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몹시 두려웠어.
그 사람을 볼 때마다
그 달콤한 피를 먹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거든.
한참 후에 알게됐어. 그건, 사랑이란걸.
뱀파이어인 내가 인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먹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달콤한 피를 가진 사람.
인간을 사랑하게된 뱀파이어에게 달콤한 피는 운명이야.
- 오렌지 마말레이드 3회 / 백마리 -
너는 달콤한 피가 흐르는 사람. 거부하기 힘든 피가 흘러.
뱀파이어인 내가 가까이 가기엔 너는 너무나 위험한데,
왜 하필 너인 건데?
- 오렌지 마말레이드 3회 / 백마리 -
재민의 목키스로 인해 요 얼마간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록 유혹을 느꼈던 달콤한 피가 모두 한 사람의 것이며, 그 것이 최근들어 묘하게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 정재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마리는, 그의 존재와 자신의 감정에 대한 끝없는 고민에 들어간다. 그렇게, 그에게 신경이 쓰이던 어느 날, 동생을 잃어버리는 사건을 통해 뱀파이어인 자신과 인간인 그와의 거리, 그 다름에 대해 깨닫게 된다. 게다가, 그 사건으로 인해 그와 자신의 관계가 공식화되며 수많은 아이들의 시선과 관심이 부담스러워진 마리는, 재민을 찾아가 그간 미뤄뒀던 사과와 더불어 사람들의 불필요한 관심에 더 주눅들고 그래서 더 눈치보이는, 주목받는데 항상 익숙하고 어디서나 당당한 그와는 다른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 후, 마리의 자작곡을 재민이 연주하고, 마리는 그 연주를 들어주고, 재민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이야기하며 고백을 곁들이는 것으로 여심을 흔들어대고, 그런 재민에게 마리는 어줍잖은 충고나 위로가 아닌 가벼운 농담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너의 사정은 사정인채로, 너의 마음은 마음인채로, 나는 받아들인다, 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뭐라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결국 서로를 알아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뱀파이어이기에 타인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깊은 어둠 속에 숨어 꿈을 잃어버린 마리와, 모두의 관심 속에 살아가지만 뱀파이어를 사랑한 엄마로 인해 타인과의 소통에 일정거리를 두고서 살아가며 엄마에 대한 뒷끝으로 꿈을 버린 채 살아가는 재민. ...그렇게 각자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기에 교감, 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것이 있는 듯한 그런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그 것은... 말하지 않아도 '음악'이 있기에 가능하다, 라고 전개가 되는 듯 했고.
즐거운 시작이 꼭 해피엔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해서
모든 시작 앞에서 움츠려들기만 하는 건 그만할래.
하필이면 달콤한 피를 가진 정재민.
너와 함께 하는 시작이어서 더 두렵긴 하지만.
이번 한 번만 나를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좋아하는 건 좋아한다고, 하고 싶은 건 하고 싶다고.
단 한 번만이라도.
- 오렌지 마말레이드 3회 / 백마리 -
그렇게, 1,2회가 이 드라마의 세계관에 관한 설명, 주요 인물들의 사정, 그리고 백마리를 향한 정재민의 관심과 기울어가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면, 3회는 요 얼마간 유혹을 느꼈던 달콤한 피가 모두 한 사람이며, 그 것이 최근 묘하게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 정재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마리가, 그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인정을 하는 과정을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 어느 순간 액샐을 밟은 듯 급속도를 내며 그려나갔다. 대부분은 내레이션을 통해서. 아.. 그 빠른 전개 속에서, 마리와 재민을 주축으로 밴드부가 만들어지고 무대에 오르는 과정 및 그 속에서 썸을 열심히 타주시는 마리와 재민의 모습도 그려졌다.
3회의 내용을 2회차로 풀어서 그렸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뭐랄까, 너무 대사와 내레이션으로 상황과 감정을 풀어내는 듯 한 듯 싶어서 말이다. 물론, 1~2회이 서서히 느껴지던 캐릭터의 감정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내레이션이 흘러나와며 그 감정이 마음에 와닿았다면, 3회는 내레이션으로 캐릭터가 현재 어떤 감정을 가지고 혼란을 느끼고 있는가에 대해 설명을 하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3회에서는 위의 장면, 텅 빈 밴드부에서 둘이서 음악으로 교감을 나누는 저 장면이 꽤 마음에 닿았던 것 같다. 꾹꾹 눌러왔던 자신의 감정을 쉼없이 토해내는 마리와 그런 마리가 말하는 다름과 차이에 대해 인정을 하는 재민. 재민의 사정을 어줍잖은 위로와 충고가 아닌 그 자체로 받아들인 마리. 그리고 '음악'으로 교감을 하는 모습에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감정이 느껴졌다. 너를 통해 꿈을 찾고, 너를 통해 꿈을 꾸겠노라, 말하는 듯도 했고. 그 다음 장면부터 밴드부가 급 결성되며 극의 분위기가 급 전환이 되어 그 달라진 분위기에 적응이 필요하긴 했다만.
나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애가 아니야.
근데, 널 좋아해서, 미안해.
- 오렌지 마말레이드 3회 / 백마리 -
무대를 준비하며 재민과 썸을 타온 마리는, 밴드부 고문인 윤재와의 대화를 통해 그간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머리를 복잡하게 하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아무런 소원도 없이 올라간 소원등대에서, 곰곰히 생각한 끝에 떠오른 단 하나의 소원. 그리고, 그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 마리는 고백을 하게 된다. 재민은 그런 마리의 고백에 달콤한(이라고 쓰고 오글거리는 이라고 읽는다) 대답을 하는 것으로 마지막회 분위기를 연출해주신다. ...드라마의 급진적인 전개와 엔딩을 보며 3부작으로 축소되었는줄 착각할뻔했다. 그러기엔 풀어야할 이야기가 너무 많기는 했다만.
&..
1> 엔딩을 위해 이야기를 전개하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매 회 명장면은 역시 각 회의 엔딩. 개인적으로는 1회 엔딩이 가장 인상 깊었으나, 가장 강렬했던 것은 2회 엔딩이 아니었나 싶다. 3회 엔딩은 약간의 오글거림이 있었으나 그 만큼의 설렘도 있었던 엔딩이고. 3회 엔딩의 등대는 아마도 [맨도롱 또똣]의 2회 엔딩이었던가, ...정주와 건우가 해돋이를 보기 위해 올랐던 그 곳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3회 엔딩씬, 등대가 있는 절벽 풀샷 정말 이쁘더라.
2> 한시후의 감정선이 불친절한 것이 아쉽다. 이 드라마는 세 축으로 받쳐져있고 그 중 한 축이 한시후란 캐릭터라고 막연히 생각했기에. 아, 그의 감정선이라 의심되는 컷들과 대사들이 나오기는 했었다. 그 중에 궁금한 건... 그 학교 지붕엔 어떻게 올라간 걸까?
3> 총 12부작 중 중간의 5회 분량이 사극이라고 한다. 그 분량으로 인해 감성적으로 흐르던 드라마가 사건위주로 빠르게 전개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사극 분량이 꼭 필요할 정도로 매력적이길 바라는 중이다. 2회까지 봤을 때는 사극 분량도 약간 기대가 되었는데, 3회를 본 후에는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싶기도 하다. 아, 여주와 남주 스틸컷은 떴다.
4> 절제된 감정과 적은 대사량과 연출과 음악으로 인해 풋풋하게 느껴졌던 1~2회와 달리, 대사가 많아지고 감정적인 부분들이 보여지며 설익은 느낌에 당황하기도 했더랬다.
6> 마리가 지은 밴드명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의미. 그 의미는 결국,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7> 이 드라마의 세계관 속 뱀파이어의 평균 수명은 150살이라고 한다. 인간의 피를 먹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렌지를 먹을 때 보통 껍질은 먹지 않고 버리잖아요.
근데,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만들 땐 꼭 껍질을 넣거든요. 잘게 썰어서요.
그럼 아삭하게 씹히면서 새콤한 맛을 낸대요.
쓰레기통에 버려질 운명이었던 오렌지 껍질조차도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선 제맛을 내는데 꼭 필요한 거예요.
너는 다르니까 싫다고 버려지지 않아요. 우리 밴드는 그런 밴드면 어떨까 해서요.
다르다는 이유로 더 이상 밀쳐내지 않고,
오렌지 껍질처럼 쓸모없다고 외면받아왔던 것들에도 자리를 내주고,
함께 어울려서 담아낼 수 있는 마말레이드 같은 음악을 하면 어떨까, 하고...
- 밴드 '오렌지 마말레이드' 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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