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침대가 아닌 화장실에서 자고
엄마가 일년 365일 겨울에도 문이 열린 찬 거실에서 자고
형이 14년 감방에서 지낸 얘기 너 말고 또다시 구구절절 다른 여자한테 말할 자신이 없어
내 그런 얘기 듣고 보고도 싫어하거나 불쌍하게가 아니라
지금 너처럼 담담히 들을 수 있는 여자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난 없다고 생각해
해수야, 만약 그런 여자가 또 있다면 제발 알려줘.
내가 너한테 많이 매달리지 않게.
- 괜찮아, 사랑이야 12회 / 장재열 -
너는 원래가 이렇게 밝았니?
아니, 어려선 완전 겁많고 의부사건 나고 나서
일부러 밝게 밝게 긍정적으로 살자. 불쌍한 엄마를 위해서라도 약해지면 안된다.
매일 거울 보고 웃기지도 않는데 웃는 연습하고 농담하는 연습하고
싸우는 거 연습하고 마초 흉내도 내고.
사막에 낙타 알아요?
아, 알지. 트라우마에 얽매여서 평생 묶여 살잖아.
아침이 돼서 주인이 끈을 풀어줘도 끈이 묶여있던 밤을 기억해서 떠나지 못한.
전 그런 낙타가 되기는 싫거든요. 태양이 뜨면 뜬 줄 알아야지.
그래서 전 마인드 컨트롤을 하죠. 내 과거는 지나갔다. 없다.
나는 자유다. 난 강하다. 무지 무지 강하다. 어둠을 몰아내는 태양처럼. 밝고 환하게.
모든 어둠을 삼키는 빛처럼 진짜 진짜 밝고 강하게.
- 괜찮아, 사랑이야 12회 / 조동민 & 장재열 -
누구보다? 니 형보다?
형은 약하죠. 나한테도 당할만큼. 형은 보상이 필요해요, 형은.
보상은 해줬잖아. 태웅이가 그러는데 니가 가진 재산 거의 다 줬다며.
맞아. 보상했지. 충분히. 근데 그걸로 진짜 보상이 되나?
- 괜찮아, 사랑이야 12회 / 조동민 & 장재열 -
1. 재열 가족의 비극인 의부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진실을 마음 깊숙이 감춰온 재열의 상처도 드러났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 형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었던, 재열은 그 죄책감이 깊어져 상처가 되었고, 너무 오래 방치된 상처는 곪다못해 썩어가고 있었다.
2. 너무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누구보다 밝게 살아냈지만 그 죄책감을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는 재열이가. 진실을 모른 채 14년이란 시간동안 감방에서 엄마와 동생을 증오하고 또 복수하기 위해 살아왔을, 그렇게 인생을 잃어버린 재범이가. 그리고, 충격으로 잊어버린 진실을 기억하는 순간 더 큰 상처를 받게 될 그들의 엄마가.
3. 의부사건의 전말을 알기 전, 3년 전의 사건은 재열이에게 공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그 사건은 그의 죄책감이 더더욱 깊어지게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었다. 그래서 그는 강우라는 존재를 만들게 된 듯 싶었다. 또한, 글이 잘 안써지게 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리고, 지해수를 만나며 행복한 순간들을 보내는 그의 앞에 강우의 존재가 더 자주 등장하는 것은 ... 그가 행복해질 수록 죄책감이 더 깊어진다는 것일까? 지해수와 사랑하면 사랑할 수록 더 많이 행복해지는 재열, 그리고 재열이 행복해질 수록 위태로워지는 강우.¹)빛이 강한 곳에는 반드시 짙은그림자가 지게 되어있는 거니까. 재열은 서서히 그림자에 잡아먹히고 있는 것일까...?
4. 지금 껏 차곡차곡 이야기와 캐릭터와 관계를 쌓아왔기에 재열의 상처에, 그 가족들의 상처에 이렇게나 마음이 아프고 문득 문득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닐까.. 그냥, 지금껏 괜찮은 척 밝게 살아왔을 재열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중이다. 이런 감정 너무 버거워서 드라마에 몰입을 안하려는 편이고, 이 드라마에 그렇게까지 몰입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5. 재열의 병을 알게된 동민은 해수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기로 한다. 그리고, 다음 주 방송에서 해수 또한 알게된다. 해수는 아마 재열의 곁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재열의 상처를 끌어안아 보살펴주겠지. 그러리라는 복선은 수없이 나왔으니까. 지해수란 존재가 장재열의 곁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러니까, 부디 비극은 아니길. 몇 편 보지않은 노작가의 드라마는 비극이 없었으니까. 비극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그겨울조차도..
6.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대본집이 꼬박 꼬박 출간된다. 그러니 이 드라마도 나오겠지. 대본집을 꼭 사야겠다, 라고 다짐 중이다. 참 좋다. 역시, 좋다.
7. 괜찮아, 사랑이야. 이 한마디가 주는 가슴 따뜻한 울림이란...! 드라마 속 상처받은 캐릭터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이 한마디에, 나 또한 위로를 받는 듯한 기분이, 종종 들곤 한다.
¹) "빛이 강한 곳에는 반드시 짙은 그림자가 지게 되어있어. 그림자에 잡아먹히지 마." - 일드 '보더' 7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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