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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생소묵 : 마이 선샤인 13회) 니가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도희(dh) 2015. 9. 30. 06:45

 

고요한 이별의 연주 소리에 

이 밤 케임브리지도 침묵하네

 

- 마이 선샤인 13회 -

 


 

 

이천은 아무 희망도 없었지만 

해마다 그렇게 널 기다렸거든.

 

- 마이 선샤인 13회 / 허이메이 -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해서 일을 하던 이천은 위출혈로 쓰러지고, 결국 입원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간 이천의 사정을 알고 있는 친구이자 동료인 샹헝은 모성을 찾아, 모성은 몰랐던 이천의 모습을 알려준다. 처음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성과 사귀며 이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지금, 이천이 어떤 상황인지. 그렇게, 쉬헝의 도움으로 이천의 현재 상태와 있는 곳을 알게된 모성은 바로 달려가게 되고, 그 곳에서 이메이와 마주치게 된다. 

 

이천의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이메이는, 이천의 약해진 모습을 보며 과거 그녀가 보았던 모성을 향한 이천의 마음을 떠올리며, 둘 사이를 갈라놓은 책임을 느끼며 이천을 도와주고자 한다. 그런 결심을 한 순간 마주친 모성. 이메이는 망설임없이 모성을 이천의 집으로 데려가고, 그 곳에서, 모성은, 그녀 자신은 몰랐던, 이천의 지난 7년, 아무 희망도 없는 그 시간 속에서 언제나 자신을 기다려왔던, 그 한결같은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그 간절한 마음이 모성에게 닿았다.

 

빈 종이, 빈 창가, 끝없이 이천의 이름을 쓰며 

그를 그리워했던 그녀...

 

책의 빈 페이지마다 모성의 이름을 뜻하는 쉬즈모의 시를 쓰는 것으로 

그녀를 그리워했던 그...

 

이름의 의미. 

말주변이 없어서 그 것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니 '너에게 닿기를' 1기 몇 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쿠로누마 사와코와 카제하야 쇼타, 둘이서 출석부의 이름을 쓰기위해 남았을 때, 카제하야가 쿠로누마의 이름을 쓰고, 그 것을 본 쿠로누마의 설레임. 카제하야의 이름을 쓰는 순간 느낀 쿠로누마의 설레임. ...그런 설레임과 닮은 무언가가, 지난 7년 간 서로를 그리워하며, 그 그리움의 순간마다 상대의 이름을 끊임없이 써왔을 두 사람의 감정에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모르겠어?

우리는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7년이라는 세월이 모든 걸 바꿔 놓았단 말이야.

 

- 마이 선샤인 13회 / 자오모성 -

 

나는, 모성이 이천과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이유에, 그녀에게는 그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렇기에 확신만 갖게 된다면 되지 않을까, 생각 했었다. 그러나, 쉬헝과 이메이의 도움으로 이천의 마음을 알게된 현재, 그렇게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에 확신을 갖게된 순간, 모성은 그의 매정하지 못한 마음을 나무란다. 7년이란 세월이 바꿔놓은 현재,에 주저 앉으려고 했다. 

 

"이혼한 몸으로 어떻게 돌아가겠어. 나한테는 과분한 사람이야. 아름다운 과거는 추억으로 간직해야지. 다시 꺼내서 깨뜨리면 안돼. 그렇지 않으면... 서로 변해버린 걸 확인할 뿐이야." 

 

모성의 마음 한 켠에는 원홍의 말이 내내 맴돌아 하나의 이유가 사라진 순간, 다른 이유를 대며 그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듯 했다. 그 억누름의 끝에는 결국, 그와 함께하지 못한 7년을 잘라낼 수 없기에 그를 향한 감정을, 그와의 관계를, 잘라내고자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천을 향하는 자신의 감정에 온갖 이유를 대며 억누르는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잠든 이천에게 입맞춤을 하게 된다. 그를 향한 그녀의 작별 인사였는지, 그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그녀의 진심이었는지. 후에 보인 그녀의 행동들을 보면, 후자가 아닐까, 싶다. 온갖 이유를 대며 억누르는 마음의 틈에서 흘러나온, 본심...이라고 해야할까. 도대체, 그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애써 억누른 마음에 틈에서 흘러나온 감정이 만들어낸 행동... 일지도. 

 

아마도, 이천의 마음이 닿아버린 순간, 그의 사랑에 확신을 갖게된 순간, 애써 견고하게 쌓아둔 모성의 마음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애써 억눌러도 결국은 틈이 생겼고, 그 틈을 통해 그를 향한 그녀의 간절한 마음, 그 감정이 흘러나온 것이 아닐런지. 역시, 확신만 갖게 된다면 다 되는 것이었나보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7년이란 시간동안 한결같이 자신을 그리워하고 기다려준 그의 길고도 깊은 사랑을 알아버린 이상, 가장 간절히 원하던 것을 확인하게된 순간, 더이상 망설이며 그 감정을 억누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아닐런지. 너무 오랜 시간 간절히 원했으나, 가질 수 없다고 여겼기에 억눌러온 시간이 길었던 만큼, 스스로가 쉽게 인정하지는 못하는 듯 했지만. 혹은, 용기의 부족일까.

 

결국, 이천은 눈을 떴고,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당황했고, 그 이유를 물었으나, 지금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당황한 모성은, 혼란에 빠졌고,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게 된다. 회복이 덜된 이천은 그런 모성을 쫒아가지 못했다.

 

 

 

모성이한테 크게 한 방 맞아서 확실히 정신을 차렸거든.

이제 모성이랑 완전히 끝났어.

정확히 말하면... 나 혼자 바라던 게 완전히 끝난 거지.

 

- 마이 선샤인 13회 / 허이천 -

 

결혼을 했(었)다는 모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워지지 않는 감정. 그 감정을 어쩌지 못해, 술을 마시고, 또 마시고, 일에 매달리고, 또 매달리며 스스로를 몰아붙히던 이천은 결국, 위출혈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입원해있던 그를 찾아온 모성은, 잠든 그에게 입맞춤을 했고, 그 상황에 대한, 이유를 묻는 그를 뿌리치고 도망갔다. 그렇게 이천은 혼자 남겨졌다.

 

아마도, 이날, 모성에게 농락당했다고 생각할 것만 같은 이천은, 이 사건으로 인해 내내 지워지지 않던, 그래서 어쩌지 못한, 모성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게 되었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바람이 완전히 끝났다고 했다. 그가 바라는 것. 그 것은 아마, 모성과 평생 함께하는 것이 아닐런지. 그게 정말로 그리 쉽게 정리될 수 있는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적어도 그녀를 향한 미련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리지 않을 자신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미련이 아닌, 미움 혹은 증오, 그런 감정으로 그녀에 대한 마음을 억누르고 차단할 자신이 생긴 걸지도. 

 

한편,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날의 자신이 했던 행동을 되새기던 모성은, 이 세상이 아무리 넓어도 이천이 없는 곳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초록색 글의 부분은 원작 번역본에 나온 문장/5장-회상)

 

 

 

아직도 모르겠어?

넌 어디를 가도 이천을 벗어날 수 없어.

 

- 마이 선샤인 13회 / 자오모성 -

 

어디를 가도 이천을 벗어날 수 없다, 라는 생각에 다다른 모성은 그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굳이 달려서 이천의 집으로 향한다. 모성의 집에서 이천의 집 거리가 가까운가, 굳이 달려갈 필요가 있는가, 택시를 타지, 등등의 생각을 했다는 건 그냥 모르는 척 하자. 이렇게 달려가야 이천을 향한 모성의 감정이 더 간절하게 느껴지니 이런 연출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라며. 

 

아무튼, 이렇게 아무리 밀어내고 억눌러도 새어나오는 감정, 그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 이천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을 알게된 순간,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또다시 그를 놓치지 않기위해 달려가는 모성의 모습을 보며... 미국에서의 7년으로 인해 쭈구리가 되어버렸던 모성이, 드디어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하는구나, 그 시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성은 그런 아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랑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내가 먼저 다가가 그 사랑을 쟁취하는 아이. 그렇기에 과거 철벽이던 이천이 보인 작은 틈마저 놓치지 않고 결국 그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아는 밝고 당당하고 용기있는 때론 뻔뻔한, 그 뻔뻔함조차 사랑스러운 아이. 그래서, 현재의 이천이 모성에게 부러 틈을 보였으나, 쭈굴모드인 모성은 그걸 캐치하지 못했고, 혹은 외면했고, 결국, 뒤늦게 그 틈을 파고들 용기를 내며 그렇게 달려가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그렇게 퇴근한 이천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모성과, 그런 모성과 마주한 이천. ...저 상황에서 이천이 모성을 외면한 것에는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냥 외면하기엔 모성이 굉장히 귀엽고 이뻤기에. 모성을 외면하는 순간 보인 이천의 표정에서 뭔가 꾹 참는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주먹을 꽉 쥐는 장면 한 컷이라도 클로즈업을 했다면, 이천이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고 외면한다는 것이 더 와닿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라.

 

아무튼, 

현재 리뷰를 쓰는 13회까지 통틀어서 가장 엔딩다운 엔딩을 맞이한 13회였다. 

현재 본 20회까지 통들어도 그러하다고 한다.

 

 

&..

 

1> 한달 조금 더 전에 대표이미지와 소제목까지 써놓은 걸, 문득 발견하고 이렇게 부랴부랴 써보는 중이다. 현재, 드라마는 20회까지 방영되었다. (...) 사실, 요즘 보는 회차와 내가 써야하는 회차의 분위기가 안맞아서 나홀로 헷갈리는 중이기도 하다. 얼른 따라잡아야지. 그러나, 언제까지, 라고 정하는 건 못하겠다. 이제는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서. 한가지 확실한 건, 난 이 드라마 리뷰를 늦게라도 꼭 다 쓰고 말 것이라는 나의 의지 정도? 

 

2> 아, 20회에 관련한 짧은 평을 조금 하자면... 오글거림과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응휘랑 이천 하는 짓을 보며 부끄러워서 몸둘바를 몰라하며 봤다고 한다.

 

3> ...소제목은 노래 제목으로, 드라마 [호구의 사랑] OST에 수록된 곡이다. 이 노래의 제목을 쓴 이유는, 처음에 모성의 이름을 뜻하는 쉬즈모의 시로 하려니 너무 길어서, 및 모성에게 이천의 마음, 사랑이 닿는데 일조한 것이 '이름'이었고, 그 순간, 모성의 7년, 그 속에서 쓴 이천의 이름들이 떠올라서... 갖다 썼다. 사실, 센스 따위 존재하지 않는 나인지라 리뷰와 소제목은 별달리 연결점이 없을 때가 많지만... 나름 고민은 한달까. 흠.

 

 

 

아직도 내가 좋아?

 

- 마이 선샤인 13회 / 자오모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