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한열무의 동생 '한별' 살인 사건을 큰 줄기로 이야기를 꾸려나갔다. 처음에는 조금씩 그 사건에 대한 힌트를 하나 둘 흘리던 어느 순간 드라마는 이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해나가기 시작한다. 문희만이 이끌고 구동치와 한열무 그리고 강수가 속한 민생안전팀이 맡은 사건은 어느 순간 <한별 살인 사건>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거대 세력과 맞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게 된다.
구동치를 범인으로 의심해서 검사가 되어 민생안전팀에 들어온 한열무, 구동치의 도움으로 그의 수사관이 된 강수, 한열무를 막기위해 민생안전팀에 오게된 문희만. 그렇게 <한별 살인 사건>과 연관된 네 사람은 운명인지 필연인지 '민생안전팀'에서 모이게 된다. 지랄같은 진실도 운명이라는게 있기에 사람을 끌어들인다(힐러 7회, 기영재)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내 이야기를 꼬아대서 처음 이 드라마에 가졌던 매력이 조금씩 감퇴되는 어느순간 의식의 흐름대로 시청하게 만든 이 드라마는, 마지막회를 남겨두고서야 악의 축 '박만근'의 정체를 밝히게 된다. 그의 정체는 첫 등장부터 '저 배우가 고작 저런 캐릭터를 할 것 같지는 않은데..'라며 내내 의심의 눈초리만 보내다가 아무런 액션이 없자 '저런 캐릭터인가보다' 라며 어느 순간 안심을 해버린 최광국이었다. 자신의 악행에 대한 그 어떤 흔적도 남겨두지 않은, 거대한 권력을 가진 그를, 그 어떤 증거도 없는 문희만과 구동치가 과연 무너뜨릴 수 있을까, 라며 최종회를 시청했다.
최종회는 법정에서 시작되었다. 문득, 드라마 '파트너'가 떠올랐다. 그 드라마도 최종회는 법정에서 시작해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연출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런 형식으로 갈까, 라며 시청을 했더랬다. 물론, 그런 형식은 아니었지만 재판을 하는 모습과 남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모습을 교차편집하며 보여줬고, 결국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게 됨으로서 정의를 실현시키게 된다. 그리고, 오랜 만에 이 드라마를 보면서 꽤나 긴장했고 몰입했다.
(몰입은 했는데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아..'거려지는 걸 보니.. 마지막회도 어쩐지 난 의식의 흐름대로 본건가? 간간히 좀 이상하다 싶게 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회상'이었나보다. 난 그걸 진작 눈치채지 못했고. 흠;)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보여진 텅 빈 민생안전팀. 그 쓸쓸함이 가슴 서늘하게 만들었다. 어쩐지, 최광국은 잡아 넣었으나 화영을 거스른 그들은 무사하지 못했다, 말하는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3년 후, 여전히 검사 일을 하는 한열무를 보니 그들은 어찌되었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드라마는 반쪽이라도 될까 싶은 해피엔딩의 열린 결말이었다.
특히, 문희만의 최후에 관해 그가 내내 말한 것처럼, 최광국의 협박처럼, 그가 과연 죽었을지, 도 시청자의 상상에 맡기게 만들었다. 내 상상은 죽었다는 것이다. 문희만의 뒷좌석에 앉아있던 인물은 감사팀이었고, 그렇게 여전히 검찰 깊숙히 화영의 세력이 뻗어있음을 알리는 동시에, 증거를 수집하는 검사들과 사실은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정창기의 뒤를 밟기만 하는 그를 보여주며 그 시점에서 화영은 최광국을 버린 것일까, 싶기도 했다. 화영이 손을 놓았기에 이종국을 잡을 수 있었던 그 때처럼 그래서 그들은 최광국을 잡을 수 있었다는 걸까, 라는 생각을 들게끔 만들었다. 또한, 최광국은 항소를 했을 것이고 (죽었다는 가정 하에) 문희만도 없고, 구동치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형량이 줄거나 판결이 뒤집히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이 드라마가 내내 보여줬던 찜찜함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오만과 편견. 이 드라마는, 이러한 오만과 저러한 편견들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자신은 평생 죄를 짓지 않을 줄 알았다는 구동치와 자신은 거대한 악은 따로 있는 줄 알았다는 문희만의 대화를 통해서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죄에 관한 오만과 악에 대한 편견이라는.
&..
1> 처음 이 드라마는 구동치와 한열무의 인연에서 시작된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의 마지막은 두 사람의 인연으로 마무리된다. 개인적인으로 3년 후는 사족처럼 느껴졌다. 그냥, '민생안전팀'의 사진으로 엔딩을 맺었다면 더 오래 그 가슴 서늘함에 젖어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 기분을 없애기 위해 3년 후를 넣은 걸지도 모르려나?
2> <한별 살인 사건>이 이 드라마의 큰 줄기였기에 극을 지배했지만, 가끔은 그 줄기를 살짝 옆으로 치워두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채우며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으면 어땠을까, 조금만 덜 꼬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도 든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소소한 일상이 꽤나 기분이 좋아서 말이다.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살리고, 가끔은 큰 줄기와는 상관이 없지만 '민생안전팀'을 한뼘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소소한 사건들에 관한 에피소드들도 마련하며, 그렇게 극을 이끌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뭐 그런. 사실, 하나의 사건이 거대 악과 맞물려있어 쉽게 해결하기 힘들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하나의 사건을 붙들고 21회차를 이어간다는 건 꽤나 벅찬 일이었고, 그래서 어느 순간 어질해져 의식의 흐름대로 봤던 것도 없잖아 있는 듯 싶어서 말이다.
3> 정찬기는 모든 기억을 놓아버린 척 살아가게 된다. 그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자 강수의 곁에서 머물 수 있는 방법이기에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화영은 그가 멀쩡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가 언제까지 그렇게 스스로가 만든 행복 속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미지수이다.
4>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통쾌한 해피엔딩이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가끔 적어도 드라마에서 만큼은 말도 안되게 통쾌한 해피엔딩을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그래서 어쩐지 마음 한 켠에 남은 찜찜함은 영 물러가질 않는다. 그렇다곤 해도 뭐 그럭저럭 괜찮은 드라마였다. 아쉬운 부분들도 있으나 괜찮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는. 개인적으로는 '삼시세끼'에서 식구들이 함께 오손도손 티격태격 거리는 장면들이 참 좋았다.
5> 한열무가 처음 검사에게 가졌던 편견, 이 드라마는 그 편견을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심어주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는 그 것이 어쩐지 가끔은 불편했다. 그리고, 그 것이 이 드라마의 편견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찜찜한 세상을 알려주겠노라는 오만과 정의가 없는 세상에 대한 편견. 그렇게 결국 이 드라마도 오만이 가득한 생각과 편견에 찬 시선이 영 없었다고는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는 뭐 그냥 해보는 생각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느라 내가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해야하나;
6> 최민수씨 연기는 역시 좋았다. 연개소문(칼과 꽃)의 연기가 무척 좋았는데 낮은 시청률과 드라마 자체에 대한 편견으로 평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듯 싶어 아쉬웠는데, 이 드라마에서도 역시나 좋았고 비록 수상거부는 했으나 상을 받긴 했어서 어쨌든 기뻤달까? 압도적인 존재감, 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최민수씨의 가벼운 코믹 연기가 보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 묵직한 캐릭터를 맡으며 카리스마의 대명사가 되었으나 젊은 시절엔 코믹한 연기도 했던 걸로 기억해서. '미스터 맘마'를 재미나게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7> 다음 주 부터는 '힐러'를 본방으로 볼 예정이다. 오늘 아니 이제는 어제인가? 12회차 방송분은 나중 혹은 내일 즈음 볼 생각이다. 그리고 '빛나거나 미치거나'도 살짝 궁금해서 일단 다시보기로 시청예정. 월요일엔 'CSI:15'도 보는 중이고 다음달 즈음 방영예정인 '호구의 사랑'도 일단 보려고 생각 중인지라... 그렇게 월화는 당분간 바쁠 것 같다. '펀치'는 뭐랄까, 개인적으로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가 버겁게 느껴져서 궁금하면서도 쉽사리 손이 안간다. 그러고보면 요즘,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가 많은 것 같다.
8> 아, 그런데... 최종회 첫 씬은 뭐지? 동치가 땅파는 거...; 증거수집하는 장면이 회상이라는 것도 이제야 눈치채고, 아니 사실은 아닌건가, 나 정말 이해력이 부족한건가? 나름 집중했으나 결국 의식의 흐름이었던건가...?? 순간 어지러워진다... 더이상 생각안하는 걸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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