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그저 바라 보다가(그바보) 2회 - 지수와 동백의 계약과 친구 사이

도희(dh) 2009. 5. 1. 22:03

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 2회.
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 (그바보) 2회는, '지수와 동백'의 '스캔들'로 인해서 동백에게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과 지수의 심난한 마음, 그리고 지수와 동백의 사소한 의견차이(!)로 인해서 일어나는 갈등으로 드라마를 그려나갔습니다.

나중에도 이야기하겠지만, 이 드라마 '그바보'를 보는내내 참 재미있었던 것은... 같은 소재의 드라마 '스타의 연인'과 '그바보'는 '여자스타와 평범남의 사랑'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타의 연인'에서 '마리와 철수'의 스캔들이 '철수'를 '마리'의 돈을 보고 접근한 '나쁜놈'으로 언론과 대중이 몰아가며 그들의 사랑에 돌을 던진 것에 반해, '그바보(그저 바라 보다가)'에서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려지며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게된다는 거였죠. 그래서, 참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두 드라마 속의 그들의 관계와 주어진 상황들에 세세하게 들어가보면 '이마리'와 '한지수'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남주들과의 첫만남과 관계 등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긴하지만, 잔인한 판타지를 그린 '스타의 연인'과 달리 '그저 바라 보다가'는 아름다운 판타지를 그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듯 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1. 저, 저랑 사귀는 사이로 해주실래요? (한지수)

그러니까... 앞으로 6개월을... 제가.. 한지수씨.. 애인이라구요? (구동백)

스캔들의 위기에서 강모를 지켜주기위한 지수는 동백에게 '6개월'간의 '연애'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머리로는 '거절'해야한다며 몇번이나 다짐한 동백은 지수의 간절한 부탁에 승낙을 하게되네요. 그렇게 조작스캔들을 만들기위해서 수영장에서 연인인 척 연기를 하는 두 사람.

카메라를 의식하며 어색한 미소를 내내 짓고있던 동백과 그런 동백을 리드하느라 이래저래 진땀흘리는 듯 보이던 지수. 참 어설프던데, 기자들의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그저 다정한 연인으로만 보였던가봅니다. (^^)

그저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그들의 사랑이 '까칠한 시선'보다는 '예쁜사랑'으로 비춰지는 듯 했습니다.
톱스타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에 삐딱한 시선없이 그저 '축복'하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니말이죠.
아마 '한지수'의 평소이미지가 무척 깨끗하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구동백과의 스캔들또한 지수의 첫번째 스캔들일테고, 그렇기에 기자들과 많은 사람들이 믿어주고 축복해주는 것은 아닐까.




2. 구동백씨는, 우리 중앙우체국 마스코트입니다! (국장)
우체국에서 7년을 근무해도 존재감이라곤 전혀없던 구박뎅이 구동백은 '한지수'와의 스캔들 하나로 '중앙우체국의 마스코트'로 급상승합니다. 안경을 쓰고 나타나도 아무도 못알아보고, 엘리베이터에 갇혀도 방치되던 구동백은, 우체국의 메인모델이 되고, 점심시간에 화장실간다고 사람들이 줄줄이 기다려주고, 자신의 핸드폰번호조차 모르던 직장상사는 자신을 VIP대접해주고, 밥먹으러 간 식당의 주인은 서비스 해물파전과 포토타임까지 요구하는.

연예인, 그 것도 톱스타와 사귄다고 이렇게 신분이 급상승할 수 있다니, 드라마이기에 과장되게 그려서 이렇게 표현된 것이겠죠? 시.. 실제로도 저러려나? (^^)

물론, 그들이 구동백에게 그렇게 살갑고 친절하게 구는 것은 모두 '원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체국의 모델로 '한지수'를 내세우고 싶은 국장. 우체국 체육대회에 한지수를 초대하고 싶은 우체국 사람들.
한지수와 사귀는 동백을 의심하고 질투하기보다는, 동백을 이용해서 한지수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어하는 그들이, 동백만큼 순진무구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속물적인 사람들도 아닌 듯 해서 그냥, 웃음만 나왔습니다. 물론, 그들이 동백을 의심하기엔, 동백이 너무나 지나치게 순박해서 '거짓말'이 뭔지도 모를 듯한 그 이미지 때문이기도 한 듯 합니다. (^^)

그나저나, 저는 동백이 지수에게 '보험'이라도 하나 권할 줄 알았었습니다. 아님, 매니저한테라도...
무실적을 달성한 동백,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3. 6개월이 ...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어. (한지수)

6개월이 ...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어, 언니.
그냥 눈한번 감았다뜨면 다 지나가있었으면 좋겠어. (한지수)


동백과의 거짓스캔들을 터뜨려, 연애를 시작한 지수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현실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강모의 부친에게서 모욕적인 대우와 말까지 들어버린 지수는 여태껏 참아왔던 스트레스가 폭팔해버리는 듯 하더군요.

전에도 잠시 말했지만 현재까지 그려진 한지수란 캐릭터는, 여타드라마의 '톱스타'들과 달리 '사람냄새'나는 '아픔을 간직한' 여배우입니다. 내내 가라앉은 분위기로 극의 초반을 끌어가며, '나는 어딘가 마음의 아픔과 상처를 담고사는 아이에요'를 온 몸으로 뿜어낸달까? 지금은 주요사건의 '시작'을 위해서 만들어내는 분위기일 뿐, 극 초중반부터는 좀 밝은 분위기로 전환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있습니다. 

한지수역을 맡은 김아중씨는, 톱스타라기엔 어딘가 2% 부족한 느낌은 들지만, 사람냄새나는 여배우, 한지수로서는 나쁘지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근데, '한지수급'의 '여배우'는 현실에 누가 있을까요?
여우주연상을 2년 연속 받을 정도로 연기력과 작품을 보는 눈, 패션쇼장에도 가끔 서주는 정도의 인지도, 화가난 사람도 그녀의 싸인이면 금새 마음이 풀리고, 그녀가 움직이면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멈추고 따르게되는 정도의 인기라...?





4.  그럼 어쩌라는 건에요? 구동백씨는 차를 받을 수 없고 나는 친구가 되줄 수 없는데. (한지수)

언제까지 그럴꺼에요. 언제까지 그렇게 혼자만 착한 척 할꺼냐구요.
거래라고 했잖아요. 내가 구동백씨한테 도움을 받으니까,
구동백씨도 이 차를 받아야 거래가 성립될 거 아니에요.
내 말 못알아들어요? 이해못해요? (한지수)

우리가 거래를 한 거였나요?
저는 그냥, 팬으로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시길래 도와드리고
그 댓가로 친구가 되는 뭐, 그런 걸 생각했습니다.
(중략)
뭔가 저에게 꼭 해줘야겠다면, 이 차대신에 저희 체육대회에 와 주십시요.
제가 필요한 건 바로 그겁니다. (구동백)


그렇게 강모와의 사랑이 불안해지고, 거짓연애에 대한 부담감과 그럴 수 밖에없는 현실에 대한 짜증이 모두 쌓여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동백에게 지수는 괜시리 투정을 부립니다. 그리고, 동백과의 사이를 확실하게 그어버리려는 지수에게 동백은 '계약'이 아닌 '친구'이길 바란다고 말하네요.

'언제까지 그렇게 착한 척 할거냐'라고 동백에게 하는 지수의 말이, 자신에게 되묻는 듯 느껴졌습니다.
강모를 위해서, 그 사랑을 지키기위해서 내내 희생하는 자신에게 '넌 언제까지 그렇게 착한 척 할꺼야.'라고 묻는 듯한 느낌. 사랑을 지키기위한 모든 희생이 아니고 행복이라는 주문을 외우는 것이 점점 지쳐가는 것처럼.

계약으로서 선을긋고 일로서 동백과 마주하려는 지수와 사람과의 관계를 계약이니 거래따위로 얼룩지게 하지않고 그저 '친구'로 지내고 싶었던 동백. 동백은 자신이 가장 필요하고, 주변사람들이 원하는 '체육대회 참가'로 그녀가 그토록 해주고싶어하던 댓가를 치루게 해주며 일단락 지어버립니다.

그리고, 어색한 상황 속에, 두 사람은 어색하게 그 관계를 연기하며 유지시켜 나가게 되네요.
길을 걷다가, 지수의 전광판 앞에서, 괜시리 딱밤을 때리며 화풀이하는 동백이, 참 동백스러웠습니다.





5. 왜 거짓말했어요? / 근데, 왜.. 왜 왔어요? (한지수 & 구동백)

왜, 거짓말했어요?
근데, 왜... 왜 왔어요?
할 얘기 있어서요.
(핸드폰줄 보이며) 이거요, 진짜 촌스러워요. 그 얘기 하려고 왔어요.

네. 그거 많이 촌스럽나요? 거북이말고 양도 있었는데... 양으로 할 걸그랬나? 거북이가 좀 촌스럽죠?
거북이라서 촌스러운게 아니라, 누런 황금이라 촌스러운건데.
아, 그런겁니까? 전, 황금이면 최고니까, 나중에 팔 때도 제 값 받을 수도 있고.
아휴, 제가 안목이 이렇습니다.
농담이에요.
아, 농담입니까? 전 진담인 줄 알고. 제가 농담하고 진담하고 구분을 잘 못합니다. 제가 이렇습니다.
(한지수 & 구동백)

동백은 지수의 상처의 일부분을 알게되며 심난해집니다.
그녀가 투정부린다고, 되받아치듯 함께 토라져버린 자신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더이상 짐을 지워주지 말자고 생각했는지, '체육대회취소'라는 거짓말로 그녀와의 약속을 깨기로 합니다.

그리고 지수는, 그런 동백에게 차갑게대한 것이 미안하지만 어찌할 줄 모르고있던 찰나, 동백의 순수한 마음을 보게됩니다. 그리고, 동백의 체육대회를 찾아가 그를 응원하게 됩니다. 한지수의 불참에 동백을 타박하던 우체국사람들 앞에 멋지게 등장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동백은 또다시 영웅(!)이 되어버립니다.

아마, 두 사람은 이로서 '계약'에서 '친구'로 가는 그 첫걸음을 걷게된 듯 보였습니다.
삶과 사랑에 지쳐가는 지수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동백.
지수가 그런 동백에게 점점 동화되어가고, 동백이 그런 지수를 점점 감싸안아주려나?
다음주 쯤이면, 계약결혼을 하게되는 듯 보였습니다. 결혼 후의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무척 재미있는 것이, 유입키워드에 '그바보 표절논란'이 꽤나 많았다는 겁니다.
그런 말이 있더라~ 였는데, 낚여서 들어오신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에 한번, 표절논란 작품들을 보고, 비교글 써보고싶기도 하네요.(^^)

동시간대에 방영 중인 씨티홀도 1회는 봤는데, 무척 재미있더군요. 교묘한 정치풍자에 너무너무 웃어버렸달까?
틈틈히 보게될 것 같습니다.

황정민씨가 그려내는 구동백은, 구동백 그 자체로, 그저 동백 보다가 시간이 흘렀다는 말을 하고싶을 정도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김아중씨의 한지수가 우울한 옷을 조금씩 벗어버리고 조금은 밝게 살아나서,  두 사람의 동백과 지수의 이야기가 알콩달콩 티격태격해진다면, 극의 더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가 생기더군요. 그리고 조연캐릭터들의 개성도 앞으로 잘 살려주시겠죠? 아직까진 '구동백' '한지수'를 살리느라, 조연캐릭터를 덜 살린 느낌이 들어서. 
아, 이수영씨도 드디어 출연하셨었습니다. 생각보다 나쁘지않아서 '진짜 이수영인가?'하며 봤습니다.

'그 바보' 2회는, 첫회에선 느끼지못했떤 아주 작은 설레임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쭉 볼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