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피노키오 17회) 그 아이들의 선택

도희(dh) 2015. 1. 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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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실망해서 데면데면 해졌으나, 한 때는 누구보다 존경하고 사랑했던 어머니의 실체를 알게된 인하와 범조. 두 사람은 실체를 알게된 그 즉시 각자의 어머니를 찾아가 사실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된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는 선택을 하게된 인하. 기자를 관두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어머니의 곁을 지키게 된 범조. 그리고, 범조는 그 선택 속에서 차근차근 증거를 모으며 또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진실에 침묵하는 것과 진실을 밝히는 것에 대한. 아마도 그는 후자를 선택할 것 같다. 침묵하기에 그는, 짧은 시간동안 기자로서의 삶을 통해, 기하명과 최인하를 통해, 너무 많은 세상과 마주했고 물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하를 통해 14년 전 비극의 이면을 알게되고 그 증거를 손에 넣은 하명은, 캡 교동에게 보고를 하게되고 그렇게 취재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움직이던 중, 내부고발자가 되어 회사를 관두게 된 인하의 사정을 알게된 교동은 하명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되고 하명은 선택을 하게된다. 인하의 제보라는 빠른 길이 아닌 조금은 멀리 돌아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그리고, 무모한 모험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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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이가 기자가 된 이유, 그리고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하고 명확하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는 아버지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송차옥이 잘못을 인정하도록 만들기 위해, 송차옥을 무너뜨리기 위해, 기자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때때로 흔들리기도 했으나 결국, 옳바른 길을 선택하고 걸어나가고 있었다. 

 

아버지 기호상 사건은 단순한 오보고 아니었다. 그 뒤에는 거대 세력이 움직이고 있었고 기호상과 그 가족들은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희생양이었다. 14년 만에 알게된 진실. 그러나 그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인생을 담보로 한 희생이 필요했고, 하명은 희생없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로 선택한다. 그 누군가가 인하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게 누구든 하명은 그리고 교동은, 이런 선택을 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명이 제보를 통한 보도를 했다면 나는 어쩐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를게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그가 인하에게 자료를 넘겨받은 후, 그 자료를 넘겨준 인하의 상황에 까지 미처 생각이 닿지 못한 것에 약간의 서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그 상황에서 인하의 상황까지 생각하고 챙기기엔 하명의 마음에는 너무나 커다란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차 있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내부고발 후 회사를 관두고 내내 슬픔과 아득함에 잠겨있던 인하가, 겨우 힘을 내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위해 바둥거리는 모습을 보며, 그 '내부고발'이란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살아갈 인하의 인생이, 어떻게든 살아지겠지만 오랜 세월을 꿈꿔온 기자라는 직업을 완전히 잃게될 인하의 삶이 과연,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내내 하며 봤던 회차여서 그런지... 하명의 선택이 미안하면서도 고맙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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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증거인 인하의 제보를 포기한 하명은 무모한 모험을 한다. 그 것은 송차옥 스스로 진실을 밝히도록 하는 것. 그녀가 스스로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곧, 그녀 스스로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것은, 재명과 하명 그리고 인하가 끊임없이 바래왔던 것이기도 했다. 미안하다, 라는 그 한마디. 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세동과 장원의 대화(아이언맨)가 떠오른다. '미안하다'라는 한 마디를 해달라는 세동과 절대 입 밖에 꺼내본 적이 없는 말이며 내가 그런다 한들 돌아가신 니 부친이 살아돌아오고 있던 일이 없던게 되고 니 인생이 달라지냐며 그럴 수 없다, 라던 장원. 그런 그에게 미안하다고 한 다음에 다신 안그러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게 뭐가 어려운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 말하던 세동이가 떠올랐다. 

 

하명의 모험은 무모했으나, 인하와 기명의 무모함과 패기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송차옥은 그 모험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모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 오랜 시간동안 쌓아올린 그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는 선택이란 걸 알면서도, 그녀는 마지막 양심에 따르는 듯 했다. 사실, 인하의 절규에 흔들리는 표정을 짓던 송차옥을 보며 그녀가 인하의 손을 잡아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내내 보여주던 그녀의 흔들림과 고민과 표정이 인하의 존경을 받는 엄마이자 기자의 모습을 되찾고 싶지는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이 언뜻 스쳤었다.

 

끊임없이 흔들리던 그녀는 박로사의 제안을 가장한 명령에 휘청거렸고, 아마도 처음으로 14년 전의 선택을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순간 무모한 모험을 하는 하명과 마주하게 됨으로서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모든 것이 터지게 된 것은 아닐런지. 결국, 14년간 꼿꼿하게 지켜온 그녀의 신념이 무너지게 된 것은 그녀에게도 한 때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최인하의 엄마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달평과 연애하고 결혼하던 당시의 송차옥은 지금과는 다른, 어쩌면 현재의 인하와 많이 닮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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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차옥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14년 전 그녀는 내부고발자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아득했을 것이다. 그 아득함을 알기에 그녀는 딱 한 번 눈을 감았던 것 같다. 그 한 번에는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그 시기에 달평과 그녀가 이혼한 것을 보면 성공에 대한 욕망이 더 컸던 것도 같다. 결국, 그녀는 한 번 감았던 눈을 다시 뜨지 못했다. 그런데.. 달평과 차옥이 이혼한 이유는 뭘까. 그저, 내부고발 이후 반백수가 된 달평과 차옥의 불화로 인한 것일까, 차옥의 선택을 알게된 달평이 그녀에 대한 실망감으로 그 손을 놓아버린 것일까. 후자가 떠오른 것은, 달평이 지나치게 차옥을 싫어하고 인하가 차옥과 어떻게든 연관되는 걸 싫어해서.

 

 

5> 

난 이 드라마가 꽤 마음에 든다. 아마도 매 회를 재미나게 보고 그 순간의 여운에 잠기는 정도로 즐기고 있어서 더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제 3회차 남았다. 다음 주 수요일에 2회 연속, 목요일에 종영이란다. 부디, 지금처럼 마지막까지 잘 매듭을 지어서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는 드라마로 남길 바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