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피노키오 20회 : 최종회) 거짓없는 세상을 꿈꾸는 동화

도희(dh) 2015. 1. 16. 14:00

 

 

1>

부끄러움을 알게된 송차옥의 자폭, 논개자전을 펼친 범조, 진짜 기자가 된 하명, 그들로 인해 박로사는 경찰에 자진 출두하게 되고, 기자들 앞에 서게 되었으며,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현 상황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결국 모든 사실을 자백하게 된다. 그렇게 드라마를 쭉 이끌고 왔던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만 같은 순간, 인하와 하명의 사랑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하명은 하얀 거짓말을 통해 잠시 눈속임을 하자는 달평의 제안에 잠시 갈등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모든 거짓에는 끝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기에,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아픔을 겪어야만 했기에, 솔직해지기로 한다. 

 

그리고 1년 후, 달포를 너무나 아끼는 마음에 거짓말 세상을 유지하고 싶었던 공필은, 하명과 인하가 찬수의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을 계기로 자신의 욕심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두 사람을 인정하게 된다. 아니, 거짓된 방식이 아닌 진실된 방식으로 하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하명은 인하와 진짜 가족이 되었다. 인하와 진짜 가족이 되며 인하의 아버지 달평과 할아버지 공필과도 진짜 가족이 되었다. 아마도, 조금 이르다싶게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된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나, 싶어지기도 했다. 

 

 

2>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인 하명이 기자가 되어 진실을 밝히는 내용으로, 어찌보면 하명의 복수극이 되어 자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피해자이자 기자인 하명은 이성과 감성, 기자와 복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갈등을 하게 되었겠으나, 어렴풋이나마 기자가 무엇인지 알아가게 된 현재,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감정이 아닌 이성을 통해 기자의 눈으로 진실을 파헤치고 기자로서 진실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나 개인의 욕심이 아닌 국민이 원하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그렇게 또 한 번 송차옥을 부끄럽게 만든다.

 

하명이도 그렇지만, 그런 의미에선 재명이가 참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하명이의 말을 들어주고, 흔들리는 그의 마음을 다잡아주고, 그렇게 하명이가 송차옥과 다른 진짜 '기자'로서 가야하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듯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새삼 홀로 견뎌내야만 했던 그의 상처의 깊이와 삶의 무게가, 그로인해 하게된 그의 선택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3> 

총 20부작의 이 드라마는 매 회 소제목으로 동화의 제목을 사용했고, 그에 어울리는 전개를 펼쳐나간다. 마지막회의 소제목은 <피터팬>. 이번 소제목은, 권선징악을 보여준 이 드라마의 결말과 거짓에 가려진 진실을 놓치지 않기위해 노력할 이 드라마 속 피노키오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피터팬이 살아가는 꿈과 희망이 가득찬 원더랜드로 표현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 원더랜드에서 살아가는 피노키오들은 부디 세상의 딸꾹질에 귀기울일 수 있는 아이들었으면 싶기도 했다.

 

그리고, 하명과 인하의 결혼을 암시하는 완벽한 닫힌 결말의 해피엔딩. 어쩐지 동화의 끝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그런 류의. 그러고보면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화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 회 동화의 제목으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그 에피소드들이 모여 현실과 이상을 섞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내며 거짓없는 세상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그려낸 듯 싶었다. 

 

 

4>

이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즐거웠고 때때로 여운에 젖어 한참을 숨죽이게 만든 드라마였다. 오래 간직할지는 모르겠으나 오래 기억할 드라마이기도 하다. 물론, 아쉬운 부분들도 있으나 좋은 부분들이 더 많아서 그 부분들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배우들이 참 좋은 드라마였다. 주연배우는 물론 조연배우들까지 각각의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그리고 그 조화가 참 좋았다.

 

이 드라마가 오래 기억할 드라마이지만 여운에 젖어 허덕이게 될 드라마는 아니라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현재, 푹 빠져서 허덕이는 드라마와 조금씩 젖어드는 드라마가 있어서 얘한테까지 마음을 쏟지 못하는 것도 있겠으나, 감성보단 이성적이었던 드라마이니 만큼 시청자도 조금은 감성에 젖어들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마주하게 되고 그래서 그런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일년 후 한강라인의 성장을 보는 것이, 리포트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조각조각 보여주는 부분이 좋았다. 또, 엔딩 후 보여준 장면들을 보며.. 난 역시 더벅머리 달포시절의 두 아이가 참 좋았다. 그러고보니 결국, 회 별로 정리해본다는 야심찼던 나의 계획은 무산된건가...?

 

5> 

당분간 수목은 쉴 예정이다. 현재 방영 중인, 그리고 새롭게 방영 예정인 드라마 중에 크게 끌리는게 없어서 말이다. 게다가 당분간 월화에 바쁠 것 같아서 잠시 숨을 고르는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6>

마지막에 등장한 '신재하'가 재명이 아역인 걸 뒤늦게 기사보고 알았다. 하명이가 왜 쟤를 보고 놀라지? 라며 의아해한게 다인지라. 내가 가끔 그렇다. 사람 얼굴을 가끔 잘 알아보지 못한다. 흠.

 

7>

'피노키오'란 결국, 작게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는 인하를, 조금 범위를 넓히면 사실을 전달하는 '기자'를 뜻하기도 하고, 크게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서있는 세상과 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양심을 말하기도 하는건가,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