판의 서현은 어떤 이유에서 재인에게 적대감을 보이게 되고 편견이 동반된 합리적인 이유로 둘 사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방해하게 된다. ...초판의 서현은 꽤나 호감이었는데 개정판의 서현은 영.... 흡ㅠ.
그 외, 달라진 설정들이 꽤 있으나 그걸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려울 듯 하고, 큰 틀과 두 주인공을 놓아두고 그 주변의 세세한 설정이 변화하며 이야기는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그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는 변주가 있었다. 사랑하기에 결혼을 해야한다는 초판의 직진남 재인과 달리 개정판의 재인은 현실적인 이유와 불안한 미래로 인해 머뭇거리게 되고, 주변의 설득과 재인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다현의 머뭇거림까지 겹쳐지며 두 사람은 한 번의 이별까지 맞이하며 이야기는 더 풍성하게 진행된다. 역시, 중간에 이별이 있어야 뭔가 더 애절하고 극적인 느낌이 드는구나, 싶기도 했고.
오늘이, 그리고 지금이 마지막이다.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정말이지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재인이 다현의 손목을 잡아 다시 끌어안았다.
지금 이 순간, 서로에게 전해지는 서로의 심장 소리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너무 좋은 여자 만나지 마요. 그럼 그 여자 불쌍하잖아요."
"넌 좋은 남자 만나. 그래야 내가 좀 덜 미안할테니까."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시간 따위, 생각할 틈이 없었다.
서로의 가슴에 안겨 있는, 서로의 마음에 남겨두고 가는 그들 때문에.
- 1%의 어떤 것, 2권 / p. 279~280 -
3/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 어디었을까, 생각을 했는데... 드라마 오리지널 장면들까지 섞여서 뒤죽박죽 많이도 생각이 난다. 그 중, 소설 속 묘사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하나를 말하자면, 재인과 다다의 두번째 만남이 있었던 전통찻집 앞에서 투닥거리던 중, 그 순간의 재인이 마음을 스쳐간 감정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뭐랄까, 너무나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재인의 삶 속에 뛰어든 다현의 존재가 앞으로 그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를 암시하는 듯 했달까.
나른한 봄날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오늘따라 이상할 만큼 사방이 고요했다.
해가 지면서 어둑해지는 시간 속,
서늘한 바람과 함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오후의 한때였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부산스럽지 않은
이런 시간의 흐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 1%의 어떤 것, 1권 / p. 110 -
4/
뭔가 더 해야할 말이 남아있는 듯 한데,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고르고 고르다, 그냥 이 즈음에서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요즘따라 달콤하고 설레이는 드라마가 너무 좋은지라, 아니, 나는 언제나 이런 드라마를 가장 좋아했었다. 어쨌든, 드라마도 재미있게 봤고, 소설도 재미나게 읽었다. 그러다 초판도 잠깐씩 꺼내서 훑어봤고. 그저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볼 수 있는 달콤한 로맨스물이 고프다면 이 드라마와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 일러스트 출처 : http://blog.naver.com/jaerim15
* 짤 출처 : DC 1%의 어떤 것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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