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소설

가가 형사 시리즈 - 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

도희(dh) 2014. 1. 2. 18:47

 

 

 * 밑줄긋기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 그 것은 가가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미나미사와 마사코 선생님의 말씀대로 진실이란 볼품없는 것이고 그리 큰 가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치있는 거짓말이라는 것도 이 세상에는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가가는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친구의 원한을 풀자는 게 아니었다. 아무 이론 없이, 오로지 진실을 알고 싶다는 것과도 달랐다. 더구나 정의감 같은 건 가장 적합하지 않은 말이었다. 이것이 우리의 졸업의식이라고 가가는 생각했다. 긴 시간을 들여 언젠가는 무너져버릴 나무토막을 쌓아 온 것이라면 그것을 무너뜨렸을 때 비로소 우리가 건너온 한 시대를 완성시킬 수 있으리라.

- p. 338 ~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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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일본 드라마 [신참자]를 접한 후부터 내내 벼르고 미루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를 드디어 시작했다. 그 첫번째인 [졸업]. 졸업, 이란 단어 속에 담겨진 의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끝. 그리고, 아름다운 시절의 종결. 영원할 것 같은 관계의 퇴색. 그 모든 것의 이유는 아닐지라도 일부 혹은 중심이 되는 욕망과 배신. 그 것들을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말해주는 듯 했다. 모두에게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진 않지만, 그 시작점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결국, 그들처럼 아름다운 시절은 끝나고 영원할 것 같은 관계는 퇴색되며 그렇게 흩어지게 되니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씁쓸하고 안타까웠던 것은 남은 이들에게 있어서 그 시절은 이제 더이상 그저 아름답게 추억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 만에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은 책이다.