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드라마 아이언맨 18회 : 최종회) 말로 표현하는 마음이 주는 위로

도희(dh) 2014. 11. 14. 04:50

 

태희야, 안녕...

- 홍빈 -

 

 

태희가 뿌리친 손을 홍빈은 놓을 수가 없었다. 한 번도 태희에게 어른이었던 적이 없었던, 세동으로 인해 어른이 되어버린 홍빈은, 지금 이 상황이 억울하다고 되뇌이는, 그렇게 태희의 등장 후 처음으로 마음 속에 숨겨둔 진심을 토해내는 세동을 떠나보낸다. 자신과 달리 어떤 일이 닥쳐와도 꿈쩍도 않는, 태어날 때부터 어른인, 태산같은 놈을 만나라며.

 

그리고, 태희는 떠났다. 떠나기 전 태희는, 홍빈의 약속을 받았고, 창이의 작별인사를 받았고, 주장원의 사과를 받았고, ...세동의 미움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받은 후, 마음 속 근심과 미움과 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메라크별로 돌아가게 된다. 태희의 죽음을 메라크별의 반짝임으로 표현한 연출이 좋았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태희는 세동이 자신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것에 안심하지 않았을까. 태희는 예상치 못했던 주장원의 사과에, 홍빈은 태희가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홍빈이 모르는 그녀의 마음 가장 으슥한 어느 한 켠에 멍들어있던 그를 향한 두려움과 원망과 미움이 녹아내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순간, 간신히 붙들고 있던 생명의 끈을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주장원과의 만남 이후 그녀의 상태가 악화된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해야 마음을 알죠, 사람이.

- 홍주 -

 

 

창의 등장, 홍빈의 상태, 홍주의 반항, 세동의 부탁, 태희의 생존, 윤여사의 악행, 그리고, 홍주모의 이혼요구. 요근래는 주장원의 인생 중 가장 혼란스러운 나날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아니, 그의 인생은 언제나 쉽지 않았겠지만, 그에겐 삶의 목표가 있었기에, 그가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삶의 가치가 있었기에, 혼란이라는 감정은 쓸데없는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 쓸데없는 감정은 자신이 설계한 인생이, 그가 옿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삶의 가치가 무너진 순간,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끝에서 그는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고, 마음을 말로서 표현하는 것으로 그에게 상처입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게 된다. 자신에게 얽매여 스스로를 잃고 살아가야만 했던 아내 홍주모와 윤여사의 손을 놓아주며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손에 쥐어주는 것으로 그들의 삶을 찾아가도록 하고, 태희에게 사과를 하고, 홍주와 홍빈에게 그간 드러내지 못했던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서. 

 

모두가 떠난 집, 그 집에 홀로 서있는 주장원. 그리고 주장원 뒤에 남겨진 두 개의 박스. 그 것은, 지금껏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지켜온 그의 가치가 고작 이 정도 뿐이라는, 그의 쓸쓸함과 헛헛함을 말하는 듯 하면서도, 그래도 그에게는 홍빈과 홍주, 두 아들이 남았노라고 말하는 듯 했다. 

 

홍주가 결국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를 선택한 것은, 그가 아버지의 진심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극 중에서는 그려지지 않았을지라도 홍주는 아마 떠나기 전에 말로서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홍주는 어머니가 사고치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함께 미국행을 택했지만, 그 속에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세동아, 아무도 너때문에 잘못되지 않았어. 니 탓이 아니야. 

니가 그런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속해졌던 것 뿐이야.

- 승환 -

 

너희 부모님도, 태희도, 니가 니 탓을 하길 바라질 않을거야. 

- 홍빈 -

 

 

태희의 죽음으로 인해 세동은 자신의 오랜 상처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욕망과 욕심, 그리고 미움이라는 감정을 가진 것에 자책을 하며 아물지 못한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파헤치게 된다. 그렇게 세동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에는 또다시 피가 맺힌다. 

 

의사여친을 통해 세동의 상태를 파악한 승환은 회사 식구들과 홍빈의 도움을 받아 세동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이벤트를 계획하게 된다. 세동씨 잘못 아니에요, 회사 사람들은 세동의 마음에 새겨진 오래된 상처를 소독해주고, 아무도 너때문에 잘못되지 않았어, 승환은 그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약을 발라주고, 너희 부모님도 태희도 니가 니탓을 하길 바라질 않을거야, 홍빈은 더이상 덧나지 않도록 반창고를 붙혀준다. 

 

그리고, 세동은 가장 소중한 욕심을 채우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세동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몰캉해졌으면 좋겠어요.

- 세동 -

 

 

세동을 통해 어른이 된 홍빈은, 세동의 권유로 아버지의 곁에 한 발짝 다가서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아버지의 예상치 못한 사과를 듣게되고, 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감정은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자신은 지금까지 아버지 탓만 하며 살았다는 것을.

 

예상치 못한 아버지의 진심을 전해듣게 된 홍빈은 여전히 아버지 곁에 다가서지 못했고, 아버지 주장원 또한 쉽게 아들 홍빈의 곁에 다가서지 못한 채, 그저 주저할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홍빈은 아버지와 창의 교류를 전해듣게 되고, 어쩌면 아버지가 태희를 찾아가 사과를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 아주 오래 전 자신이 가지고 놀던 딱지 뒷면에서 아버지의 글씨를 발견하게 되고, 세동이 전해준 나무상자 속 동화를 읽게되며, 그는 용기를 낸다. 딱지 뒷면에 있는 아버지의 글씨는 도대체 뭐냐고. 그리고, 그 곳에서 홍빈은 아주 오래도록 감춰진 아버지의 진심을 듣게된다. 그가 마음 속에서 복숭아씨를 키우던 그 순간,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모르는 아버지는 다른 방식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는 것을. 

 

어린 홍빈에게 해주지 못했던 분수를 뒤집어서 곱해야만 하는 이유를 딱지로 설명해주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그저 바라보다 아버지, 라고 부르는 홍빈. 그렇게 아버지에 대한 홍빈의 마음이 몰캉해졌다.

 

 

 

 

 

안아줘!

- 세동 -

 

 

얼마가 흘렀을지 모를 시간이 흐른 후, 승환의 결혼식장에서 홍빈과 세동이 마주하게 된다. 아마, 그 시간은 홍빈이 태희에 대한 애도를 끝냈을 시간이자, 세동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위한 여행을 끝맺을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얼마가 되었을지 모를 시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약속대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이제 홍빈은 세동의 든든한 태산이 되어줄 것이고, 세동은 오롯이 자신의 욕심에 충실한 사랑을 할 것이다. 홍빈을 향해 두 팔 벌려 안아줘, 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 세동이, 그런 세동에게 밝은 미소로 달려가 안아주는 홍빈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머리 푼 세동이, 활짝 웃는 세동이, 너무 이뻤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끝이라니...ㅠ

 

 

 

&..

 

1> 급한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마지막회였다. 이 따뜻한 마지막회를 보며 아쉬운 것은 급작스럽게 1회차를 축소한 것이었다. 만약, 예정대로 갔다면 세동의 상처치유 에피소드가 좀 더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졌을 것이고, 주장원과 홍빈-홍주의 화해, 윤여사의 마지막도 조금은 더 섬세하게 그려내지 않았을까, 향기커플이 마주보며 웃는 모습을 좀 더 길게 볼 수 있지는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렇게, 조기종영에 대해 무념무상이던 내 마음은, 17회가 뭉클해서, 18회가 따뜻해서, 점점 더 아쉬움이 밀려들어온다.

 

2> 윤여사의 최후는 스스로 홍빈의 저택을 떠나는 것이다. 때론, 밝혀지지 않아도 괜찮은 진실이 있고, 이 드라마는 윤여사의 비밀을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이제 막 아버지와 화해를 하기 시작한 홍빈에게 윤여사의 진실을 알릴 필요는 없다는 듯이. 만약, 회차가 조금 더 남았다면 이 부분도 풀어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었다. 윤여사에게 있어 홍빈의 저택은 그녀의 인생 그 자체일 것이다. 그녀의 사랑과 욕망과 기쁨과 절망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그렇기에 그녀가 홍빈의 저택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 스스로 떠나게 된다. 사실, 쫒겨나길 바랬지만 오로지 사랑에 울고 웃고 살고 지는 윤여사를 그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들지는 않았고, 그녀에게 마지막 위로까지 안겨주게 된다. 이제, 윤여사는 그렇게 조용히 주장원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인생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그 사랑으로 저지른 죄악에 대한 죄책감도 갖고 살아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3> 윤여사가 홍빈의 저택을 떠나겠노라 한 것에 대한 설명이 세세하지 않았지만, 태희의 등장으로 인해 생긴 주장원과의 갈등 및,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태희를 찾아 창이를 만나게 해주고 싶노라, 던 주장원의 말 속에 담긴 그의 변화를 통해 더이상 자신이 이 곳에 머물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그녀는 또다시 제 주인의 뜻을 먼저 헤아린 걸지도 모르겠고, 또 어쩌면, 처음으로 스스로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윤여사는 자신의 원하는 것을 찾기위해, 떠나게 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4>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들은 홍빈의 몸에서 돋아나는 칼의 존재에 대해 주장원과 세동이 알고 있는가, 라는 것이다. 세동은 알고 있을 가능성이 99.9% 정도라고 생각 중이다. 그녀가 알고있다, 라고 생각하고 앞의 에피소드들을 떠올려보면 납득이 간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주장원 또한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부러 모르는 척 했으나 그 날 목격한 것이 사실임을 그는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그런 것 같다. 

 

5> 홍빈모가 누구의 회상으로라도 한번쯤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6> 세동의 후배 5인방은 마지막회에서 각자 원샷을 받으며 대사 한마디씩을 하고 떠났다. 좀 더 다양하게 활동하며 극에 생동감과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저 세동의 아이들일 뿐이었다. 그들이 친 사고는 홍빈의 집 담벼락에 낙서를 한 정도, 뿐이다. 세동의 짐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자신의 상처가 버거운 외로운 세동이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들인 듯 싶기도 했다. 

 

7> 태희 에피소드가 이렇게 길어야만 했던 이유, 태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죽음까지 섬세하게 그려야만 했던 이유도 어느정도 납득은 가지만, 안타깝게도 남은 회차가 너무 짧아서 그 섬세함이 납득이 가면서도 아쉬울 뿐이다. 정말, 나는 태희 에피소드가 2회 정도로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지라. 아무튼, 분량조절은 실패했지만 태희 에피소드에서 세동의 치유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부분은 더 잘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은 들지만, 꽤 괜찮은 마무리였다.

 

8> 마음 속 분노로 인해 칼이 돋는다는 설정, 은 극 후반부가 되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 그래도, 마무리는 세동이를 안고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것이라 좋았다. 세동이와 다시 만나게 된 홍빈은 하늘을 날 듯이 기뻤고, 그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아주 높이.

 

9>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홍주가 주장원에게 했던 말, 같았다. 말을 해야 마음을 알죠, 사람이. 그리고, 홍빈의 몸에 돋는 칼의 의미는, 동화 '쌀알만한 아이', 에서 말해주는 듯 했다. 이 드라마가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를 말해보자면, 이런 동화책 연출이다. 이 부분 참 이쁘고 따뜻하고 좋았다.

 

10> 시간이 흐를 수록 곱씹어지고 되새겨지는 이유는 뭘까. 그래도 너무 오래 마음에 붙들고 있진 않으려고 한다.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 마음이 식기 전에 꼭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즐거우면서도 약간은 버거웠기에 정주고 마음은 주지만 사랑만은 주지 않은 채, 한발을 빼곤 했는데, 이젠 사랑까지 주며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어 기쁘다. 늘, 회차가 줄어들어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무언가를 그리워하면서도, 마음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이 드라마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아마 있겠지만, 지금은 당장 생각나지가 않는다.

 

11> OST가 발매되었다. 

 

12> 사실, 엔딩 후, 공개되지 않은 타이틀 영상이 공개되길 바랬으나 그 또한 그저 꿈일 뿐. 왜 찍어놓고 공개를 안하는지 모르겠다. 뭐, 꽁꽁 숨겨놓고 풀지 않은 것이 그 뿐이겠냐만은. 그래도, 엔딩 후 바로 안끊고 여운남게 마무리를 맺어줘서 좋기는 했다. 

 

13> 오랜 만에 드라마 한 편을 열심히 보고, 꼬박꼬박 리뷰를 남겨봤다. 나에게 아직 이런 정성과 끈기가 있음에 놀랍다. 또 이렇게 정성과 끈기를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가 등장하길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는 중이다. 사실, 요즘 재미나게 보는 드라마들은 있으나 굳이 쓰고싶다, 써야만한다, 뭐 그런 생각이 드는 드라마는 없는지라.

 

14> 종영 후 부가적으로 몇 개 더 관련 포스팅은 하고 싶으나, 지금까지의 나를 떠올려보면 실현 가능성은 매우 적다. 매우 적지만 마음이 식기 전에 뭐라고 끄적여보고 싶기는 하다. 그래도, 적도처럼, 잊을만하면 한 번씩 뭔가 끄적거릴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 중이다. 향기커플이 문학커플처럼, 가끔은 사무치게 그리운 그런 이들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시간이 흘러야 알 것 같다. 문학커플도 당시 좋아는 했으나 이렇게까지 아꼈는지는 나 스스로도 잘 몰랐던지라. 시간이 갈 수록 마음에 사무친다고 해야하나... 물론, 워프 전까지만. (...)

 

15> 홍주의 박자는 맞으나 음정이 하나인 프로포즈송을 들으며 홍빈과의 안아줘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는 세동. 홍빈과 세동의 포옹씬은 보고 또 봐도 좋다. 

 

16> 더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분명히 남아 있을텐데 더이상 생각이 나질 않는다. 생각이 나면 덧붙히거나, 수정하거나. 아마도 그러지 않을런지. 

 

 

*** 그동안 부족한 리뷰 읽어주신 누군가에게,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